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11)
210화.
오이언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시체, 시체, 그리고 시체.
기사와 병사를 가릴 것 없이 모조리 불타고 찢겨져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 수는 족히 일천을 헤아리는 듯했다.
첫 폭발이 일어나고 여기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5분도 되지 않았다.
그사이에 이 많은 이가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대체 누가……?”
오이언이 반쯤 넋이 나간 채로 중얼거리자, 누군가 대답했다.
“괴, 괴물입니다!”
오이언이 대답이 들려온 방향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한쪽 팔이 날아간 채 피를 흘리고 있는 기사 한 명이 신음하며 쓰러져 있었다.
“나이로스.”
자신의 휘하에 있는 신성기사들 중 하나였다.
그는 팔이 잘린 고통보다, 이런 짓을 저지른 존재에 대한 공포가 더 심한 듯했다.
“괴물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지?”
오이언은 나이로스의 치료보다 적의 정체를 밝히는 걸 우선했다.
“‘검은 존재’. 그놈이 나타났습니다!”
나이로스의 대답에 오이언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역시 ‘검은 존재’에 대한 소문은 들어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이언이 다른 이들과 다른 건, 그것을 단순한 헛소문으로만 치부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 생각했고, 실제로 따로 조사까지 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
‘그가…….’
제국의 지나한에서 여룡을 참살하고, 죽음의 숲에서 사도 루운발리까지 죽였다.
이것만 보면, 마왕의 적이라 봐도 무방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검은 존재’는 끔찍한 마기를 흘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마기는 판데모니엄의 기운.
그것을 받아들인 존재는 결코 선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오이언은 ‘검은 존재’를 한 마디로 정의할 수가 없었다.
그저 마왕의 추종자도 아니고 인간의 편도 아닌, 그 중간에 서 있는 무언가라고 판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눈앞의 참상을 직접 목도하니, 자신의 생각이 들린 듯했다.
일천에 달하는 병사들의 죽음.
그런 짓을 태연하게 저지를 수 있는 존재라면, 적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지금은 어디로 갔지?”
오이언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나이로스에게 물었다.
이런 강력한 존재가 고작 병사들 때문에 도망을 갔을 리는 없다.
무언가 다른 목적이 있어 이동했다고 생각하는 편이 타당했다.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오이언은 최대한 빨리 ‘검은 존재’를 찾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로스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팔이 잘려 나간 고통에, 더는 정신을 유지하지 못하고 기절을 해버린 것이다.
눈을 감은 채 쓰러져 있는 그를 잠시 침통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검은 존재’의 행방에 대해 물어볼 만한 사람을 찾아야…….
콰아아아아앙-!
다시 한번 폭발음이 들려왔다.
“크으윽!”
한참 먼 곳에서 일어난 폭발이었음에도, 오이언은 그 충격파에 이를 악다물었다.
‘저기인가?’
아이에르 군에는 이만한 위력의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으니, 당연히 ‘검은 존재’가 분명할 터.
오이언은 망설이지 않고 폭발이 일어난 쪽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갔다.
“오이언 경을 따라라!”
그의 모습을 발견한 기사들이 검을 빼어 들고 뒤쫓았다.
그 수가 무려 2백 명에 달했다.
그 뒤를 따르는 병사들까지 합치면, 천여 명을 헤아렸다.
“모든 병력을 집결시켜라! 총사령관님께 보고하고, ‘검은 존재’를 포위해!”
“폭발이 일어난 쪽이 분명하다! 놈이 결코 이곳을 살아서 빠져나갈 수 없게 해야 한다!”
기사들은 오이언의 뒤를 따르며 주변을 향해 소리쳤다.
아직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하던 병사들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는 약탈을 멈추었다.
물경 5만.
도시에 흩어져 있던 병사와 기사들이 한쪽을 향해 모여들기 시작했다.
서우진과 제노니아가 싸우고 있는 곳으로 말이다.
* * *
콰과광- 콰광-!
묵직한 대검에서 수없이 많은 참격이 쏟아져 내렸다.
서우진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검만 움직여 그것들을 모조리 쳐냈다.
그 충격에 주변의 건물들이 무너져 내리고, 땅이 갈라졌다.
다행스럽게도 이 주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마저도 대부분 전투가 시작되자, 다른 곳으로 대피했고 말이다.
아이에르의 병사들은 제대로 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서우진과 제노니아의 주변에 몰려들었지만, 그들은 싸움에 휘말려 모조리 사망했다.
덕분에 서우진은 마음 편히 싸움에 임할 수가 있었다.
‘확실히 강하다.’
‘마왕화’를 하지 않고, 본신의 힘으로만 상대를 했다면 필패를 했을 정도로 말이다.
‘이런 놈들이 적어도 한 명 이상은 더 있단 말이지?’
제노니아는 자신보다 강한 사도가 있다고 했었다.
새삼 저들의 강력함을 깨달은 서우진은 머리를 노리고 떨어져 내리는 대검을 슬쩍 피하곤 검을 찔러 넣었다.
콰득-!
“커흑!”
검끝에 뼈가 부러지는 듯한 감각이이 느껴졌다.
‘이 정도만 할까?’
대충 수준은 파악했다.
이젠 슬슬 싸움을 끝내고 궁금한 것들을 캐도 될 것 같았다.
“감히 한눈을 팔아?”
그때였다.
제노니아는 서우진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 이를 갈았다.
자신이 형편없이 밀리고 있다는 사실보다, 서우진이 싸움에 충실하게 임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더욱 화가 난 것 같았다.
고오오오오-!
제노니아의 몸에서 마기가 뭉클뭉클 피어올랐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될 수 없을 정도로 짙은 마기였다.
그녀는 손을 들어 피가 흐르는 목을 닦아내며 입을 열었다.
“너무 자만하는 거 아니야?”
제노니아는 피투성이 상태였다.
서우진의 공격을 단 한 번도 막아내지 못했기에, 전신에 검상을 입은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상처를 입으면 입을수록, 더욱 기민한 움직임으로 날카로운 공격을 했다.
그러다 지금.
미소를 지우고 분노를 드러낸 제노니아는, 처음보다 몇 배는 더 강해진 것처럼 느껴졌다.
“네가 강하다는 건 인정해. 하지만 결코 나를 무시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야.”
번뜩-!
대검이 빛살처럼 날아든다.
그 크기와 무게를 생각하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서우진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몸을 비틀었다.
이번엔 가만히 서서 아무렇지도 않게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핏-!
하지만 놀랍게도 제노니아의 대검이 조금 더 빠른 듯했다.
서우진은 뺨에서 느껴지는 화끈함에 자신도 모르게 손을 올렸다.
“…피.”
붉은 피가 뺨에 맺혀 있었다.
벌써 두 번째다.
제노니아의 공격에 피를 흘린 것이.
처음에는 방심하다 예상치 못한 참격에 당했다 치더라도, 이번에는 아니다.
충분히 경계하고 있었고, 언제든 피해낼 자신이 있었다.
그럼에도 상처를 입은 것이다.
‘대단한데.’
‘마왕화’를 한 서우진은 전능에 가까운 일을 할 수 있었다.
아이에르의 5만 군세를 모조리 도륙할 수도 있었고, 시간만 충분하다면 제국도 홀로 무너뜨릴 수 있다고 확신했다.
수호자 급의 강자가 셋 이상이 합공하는 것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상처 하나 없이 상대할 자신이 있었는데…….
제노니아는 그런 서우진을 상대로 두 번이나 상처를 입혔다.
비록 생채기에 불과할지라도, 이건 대단한 일이었다.
“미안하군.”
서우진은 순순히 사과했다.
전력을 다할 상대는 아니라고 판단해 힘을 아낀 것과 전투 도중에 잡생각에 빠진 것.
“대신 지금부터는 진심으로 상대해 주지.”
그냥 서서 기계처럼 검만 휘두르는 것이 아닌, 자신의 모든 힘을 다 보여줄 생각이었다.
“그러니 버텨봐라.”
혼돈기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으으윽!”
제노니아의 마기 따위는,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자신을 노려보는 제노니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천공검.”
서우진이 전력을 다한다면, 그 강함은 어느 정도나 될까?
초극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모든 힘을 개방한 서우진의 공격을 정면에서 막아낼 수 있는 존재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도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 불과했고, 수호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암공도 서우진에게 패배를 했으니까.
반 슬레인을 비롯한 숨겨진 강자들을 모두 합해도, 그 수는 다섯 명을 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왕화’를 한 서우진이라면 어떨까?
심지어 모든 스킬을 사용한다면?
그 결과가 데르한의 작은 도시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
끔찍할 정도로 거대한 검이 허공에 떠올랐다.
그 수는 단 하나.
하지만 수십 미터는 족히 되는 것 같은 압도적인 크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두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그것은 오이언도 마찬가지였다.
최상급에 달하는 실력을 지닌 기사였음에도, 그는 심령을 압도하는 검의 위용에 걸음을 멈추었다.
“저, 저건 뭐란 말이냐…….”
자리에 주저앉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그의 뒤에 있던 기사와 병사들은, 위압감을 견디지 못해 그대로 쓰러져 버렸으니까.
오이언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검끝이 겨누고 있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여자 한 명과 인간이 아닌 것이 있었다.
‘저게 ‘검은 존재’인가?’
듣던 대로의 외형이었다.
저런 모습을 지니고 있는 건, 마왕의 권속 밖에 없을 듯했다.
불길한 회색빛의 기운이 숨통을 조여오는 것만 같았다.
‘저 여자는 누구지?’
자신은 제대로 쳐다보기도 힘들 정도의 존재와 싸우고 있는 여자.
오이언은 떨리는 눈동자로 그녀의 모습을 관찰하다, 결국 입을 벌리고 말았다.
“제노니아!”
피의 학살자.
그랑데르의 마녀.
그리고 13사도의 수좌.
자신의 몸보다 두 배는 더 커다란 대검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검은 존재’와 싸울 정도로 강력한 여자는 그녀밖에 없었다.
‘이게 어떻게……?’
제노니아는 마왕의 추종자다.
그런 그녀가 ‘검은 존재’와 대적하고 있었다.
“정말 마왕의 권속이 아니란 말인가?”
오이언의 눈이 서우진을 향했다.
“그럼 대체 정체가 무어냔 말이냐?”
오이언이 물었지만, 그에 대한 대답을 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답을 기대하고 물은 건 아니었는지, 그는 그저 허공에 떠올라 있던 거대한 검이 떨어져 내리는 장면을 멍하니 바라봤다.
“피, 피해라!”
그러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뒤를 향해 소리쳤다.
그냥 크기만 커다란 검이 아니다.
저것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기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아득했다.
만약 검이 떨어진다면, 그냥 땅이 파이고 말 정도로 끝나진 않을 것이다.
거기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이곳을 벗어나야만 했다.
하지만 늦었다.
뒤에 있던 이들은 모두 제정신이 아니었고, 그나마 이성의 끈을 부여잡고 있던 이들도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으니까.
그것은 오이언 역시 마찬가지였다.
떨리는 다리를 바쁘게 움직여 봤지만, 그의 육체는 의지를 배신했다.
털썩-
결국 오이언은 얼마 가지 못하고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동시에, 검이 대지와 충돌했다.
콰아아아아아앙-!
마치 세상이 멸망하는 것 같은 거대한 충돌음과 함께, 하늘과 땅이 뒤바뀌는 충격이 도시를 뒤흔들었다.
‘주신이시여…….’
오이언은 깜깜해져 오는 시야를 느끼며, 신을 찾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