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06)
205화.
데르한은 제국의 동쪽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주 작은 왕국이었다.
국토의 면적은 제국의 1/10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병력은 그보다도 적었다.
하지만 매우 부유한 왕국이기도 했다.
강대국들 사이에서 무역외교를 하며, 상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굶어 죽는 백성은 존재하지 않았고, 지난 수십 년간 평화로운 일상을 지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활발하던 시장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한산해졌고, 항상 환하던 사람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졌다.
그 이유는 하나.
바로 제국과 아이에르가 전쟁을 벌인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우리가 길을 열기로 했다면서?”
“망할 신성왕국 놈들. 우리를 얼마나 얕봤으면 그딴 요구를…….”
“대체 우리 윗대가리들은 무슨 생각으로 길을 열어주겠다고 한 거야?”
“어쩔 수 없잖아. 그렇지 않으면 우리부터 친다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차라리 제국에게 병력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는 편이 나았을 텐데.”
“그랬다가 여기서 전쟁이 벌어지면? 왕국 전체가 쑥대밭이 될 순 없잖아.”
백성들은 두 사람 이상이 모이면 그에 대한 말을 떠들어대기 바빴다.
“그나저나 그 소식 들었나?”
“또 무슨 소식이 있어?”
누군가 조용히 속삭였다.
“용사들이 온다더군.”
“뭐? 그 용사가 말인가?”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용사들이 온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우리를 도와주려고?”
“에이, 설마. 그냥 훈련하러 온다고 하더라고.”
소문은 용사들의 이동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데르한 전체로 퍼져 나갔다.
아이에르에 대한 불안감과 더불어, 용사들을 직접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점점 차오를 때쯤.
서우진을 비롯한 98명의 용사가 데르한에 들어섰다.
“여기도 게이트가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그쵸?”
이지아가 투덜거렸다.
“기차도 꽤나 재미있었잖아.”
“그래 봐야 기차인걸요. 게이트가 훨씬 신기하고, 편하고, 빠르고. 정말 전 대륙에 게이트 설치 의무화 같은 법이 정해졌으면 좋겠어요. 매번 이동할 때마다 이렇게 고생하지 않게.”
그녀의 말에 주변 동료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황제한테 한번 건의해 봐. 아니면 하늘탑의 탑주한테 해보던가.”
구동환이 아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둘의 실제 나이 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덩치만 보면 마치 아빠와 딸 같은 느낌이었다.
“이번 일 끝나면 정말 한 번 얘기해 볼 거예요.”
이지아가 야무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별로 안 좋네요.”
그때, 계수지가 끼어들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용사들끼리 웃고 떠들기에는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도 어두웠기 때문이었다.
물론 용사들을 보고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는 이들도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였다.
“전쟁 때문인가?”
“아무래도 그렇겠죠.”
구동환 역시 사람들의 표정을 확인하곤 얼굴을 굳혔다.
“아이에르의 힘에 굴복해서 국경을 열어주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 이유도 클 겁니다.”
서우진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한국이 데르한과 같은 상황에 처했다고 하면, 자신들 역시 분노했을 테니까.
“아저씨, 정말 아이에르를 막을 수 있을까요?”
“걱정하지 말라니까.”
데르한의 분위기에 이지아가 다시 걱정이 드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자신들이 전쟁에 휘말릴지 모른다는 사실보단, 일반인들이 희생될 수도 있는 상황이 더 걱정되는 듯했다.
“그런 일이 벌어졌다간, 제국뿐만 아니라 다른 왕국들에서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진 않을 걸?”
마왕의 강림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전쟁을 벌이려는 것도 용납하기 어려운데, 아무런 잘못도 없는 왕국의 백성들까지 건드린다?
주변 왕국들이 결코 참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이에르에게 남은 미래는, 오직 멸망밖에 없었다.
“이쪽입니다.”
서우진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루데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는 가장 선두에서 다른 교관들과 함께 용사들을 인솔하는 중이었다.
“이곳을 통해 토벌지를 이동할 예정입니다.”
루데인이 가리킨 것은 이동마법진이었다.
제국의 게이트와 비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작은 크기였기에,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사람은 고작해야 두세 명이 전부일 것 같았다.
“교관들이 먼저 이동해 주변을 확보한 뒤, 차례대로 이동을 시작하겠습니다.”
루데인은 그 말과 함께 예정되어 있던 순서대로 이동마법진을 통해 교관들을 이동시켰다.
“다행이네.”
계수지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이지아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게 있을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참아보는 건데.”
괜히 투덜거렸다가 참을성이 부족한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 분 오십시오.”
서우진과 동료들은 비교적 앞쪽에 있었기에 빠르게 순서가 다가왔다.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서우진은 이지아, 김다혜와 함께 이동마법진에 올라섰다.
“준비되셨으면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루데인은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하늘탑에서 몇 번이나 경험해 본 이동마법진이었기에, 서우진은 당황하지 않고 몸을 내맡겼다.
화아아악-!
밝은 빛과 함께 주변의 풍경이 변했다.
“…초원이네요?”
아직 적응하지 못했는지, 이지아가 눈을 빠르게 끔뻑이며 말했다.
“자르바 평원이야.”
서우진은 요른이 말한 지명을 다시 한번 알려주었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먼저 이동해서 기다리고 있던 기사들이 서우진과 일행을 한쪽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이미 베이스캠프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 짧은 사이에 어떻게 만든 것인지, 용사들의 숫자에 맞춰 고급 텐트까지 펼쳐져 있었다.
“이곳에서 쉬고 계십시오. 잠시 후 모두 도착한 이후에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기사는 정중한 인사와 함께 몸을 돌려 사라졌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이지아가 문득 물었다.
“우리가 사냥할 몬스터가 뭐라고 했었죠?”
아까 요른이 이야기할 때 분통을 터트리느라 바쁘더니, 중요한 건 하나도 듣지 못했나 보다.
“에이션트 오크.”
“아, 오크?”
그녀 역시 오크라는 이름은 들어봤는지 오- 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도 알아요. 그 돼지머리 같은 거죠? 막 취익! 취익! 하고?”
대체 뭘 보고 그런 이미지를 갖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지아가 생각하는 오크와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키는 한 3미터쯤 되고, 돼지보다는 인간과 비슷하게 생겼지. 녹색 피부에 어금니가 길게 자라나 있다는 건 다르지만. 아, 취익 같은 소리는 안 내.”
서우진의 설명에 이지아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소설이나 게임에서 나오는 오크를 생각하면 큰 코 다칠지도 몰라. 놈들은 지능도 뛰어나고, 전투 센스 또한 엄청나다고 하니까.”
브리아니의 말에 의하면, 그야말로 전투 종족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몬스터라고 했다.
에이션트 오크 한 마리가, 잘 훈련된 병사 30명과 맞먹을 정도의 전력이라고 하니 말이다.
그런 놈들이 물경 2만.
아무리 용사라 하더라도,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전력이었다.
“그 말이 맞습니다.”
어느새 자르바 평원으로 넘어온 루데인이 서우진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오셨습니까?”
서우진이 아는 체하자, 루데인 역시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곤 이지아에게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자르바 평원의 에이션트 오크는 데르한 홀로 토벌하기엔 지나치게 강력한 몬스터들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토벌을 하지 못한 건가요?”
이지아가 물었다.
“그건 아닙니다. 일부러 방치한 부분도 있었죠.”
그 말에 이지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그런 놈들이 있으면 위험할 것 같은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긴 합니다.”
루데인은 에이션트 오크들을 지금껏 놔둔 이유에 대해 말해주었다.
자신들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고, 주변에 큰 피해를 끼치지 않으며, 지능이 있어 서로 도움이 될 때도 있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훗날 여러분의 성장을 위한 밑거름으로 쓸 예정이었습니다.”
일종의 사냥터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물론 그것이 지금은 아니었습니다만…….”
본래대로라면 최소한 6개월에서 1년 후 쯤에나 실행되었을 계획이었다.
그때쯤 되면 큰 위험 없이 놈들을 토벌하며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그것이 아이에르 덕분에 훨씬 앞당겨졌다.
“물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러분 역시 저희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했으니 말입니다.”
특히나 서우진의 동료들은 그 성장 속도가 눈부실 정도였다.
다른 이들과 비교해도 최소한 1.5배 이상은 더 빨랐다.
덕분에 다른 용사들 역시 자극을 받아 전체적으로 성장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이 정도면 예상보단 빠르긴 해도, 토벌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갖추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게다가 저희 역시 최대한 지원을 할 것이니, 위험한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루데인의 말에 서우진은 속으로 혀를 찼다.
저들은 아직도 용사들을 온실 속의 화초처럼 키우고 있었다.
용사 한 명, 한 명이 너무도 귀중한 전력이기에 아끼는 것은 이해하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감싸고돌면 정작 실전에선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을 텐데.’
아카데미에서도 그 부분을 감안해 최대한 실전경험을 쌓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몇 번이나 사선을 넘어온 서우진이 보기엔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다.
‘지금 그런 얘기를 꺼낼 필요는 없겠지.’
다른 용사들과 달리, 서우진의 동료들은 충분한 훈련을 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까지 생각할 의리도, 여유도 없었다.
“모두 무사히 이동을 끝마친 것 같군요.”
이동마법진이 작긴 했지만, 워낙 용사들의 인원이 적다 보니 이동은 금세 끝났다.
아직 지원을 위한 기사들이 넘어오고 있긴 했지만, 중요한 용사들이 모두 도착한 이상 더 이상의 대기는 의미가 없었다.
“그럼 전부 모이셔야겠습니다.”
한동안은 자르바 평원에서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러니 준비할 것도 많았고, 토벌을 위한 정확한 정보 전달을 해야만 했다.
“아, 그리고…….”
루데인이 서우진을 향해 다가왔다.
그러곤 아무도 듣지 못하도록 조용히 속삭였다.
“폐하께서 서우진님의 행동은 자유롭게 두라 명령하셨습니다.”
그로선 왜 황제가 이런 명령을 직접 내렸는지 짐작도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에게 묻진 않았다.
황명이니, 의심하지 않고 따를 뿐이었다.
“알겠습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의 부탁을 들어주려면 개인행동이 필수적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걸리지 않도록 밤에만 움직여야겠지만, 자유로운 행동을 보장해 준다면 훨씬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을 터.
서우진은 루데인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시작을 해야 할까?’
아직 아이에르는 침공을 시작하지 않았다.
국경에 5만이 넘는 병력을 집결시켜 놓을 뿐이었다.
하지만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그들의 진격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놈들이 데르한에 들어오면.’
그때부터 서우진이 움직여야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검은 존재’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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