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08)
207화.
“이쪽인가?”
서우진은 밤을 달렸다.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하지만 서우진은 만족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이럴 땐 대공이나 암공의 능력이 부러워지네.”
그 둘의 능력이라면 순식간에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텐데.
서우진의 스킬 중에는 그런 게 없었기에, 그냥 발로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저 멀리 밝은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응?”
도시였다.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어둠을 밝히기 위한 전등 덕분에 꽤나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잠깐 들러볼까.’
데르한의 국경지대까지는 서우진의 속도로도 며칠은 걸릴 만큼 멀었다.
그때까지 쉬지 않고 계속 달릴 순 없었으니, 잠깐 저 도시에 들러 필요한 것들을 사고 정보수집도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서우진이 누군가에게 묻자, 바람이 불어왔다.
살랑-
귓가를 간지럽힌 바람이 어깨에 내려앉았다.
삐익.
휘라테온이었다.
녀석은 그동안 서우진의 혼돈기를 꽤나 많이 먹었는지, 외형이 상당히 변해 있었다.
토끼를 닮은 커다란 귀와 똘망똘망한 검은 눈동자.
그리고 앙증맞은 네 개의 다리까지.
푸른색의 복슬복슬한 털까지 합쳐져 귀엽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삐익삐익-!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며 우는 모습이 마치 서우진의 말에 동의하는 듯했다.
“좋아. 그럼 잠깐 들러서 좀 쉬다 가자.”
서우진이 웃으며 휘라테온의 턱을 간지럽혔다.
삐이익.
기분이 좋은지 눈을 감고 서우진의 손길을 즐긴다.
이런 귀여운 녀석이 전설의 신수라니.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별다른 능력도 없고.’
지금 휘라테온이 할 수 있는 건, 고작해야 바람 속에 몸을 숨기는 것 정도였다.
그동안 녀석이 흡수한 혼돈기의 양을 생각해 보면, 가성비가 나빠도 너무 나빴다.
뭐, 그래도 귀여우니 상관없긴 했지만 말이다.
“테온, 잠깐 몸을 숨기고 있을래? 사람들이 보면 놀랄 테니까.”
삐익!
게다가 말도 잘 들었다.
휘라테온은 알았다는 듯, 공중에 몸을 띄우고는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마치 증발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휘라테온이 자신의 주위에서 바람을 타며 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놓치지 말고 잘 따라와.”
서우진의 발이 땅을 박찼다.
신형이 쭈욱- 늘어나는 듯한 착각과 함께, 순식간에 멀어졌다.
그리고 그 뒤를 휘라테온이 따랐다.
서우진에 비해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 가공할 속도로.
도시의 밤은 밝았다.
문화와 예술의 왕국답게, 변방의 작은 도시였음에도 상당히 화려했다.
물론 서우진은 별다른 감흥을 보이지 않았다.
이곳이 아무리 화려하다 한들, 서울의 밤거리와는 비교할 수 없었으니까.
그저 제국과는 조금 다른 도시의 모습이 신기할 뿐이었다.
‘조용하네.’
하지만 화려한 것은 겉모습뿐이었다.
이 화려한 도시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수는 극히 적었고, 그나마 보이는 이들의 표정도 그리 좋지 못했다.
‘당연한 건가?’
전쟁이 벌어졌다.
그것이 비록 데르한에서 벌어진 게 아니라고는 하지만, 평범한 백성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그 전쟁을 하기 위한 길을 자신들의 왕국이 열어주었으니, 더욱 실감이 날 것이다.
‘딱히 놀러 온 건 아닌데, 그래도 좀 아쉽네.’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조금 더 재미가 있었을 텐데.
잠시 도시를 둘러보던 서우진은 더는 볼 게 없다고 생각하곤 여관을 찾기 시작했다.
“돈은 넉넉하니까.”
가죽 주머니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금화가 들어 있었다.
역시 황제라고 해야 할까?
덕분에 서우진은 앞으로 돈 걱정 따위는 할 필요가 없어졌다.
‘본래부터 해본 적이 없는 것 같긴 하지만.’
돈이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니까.
가죽 주머니의 묵직함을 즐기며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니, 한 커다란 건물이 눈에 띄었다.
“여관인가?”
안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서우진은 여기가 여관이었다는 생각을 하며 그곳으로 다가갔다.
“어서 오십쇼!”
문을 열고 들어가자, 다행히 이곳은 고급스러운 여관이었다.
손님은 없는지, 주인 홀로 외롭게 테이블을 정리하다 서우진을 발견하곤 큰 소리로 인사를 했다.
그러다 흠칫- 몸이 굳었다.
서우진의 허리춤에 있는 검을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이내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타지인이신가 봅니다?”
“아, 네. 식사를 하고 방도 하나 잡고 싶은데.”
순간 주인의 눈동자가 빠르게 서우진을 훑었다.
과연 서우진이 돈을 지불할 능력이 되는 사람인지 확인하는 듯 했다.
“이쪽으로 오십쇼.”
서우진이 걸치고 있는 코트는, 무려 황제가 하사한 것이었다.
성능도 성능이었지만, 디자인 역시 고급스러웠다.
주인은 그것을 알아봤는지, 안심한 표정으로 서우진을 안으로 안내했다.
“식사는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서우진이 테이블에 앉자, 메뉴판을 펼치며 물었다.
“음…….”
메뉴판을 보던 서우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뭐가 뭔지 모르겠네.’
죄다 처음 보는 음식들이었다.
결국 서우진은 주인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추천하는 메뉴가 있을까요?”
“아, 그러시면 저희 가게의 자랑인…….”
기나긴 설명이 이어졌다.
‘결국 양고기 스테이크라는 거잖아.’
서우진은 속으로 헛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주세요.”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주인은 얼굴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걸 보며 상당히 비싼 음식인 듯했다.
“혹시 술은…….”
“시원한 맥주 한 잔.”
뭔가 또 값비싼 와인 종류를 추천하려는 것 같았기에, 서우진은 재빨리 맥주를 주문했다.
그러자 주인이 입맛을 다시며 되돌아갔다.
혼자가 된 서우진은 가게 안을 둘러봤다.
‘역시 꽤나 고급 여관이야.’
제국에서 들렀었던 곳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이곳 역시 상당히 고풍스러웠다.
그렇게 구경을 하고 있는데, 입구 쪽이 소란스러워졌다.
‘손님인가?’
서우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
동시에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후,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벌써 3일째 비상이야. 이게 말이 돼?”
들어온 사람은 세 명.
‘기사다.’
붉은색의 갑주를 입은 것으로 봐선 이 도시에 상주하고 있는 기사들인 듯했다.
‘경지는…….’
하급 기사였다.
그것도 간신히 턱걸이를 할 정도로 낮은 수준.
이제 막 기사 서임을 받은 이들인 것 같았다.
“이 미친 아이에르 놈들은 왜 갑자기 전쟁을 일으키고 X랄이야.”
“‘성녀’가 죽었다잖아.”
“그런데 왜 제국한테 시비를 거냐고!”
그들은 계속해서 투덜거리며 익숙하게 테이블에 앉았다.
“아이고, 오셨습니까?”
안에서 서우진의 요리를 준비하고 있던 주인이 뛰어나오며 허리를 굽혔다.
“항상 먹던 걸로 좀 줘.”
“알겠습니다. 곧장 내오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이 여관의 단골인 듯했다.
“지금 상황은 어떻대?”
“나 같은 말단이 어떻게 알겠냐.”
“그래도 넌 참모부 쪽에 배정되었으니까 들은 게 있을 거 아니야.”
“정확하겐 몰라. 그냥 주워듣기로는 아주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단다. 광신도 놈들.”
서우진의 표정에 호기심이 서렸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온 곳에서, 의도치 않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 어디라는데?”
“마르네.”
기사의 대답에 다른 동료들의 눈이 커졌다.
“뭐? 벌써 마르네까지 왔다고?”
“그게 가능해? 5만이라며! 그 인원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보급이고 뭐고. 그냥 냅다 이동만 한단다.”
“그럼 병사들 식량은?”
“현지 조달.”
기사의 대답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런 X새끼들이!”
“우리를 털어먹으면서 진군하고 있다고?”
분노가 터져 나왔다.
‘흠…….’
그들의 말을 듣던 서우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생각보다 빠른데.’
기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예상했던 것보다 좀 더 빨리 놈들을 마주칠 것 같았다.
‘조금 더 서둘러야겠군.’
최대한 제국과 먼 곳에서 놈들을 몰아내야만 한다.
괜히 놈들의 접근을 허락했다간, 무슨 변수가 생길지 몰랐으니까.
“자, 여기 맥주부터 드리겠습니다.”
그때 주인이 나오며 서우진에게 맥주잔을 건넸다.
“아, 감사합니다.”
서우진은 그것을 받아 들었다.
‘시원하네.’
마치 냉장고에 들어 있던 걸 갓 꺼낸 것처럼 시원했다.
“크으!”
맥주를 한 모금 크게 머금고는 삼키자, 특유의 씁쓸한 맛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맛있구만.’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라 그런지, 꽤나 만족스러웠다.
“여기 맥주 한 잔만 더 주세요!”
“알겠습니다!”
서우진은 맥주를 더 주문하고는 다시 잔을 들어 올리다, 문득 주변이 조용해졌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응?’
시선을 돌리자, 기사들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 보는 분인데.”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그들은 이제야 서우진을 발견한 듯했다.
‘경계인가?’
요즘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낯선 이에 대한 경계심이 든 모양이었다.
심지어 서우진은 검까지 차고 있었으니, 더욱 그럴 터.
“그냥 여행 중인 사람입니다.”
서우진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런 시기에 여행을?”
“그 전쟁이 저랑 상관있는 일은 아니니까요.”
서우진의 말에 기사들의 표정에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
철없는 귀족의 자제 따위가, 세상물정도 모르고 한가로이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물론 서우진은 그런 오해를 풀어줄 생각 따윈 없었기에, 그저 천진한 웃음을 지으며 맥주를 들이켰다.
“아, 그런데 혹시 아이에르 놈들의 이동경로가 어떻게 되는지 알고 계십니까?”
“하, 그건 왜?”
서우진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예의는 갖다 버린 태도였다.
“그걸 알아야 그쪽은 피할 것 아닙니까? 괜히 그 근처에 있다가 휘말리고 싶진 않으니 말입니다.”
“이……!”
기사들 중 한 명이 화를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는데, 서우진의 행동이 한발 빨랐다.
탱-!
금화가 허공을 날았다.
세 기사의 시선이 그것의 궤적을 따라 이동했다.
땡그랑-!
서우진은 그들의 테이블에 떨어진 금화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물론 가르쳐 주신다면, 합당한 대가를 지불할 생각이고요.”
그 말에 기사들의 분노가 눈 녹듯 사라졌다.
“아, 그게 그러니까…….”
참모부 쪽에 소속되어 있다는 기사는, 자신의 기억을 빠르게 더듬었다.
그리고 잠시 후.
서우진은 여관을 나왔다.
“금화 세 개치고는 꽤 쓸 만한 정보를 많이 얻었네.”
기사들은 자신들이 주워들은 것들을 쉴 새 없이 떠들었다.
그러다 보니 신빙성이 그리 크진 않았지만, 아예 모르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아쉽게도 머물다 갈 시간은 없을 것 같고.”
아이에르의 진군 속도가 서우진의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쉴 시간을 아껴 이동해야, 제 시간 안에 목적한 곳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휘라테온.”
살랑-
바람이 불어왔고, 서우진은 걸음을 옮겼다.
“가자.”
둘은 이내, 도시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