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0)
#19화.
“서쪽으로 몰아!”
“방패!”
병사들의 필사적인 외침이 전장을 뒤흔들었다.
“죽여! 놓치지 마!”
“한 마리라도 놓치면 너희가 대신 뒤질 줄 알아!”
백인대장들은 그런 병사들을 다그치며 전의를 더욱 불태웠다.
“순조롭군요.”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반 슬레인의 뒤에서 테스테론이 말했다.
“그렇구나.”
이 위험한 북방에서도 특히나 주의를 요하는 몬스터인 에라스 무리를 잘 막아내고 있었다.
“다행히 큰 피해도 없습니다.”
“병사들이 잘 싸워주고 있어.”
그 사건 이후로, 병사들은 악에 받친 상태로 몬스터와의 전투를 했다.
덕분에 토벌에는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며칠 내로 토벌을 마치고 복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년이었다면 아직 몇 주는 더 걸렸을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병사들이 힘을 내준 덕분에 계획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 녀석도 순탄하게 성장 중입니다.”
테스테론이 말하는 사람은 당연히 서우진이었다.
“지금 레벨이 어떻게 되지?”
“9입니다. 곧 10레벨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빠르군.”
“D급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속도입니다. 물론 그만큼 노력하고 있긴 합니다만.”
이제 토벌을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10레벨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얼음 벌레를 잡고 3개의 레벨을 한 번에 올린 영향이 크긴 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서라도 놀라운 성장 속도였다.
“다른 용사들처럼 버스를 타는 것도 아닌데, 상위 등급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고 있습니다.”
서우진은 순전히 자신의 실력만으로 레벨을 올리고 있었다.
이전처럼 아일린의 도움도 받지 않고, 오직 홀로.
“걱정이 되어 계속해서 아일린을 붙여놓긴 했습니다만…….”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
5레벨이 되고, 스킬을 얻은 서우진은 이제 예전의 그가 아니었으니까.
매일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이며, 죽어도 상관없다는 듯 미친 듯이 사냥에 집중했다.
실제로 몇 번은 정말 위험했지만, 그때마다 레벨 업을 하며 위기를 넘겼다.
“이젠 상급 기사의 실력을 갖추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하급 기사인 아일린의 실력을 뛰어넘은 지는 오래다.
5레벨이 되었을 때, 이미 그녀와 대등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으니까.
현재 서우진의 레벨은 9.
이제는 상급 기사들과 비교가 가능할 정도였다.
“호오, 벌써 그리되었더냐?”
반 슬레인의 눈이 살짝 커졌다.
“물론 아직은 저에게 미치지 못합니다.”
아직은.
하지만 10레벨이 되고, 직업이 정해진다면?
그때는 정말로 자신을 능가할 수도 있었다.
“기대가 되는구나.”
반 슬레인의 음성은 살짝 들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서우진이 빠르게 강해졌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D급의 ‘검병’이 적성이었으니, 그 직업을 갖게 될 테지?”
“큰 이변이 없는 한은 그리될 것 같습니다.”
“좋아, 좋아.”
‘검병’은 등급이 낮긴 하지만, 그래도 이름처럼 검에 특화된 직업이다.
직업이 정해지면 미약하게나마 검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갈 터.
반 슬레인은 그때가 되면 자신이 직접 서우진을 가르치기로 마음먹었다.
“용사가 지닌 능력과 나의 검술이 합쳐지면, 꽤나 볼만하겠구나.”
언덕에서 서우진에게 했던 말.
“내 자네를 100명의 용사 중 가장 강력한 용사로 만들어줄 터이니.”
이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어서 레벨 업을 하거라.”
용사는 굴리면 굴릴수록 강해진다.
반 슬레인은 그것을 몸소 경험시켜 주고 싶었다.
* * *
“왠지 서늘한데.”
서우진이 살짝 몸을 떨었다.
레벨이 오르며 추위에는 어느 정도 저항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갑자기 오한이 든 것이다.
검으로 도망치는 에라스의 뒤통수를 꿰뚫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기분 탓인가?’
서우진은 에라스의 두개골에서 짙은 검은색의 검을 뽑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 검도 꽤나 익숙해진 모양이군요.”
“아, 아일린.”
서우진은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아일린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별로 무겁지도 않네요.”
반 슬레인에게 축하 선물로 받은 흑검은 생각보다 더 무거웠다.
5레벨 정도가 되면 사용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7레벨이 되어서야 쥐고 싸우는 게 가능했다.
“당신도 이젠 꽤 강해졌으니까요.”
아일린은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서우진을 직시했다.
하지만 예전처럼 질투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내색하지 않는 게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느끼지 않는 듯했다.
“…아직 멀었죠.”
서우진이 볼을 긁으며 시선을 피했다.
‘그래, 아직 멀었어.’
이 정도로는 목숨 빚을 갚기엔 터무니없이 약하다.
“그렇군요. 제국의 용사는 벌써 20레벨에 가까워졌다고 하니.”
SSS급 용사.
‘검신’의 직업 적성을 지닌 그는, 적성 그대로 직업을 얻었다.
그리고 제국의 무한한 지원을 등에 업은 채, 미친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서우진의 성장 속도는 굼벵이나 다름없을 정도.
‘그래도 질 것 같지는 않아.’
소문으로 들리는 ‘검신’에 대한 얘기는 많았다.
10레벨에 오러를 발현했다던가, 15레벨이 되자 육체가 재구성됐다던가.
하나같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과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적어도 시온에서는 말이다.
“당신이 오러를 발현한 게 7레벨 때였던가요?”
흑검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레벨이 되자, 서우진은 너무도 쉽게 오러를 뽑아냈다.
당시의 충격은 토벌단 전체를 휩쓸 정도였다.
오죽하면 반 슬레인조차 깜짝 놀라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바라봤을까?
그런 서우진을 직접 목도했는데, 소문이라고 믿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 뭐 합니까? 테스테론도 못 이기는데.”
테스테론은 아직 오러 발현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
애초에 오러를 발현할 수 있다면 상급 기사에 머물러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서우진은 테스테론을 이기지 못했다.
“능력과 강함은 별개예요.”
오러를 뿜어대고, 스킬을 난사하면 뭐 하나?
단 한 대도 맞추질 못하는 것을.
테스테론의 강함은 단순히 능력의 고하로 정의할 수 없었다.
“테스테론 경은 우진 씨가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많은 전투를 경험했으니까요.”
지난 토벌 기간 동안, 서우진 역시 많은 전투를 치렀다.
하지만 매년 최전선에서 목숨을 걸고 전투를 해온 테스테론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였다.
“그래서 직접 전투를 겪으며 강해지는 방식을 고집한 걸 테고요. 버스가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만약 우진 씨가 버스를 탔다면……. 아마 저도 이기지 못했을 거예요.”
레벨은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올렸을 것이다.
제국의 검신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러면 뭘 하는가?
하급 기사인 아일린에게도 처발릴 게 뻔했다.
덩치만 큰 어린아이.
기사들이 보기에 버스를 탄 용사들은 딱 그 정도에 불과했다.
“지금의 당신이라면, 그 검신이라는 자와 붙어도 이길 수 있을 거예요.”
“……그럴까요?”
“영주님의 말씀이니 확실해요.”
반 슬레인이 그리 말했다면 믿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좋겠지만요. 그나저나, 오늘도 레벨 업은 못 할 것 같네요.”
9레벨이 된 이후,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아직 레벨 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토벌 속도는 역대급으로 빨랐지만, 일일이 전투를 통해 사냥을 해야 했기에 상대적으로 느렸던 것이다.
“스노울 같은 녀석들은 이제 거의 경험치도 안 주는 것 같고.”
몬스터를 사냥할 때마다 차오르는 고양감.
그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스노울보다 훨씬 위험한 에라스를 잡을 때도 그러니, 레벨 업 속도가 느릴 수밖에.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은데요.”
반 슬레인이 얼음 벌레를 죽였을 때를 떠올렸다.
스노울 100마리를 사냥하는 것보다, 얼음 벌레 한 마리가 훨씬 많은 경험치를 주었다.
사냥이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는 둘째 문제다.
중요한 것은 격이 높은 몬스터를 잡는 것.
그래야만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무슨 방법… 흑염! 이라도 있나요?”
말을 하던 서우진은 한쪽으로 도망가던 에라스 한 마리를 검은 불길로 태워 버리며 물었다.
“내일은 드레이카스의 영역에 진입하거든요.”
“……드레이카스요?”
아룡종 드레이카스.
처음 만났을 때는 죽음을 절로 떠올릴 정도로 강력한 몬스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도움을 조금 받으면 충분히 사냥이 가능하다.’
서우진은 그렇게 판단했다.
놈이 강력한 지배자 급의 몬스터이긴 하지만, 서우진 역시 엄청난 성장을 이룩했기 때문이었다.
“위험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서우진은 약한 소리를 내뱉었다.
사냥이 가능하다고 해서 피해를 입지 않는단 뜻은 아니었으니까.
지금 그가 걱정하는 것은 자신이 아닌, 병사들이었다.
“저들도 이곳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에요.”
경험만 놓고 본다면, 아일린보다도 뛰어난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첫날에는 예상치 못한 등장이었기에 피해가 좀 있긴 했지만, 제대로 준비를 한 상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서우진과 아일린은 토벌이 진행되는 동안, 그야말로 미친 듯이 움직였다.
조금이라도 병사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자신들이 검을 한 번 더 휘두르면, 한 명이 살 수 있다는 각오.
덕분에 병사들의 피해가 크게 줄었다.
“이제 에라스도 토벌이 끝난 것 같네요.”
아침부터 시작된 전투가 저녁이 다 되어서야 마무리되었다.
워낙 많은 숫자였던 데다, 놈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신경쓰며 전투를 벌였기에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하지만 결국은 모조리 잡아냈다.
“오늘도 이렇게 끝났네.”
서우진이 흑검을 갈무리하며 말했다.
유독 긴 하루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투만 반복했으니, 그렇게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내일을 위해서 이제 휴식을 좀 취해야 할 것 같은데요.”
내일은 드레이카스를 토벌하는 날이다.
처음 만났을 때는 공포와 두려움에 떨기만 했지만…….
‘이제는 좀 달라졌지.’
레벨이 올라서가 아니다.
마음가짐.
토벌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지금, 가장 많이 변화한 건 바로 그것이었다.
이제 몬스터의 살기 앞에 벌벌 떨기엔, 어깨에 짊어진 생명의 무게가 너무도 무거웠으니까.
“이제 전장 정리를 하고 우리도 좀 쉬죠.”
“그러죠. 내일은 토벌의 마지막 날이니까요.”
아일린의 말에 서우진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일이 마지막입니까?”
“맞아요. 예정보다 훨씬 빨리 토벌이 끝났거든요.”
“…그렇군요.”
서우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본래라면 뛸 듯이 기뻐해야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죽은 병사들의 가족을 떠올린 것이다.
“우진 씨.”
아일린이 서우진을 불렀다.
그러곤 단호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그날의 일은 나중에 생각해요. 지금은 휴식부터. 그리고 내일 있을 드레이카스 토벌만 생각하세요.”
아일린의 말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요.”
지금은 토벌에 집중할 때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