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05)
204화.
이곳에 있는 용사들 중 데르한 왕국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기초 교육을 받을 때 대륙의 지리를 모두 숙지했으니까.
심지어 아이에르의 선전포고 이후, 더욱 모를 수가 없게 되었다.
데르한이 아이에르에게 길을 열어주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데르한으로 훈련을 떠난다?
대부분의 용사들은 괜히 전쟁에 연루될까 불안해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조금 똑똑한 이들은 훈련장소가 데르한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단번에 제국의 의도를 눈치챘다.
“이거 설마?”
계수지도 그런 똑똑한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녀는 입을 벌리고 서우진을 쳐다봤다.
자신이 생각하는 게 맞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마 맞을 겁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지아가 끼어들었다.
“뭐가 설마예요? 그리고 뭐가 맞고요?”
그녀는 둘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제국은 우리를 방파제로 쓸 모양이야.”
계수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네?”
“아이에르의 침공 경로에 우리를 박아두고, 전쟁을 억제하겠다는 뜻이겠지.”
계수지의 말에 이지아의 눈이 커졌다.
“아니, 그게 말이 돼요? 우리를 그런 데 쓰겠다고요?”
말이 억제지, 이건 그냥 인간 바리케이드 아닌가?
만약 그랬다가 정말로 전쟁에 휘말리게 되면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지아는 얼굴까지 붉히며 요른을 노려보았다.
자신들을 이용하려는 사실에 분노를 참지 못하는 듯했다.
“괜찮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때, 서우진이 나서며 이지아를 진정시켰다.
“어떻게 걱정을 안 해요? 만약에 정말 만에 하나라도 우리가 그런 전쟁에 휩쓸리게 되면 어떻게 해요?”
강림 전쟁과는 다르다.
국가 대 국가의 전쟁에서는 자신과 같은 사람을 죽여야 하니까.
그것도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용사들의 힘을 생각해 보면, 그런 전쟁은 일방적인 학살이 될 게 분명했다.
이지아는 그런 일에 결코 가담하고 싶지 않았다.
“네가 걱정하는 일은 절대 발생하지 않을 거야. 우리는 그냥 가서 몬스터 토벌을 하고, 레벨을 올리는 것에만 집중하면 돼.”
“그걸 어떻게 확신하죠?”
이번엔 계수지가 물었다.
그녀 역시 이지아와 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음…….”
서우진은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할지 고민했다.
아이에르가 무슨 짓을 저지르기 전에 자신이 다 해결할 것이라 말할 순 없었으니, 다른 이유를 대야만 했다.
“아이에르도 생각이라는 걸 할 테니까. 만약 우리를 건드리면 그 나라는 끝장이 날 텐데, 어떻게 건드리겠어?”
이것이 제국에서 가장 바라고 있는 상황이었다.
용사들을 확인한 아이에르가 차마 공격하지 않고 그냥 돌아가는 것.
“정말 그렇게 될까요?”
계수지는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전쟁이라는 것이 그렇게 이론적으로 돌아가기만 하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겁니다. 분명히.”
서우진이 확신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서우진의 단호한 대답에 계수지는 잠시 머뭇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서우진이 저렇게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판단한 듯했다.
“우진 씨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지금까지 서우진이 보여준 모습을 생각해 보면, 이번에도 믿을 만했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다시 한번 이지아를 안심시켰다.
“잡담은 모두 끝났나요?”
그때, 요른이 이쪽을 보며 말했다.
용사들의 시선이 이쪽에 집중됐다.
“아, 네. 죄송합니다.”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하자, 요른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이번 훈련에 대한 계획을 이어 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용사들은 불안과 기대를 안고 데르한으로 떠나기 시작했다.
* * *
“필로얀이 돌아왔다고?”
마르데타인은 미테온 주교의 보고를 듣고는 식사를 끝마쳤다.
“지금 곧장 성왕 전하를 알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생이 많았겠군.”
제국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그곳에서 잡히지 않고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루페라는?”
“추기경 역시 필로얀 주교와 함께 전하를 알현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마르데타인은 고개를 저었다.
“준비는 무슨. 지금 곧장 들어오라 전해라.”
“하지만…….”
이곳은 주교와 만나기에 적절한 장소가 아니었다.
“지금 그런 허례를 따질 정도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던가?”
조금이라도 빨리 필로얀에게 제국의 상황을 전해 들어야만 했다.
“생각이 짧았습니다.”
미테온은 송구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이곤, 곧장 필로얀과 루페라를 불러들였다.
“성왕 전하를 뵙습니다.”
필로얀은 딱딱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으며 마르데타인을 향해 예를 갖추었다.
“대략적인 이야기는 들었다. 임무에 실패했다고?”
질책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호의가 가득 담겨 있는 표정이었다.
애초에 하늘탑에서 알을 탈취하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저 사자가 부탁했기에 들어주는 시늉이라도 했을 뿐이었다.
“‘성녀’를 잃은 것은 안타깝게 되었다.”
이건 진심이었다.
그녀를 통해 많은 것을 계획해 놓고 있었는데,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망스럽진 않았다.
‘성녀’의 죽음으로 그 모든 계획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은 피해를 입힐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죽여주시옵소서, 전하.”
쿠웅-!
필로얀은 자신의 머리를 땅에 박으며 죄를 청했다.
“머리를 들어라.”
물론 마르데타인은 필로얀을 죽일 생각 따윈 해본 적도 없었다.
‘이런 충실한 노예를 죽이긴 왜 죽이나? 쓸모가 다 할 때까지 써먹어야지.’
속으로 음흉한 속내를 감추며 다시 한번 명했다.
“머리를 들고 나를 봐라, 필로얀.”
그제야 필로얀이 고개를 들었다.
주르륵- 하며 이마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쯧.”
마르데타인은 혀를 차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순백의 신성력이 흘러나오며, 그의 상처를 순식간에 치유했다.
필로얀이 감격한 표정을 짓는 것이 보였다.
“임무를 실패하고, ‘성녀’를 잃은 것은 안타까우나. 나에겐 그보다 네가 더 중하다. 그러니 함부로 육체를 손상시키지 말도록.”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필로얀은 당장에라도 눈물을 흘릴 듯한 기색이었다.
그것을 본 마르데타인이 얼른 말을 이었다.
다 늙은 노인의 눈물 따위를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허나 감히 신의 뜻을 이어받은 우리 왕국을 무시한 제국은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
“신들도 같은 생각이옵니다.”
필로얀과 미테온이 함께 외쳤다.
“그래서 제국에게 그 책임을 묻고자 하니, 너는 그때에 너의 죄를 모두 청산하라.”
“저 오만방자한 제국에게 주신의 뜻을 똑똑히 보여주고 오겠나이다.”
필로얀은 자신이 마치 신의 사도라도 되는 것처럼, 비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가라. 제국을 징벌하려면 준비할 것이 많을 터.”
“명을 받드옵니다.”
필로얀과 미테온은 마치 신탁이라도 받은 것처럼 감격한 표정으로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났다.
이제 남은 것은 뒤쪽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던 루페라뿐.
마르데타인은 그녀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설명해라.”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음성.
자비와 인자함은 사라지고, 광기와 살기만이 남았다.
루페라는 흠칫- 몸을 떨더니, 입을 열었다.
“마공이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마르테스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저도 파악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그녀는 성왕께서 계획하고 계신 일도 이미 예상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마르테스는 분명 성왕에게 ‘여기서 멈추라’고 전하라 했다.
루페라는 마르테스가 모든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 늙은 마법사는 점점 더 괴물이 되어가는 듯하군.”
마르데타인도 초극의 경지에 이른 이후, 예지에 가까운 예감을 느낄 때가 있었다.
하지만 하늘탑의 괴물은 그 수준을 넘어섰다.
정말 미래를 모두 읽고 있을지도 모른다.
“임무는 그 괴물 때문에 실패했고, ‘성녀’는 어떻게 된 거지?”
“…서우진이라는 이름의 용사가 그녀의 목을 베었습니다.”
“서우진?”
마르데타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이내 손뼉을 짝- 하고 쳤다.
“우리 일을 방해했던 그놈의 이름이군.”
한두 번이 아니다.
서우진이 엮인 모든 일이 틀어지거나 실패했다.
심지어 사도들 중 셋이나 죽었고, 여룡조차도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그러니 서우진이라는 이름을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사자가 꽤나 신경을 쓰는 듯하던데, 자세히 한 번 알아봐야겠다.”
“그리하겠습니다.”
루페라가 대답하자, 마르데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의 대처는?”
선전포고를 한 지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제국에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물밑에서야 바쁘게 움직이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진 겉으로 보이는 행동을 하진 않고 있었다.
병력조차 모으지 않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용사들을 이용할 계획인 듯합니다.”
“…용사?”
마르데타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놈들은 분명 인간들의 전쟁에선 사용하지 못할 텐데?”
제국의 멍청이들은 결코 용사들을 자국 방어의 목적으로 사용할 엄두도 내지 못할 터였다.
그런데 용사를 이용한다?
“데르한으로 보내 훈련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이 제국을 벗어나 아이에르로 돌아오기 전.
그녀가 들은 마지막 소문이었다.
“뭐? 하하하!”
제국이 노리는 것을 단번에 파악했다.
“아그나의 머릿속에서 나온 계획인 듯하구나.”
크루시엘의 수장이라면 그런 계책을 짜낼 만했다.
실제로 용사들을 데르한에 파견 보내놓으면, 아이에르의 입장에선 쉽사리 진격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성왕이 평범한 인간이었을 경우에나 적용되는 말이었다.
“이 기회에 사제들도 정리하고, 용사의 수도 줄이면 되겠군.”
마르데타인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마왕의 추종자.
이 세계를 멸망시키는 일에 가장 앞장선 괴물 중 하나였다.
그런 마르데타인에게 용사의 억제력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제국을 직접 타격할 수 없다는 건 아쉽지만, 용사의 수를 줄이는 것이면 보상으론 충분하지.”
씨익-
입꼬리가 양옆으로 길게 찢어졌다.
인간의 것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기괴한 미소였다.
“루페라.”
“명하십시오.”
“가서 사자에게 전해라. 용사들의 수를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으니, 지원이 필요하다고.”
평범한 기사와 병사로는 아무리 많아도 용사를 상대할 수 없었다.
수가 적다면 모를까, 그들은 무려 98명이나 되었으니까.
그러니 이쪽에서도 용사들을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의 무기를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 바로 전하겠습니다.”
루페라가 대답한 뒤 바로 움직이려는데, 마르데타인의 이어진 음성이 그녀를 붙잡았다.
“아, 별궁에 있는 싸가지 없는 년에게도 소식을 전하도록.”
“…혹시 누구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마르데타인이 저렇게 표현하는 존재라면 사도들 중 한 명일 게 분명했다.
“제노니아. 그 미친년이 아이에르에 와 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