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14)
213화.
“아이에르에서 그러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분밖에 없다.”
오이언은 확신에 가득찬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게 누구지?”
“성왕 전하.”
세 명의 주교가 아무리 큰 권력이 있고, 그 이하 추기경들의 세력이 크다고 한들 상관없었다.
아이에르를 영도하는 절대 권력은 단 한 명.
성왕 마르데타인에게 있었으니까.
“제국과의 전쟁? 성왕 전하께서 결정하지 않으셨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오이언의 대답에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성왕이라는 놈이 배후일 확률이 높겠군.”
“…배후?”
오이언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이 전쟁은 ‘성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함이었다.
오이언 역시 정말 이상하고, 무모한 결정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슨 음모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지는 않았다.
성왕이 직접 결정한 일이었으니까.
감히 그 누가 그분의 뒤에서 일을 꾸밀 수 있단 말인가?
적어도 오이언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서우진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주신에 대한 믿음도 없었고, 성왕에 대한 맹목적인 충심도 없었기에 훨씬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상황만 보자면 의심할 이유가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로 많았다.
“누군가 성왕을 조종하고 있던가, 처음부터 결탁했을 수도 있지. 그것도 아니라면…….”
성왕 자체가 마왕의 추종자일 수도 있고.
서우진은 뒷말을 속으로 삼켰다.
오이언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는 걸 본 것이다.
‘계속 얘기했다간 칼부림이 나겠구만.’
오이언은 충성심이 하늘을 찌르는지, 이 전쟁에 대해 미심쩍어 하는 와중에도 성왕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괜히 성질을 건드려서 대화를 끝낼 필요는 없지.’
아직 궁금한 것이 많았다.
다행히 오이언은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으니, 꽤나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우진은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질문을 이어갔다.
한참 동안이나.
* * *
“오이언! 오이언 경은 어디 있나!”
슈테오른은 벌게진 얼굴로 오이언을 찾았다.
이 와중에도 아직 술에서 깨지 않았는지, 혀가 잔뜩 꼬여 있는 음성이었다.
“아직 도시 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합니다.”
신성기사 중 한 명이 다급하게 보고했다.
“무엇이?”
슈테오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오이언은 아이에르 군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 있는 기사였다.
그 말은 곧,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최고의 방패라는 뜻과 일맥상통했다.
그런 기사가 아직도 도시 내에 있다니?
왠지 발가벗겨진 느낌이 들어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기사와 병사들은? 모두 이탈한 건가?”
“살아남은 대부분의 병력이 도시를 빠져나와 대열을 갖추고 있습니다.”
“피해는!”
“아직 정확한 수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만, 1천여 명의 병사와 50명가량의 기사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젠장!”
신성기사의 보고에 슈테오른이 욕설을 내뱉었다.
주신을 모시는 신실한 성직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스러운 모습이었다.
슈테오른은 자신을 쳐다보는 신성기사들의 눈빛을 확인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추태를 깨달은 것이다.
그는 더욱 붉어진 얼굴로 헛기침하고는 기사에게 물었다.
“흉수가 누구라고? ‘검은 존재’?”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전에 들었던 외형과 거의 동일합니다.”
“…감히 본국의 성전에 끼어들다니. 마왕의 추종자임이 틀림없다. 병사들의 준비가 끝나면, 곧장 도시를 칠 것이다. 허니 모두 전투태세를 갖추라고 일러라!”
“하, 하지만!”
슈테오른의 말에 신성기사가 눈을 부릅떴다.
‘검은 존재’를 직접 눈앞에서 본 신성기사는, 자신들의 힘으론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
병사의 수가 몇이든지 상관없었다.
자신이 본 ‘검은 존재’는 자연재해와 같았으니까.
결코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 말이다.
게다가 ‘검은 존재’와는 다른 문제가 또 있었다.
“이곳은 데르한의 영토입니다! 만약 저 도시를 공격하면……!”
바로 전쟁이다.
아무리 약소국이라고 해도, 제국과의 전쟁을 앞두고 데르한까지 적으로 돌리면 위험하다.
하지만 슈테오른은 그딴 건 신경도 쓰지 않는 듯했다.
“‘검은 존재’가 이곳에 나타났다는 건, 데르한이 망할 마왕의 종자들과 결탁했다는 뜻!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공격준비를 하라!”
주위의 신성기사들은 슈테오른의 말이 억지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항명할 순 없었다.
그는 성왕이 직접 임명한 아이에르 군의 총사령관이었으니까.
슈테오른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는 건, 성왕의 뜻을 거스른다는 말과 동일했다.
주신과 성왕을 향한 믿음이 확고한 그들로선, 도저히 명령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병사들에게 일러라. 상황이 수습되는 대로 도시를 공격할 것이라고.”
“…명을 받듭니다.”
보고하던 신성기사가 뒤를 돌아 명령하자, 그의 부하들이 입술을 짓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도시의 공격을 준비하기 위해 신성기사들이 움직일 때였다.
“오이언 경이다!”
“오이언 경이 오고 있습니다!”
경계를 서고 있던 병사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슈테오른은 그 소리에 반색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침내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방패가 돌아온 것이다.
“이곳으로 데리고 와라!”
슈테오른은 잔뜩 흥분한 모습으로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병사들이 빠르게 달려오는 오이언을 곧장 슈테오른에게 안내했다.
“괜찮은가? 걱정했네.”
한시름 놓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하는 그의 모습에, 오이언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자네가 왔으니 이제 되었네. 안심하고 공격을 시작할 수 있겠어.”
그 말에 오이언의 눈이 동그래졌다.
“공격이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오이언은 방금 전에 신성기사들의 태도와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슈테오른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하고 받아들인 다른 신성기사들과 달리, 오이언은 고개를 저은 것이다.
“불가합니다.”
설마 오이언이 반대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슈테오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감히 성왕 전하의 뜻을 이어받은 내 명령에 따르지 않겠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슈테오른이 성왕을 입에 담았음에도, 오이언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아니, 성왕의 위엄에 굴복하기는커녕 오히려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가 기세를 끌어올렸다.
“병사들이 개죽음을 당하도록 놔둘 순 없습니다.”
지금 도시를 공격하면 죽는다.
백이든, 천이든, 만이든.
저 도시에 있는 ‘검은 존재’는 절대 이길 수 없다.
이렇게 도시에서 빠져나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검은 존재’가 허락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공격을 시작한다면?
“그는 결코 우리를 살려두지 않을 겁니다.”
자신이 직접 대화까지 나누면서 확인한 사실이었다.
“지금 당장 군을 철수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검은 존재’가 말했다.
고작 이 정도로 멈춘 것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함이라고.
만약 계속해서 전쟁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그 대가는 5만이라는 목숨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슈테오른은 오이언의 말에 버럭 고함을 질렀다.
“그놈이 아무리 강하다 하나, 혼자서 5만에 달하는 병력을 막을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저 허세일 뿐, 지금은 주신의 군대 앞에서 겁에 질려 있을 게 분명해!”
물론 슈테오른은 오이언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감히 적에게 회유되어 성전을 막으려 한 오이언을 포박하라!”
오이언이 ‘검은 존재’에게 현혹되어 헛소리를 하고 있다며, 체포를 명령했다.
그러자 신성기사들은 머뭇거렸다.
오이언은 아이에르가 자랑하는 최상급 기사.
그들의 입장에선 믿을 수 있는 동료이자, 따라야 할 상관이었다.
그런 오이언을 체포하라는 명령에 당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무엇하는가!”
슈테오른이 재촉했다.
“멈추어라.”
동시에 오이언이 신성기사들에게 명했다.
척-
조심스럽게 오이언을 향해 다가오던 신성기사들이,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다.
은은한 신성력이 뿜어져 나오며 그들의 행동에 제약을 건 것이다.
오이언은 계속해서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우우우웅-
밝게 빛나는 순백의 기운이 순식간에 주변을 잠식해 나가기 시작했다.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신성력.
그것을 확인한 신성기사들은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오이언이 검을 빼 들었다.
스르릉-
신성력이 그의 검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새하얀 오러를 만들어냈다.
“모두 들어라.”
오이언은 그 검을 슈테오른에게 겨누며 입을 열었다.
“아이에르에 해를 끼치려 하는 죄인, 슈테오른을 체포, 구금하도록.”
“그, 그게 무슨!”
당황한 건 슈테오른뿐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신성기사들이 더욱 당황하며 자신이 들은 것이 사실인지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오이언은 그것을 재확인시켜주듯, 다시 한번 명령했다.
“슈테오른은 성전의 이름을 더럽히고, 죄 없는 이들의 희생을 강요했다. 이것은 성왕 전하의 뜻에도 반하는 바. 그의 직위를 해제하고 체포를 명한다.”
“저놈을 체포해! 난 아이에르 군의 총사령관이다! 내 명령을 우선하란 말이다!”
아이에르 군의 총사령관.
아이에르 제일의 신성기사.
두 사람의 상반된 명령에 신성기사들은 잠시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이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이언이 아닌, 슈테오른을 향해서.
“뭐, 뭐냐? 지금 나를 체포하겠다는 것이냐!”
슈테오른은 악을 쓰며 뒷걸음질 쳤다.
“순순히 따르시지요.”
가장 먼저 그에게 다가간 신성기사는, 슈테오른의 입에서 풍겨오는 술 냄새에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단 놈들! 이 일은 성왕께서 결코 용서치 않……!”
“주둥이를 막아라.”
오이언이 다시 명했고, 신성기사들은 슈테오른의 입을 막아버렸다.
“읍! 으으읍!”
그는 발버둥을 쳤지만, 신성기사들의 힘을 이겨낼 능력 따위는 애초부터 없었다.
“…어찌하시려고 이런 짓을 벌이신 겁니까?”
슈테오른에게 보고하던 신성기사가 오이언에게 다가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오이언의 부하이자, 상급의 경지에 이른 간부급 기사였다.
“이 전쟁은 처음부터 무언가 잘못되었다.”
“……그것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부적절한 시기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전쟁을 일으켰다.
성왕의 뜻이었기에 아무도 반대를 하진 않았지만, 속으로는 모두가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오이언이 쉬쉬하던 문제를 꺼내 들었다.
“문제가 생길 겁니다.”
성왕의 명에 대놓고 항명을 했다.
단순한 죽음으로는 끝나지 않을 확률이 컸다.
“어쩌면 파문까지…….”
“상관없다.”
오이언은 부하의 걱정에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딴 건 중요한 게 아니다.
“아이에르로 회군한다.”
“설마 성전까지 포기하실 생각입니까?”
신성기사가 깜짝 놀란 음성으로 물었고, 오이언은 담담히 대답했다.
“성왕 전하를 뵙고, 직접 물을 것이다.”
정말로 당신이…….
“철수를 준비해라.”
몸을 돌린 오이언은 회군을 명령했다.
그러면서 ‘검은 존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성왕은 마왕의 추종자일 확률이 높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