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02)
201화.
[신성왕국이 제국에 선전포고를 했다!]그 믿지 못할 소문은 순식간에 대륙을 휩쓸었다.
“아이에르가 왜?”
“헛소문이겠지. 마왕의 강림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사람들끼리 치고받고 싸울 리가 없잖아.”
“그런 것치고는 너무 소문이 구체적이잖아.”
“어허, 참! 다 헛소리래도!”
믿는 이와 믿지 않는 이.
사람들의 반응은 그렇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지만 불안해하고 있다는 건 모두가 같았다.
마지막으로 벌어졌던 전쟁은 50년 전이다.
그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벌어지지 않았다.
모든 국가가 힘을 합쳐 마왕의 강림에 대비해야 할 시간에, 서로 다투고 있을 틈이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강림 전쟁이 코앞으로 다가 온 지금.
아이에르가 제국과 전쟁을 벌인다니?
두 강대국의 전쟁 소식에 대륙 전체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아이에르의 국경에 병력이 집결되고 있습니다.”
“…수는?”
아그나는 요원의 보고에,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비벼 끄며 물었다.
“지금까지 확인된 수는 5만에 달합니다.”
“이 빌어먹을 놈들이 정말로 해보자는 건가?”
아그나가 헛웃음을 지었다.
물경 5만.
어마어마한 병력이었다.
그 뒤를 바칠 아이에르의 신성기사단과 사제단을 생각해 보면, 더욱 강력해질 게 분명했다.
하지만 아그나는 두렵지 않았다.
이곳은 제국이었으니까.
5만이 아니라 50만의 병력도 가능한 대륙 유일의 초강대국.
게다가 제후국들의 병력까지 합치면 100만도 가능하다.
5만은 분명 많긴 했지만, 제국이나 아그나의 입장에선 크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제국은 혼란에 빠졌다.
“대체 무슨 생각일까?”
지금 전쟁을 벌인다는 건, 다 같이 죽자는 말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죄송합니다. 아직 아이에르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너에게 물은 것이 아니다.”
자신도 짐작하지 못하는 것을, 일개 요원이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데르한에서는 어찌 나온다고 하지?”
제국과 아이에르 사이에는 데르한이라는 왕국이 존재했다.
문화와 중개무역이 발달한 작은 왕국으로, 아이에르의 병력이 제국에 도달하기 위해선 반드시 이곳을 거쳐야만 했다.
“길을 열어주기로 결정한 듯합니다.”
요원의 대답에 아그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길을 열어?”
지금은 절대 전쟁이 벌어져선 안 된다는 걸 잘 알 텐데.
“아이에르의 태도가 너무도 강경합니다. 만약 길을 열지 않으면 제국에 앞서 데르한을 초토화시키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아이에르에 비하자면 태양과 반딧불 정도의 차이가 나는 데르한으로선,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지원 요청은 오지 않았나?”
“오지 않았습니다.”
만약 제국에 도움을 구했다면, 망설이지 않고 병력을 파견했을 것이다.
하지만 데르한은 자신들의 땅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 듯했다.
아그나는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괘씸하지 않다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만 나가보도록.”
잠시 혼자서 고민을 할 시간이 필요했다.
부하 요원이 인사를 하고 나가자, 아그나는 새로운 담배를 입에 물고는 눈을 감았다.
‘주교, ‘성녀’, 죽음, 전쟁, 서우진.’
이번 일에 관계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키워드를 떠올려 보았다.
석연치 않고 의심스러운 부분은 많았다.
하지만 정확히 ‘이거다!’라고 할 만한 건 없었다.
‘‘성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
웃기지도 않는 명분이다.
용사들이 전쟁을 위한 소모품이라는 걸 모르는 왕은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백성이나 하위 귀족들 정도만이 용사들을 추앙하며 신격화 할 뿐이었다.
‘그것은 마르데타인도 알 터.’
아이에르의 성왕은 그 누구보다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놈이 ‘성녀’의 죽음을 이유로 전쟁을 일으킨다?
지나가던 개도 안 웃을 이야기였다.
‘다른 것을 노리는 게 분명한데.’
그걸 모르겠다.
정말로 성왕이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짓…….
“음?”
아그나의 눈이 번뜩- 떠진다.
“미쳤다?”
보고받은 ‘성녀’의 모습을 떠올려 봤다.
목격자나 살아남은 기사들은 입을 모아 한 가지 공통적인 증언을 했었다.
“‘성녀’가 미쳤다.”
분명 그랬다.
아그나는 혹시 성왕 마르데타인이 ‘성녀’처럼 정말로 미쳐 버려서 전쟁을 벌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헛다리를 짚은 것이긴 했지만, 아예 틀린 말도 아니었다.
마르데타인은 마왕의 추종자고, 그들은 실제로 미쳐 있는 존재들이었으니까.
게다가 현재 크루시엘이 갖고 있는 정보로는 이 정도의 가설이 최선이었다.
“한 번 확실히 알아봐야겠군.”
성왕과 ‘성녀’가 미친 게 사실이라면, 그 원인을 찾아야만 했다.
아그나는 남은 담배를 그냥 꺼버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의를 준비해라.”
문을 나서며 말하자, 대기하고 있던 요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이에르에 잠입해 있는 요원들에게 전해. 모든 정보력을 성왕에게 집중하라고. 놈의 침실에 있는 속옷의 개수까지 모조리 알아내야 한다.”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아그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자신의 부하들이 대답할 시간도 아껴 일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그나는 눈을 번뜩이며 회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더는 폐하를 실망시킬 순 없다.’
일련의 일들로 황제는 그녀와 크루시엘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다.
또 실패할 순 없었다.
‘일단은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부터.’
아그나의 머릿속에 수많은 계획이 스쳐 지나갔다.
* * *
“…전쟁이요?”
서우진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주변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하더니, 전쟁이라는 단어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아이에르가 선전포고를 했어. 아직은 다들 긴가민가하고 있긴 하지만, 위쪽에선 전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지.”
브리아니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설마……?”
“맞아. ‘성녀’의 죽음 때문이야.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런 명분을 내세웠어.”
성유라가 SS급의 중요한 용사이긴 했지만, 그녀가 죽었다고 전쟁까지 일으킬 일인가?
성유라의 목을 베면서 이런 일까진 생각해 보지 못했기에, 서우진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브리아니는 서우진의 속내를 눈치채곤 고개를 저었다.
“‘성녀’가 죽었다고 전쟁을 일으킨다는 건 말이 안 돼. 그냥 핑계일 뿐이야. 그러니까 네가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 돼.”
위로하듯 말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도저히 안정이 되질 않았다.
아이에르의 진짜 속셈이 무엇이든, 모든 빌미를 자신이 준 건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만약 정말로 제국과 아이에르 사이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대체 몇 명이나 죽을까?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콱- 하고 막혀오는 듯했다.
“지금 크루시엘에서 조사 중이야. 갑자기 많은 일이 한 번에 터지는 바람에 정신없이 돌아가는 중이란다.”
덕분에 서우진에 대한 관심이 조금 멀어졌다.
스트레인과의 전투도, ‘성녀’를 죽인 이유에 대해서도.
당분간은 서우진을 조사할 여력이 없을 것이다.
“…그건 잘됐네요.”
서우진이 자조 섞인 미소를 지었다.
“자책하지 말고. 지금 생각할 건 이 전쟁으로 인해, 훗날 발생할 일에 대비하는 거야.”
브리아니의 말에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전쟁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해서 다른 것을 생각할 정신이 없었기에, 그녀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
“분명 수많은 피해가 발생할 거야. 제국이 강력한 국가이긴 하지만, 아이에르도 결코 만만찮거든.”
제국을 제외하면 대륙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강대국.
그런 곳과 싸우는데 피해가 적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이 전쟁이 끝나면. 혹은 전쟁 도중에라도.”
브리아니는 입술을 짓씹으며 서우진을 쳐다봤다.
“마왕이 강림할 수 있어.”
“아…….”
강림 전쟁.
그것은 국가와 국가의 전쟁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할 것이다.
살아 숨 쉬는 모든 존재와 용사들이 힘을 합쳐도, 승리를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서로 싸워서 전력을 깎아 먹은 상태에서 마왕이 강림한다면?
“그러면 전쟁에서 패할 수도 있어.”
브리아니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음…….’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질 것 같진 않았다.
자신이라면 어떻게든 마왕을 막아 강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마왕화’라는 사기적인 스킬이 있었으니, 크게 걱정이 되지도 않았다.
물론 지금 당장은 힘들고, 조금 더 성장을 해야겠지만…….
‘하지만 피해는 엄청나겠지.’
전쟁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서우진이 마왕을 막아낼 수 있다 하더라도, 힘이 약해진 세계는 몬스터와 마수들에게 수많은 희생을 치러야 할 터.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브리아니의 말을 들어보면, 전쟁을 막을 방법은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
“피해를 최소화시켜야지.”
그리고 최대한 빨리 전쟁을 끝낸다.
“성왕이라는 놈의 목을 따면요?”
아이에르에 잠입해 성왕을 암살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전쟁을 일으킨 주체가 사망하면, 전쟁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그러자 브리아니는 그럴 줄 알았다며 듯 웃었다.
“그럼 더 발광할걸?”
지금이야 ‘성녀’의 죽음이라는 거짓명분이지만, 성왕이 죽는다면 정말 복수전이 된다.
믿음과 충성으로 중무장한 아이에르 전체가 제국에 몰려올 게 뻔했다.
그것은 최후의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지속될 것이고.
브리아니의 말에 서우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럼 피해를 어떻게 해야 줄일 수 있는데요?”
“용사들은 전쟁에 나설 수 없어.”
대륙의 모든 국가가 합의한 내용이다.
[용사는 한 국가에 귀속되지 않으며, 강림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사사로운 목적에 투입할 수 없다.]이 합의가 존재하는 이상, 용사들은 국가 간 전쟁에 끼어들 수가 없었다.
“이렇게 된 마당에 합의는 무슨.”
서우진이 코웃음을 쳤다.
아이에르를 가만히 두었다간 세상이 멸망할지도 모르는데, 그딴 약속을 지켜야 한다니.
“대신 너나 다른 용사들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있긴 해.”
브리아니의 말에 서우진은 그게 무엇이냐는 듯 쳐다봤다.
“훈련.”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 들려왔다.
“…훈련?”
“정확히 말하자면, 아카데미에서 실시하는 토벌 훈련이란다.”
서우진은 여전히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브리아니는 설명해 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잠시 후면 요른이 발표할 거야.”
그저 기대하라는 듯한 표정으로 웃음을 지을 뿐.
“자세히 좀 얘기해 주면 안 돼요?”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어야, 미리 대비라도 할 수 있었다.
그러자 브리아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훈련지는 데르한 왕국이야.”
“어? 데르한이라면?”
서우진은 머릿속으로 대륙의 지도를 떠올렸다.
“맞아. 제국과 아이에르 사이에 있는 조그마한 왕국이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