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
#1화.
대륙의 최북단에는 작은 왕국 하나가 존재한다.
척박한 북방의 환경 탓에 인구는 그리 많지 않았고, 자연스레 국력도 주변 국가에 비해 현저히 약했다.
그럼에도 백성들은 자신의 왕국에 강한 자부심이 있었다.
북방의 수호자.
왕국이 세워질 때부터 불려온 이 칭호 덕분이었다.
600년 전.
7번째 마왕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뒤, 한 용사의 동료가 이곳에 왕국을 세웠다.
주변에선 왜 하필 이런 척박한 곳에 터를 잡느냐며 만류했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북방으로 쫓겨난 마왕의 권속들이 다시는 대륙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함이라며 말이다.
그렇게 왕국 ‘시온’이 건국되고, 600년간 그 자랑스러운 역사를 이어왔다.
‘그럼 뭐 하냐고, 지금은 시궁창인데.’
서우진은 살을 에는 듯한 바람에 몸을 부르르- 떨며 걸음을 재촉했다.
“아이고, 우리 용사님 오셨네.”
옆쪽에서 근무를 서고 있던 병사들이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조롱이 가득 담겨 있는 비웃음이었다.
자신을 향한 것이 분명했지만, 서우진은 그런 병사들을 못 본 척했다.
저들과 말다툼을 해봐야 손해를 보는 것은 자신이니까.
하지만 병사들은 그런 서우진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카악- 퉤! 하필이면 저딴 놈이 용사랍시고 와 가지고는. S급은 바라지도 않는다지만, D급 ‘검병’이 뭐야?”
“이번엔 100명이나 소환이 됐다고 해서 기대 좀 했건만.”
서우진은 자신의 직업 적성과 등급을 숨겼다.
당연한 일이었다.
99명의 용사 사이에서, 홀로 마왕이 직업 적성이라는 것을 밝혔다간 그 자리에서 목이 달아났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가장 무난해 보이는 D급의 ‘검병’이라 둘러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실수였다.
‘조금 높게 불렀어야 했나?’
서우진은 등급의 분포도가 당연히 피라미드 모양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가장 낮은 D급을 골랐다.
그게 가장 많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설마하니 피라미드가 아니라 마름모꼴이었을 줄이야.
서우진은 졸지에 유일무이한 D급의 등신 반푼이가 되어 있었다.
솔직히 ‘마왕’의 적성을 갖고 있는 것을 걸리면 어떡하나? 라는 걱정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론 아무 의미도 없는 걱정이었다.
그 누구도 서우진에게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D급은 그런 취급을 받을 정도로 하찮은 등급이었다.
적성이 정해진 후, 서우진을 비롯한 99명의 용사는 이 세계에 대한 대략적인 교육을 받고는, 성장과 지원을 이유로 대륙의 각국으로 흩어졌다.
그렇게 서우진이 배정을 받은 게 바로 이곳.
왕국 시온의 최북단에 위치한 요새, 매시브 가디언이었다.
“개새끼들.”
“강림 전쟁의 최전방인 이곳에 D급을 보냈다는 건, 그냥 싹 다 죽으라는 소리지.”
병사들의 말에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비난의 화살이 향한 곳은 자신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가슴이 쿡쿡- 쑤셔왔다.
‘내가 왜 이딴 꼴을 당해야 하는 거지?’
이 세계를 구해달라는 말에 흔쾌히 소환에 응했다.
비록 술에 떡이 되어 한 승낙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자신은 도움을 주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이지 않은가?
그런데 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냥 패버릴까?’
서우진의 실제 등급은 D급이 아닌, ‘측정 불가’다.
아무리 1레벨에 불과하다고는 해도 병사 몇 명 정도는 쉽게 때려눕힐 수 있을 터였다.
괜한 분란을 일으키기 싫어 지금까지 참아왔지만, 이제 더는 못 참겠다.
“거기까지.”
그때였다.
슬그머니 주먹을 쥐고 있던 서우진의 뒤쪽에서, 웬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누구지?’
서우진이 뒤를 돌아보자, 음성의 주인이 눈에 들어왔다.
푸른색의 갑주를 입은 여기사.
서우진에게도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추, 충!”
그녀를 본 병사들은 사색이 된 표정으로 군례를 올렸다.
“군기가 엉망이군.”
여기사의 목소리는, 이 북방의 서늘한 바람보다도 더욱 차가웠다.
질책을 들은 병사들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아일린 경.”
그때 서우진이 나서며 여기사와 병사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딱히 놈들을 구해주기 위함은 아니었다.
‘뭐가 예쁘다고.’
그저 아일린의 뒤에 숨어 곤란함을 피했다는 소문이 도는 것을 원하지 않을 뿐이었다.
“이곳에서 뭘 하고 있는 거죠?”
그녀가 서우진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매시브 가디언의 지휘관중 한 명인 아일린은, 서우진의 책임자이기도 했다.
‘책임자보단 보모가 더 어울리긴 하겠지만.’
아직 이쪽 세계에 완벽히 적응을 하지 못했기에, 옆에서 지켜봐 줄 이가 필요했다.
그 역할을 어린 나이의 여기사라는 이유로 아일린이 맡게 된 것이었고.
때문에 그녀는 서우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수련에 모든 시간을 투자해도 모자를 판에, D급짜리 용사의 뒤나 봐줘야 하니…….
오늘도 숙소에서 대기하라는 그녀의 말을 어기고 이곳에 나온 것이었기에 슬쩍 눈치를 봤다.
아일린의 표정을 본 서우진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테스테론 경이 나가서 경계라도 서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그라고 밖에 나오고 싶었겠는가?
자신에게 적대적인 사람들이 대부분인 데다, 이 추운 날에 성벽 위에서 오들오들 떠는 건 더 싫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나온 것은 한 기사의 명령 아닌 명령 때문이었다.
“테스테론 경이?”
아일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테스테론은 유독 서우진을 경시하는 면이 강했다.
그만큼 실망이 컸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서우진의 입장에서는 짜증 나는 인간일 뿐이었다.
“그분께는 제가 말씀드릴 테니, 숙소로 돌아가시죠.”
“그래도 괜찮겠어요?”
테스테론은 아일린보다 상급의 기사였다.
그런 이가 내린 명령을 그녀가 철회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일이었다.
“제가 책임질 일이에요.”
아일린은 귀찮다는 듯, 서우진에게 손을 내저었다.
더는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뭐, 그렇게까지 말하신다면야.”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걸음을 옮겼다.
‘혼이 나든, 말든.’
자신에게 호감이 없는 사람까지 신경써 줄 정도로 서우진은 착하지 않았다.
병사들의 조롱에서 구해준 것은 고마웠지만, 딱 거기까지.
“아참,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던 서우진의 발을 아일린의 음성이 멈춰 세웠다.
“이 말을 전하려고 당신을 찾은 건데, 잊을 뻔했군요.”
“무슨 말이요?”
서우진이 매시브 가디언으로 발령받은 지 벌써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때까지 아일린은 꼭 필요한 말을 제외하곤, 서우진과 대화라는 것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렇게 직접 자신을 찾으러 온 것 역시 처음이었고.
때문에 서우진은 궁금한 표정으로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것을 본 아일린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다음 주에 토벌이 있다는 건 알고 있나요?”
“병사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긴 했죠.”
매시브 가디언에선 1년에 한 번씩, 성벽 너머의 몬스터 토벌을 실시한다.
주기적으로 정리하지 않으면, 그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불어나기 때문이었다.
다음 주에도 그런 정기 토벌이 예정되어 있었고.
갑자기 그 얘기를 왜 꺼내는 건지 알 수가 없어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이어진 아일린의 말은 미간이 찌푸려지기에 충분했다.
“당신도 토벌에 참가합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