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10)
209화.
병사들의 표정에 공포가 떠올랐다.
‘검은 존재’.
아이에르에서는 단순히 헛소문으로만 치부했던 존재가 눈앞에 있었다.
일격에 수백의 병사를 불태워 버린 ‘검은 존재’의 힘은, 듣던 것보다 훨씬 무서웠다.
“여룡을 죽였다더니…….”
누군가 중얼거렸다.
이제는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검은 존재’는 실재했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신들과 적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오, 오이언 경을 찾아라!”
“총사령관께 보고해!”
“대열을 갖춰라! 정신 차리고 대열을 갖춰!”
뒤늦게 정신을 차린 기사들이 고함을 치며 병사들을 독려했다.
이대로 가만히 서서 당할 순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병사들 역시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허둥지둥 대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래도 한때 제국의 라이벌이라고 불렸던 국가라 그런지, 병사들의 행동은 절도 있고 신속했다.
“X랄들 한다.”
서우진이 코웃음을 내뱉었다.
저들의 힘으론 자신을 막을 수 없었다.
백 명이든, 천 명이든, 만 명이든.
‘마왕화’를 한 힘은 아이에르 전체와 홀로 싸워도 될 정도로 강력했으니까.
“나를 상대하려면 수호자 급 정도는 데려와야지.”
그것도 최소한 셋 이상은 있어야 어느 정도 싸움이 성립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에르에는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가 없었다.
아니, 딱 한 명.
성왕 마르데타인만이 초극의 경지에 올랐다고 여겨질 뿐이었다.
그가 직접 친정을 나섰을 리가 없으니, 이 도시에서 서우진을 감당할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어떻게 할까?’
그냥 여기서 보이는 족족 다 쳐죽일 수도 있었다.
솔직히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게 문제일 뿐, 능력 자체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럼에도 서우진은 망설였다.
‘내가 할 일은 저놈들의 진격을 막는 거지, 모두 죽여 버리는 건 아니니까.’
아무래도 황제는 후자를 바라는 것 같았지만, 그랬기에 더욱 거부감이 들었다.
그냥 적당히.
더는 제국 쪽으로 향할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로만.
“그거면 충분하겠지.”
서우진은 고민을 끝내고는 검을 들었다.
병사들이 움찔- 하며 몸을 떠는 것이 보였다.
“이제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아무런 죄도 없는 이들을 약탈하고, 강간하고, 침략한 죄.
“죽어라.”
날개가 펄럭이며, 서우진의 신형이 가장 선두에 서 있는 병사의 앞에 떨어져 내렸다.
“마, 막……!”
서우진을 코앞에서 마주한 병사가 경악하며 창을 내질렀지만, 허무하게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서걱-!
대신 서우진의 검이 그의 목을 스쳐 지나갔다.
푸화아아악-!
피가 치솟아오르며 붉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X발, 쳐라!”
“죽여! 죽이라고!”
“주신의 이름으로!”
압도적인 공포 앞에 이성이 마비된 병사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대열을 이탈하지 마라!”
기사들이 그런 병사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마치 모닥불을 본 부나방처럼, 병사들은 서우진이라는 이름의 죽음으로 돌진했다.
콰과과과과-!
그들을 향해 검이 대충 휘두르자, 폭풍이 몰아치며 육편이 허공에 비산한다.
단 일검에 수십 명의 병사가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죽을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들은 다리를 움직였다.
“쯧.”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낸 서우진이 혀를 찼다.
‘조금 귀찮은데.’
마음 같아서는 커다란 스킬을 사용해 한 번에 숫자를 줄이고 싶었다.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이 도시에는 아이에르의 잡종들만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백성들은 병사들에게서 도망을 쳐 집으로 숨어들었다.
만약 서우진이 그들의 생사에 관심을 두지 않고, 편하게 숫자를 줄이는 방법을 선택한다면?
백성들까지 휘말릴 게 분명하다.
대가를 치를 건 아이에르의 병사들이지, 그들이 아니었기에 서우진은 결국 귀찮음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 쓸 만한 스킬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는데.’
서우진의 스킬은 하나같이 강력하긴 했지만, 범용성이 좀 부족하긴 했다.
하나 정도는 김다혜처럼 이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스킬이 있어도 좋…….
“응?”
병사들을 썰어대며 잡생각에 빠져 있던 서우진이 문득 고개를 돌렸다.
“이건……?”
심상찮은 기운이 느껴진다.
‘제국의 수호자들보다 강하다.’
이 도시에 초극의 경지에 이른 강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마기?”
방금 느낀 기운은 마력이나 신성력이 아닌, 바로 마기였던 것이다.
“하!”
저만 한 마기를 풍길 놈들은 하나밖에 없었다.
“사도가 있었군.”
게랄드, 레이나, 루운발리 이후 처음 보는 사도였다.
서우진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 너희가 이번 일에 개입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다.”
성유라가 갑자기 미치고, 전쟁이 벌어졌다.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힘과 능력이 있는 놈들은 사도밖에 없었다.
“꺼져라.”
서우진을 중심으로 검이 거대한 원을 그렸다.
서거거거걱-!
달려들던 병사들이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 채 썩은 지푸라기처럼 나자빠졌다.
피가 강처럼 흘러내리기 시작했지만, 서우진은 더 이상 그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쪽이냐?”
대신 마기가 느껴지는 방향을 향해 몸을 날렸다.
날개가 공기를 가르고, 서우진의 신형이 쏘아진 포탄처럼 허공을 날았다.
“잡아!”
“놓쳐선 안 된다!”
서우진이 도망을 치는 것이라 생각한 것인지, 기사들이 의기양양하게 추적을 명령하는 것이 들려왔다.
물론 서우진은 그것을 무시했지만 말이다.
‘어디냐?’
마기가 너무 강력한 탓에, 도시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느껴졌다.
덕분에 마기의 주인이 어디 있는지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마왕화’를 한 서우진의 이목을 속일 정도라니.
결코 평범한 놈이 아니었다.
서우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신룡안’을 발동하려 할 때였다.
우우우웅-!
대기가 진동한다.
“이런.”
날개를 활짝 펼치자 서우진의 신형이 덜컥- 하고 허공에 멈추었다.
그와 동시에…….
콰아아아아아-!
거대한 참격이 치솟아 올랐다.
하늘마저 베어버릴 기세로 튀어나온 참격은, 서우진의 코끝을 스친 뒤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스윽-
코끝에 맺힌 핏방울을 닦아냈다.
그러곤 참격이 날아온 방향을 쳐다보았다.
“너냐?”
교회로 보이는 건물의 첨탑에 올라서서 위를 쳐다보고 있는 여인이 보였다.
그녀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이렇게 피할 줄은 몰랐는데. 소문이 다 과장된 건 아닌가 봐?”
감탄했다는 듯 박수를 쳤지만, 음성에는 조롱이 가득했다.
서우진은 그런 여인을 쳐다보며 천천히 하강했다.
“네가 여룡이랑 루운발리를 죽인 ‘검은 존재’라며?”
사실이냐는 듯 묻는 여인을 향해 피식- 웃었다.
“그러는 너는 누구지? 사도라는 열세 명의 쓰레기 중 하나인가? 아, 이젠 열 명이 됐지?”
서우진 역시 도발로 응수했다.
그러자 여인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나는 제노니아라고 해. 네가 말한 그 쓰레기들 중 하나고.”
서우진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녀는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사도들 중 하나였다.
비록 서우진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지만 말이다.
13사도들 가운데서 가장 강력한 3인 중 한 명으로 말이다.
평소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항상 은둔해 수련만 한다고 알려져 있는 최강의 사도.
그런 제노니아가 데르한에 나타난 것이다.
“네가 여기 있다는 건, 아이에르의 뒤에 너희가 있다는 것으로 여겨도 되는 거겠지?”
“네 마음대로 생각해.”
서우진의 물음에 제노니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검을 들어올렸다.
가냘픈 몸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대검이었다.
‘저 정도면 구동환의 요술봉보다 크겠는데?’
요술봉이라 쓰고 오함마라고 읽는 구동환의 무기가 귀여워 보일 정도의 크기였다.
자신의 두 배는 족히 되어 보이는 검을 들어올린 모습이 기괴했다.
마치 고장 난 물리엔진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제노니아는 서우진을 향해 대검을 겨누었다.
“일단 우린 한번 붙어보자. 네가 그렇게 강하다며?”
현재 서우진은 혼돈기를 끌어올린 상태였다.
‘마왕화’까지 했으니, 그 위압감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일 터.
제노니아 정도의 강자가 그것을 느끼지 못할 리가 없었다.
실제로 그녀는 서우진의 기운에 저항하느라 손끝이 떨려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싸움을 걸어온다.
그 모습에 서우진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어이가 없군.”
다른 사도보다 강한 듯하지만, 고작해야 수호자들보다 조금 강한 정도다.
지금의 서우진이라면, 검을 사용할 것도 없이 손만으로도 찍어 눌러 죽여 버릴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 하찮은 존재가 대체 무엇을 믿고 저런 태도를 취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뭐, 상관없겠지.”
싸가지가 없든, 제정신이 아니든.
어차피 죽일 생각이었다.
괜히 머리를 굴려가며 상대할 가치가 없었다.
“그렇게 빨리 죽고 싶다면, 어서 덤벼.”
서우진이 고개를 까딱했다.
그와 동시에 제노니아가 걸음을 내디뎠다.
콰아아앙-!
힘을 견디지 못한 교회의 첨탑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먼지구름과 함께 제노니아의 신형이 쇄도했다.
후와아아앙-!
대검이 공간을 찢어발기며, 서우진의 목을 향해 짓쳐 들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단순한 베기만으로는 그의 피부조차 뚫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쩌어엉-!
대검이 서우진의 외피에 틀어박혔다.
하지만 그뿐.
단 1㎜도 뚫지 못한 채 그대로 멈추었다.
“…단단하구나?”
제노니아의 눈이 동그래졌다.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건 예상했지만, 이렇게 아예 검이 박히지 않을 정도라는 건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한편 서우진 역시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
‘생각보다 충격이 크다.’
결국 외피를 뚫지는 못했지만, 속으로 전해지는 충격이 심상치가 않았다.
서우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들었다.
스윽-
그러곤 검을 밀어냈다.
“네 이름이 뭐라고 했지?”
서우진이 물었다.
지금까진 어차피 죽일 거라 생각해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호기심이 생겼다.
그러자 제노니아가 씨익- 하고 웃으며,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제노니아.”
“그래, 제노니아.”
서우진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는 강하구나.”
지금까지 만나본 존재들 중 가장 강했다.
아마 비견할 수 있는 사람은, 하늘탑의 마공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게랄드, 레이나, 루운발리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강자였다.
여룡조차도 제노니아의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게 분명했다.
서우진은 조금 진지하게 그녀를 상대하기로 했다.
“그치? 우리 중에 나보다 강한 놈은 하나밖에 없어.”
제노니아보다 강한 사도가 또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다.
하지만 묻지는 않았다.
궁금증을 해결하는 건, 모든 것이 끝난 뒤에 해도 충분하다.
늘어뜨리고 있던 검을 들었다.
“이번엔 네가 한번 받아봐라.”
서우진의 검이 공간을 갈랐다.
모든 것을 찢어발기는 듯한 제노니아의 참격과는 달랐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완벽한 직선을 그리며 하늘에서부터 땅까지 그어졌다.
스거억-!
핏방울이 튀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