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1)
#20화.
“사주 경계.”
조한의 명령에 그의 백인대에 소속된 병사들이 자세를 낮추고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드레이카스의 영역에 들어온 겁니까?”
서우진이 낮은 음성으로 조한에게 물었다.
“맞네. 이제부턴 최대한 은밀하게 행동해야 하지.”
드레이카스의 영역은 매우 넓다.
덕분에 10미터에 달하는 놈의 거대한 육체도 쉽사리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정찰하는 것이다.
“보통 드레이카스를 발견하는 데 얼마나 걸립니까?”
“운이 좋으면 한두 시간 내에 찾을 수 있을걸?”
“……운이 나쁘면요?”
“내일쯤?”
오차가 너무 큰 거 아닌가 싶었다.
“너무 걱정은 하지 말라고. 그래도 그간 토벌 경험이 쌓여서 보통 몇 시간 내로 찾고는 하니까.”
조한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그는 베테랑 중 베테랑 병사였으니까.
“놈을 발견하면요?”
백인대 하나로는 놈을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바로 후퇴지.”
그 후 본대와 합류해 토벌을 진행한다.
“그런데 드레이카스는 기사단만 있어도 충분히 토벌이 가능한 거 아닙니까?”
처음 만났던 놈도 기사 셋이서 상대하지 않았던가.
“그건 영역을 벗어난 놈이니까 가능했던 거고. 자기 영역에 있는 드레이카스는 또 달라.”
“어떤 게요?”
설마 똥개도 자기 집에선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 따위는 아닐 테고.
“일단 다른 몬스터들이 있겠지.”
“……다른 몬스터?”
“지배자 급 몬스터란 칭호는 그냥 붙은 게 아니라고.”
드레이카스는 실제로 자신의 영역에서 수많은 몬스터를 ‘지배’하고 있었다.
“이전처럼 그놈 하나만 상대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뜻이지.”
심지어 그 수와 흉포함은 지금까지 상대해 본 그 어떤 몬스터보다도 위협적이었다.
“아, 얼음 벌레는 제외하고 말이지.”
그 말에 서우진은 입을 다물었다.
조한은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게다가 여기는 놈의 앞마당이지. 지형지물은 물론이고, 날씨와 시간까지 이용해서 습격할 줄 아는 영악함까지 갖췄거든.”
무조건 앞만 보고 닥돌하는 건 자기 영역에서 벗어났을 때나 저지르는 일이라는 말이다.
“확실히 난이도가 올라가긴 하겠네요.”
“그렇지. 강해졌다고 해서 방심하는 건 절대 금물이야.”
‘방심?’
조한의 말에 서우진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이 지금 그 괴물과의 싸움을 앞에 두고 방심할 여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것은 강해졌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얼음 벌레와의 전투 이후, 서우진은 자신의 사전에서 방심이란 단어를 아예 지워 버렸다.
‘그런 일을 다시 반복할 순 없으니까.’
조한은 그런 서우진의 표정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드레이카스 토벌은 그리 위험하지 않았다.
예전에야 많은 피해를 입긴 했지만, 정보가 쌓이고 공략법이 확립된 이후론 전사자도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그럼에도 조한은 서우진에게 잔뜩 겁을 주었다.
괜히 골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정말로 방심하지 말라는 뜻도 있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이제…….”
“쉿!”
조한이 손가락을 들어 서우진의 입을 막았다.
갑작스러운 행동이었지만, 서우진은 그의 뜻을 짐작하고도 남았다.
‘이렇게 빨리?’
드레이카스를 발견한 게 틀림없었다.
조한이 조심스럽게 한쪽을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검은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거리가 꽤 있던 탓에 자세히는 보이지 않았지만, 드레이카스가 분명했다.
“이제 복귀하지.”
조한은 지도를 펼쳐 들고 표시하고는 조심스럽게 뒷걸음질 쳤다.
드레이카스의 시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뛰어나기에, 눈에 띄는 움직임은 피해야만 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생각처럼 쉽게 돌아가지는 않았다.
“……씨발.”
조한이 욕설을 내뱉었다.
분명 다른 쪽을 향하고 있던 드레이카스의 고개가, 지금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발각됐다.
누군가의 잘못이나 실수 때문에 벌어진 일은 아니었다.
그저 단순하게 운이 없던 것일 뿐.
“전투 준비!”
“대장!”
병사들이 경악하며 조한을 불렀다.
고작 백인대 홀로 드레이카스와 전투라니?
그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로서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대로 놈에게서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전원 도주하는 것보단, 한 명을 전령으로 보내고 나머지가 시간을 버는 쪽이 나았다.
아니, 그렇게 해야만 했다.
“부탁하지.”
조한의 시선이 향한 곳은 바로 서우진이었다.
“……뭘 말입니까?”
“지금 바로 본대로 가서 이곳의 정보를 알리라는 뜻이지.”
“거절합니다.”
서우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곳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상급 기사와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으니, 당연히 자신은 남아야만 했다.
“말다툼할 시간 없어! 지금 당장 본대…….”
“그만.”
서우진은 조한의 말을 끊었다.
그러고는 검을 꺼내 들었다.
밤하늘을 벼려 만든 것 같은 흑색의 검날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우진의 눈동자가 드레이카스를 향했다.
놈은 확실히 이쪽을 발견하고는, 침범자들을 응징하기 위해 이쪽으로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뭔가 잘못 알고 계시는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건데요.”
서우진은 손에 든 검을 들어 드레이카스를 겨누며 말을 이었다.
“제가 남아 있어야 모두가 삽니다.”
* * *
“……정찰이라니요?”
아일린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되물었다.
“들은 그대로다. 서우진은 오늘 새벽 제4백인대와 함께 정찰 임무를 수행하러 출발했다.”
테스테론은 아일린과 마찬가지로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설마, 몰랐나?”
“저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습니다.”
“이 망할 놈이…….”
아일린의 대답에 테스테론의 표정이 더욱 구겨졌다.
“난 영주님께 가봐야겠다. 넌 일단 본대에 대기 중인 병사들을 모아라.”
아일린도 떼어두고 혼자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건지 모르겠다.
‘서우진 씨!’
아일린은 테스테론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막사를 빠져나왔다.
‘아무리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서우진이 성장한 건 인정한다.
얼마 전까진 검도 제대로 쥘 줄 몰랐던 사람이, 지금은 상급 기사와 견줄 정도였으니까.
적어도 아일린, 자신보다는 강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우진이 테스테론이나 제라드 급의 강자라는 건 아니었다.
비록 그 두 사람은 아직 다루지 못하는 오러를 발현하긴 했지만, 아직 경험이 일천하니까.
그런데 이렇게 혼자 단독 행동을 해?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이 북방에서?
아무리 옆에 베테랑인 조한과 백인대 병사들이 있다고 해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만약 정찰을 나갔다가 무슨 일이 생긴다면?
“늦기 전에 찾아야 해.”
아일린은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서우진이 시온에 맡겨진 용사란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전우.
한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함께 싸워온 전우이자 동료로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제발 아무 일 없길…….’
아일린은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 * *
‘아, 이건 아닌데.’
조한은 서우진의 등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용사는 절대 이곳에서 죽으면 안 된다.
이번엔 100명이나 소환되어 예전처럼 유일한 희망 같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간 쌓아온 정이 있지 않은가?
시온 태생이 아니니 매시브 가디언에서 뼈를 묻기로 맹세를 한 것도 아니었고.
그러니 어떻게든 서우진을 본대로 돌려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것을 거부했다.
‘할 수만 있었으면 힘으로라도 보냈을 텐데…….’
이젠 힘으로도 안 된다.
자신의 백인대 전부가 덤벼도 못 이길 정도로 강해졌으니까.
서우진의 고집에 조한은 어쩔 수 없이 발이 빠른 병사 한 명을 전령으로 삼고, 본대로 보냈다.
더 시간을 끌었다가는 정말 아무도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게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네.”
“걱정 마세요. 제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
자신의 걱정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서우진의 음성은 태연해 보였다.
“지금이라도 도주하면 용사 양반은 살 수 있을…….”
“괜찮다니까요.”
서우진이 웃으며 말했다.
드레이카스는 이제 지척에 다다랐다.
점점 가까워지는 놈의 살기에 오금이 다 저려오는 와중에 저런 미소라니.
조한은 서우진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날부터였던가?’
서우진은 변했다.
그 어떤 기사와 병사들보다 앞장서 전투에 참여했으며, 목숨을 아끼지 않고 몸을 내던졌다.
아니, 차라리 죽길 바라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병사들은 느리니 도망을 치다 모두 죽겠지만, 서우진은 다르다.
그의 신체 능력이라면 살아서 본대까지 가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남았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옵니다.”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드레이카스는 눈 깜짝할 새에 바로 코앞까지 들이닥쳤다.
“방패 들어어!”
조한은 곧장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흐읍!”
잔뜩 긴장한 병사들의 기합 소리와 함께 단단한 방벽이 만들어졌다.
‘그래 봐야 한 번?’
놈의 돌진을 막는 것은 그게 한계일 것이다.
‘두 번째에선 죽겠지.’
조한이 침을 삼켰다.
아무리 죽음을 각오한 지 오래됐다고는 하지만, 막상 그것이 눈앞에 다가오니 몸이 떨려왔다.
“충돌에 대비……!”
“제가 먼저 갑니다.”
서우진은 병사들을 독려하려던 조한의 외침을 끊고는, 병사들 앞으로 나섰다.
“자, 잠깐!”
콰아앙-!
굉음이 터져 나왔다.
10미터에 달하는 괴물과 이쑤시개처럼 보이는 검이 충돌한 결과였다.
그 충격에 바닥에 소복이 쌓여 있던 눈이 튀어 올라 허공을 자욱하게 수놓았다.
‘어떻게 됐지?’
순간적으로 가려진 시야에 조한은 눈을 부릅뜨고 정면을 살펴봤다.
서우진이 일격에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기사 급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으니, 최소한 몇 번의 공격은 막아낼 수 있……?
“휴우.”
눈발 속에서 서우진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음성.
“너, 생각보다 그렇게 세진 않구나?”
모습을 드러낸 서우진은 검 한 자루로 드레이카스의 돌진을 막아낸 채, 자리에서 단 한 발자국도 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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