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99)
198화.
마력으로 이루어진 그림자가 안개처럼 흩어졌다.
스트레인을 뒤덮고 있는 그림자는, 웬만한 공격엔 끄떡도 하지 않을 정도로 견고했다.
하지만 서우진의 발은 그것을 너무도 쉽게 꿰뚫었다.
콰아아앙-!
스트레인이 마치 포탄처럼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고작해야 발차기.
그마저도 그림자를 뚫으며 위력이 현저하게 약해졌음에도, 그 충격이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쿨럭!”
가까스로 균형을 잡아 땅에 처박히는 수모를 피한 스트레인이 기침을 토해냈다.
“이제 생각이 좀 바뀌어?”
싸늘한 서우진의 음성이 들려왔다.
스트레인은 고개를 들어 그런 서우진을 노려보았다.
“감히……!”
분노로 가득한 표정.
고작해야 전쟁에서 쓰이고 버려질 소모품 따위가, 제국의 다섯 날개 중 하나인 자신을 공격하다니!
“감히는 무슨.”
서우진의 입술이 비틀린다.
그런 말은 압도적으로 강한 존재가 하수를 상대할 때나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스트레인은 서우진에 비해 강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직 정신을 덜 차렸네.”
스트레인을 죽일 생각까지는 없다.
그랬다간 정말로 제국 전체와 싸우게 될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생각도 없었다.
“해명은 당신이 해야 해. 왜 나를 몰래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는지. 누구의 명령을 받고 이런 짓을 하고 있었는지, 같은 것들 말이야.”
솔직히 스트레인이 말을 하지 않아도 짐작은 되었다.
그에게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
황제밖에 없었으니까.
서우진은 스트레인이 절대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고, 그 대가로 흠씬 두들겨 패줄 생각이었다.
“너는 우리의 명령을 들어야……!”
“개소리하고 있네.”
스트레인의 말을 끊고 앞으로 튕기듯 쏘아졌다.
깜짝 놀란 스트레인이 입을 다물곤, 그림자로 이루어진 마력의 벽을 세웠다.
스거억-!
그림자가 허무하게 갈라진다.
그 사이로 대체 언제 뽑은 것인지, 회색 오러를 뿜어대고 있는 ‘카 라니엘’이 보였다.
스트레인은 대경실색하며 몸을 옆으로 비틀었다.
쩌억-!
가슴에서 붉은 액체가 튀었다.
극에 이른 속도의 움직임이었지만, 서우진의 ‘카 라니엘’을 피하기엔 무리였던 것이다.
상처는 깊지 않았지만,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이 노오옴!”
분노한 스트레인이 손을 뻗었다.
검은 그림자가 폭사되며 칼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암영도(暗影刀)!’
다른 이름으로는 신살도(神殺刀)라 불리는 그림자 칼.
서우진은 이전에 이 거대한 칼을 한번 받아본 적이 있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막아내긴 했지만, 그 대가로 정신을 잃고 말았었고.
하지만 그마저도 스트레인이 서우진의 실력을 감안해 위력을 조절한 것이었다.
다시 모습을 보인 암영도는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기운을 담고 있었다.
그야말로 ‘신살’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괜찮아.’
그런데도 서우진의 표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옛날의 내가 아니야.’
당시보다 최소한 수배는 더 강해졌고, 스트레인과 같은 경지를 밟았다.
그러니 이번에야말로 완벽하게 막아낼 자신이 있었다.
서우진은 혼돈기를 맹렬하게 순환시켰다.
반 슬레인의 가르침과는 조금 다른 운용 방식이었다.
마치 물이 흐르는 듯한 자연스러움 대신, 노도와 같은 기세로 마력회로를 질주했다.
덕분에 순환 속도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순환에 순환을 거듭할수록 혼돈기의 양이 급증했다.
너무도 거친 방식에 마력 회로에 부담이 가기 시작했지만, 서우진의 육체는 그것을 너끈히 견뎌냈다.
그리고 마침내 열 바퀴째.
찬란하게 빛나는 회색의 혼돈기가, 완벽한 검의 형태를 갖추고 서우진의 눈앞에 나타났다.
눈 한 번 깜빡일 시간도 되지 않는 아주 짧은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회색의 검을 본 서우진은 잠시 고민했다.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
검은 그림자 칼이 목전까지 다가온 상태였다.
하지만 서우진은 여전히 느긋했다.
혼돈기의 빠른 순환 덕분인지, 그의 사고는 평소보다 수십 배나 빨라져 있었다.
아주 천천히 다가오는 스트레인의 공격을 보며, 서우진은 고민을 끝냈다.
‘대충 ‘혼돈검’이라고 하자.’
마력과 마기가 뒤섞인, 혼돈 그 자체의 기운으로 만들어진 검이었으니까.
서우진은 자신의 볼품없는 작명센스에 한탄하며 검을 내리그었다.
우우우우우웅-!
공간이 일그러지고, 찢겨져 나간다.
그리고 이내, 그림자 칼과 충돌했다.
—!!!
소음은 없었다.
아니, 너무도 거대했기에 들리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혼돈검과 암영도의 충돌로 인한 여파가 아카데미 전체를 휩쓸었다.
콰과과과광-!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숙소는 해체 수준으로 박살이 났고, 강력한 방어 마법진으로 보호되고 있던 연무장들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또, 또 뭐야!”
“무슨 일인데!”
쉬고 있던 용사들이 경악하며 튀어나왔고, 기사들 역시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흠…….”
서우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혼돈검’을 집어넣었다.
스킬이 아닌, 오롯이 본인의 실력으로 만들어낸 최초의 기술.
그것이 만들어낸 광경은 경이로웠다.
“끄으으-”
스트레인이 전신에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단순히 피륙에 입은 상처 때문이 아니었다.
암영도가 ‘혼돈검’에 깨어지며, 그 충격이 그의 내부를 뒤흔든 탓이었다.
아마 지금쯤 스트레인은 몸의 장기가 모두 뜯겨져 나가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있을 터였다.
서우진 역시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제국의 수호자 중 하나인 암공의 이름은, 결코 헛된 명성이 아니었다.
진심이 담긴 그의 공격은 실로 무서웠던 것이다.
‘이번엔 운이 좋았어.’
자칫 잘못했으면, 쓰러져 있는 것은 스트레인이 아닌 자신이었을 것이다.
혼돈기의 상성이 스트레인의 마력보다 우위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신살도라 불린 다더니…….”
정말로 신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이름이 붙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기술이긴 했다.
아마, 웬만한 사도나 수호자들 정도는 단번에 목을 베어낼 수 있을 것이다.
서우진은 목구멍을 타고 오르는 핏물을 억지로 집어삼켰다.
굳이 약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었으니 말이다.
심호흡을 하며 들끓어오르는 내부를 진정시킨 후, 스트레인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는 피칠갑을 한 와중에도,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크으윽!”
핏발이 선 눈동자가 서우진을 향했다.
분노와 당혹감, 그리고 살기가 뒤섞여 있는 복잡한 눈빛이었다.
“…죽여라.”
스트레인이 이를 갈며 말했다.
“웃기지 마.”
서우진은 그를 비웃었다.
“내가 널 죽이지 않으리란 건 네가 가장 잘 알 텐데?”
그 말에 스트레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서우진을 뚫어져라 노려볼 뿐.
“돌아가. 그리고 황제한테 전해, 나 좀 그만 건드리라고.”
“이놈이 감히…….”
“감히라는 말 쓰지 말랬지?”
서우진이 발을 들어 스트레인의 머리를 밟았다.
콰득-!
얼굴이 땅에 처박혔다.
반항하는 힘이 느껴졌지만, 엉망진창이 된 그의 상태로는 서우진의 발을 밀어낼 수 없었다.
“먼저 건드리지만 않으면, 난 아무 짓도 안 해. 너희가 바라는 대로 강림 전쟁에서 마왕을 쓰러트리고, 그냥 지구로 돌아갈 거니까. 그러니까 제발 건드리지 말라고 꼭 전해. 만약 이런 짓거리를 계속하면…….”
서우진이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스트레인은 듣지 않고도 왠지 알 것 같았다.
저만한 실력에, 저런 성격을 지니고 있다면 정말 무슨 미친 짓을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았다.
어쩌면 제국 전체와 싸우려 들려 할 수도 있었고, 마왕의 추종자 쪽에 붙을 가능성도 있다.
스트레인은 입술을 짓씹었다.
서우진의 말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런데도 스트레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제국의 수호자라는 자부심이 그의 입을 막은 것이다.
“싫으면 됐어. 내가 직접 가서 얘기하면 되지, 뭐.”
물론 서우진은 스트레인의 자존심이나 자부심 따위를 지켜줄 생각은 눈곱만치도 하지 않았다.
그런 것을 대우해 주길 바랐다면, 애초에 이런 짓은 저지르지 말았어야 했다.
머리에서 발을 뗀 서우진이 몸을 돌렸다.
정말로 황실로 가서 황제에게 직접 따져 볼 생각이었다.
만약 말이 통하질 않는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자.’
제국과 싸울 생각까지는 없다.
하지만 계속해서 제국과의 사이가 틀어진다면, 차라리 반 슬레인을 따라 시온으로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그것도 시온에서 허락을 해줘야 가능한 일이긴 하겠지만…….
그때, 뒤쪽에서 작은 음성이 들려왔다.
“……다.”
멈칫-
걸음을 멈춘 서우진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뭐?”
아주 작은 소리.
하지만 명확하게 들려왔다.
“네 말을 폐하께 전하겠다.”
머리를 땅에 박은 채, 스트레인이 말했다.
서우진은 잠시 가만히 서 있다 고개를 끄덕였다.
“잘 전해.”
그리곤 ‘카 라니엘’을 납검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많은 인파가 자신과 스트레인을 쳐다보고 있었다.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표정들이었다.
하지만 기사들은 조금 달랐다.
그들은 하나같이 경악하고 있었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서우진이 방금 상대한 것은 그림자로 이루어진 칼이었다.
그리고 그런 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건, 대륙을 통틀어도 단 한 명밖에 없다.
암공 스트레인.
제국의 수호자이자, 대륙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강력한 존재가 서우진에게 패배했으니,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소환된 지 고작 1년이 조금 지난 용사에게 말이다.
기사들은 도저히 그 사실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불신이 가득한 눈빛으로 이쪽을 멍하니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에, 서우진은 혀를 차고는 걸음을 옮겼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자신의 동료들을 향해서였다.
“…아저씨?”
이지아가 놀란 토끼눈을 뜨고 서우진을 불렀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는 뜻이었다.
“좀 멀쩡한 곳으로 가자. 거기서 설명해 줄게.”
서우진은 어리둥절하고 있는 동료들을 데리고 자리를 옮겼다.
‘이제 갇혀 있을 필요는 없겠어.’
그가 있어야 할 숙소가 통째로 박살이 났으니 말이다.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상관이겠냐만.’
무려 암공이 패배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런 상황에 누가 서우진을 강제로 구금할 수 있단 말인가?
오히려 제국은 당분간 자신의 눈치를 살필 것이다.
그만큼 서우진의 승리는 제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에 커다란 충격을 줄 정도의 일이었으니까.
‘의도한 건 아니지만 차라리 잘됐다.’
자신에 대한 경계는 더 심해지겠지만, 자신의 능력을 확인한 이상 더는 노골적으로 건드리진 못할 터.
조금은 마음을 편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서우진은 알지 못했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것이 제국이 아닌, 아이에르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