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03)
202화.
서우진은 곧바로 제국이 뜻하는 바를 알아차렸다.
“진입로를 틀어막겠다는 뜻인가 보네요.”
합의문에 따르면, 용사들은 국가 간의 전쟁에 참가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만약 먼저 공격을 받는다면?
자신들을 안전을 위해 반격하는 건 합의문에 위반되지 않는다.
“정확해.”
침공 경로에 있는 데르한에 용사들이 주둔한다면, 아이에르는 결코 쉽게 진격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용사들과 조금이라도 트러블이 생긴다면, 그대로 제국과 용사들을 한 번에 상대해야 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사라진 백시우와 죽은 성유라를 제외한, 98명의 용사.
아이에르는 결코 그 전력을 감당할 수 없었다.
“너희가 그곳에 가는 것만으로도 전쟁을 억제할 수 있어.”
브리아니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크루시엘에서 짠 작전인가요?”
“맞아.”
서우진이 묻자, 브리아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그냥 싹 다 밀어버리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단다.”
제국에도 강경파는 있었다.
아니, 온건파보다 강경파의 세가 훨씬 더 강했다는 쪽이 더 정확하다.
그들은 감히 싸움을 걸어온 아이에르를 용서하지 말고, 모조리 쓸어버릴 것을 주청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다른 때면 모를까, 지금은 그래선 안 됐으니까.
전력의 손실을 우려한 황제가 직접 그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다행히 아그나가 좋은 작전을 생각해 냈지 뭐니?”
확실히 좋은 작전이었다.
아이에르가 죽으려고 환장하지 않은 이상, 결코 용사들을 건드릴 생각은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데르한에 훈련할 곳이 있긴 한가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최소한 갖출 건 갖춰야 했다.
몬스터 한 마리 없는 곳에서 훈련을 한답시고 머물 순 없었다.
지금 용사들에게 가장 시급한 건 바로 성장이다.
이 중요한 시기에 언제까지 시간을 낭비할 순 없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다행히 훈련을 할 만한 곳이 있긴 해.”
브리아니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마경은 아니지만, 꽤나 많은 몬스터가 모여 있는 평원이 있어.”
“…평원이요?”
지금까지 본 몬스터들은 대부분 숲에 있었다.
숲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북방을 제외하곤 그랬다.
그런데, 평원이라니?
그런 곳을 지금껏 가만히 놔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뭐랄까, 그곳의 몬스터들은 조금 특이하거든.”
“특이하다는 게 무슨 뜻인데요?”
서우진이 묻자, 브리아니는 머리를 긁적이다 대답해 주었다.
“지성이 있는 존재들이야.”
지성이 있는 몬스터라니?
“일종의 부족사회를 이루고 있어. 덕분에 선을 넘지 않으면서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했지.”
“고블린 같은 놈들인가요?”
무리를 이루는 몬스터들은 몇 번이나 본 적이 있었다.
북방에서 만난 스노울 같은 놈들도 그랬고, 게랄드를 처음 만났을 때 마주한 고블린도 그랬다.
하지만 브리아니는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가 아니야. 인간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뛰어나. 실제로 음지에선 거래도 한다는 소문이 있어.”
“그 정도면 몬스터로 분류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요?”
“네 말도 일리가 있긴 한데, 그래도 놈들의 본성은 어디까지나 몬스터야. 지금까지 건드리지 않은 건 놈들이 선을 넘지 않았다는 것도 있지만, 애초에 용사들을 훈련시키기 위함이기도 해.”
이번 기회에 전쟁도 억제하고, 훈련도 시킬 생각인 듯했다.
“그래서 어떤 놈들인데요?”
서우진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묻자, 브리아니의 입에서 너무도 익숙한 단어가 흘러나왔다.
“오크. 정확히 말하자면 에이션트 오크라고 불리는 녀석들이야.”
RPG게임이나 소설에서 안 나오면 서운할 정도로 유명한 몬스터였다.
지금까지 안 보인다 했더니, 죄다 그곳에 모여 있는 모양이었다.
“대충 2만 마리 정도 되는 숫자야. 그 정도면 용사들이 한동안 토벌을 병행한 훈련을 하기에 충분한 수지.”
98명이 상대하기엔 지나치게 많았지만, 용사들의 수준을 생각하면 딱 적당할 듯했다.
“그럼 언제 출발하나요?”
“허가가 떨어졌으니, 잠시 후에 요른이 발표한 뒤 바로 내일 출발할 예정이야.”
한동안 또 아카데미를 벗어나 있어야 할 듯했다.
‘하긴, 이젠 아카데미 안이라고 사건이 안 벌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굳이 여기에 붙어 있을 이유가 없었다.
서우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리 이동할 준비를 해두는 것이 나을 듯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스으으윽-
갑자기 브리아니의 그림자가 위로 솟구쳐 올랐기 때문이었다.
“…스트레인?”
그것을 눈치챈 브리아니가 눈살을 찌푸리며 그림자를 노려보았다.
서우진이 스트레인과 한바탕 싸웠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우진.”
그림자에서 서우진의 이름이 흘러 나왔다.
하지만 적의나 전의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할 말이 있다는 느낌만 전해져올 뿐이었다.
“뭔데?”
암공을 향한 예의 따위는 개에게 줘버린 지 오래였기에, 반말로 그에게 물었다.
스트레인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폐하께서 찾으신다.”
그 말에 서우진과 브리아니가 움찔- 했다.
“이유는?”
서우진은 황제를 경계한다.
‘루덴 가르도’를 하사했을 때부터 줄곧 그러했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서우진을 찾는다?
더욱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네가 한 말의 대답을 듣고 싶다면, 그냥 따라오는 것이 좋을 것이다.”
더는 자신을 건들지 말라는 경고.
스트레인은 그것을 황제에게 전했고, 그에 대한 대답을 직접 하겠다는 뜻이었다.
서우진은 잠시 고민을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바로 가지.”
서우진이 스트레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브리아니는 할 말이 많은 눈치였지만, 결국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황족이라는 그녀의 입장 상, 황제의 뜻에 반하는 일은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다녀올게요. 아, 이 녀석에 대해서는 갔다 와서 말씀드릴게요.”
서우진은 휘라테온을 가리키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하고는, 스트레인의 옆에 섰다.
그림자가 몸을 뒤덮는다.
그리고 이내, 두 사람이 나타난 곳은 신궁의 입구였다.
* * *
마르테스의 인형 같은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바로 방금 전, 스트레인이 가지고 온 소식 때문이었다.
“전쟁이라…….”
마르테스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결국은 혼돈이 찾아오고야 말았구나.”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루페라에의 입을 빌어 성왕에게 경고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채 도달하기도 전에, 성왕은 기어코 일을 벌이고 말았다.
“더는 지켜만 보고 있을 순 없을 듯하다.”
강림 전쟁 때까지는 가만히 숨죽이며 힘을 키우고 싶었건만.
성왕이 세상에 혼돈을 가져온 이상, 자신과 하늘탑이 움직여야 했다.
그래야만 혼돈을 조금이라도 걷어낼 수 있었다.
“바르시크.”
마르테스는 자신의 충실한 수족인 마도사의 이름을 불렀다.
그와 동시에, 하늘탑의 마력이 움직이며 바르시크를 눈앞에 소환했다.
“음?”
무언가 연구하고 있던 중이었을까?
바리스크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르테스를 확인한 그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 곧바로 인지를 하고는, 허리를 숙였다.
“탑주를 뵙습니다.”
“인사는 되었느니라.”
마르테스는 바르시크의 극진한 예에 손을 휘저었다.
“이야기는 들었을 것이니라.”
무엇에 대한 것인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바르시크는 바로 알아들었다.
“아이에르에 대한 이야기라면, 그렇습니다.”
바르시크는 하늘탑 내에서도 그 위상이 대단한 자였다.
그런 존재가 세상 밖의 떠들썩한 소문을 듣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듯하니라.”
“크루시엘에서 대책을 세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들었습니다.”
굳이 자신들까지 나서야 하냐는 뜻이 숨어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마르테스는 고개를 저었다.
“부족하다. 아이에르의 성왕은 결코 쉽게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을 터.”
어떻게 해서든지 제국을 침공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밀고 들어올게 분명했다.
그녀의 예감은 그리 말하고 있었다.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마르테스의 말은 진리다.
적어도 바르시크를 비롯한 하늘탑의 마법사들에게는 그러했다.
마르테스가 저리 말한다면 반드시 그럴 것이다.
바르시크는 조금 더 심각해진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마르테스는 잠시 고민하듯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러곤 선언했다.
“하늘탑을 열 것이니라.”
그 말에 바르시크의 두 눈이 부릅떠진다.
“하지만 아직 강림의 날까지는 시간이…….”
하늘탑이 열려야 할 때는 따로 있었다.
지금은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 힘을 키울 때였다.
그런데 이토록 급작스럽게 하늘탑을 열다니?
바르시크로선 반대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르테스는 자신의 말을 철회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이 아니면 늦다.”
저들은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짐작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나 처절하고 안타까운 죽음들이 이 땅에 펼쳐질지.
그로 인해 이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 모든 것을 홀로 예견한 마르테스는 망설일 수가 없었다.
“…맹세의 헌장을 개방하겠습니다.”
하늘탑의 제89계층에 있는 맹세의 헌장.
그곳에서는 하늘탑에 관련된 중대한 대사를 결정짓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회의실이었다.
하지만 참가할 수 있는 인원은 탑주인 마르테스를 제외하면 고작 삼십이 명에 불과했다.
모두가 대마법사와 마도사로 이루어진, 세계 최고의 마법사이자 현자였다.
바르시크가 그런 장소를 개방한다는 건, 지금 당장 결정하기보단 다른 마법사들과 의논을 해보자는 뜻이었다.
“너의 뜻대로 하거라.”
마르테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이런 커다란 일을 혼자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진 않았다.
홀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그리했겠지만…….
‘수만의 목숨이 달려 있으니.’
최대한 신중하고 확실하게 일을 진행해야만 했다.
“그럼 지금 바로 공지를 내리겠습니다.”
“서두르거라. 시간이 없느니.”
“알겠습니다.”
바르시크는 곧장 공간이동을 사용해 마르테스의 앞에서 사라졌다.
혼자가 된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건만…….”
무려 100명의 용사가 소환되었을 때.
세계는 환호했다.
그 어떤 때보다 많은 수의 용사를 소환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당장에라도 마왕을 막아내고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마르테스는 이번이 가장 힘든 고비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판데모니엄의 지배자와 혼돈의 왕이 동시에 나타났으니.’
어쩌면 이 세계는 멸망할지도 모른다.
“그런 미래를 맞이하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겠구나.”
가장 첫 걸음이 바로 하늘탑을 열고, 마법사들을 세상에 내보내는 일이었다.
마르테스는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법사들과 회담을 진행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마르테스가 이동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자, 하늘탑의 마력이 움직였다.
그녀와 탑은 이미 하나의 존재나 다름없었다.
화아아악-!
밝은 빛이 뿜어졌고, 마르테스는 어느새 89층에 도달해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