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94)
193화.
‘유라야!’
김태진은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요즘 계속 이상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도 눈치챘고.
하지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괜히 엮였다가 감당하지 못할 일에 휘말릴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선 안 됐어!’
설마하니 성유라가 이런 미친 짓을 벌일 것이라고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김태진은 후회와 당혹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옆을 돌아보았다.
그곳엔 그와 마찬가지로 충격을 받은 박진한과 임태은이 있었다.
“유, 유라가 왜?”
박진한은 혼란스러운 듯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임태은 역시 아무런 말도 하진 않았지만,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막아야 돼.”
박진한이 성유라 쪽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멈춰.”
하지만 김태진은 그런 친구를 말렸다.
“야, 지금 말리지 않으면, 유라가……!”
“막을 수 있어?”
김태진은 이 와중에도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성유라가 저렇게 변할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것은 분명 실수였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자신들만으론 그녀를 막을 수가 없었다.
박진한은 김태진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우, 우리 셋이 힘을 합치면?”
임태은이 용기를 내서 말을 꺼냈다.
“불가능해.”
객관적인 판단이었다.
자신들과 성유라가 싸운다면?
아무리 좋게 봐줘도 양패구상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나서지 않고, 이 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이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었다.
‘미안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사이에 죽어갈 기사들이 마음에 걸리긴 했다.
어쩌면 지금 싸우고 있는 용사들도 죽을지 모른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성유라는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상태였다.
낯이 익은 용사들이 그녀를 막기 위해 힘을 합쳤음에도,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그래도 지금 나서면 안 돼.’
백시우가 사라진 지금.
성유라나 다른 친구들까지 잃을 순 없었다.
“총장이나 제국의 수호자 중 한 명이 오면 해결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그때까지만 기다려.”
“하, 하지만…….”
임태은이 죽어 시체가 된 기사들을 가리켰다.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이, 있어.”
“…안타깝지만 우리로선 방법이 없어.”
김태진은 애써 성유라에게 죽어버린 이들을 외면했다.
“커허어억!”
답답한 신음과 함께 노란 드레스를 입은 구동환이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박진한과 맞먹는 덩치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도 가볍게 허공을 가로질렀다.
쿠와아앙-!
당하는 건 구동환뿐만이 아니었다.
자신들을 제외하면 그 어떤 용사들보다 뛰어나다 평가받던 이들이, 마치 추풍낙엽처럼 쓸려 나갔다.
‘젠장.’
왜 이렇게 된 걸까?
김태진은 성유라가 갑자기 변해 버린 이유를 찾기 위해 고민해 보았다.
‘분명 주교와 추기경이라는 놈이 왔다간 직후야.’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신성기사단이 문 앞을 막고 들여보내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딱히 신경을 쓰진 않았다.
그들은 성유라에게 지원을 해주고 있는 아이에르의 고위 귀족들이었으니까.
그저 따로 할 얘기가 있겠거니, 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게 실수였다.
주교와 추기경이 떠나고 난 뒤.
고작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성유라는 미쳤다.
실로 오랜만에 숙소 밖으로 나온 그녀가, 앞을 지키고 있던 기사들의 목을 꺾어버린 것이다.
그러고는 학살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김태진은, 당연히 주교라는 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는 들었다.
추기경이라는 여자가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말을 말이다.
“그분의 뜻대로.”
‘분명 그렇게 말했어.’
그분이라는 게 누구를 지칭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조사해 볼 가치는 충분했다.
그때, 성유라의 손에 강병규가 붙잡히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김태진은 입술을 짓씹으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죽는다.’
뒤늦게 다른 이들이 달려들었지만, 김태진은 확신했다.
저 용사는 죽는다고.
결국은 용사들 사이에서도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김태진의 눈에 갑자기 낯익은 얼굴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콰아앙-!
성유라가 날아간다.
“서우진!”
* * *
‘멀쩡하네.’
서우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기어나오는 성유라를 보며 조금 놀랐다.
창졸지간이긴 했지만, 결코 적지 않은 혼돈기가 담긴 공격이었다.
적어도 뼈 한두 개 정도는 부러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성유라는 아무런 부상도 입지 않은 모습이었다.
“왔네요? 왜 이렇게 늦었어요? 많이 찾았는데.”
서우진을 향해 말을 하는 그녀의 표정은 이상했다.
기쁜 듯, 슬픈 듯.
‘아니, 화가 난 건가?’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는 얼굴이었다.
마치 뭔가에 쓰인 것만 같…….
서우진의 머릿속에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
주교, 추기경, 아카데미 방문.
그리고 미쳐 버린 성유라까지.
‘확실한 건 아니지만, 연관이 있을 수도 있겠어.’
만약 드류나크가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이런 식으로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제 그런 이야기를 들었으니 주교의 방문에 무슨 이유가 있으리라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유라는 게 바로 성유라가 미쳐 버린 것과 연관이 있을 테고.
서우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입을 열었다.
“주교냐?”
떠보기 위한 질문.
만약 주교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다면, 어떻게든 반응이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성유라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주교? 그분이 왜 나와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서우진은 고개를 저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하긴. 어차피 상관없는 일이지.”
성유라는 오늘 죽는다.
서우진이 죽이기로 마음먹은 이상, 이젠 그 누가 와도 절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스르릉-
‘카 라니엘’이 뽑혀 나왔다.
흑빛 검신에 보랏빛 혼돈기가 일렁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세상에 드러냈다.
“그게 ‘검은 존재’의 힘인가요? 마력도 아니고, 마기도 아니고. 역시 당신이 맞았어.”
서우진의 혼돈기를 느낀 성유라가 두서없이 말을 이었다.
“그 힘으로 우리 시우를 이긴 거죠? 용사도 아니면서. 아니, 맞나? 어쨌든. 이건 다 당신 때문이에요. 네가 저들을 죽인 거야.”
그녀의 말은 횡설수설에 가까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성유라는 서우진이 ‘검은 존재’라 확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너도 죽어, 이 빌어먹을 새끼야.”
성유라의 눈이 번뜩이며, 혼탁한 신성력이 뿜어져 나왔다.
‘으음.’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성유라는 이전보다 몇 배는 강해진 상태였다.
단순한 기운의 크기만 따지자면, 마기에 침식되기 전의 백시우보다도 강력했다.
하지만…….
“내 상대는 아니야.”
서우진은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아무렇지 않게 허공을 그은 것 같았지만, 그 안에는 반 슬레인의 검의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검격이었다.
서걱-!
핏물이 튄다.
“어?”
성유라가 비틀거렸다.
그러곤 고개를 돌려 자신의 왼팔을 바라봤다.
“없어? 팔이 없어.”
분명 방금 전까지 존재했던 팔이, 잘려 나간 채 피를 뿜어대고 있었다.
“감히 내 팔을! ‘그랜드 크로스’!”
성유라는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그저 분노에 가득찬 표정으로 서우진을 향해 스킬을 사용할 뿐.
고오오오오오-!
신성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혼탁한 십자 모양의 빛이 서우진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마치 신이 직접 내리는 징벌처럼.
그 위용은 초월적인 뭔가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SS급이라고 강하긴 하네.”
자신의 정수리를 정확히 노리고 하강하는 거대한 십자가.
서우진은 그것을 향해 ‘카 라니엘’을 찔러 넣었다.
쩌어어어엉-!
고막을 찢을 듯한 날카로운 소음이 터져 나왔다.
“아악!”
“끄으으윽!”
근처에서 부상 입은 용사들을 챙기던 기사들이, 귀를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너무도 강렬한 소리에, 그들의 육체가 견뎌내질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파사삭- 하며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십자가가 정말로 유리처럼 박살이 났다.
“그래도 나한텐 안 돼.”
서우진은 위를 향해 뻗었던 ‘카 라니엘’을 회수하며 성유라를 쳐다봤다.
“너, 너! 고작 D급짜리 쓰레기가! 감히 나한테!”
“직업 등급이 높으면 뭐하냐. 인성이 폐급인데.”
서우진은 피식- 하며 성유라를 비꼬았다.
만약 그녀가 조금이라도 상식적인 사람이었다면.
그래서 교만에 빠져 우월감에 젖지 않았더라면.
죽일 생각까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사도들과 관련이 있고, 서우진의 비밀 한 자락을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죽이는 대신, 아마 다른 방법을 찾았을 터였다.
하지만 성유라는 선을 넘었다.
안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죽여달라며 애원까지 한 셈이다.
그러니 원하는 대로 해줄 생각이었다.
“어디 한번 죽여봐! 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성유라가 발작하듯 소리치자, 서우진이 땅을 박찼다.
스으윽-
마치 미끄러지듯, 순식간에 그녀의 앞에 도달했다.
“안 그래도 죽일 거야.”
‘카 라니엘’이 빛살처럼 그녀의 목을 향해 사선으로 그어진다.
“어딜!”
깜짝 놀란 성유라가 뒤늦게 스킬을 사용했다.
“디바인 배리어!”
주먹 하나 정도의 두께를 지닌 원형의 방어막이 만들어졌다.
“애쓴다.”
‘카 라니엘’이 종잇장을 가르듯, 그녀의 스킬을 베어냈다.
스가악-!
“꺄아아악!”
남은 오른팔마저 잘렸다.
두 팔이 모두 사라진 성유라는 패닉에 빠져 비명을 질렀다.
“내가 다 폭로할 거야! 네가 누군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뒤로 벌러덩 넘어져 서우진을 향해 소리치는 그녀는, ‘성녀’라기보단 ‘광녀’에 가까웠다.
피를 흘리며 조금이라도 멀어지기 위해 몸부림치는 성유라를 보며, 서우진이 천천히 다가갔다.
“상관없어. 어차피 넌 여기서 죽을 테니까.”
서우진의 살기가 그녀의 목에 닿았다.
“자, 잠깐…….”
죽음의 공포를 느낀 것일까?
성유라의 얼굴에 두려움이 서리기 시작했다.
이제 와 후회해 봐야 무슨 소용일까?
서우진은 속으로 혀를 차며 ‘카 라니엘’에 혼돈기를 주입했다.
회색 오러가 넘실거리며 당장에라도 그녀의 목을 잘라낼 듯했다.
그때였다.
“멈추세요!”
뒤쪽에서 요른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는 자신의 애검, 녹빛의 ‘푸르나’를 든 채 이쪽을 향해 빠르게 달려오는 중이었다.
그 모습을 본 성유라의 눈에 안도감이 서렸다.
총장인 요른이라면, 서우진에게서 자신을 구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아무리 막 나가는 서우진이라 해도, 그가 보는 앞에서 SS급 용사를 죽일 순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내가 조금 전에 다짐한 게 있는데 말이야.”
서우진은 그런 성유라를 향해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 누가 와서 방해한다고 해도 널 반드시 죽이겠다고.”
서우진의 ‘카 라니엘’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공간을 갈랐다.
서걱-!
성유라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