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15)
214화.
서우진은 도시의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러곤 밖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는 아이에르 군의 동태를 살폈다.
‘어떻게 되려나?’
과연 퇴각을 할 것인가, 아니면 전열을 가다듬고 공격할 것인가.
서우진은 저들이 전자를 선택하길 바랐다.
그래서 굳이 오이언을 통해 친절하게 경고까지 남기지 않았던가?
만약 전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으면, 단 한 명도 아이에르의 품에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이다.
자신의 힘을 조금이나마 짐작한 오이언은 그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터였다.
심지어 그는 이 전쟁 자체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걸 생각해 보면 후퇴할 것 같긴 한데 말이지.’
문제는 따로 있었다.
오이언이 현 아이에르 군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기사인 건 맞았지만, 총사령관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회군을 결정하려면 그만한 위치와 힘이 필요하다.
오이언은 힘이 있었지만, 위치가 부족했다.
그래서 서우진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저들이 전쟁을 포기할 것이라는 확신을 말이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조금 귀찮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해도…….
“돌아갈 때까지 모두 죽이는 수밖에.”
차라리 그게 나을 수도 있었다.
만약 자신의 짐작대로 아이에르의 중추에 마왕의 추종자가 있다면, 저들은 언제든 적으로 돌아설 수 있었으니까.
생각지도 못한 때에 뒤통수를 맞는 것보단, 그냥 지금 저들의 수를 줄이는 것이…….
“쯧.”
거기까지 생각한 서우진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이거 좀 안 좋은데?”
‘마왕화’를 하며 이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문득문득.
사람을 죽이는 것에 아무런 거부감도 느껴지지 않곤 했다.
아무리 명분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무려 5만이다.
저 많은 수의 병사들을 학살할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게 소름 끼쳤다.
“무슨 사이코패스도 아니고.”
서우진은 얼굴을 쓰다듬으며 정신을 가다듬은 뒤, 다시 아이에르 군을 관찰했다.
“도착했나 보네.”
병사들의 분위기가 소란스러운 것이, 도시를 빠져나간 오이언이 도착을 한 것 같았다.
서우진은 가만히 서서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저들이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 서우진의 손에 묻을 피의 양이 결정된다.
무심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던 서우진이 눈동자를 빛냈다.
“이야.”
총사령관으로 보이는 머저리가 체포됐다.
그것을 명령한 사람은 바로 오이언.
그는 머저리를 포함해, 자신의 말에 반대하는 지휘관들을 모조리 체포하고 있었다.
“강단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대단하네.”
오이언은 그와 같은 순백의 갑주를 입은 기사들을 데리고 군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 속도는 전광석화와 같았기에, 그 누구도 막아낼 생각을 하지 못하는 듯했다.
서우진은 그 모습에 감탄하며 박수라도 쳐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일이 틀어지면 어떡하나 조금 걱정을 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섣불리 자리를 뜨지 않았다.
계속해서 허공에 머물며, 저들이 완전히 철군을 시작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혼란이 수습되고, 준비를 모두 마친 아이에르 군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씨익-
서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일이 쉽게 끝났어.”
본래의 계획은 지금과 조금 달랐다.
매일 밤 아이에르 군의 뒤를 따라다니며 조금씩, 조금씩.
야금야금 병력을 갉아먹을 생각이었다.
그것이 매일 밤 지속되면, 두려움에 떨지 않을 수가 없을 터.
결국은 전쟁을 포기하고 돌아가겠지라는 계획이었던 것이다.
‘예전에 본 어떤 소설에서 나온 작전이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들의 속도가 빠른 탓에 도시에서 마주쳤고, 덕분에 계획을 대폭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야금야금보단 한 방인가?”
물론 오이언에게 성왕에 대한 의심을 심어준 덕분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토록 쉽게 물러날 생각은 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서우진은 이 전쟁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 같은 오이언의 마음속에, 불신감을 심어주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지금 중요한 건 아이에르 군을 물리는 것이었으니까.
‘내가 해줘야 할 일은 딱 여기까지만.’
그 이상은 과잉친절이었다.
서우진은 어깨를 으쓱이곤 도시의 성벽에 내려섰다.
그렇게 아이에르 군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성벽의 난간에 걸터앉아 계속해서 지켜봤다.
* * *
“급보이옵니다!”
누군가 황제의 집무실 밖에서 외쳤다.
예법을 지키기는 했지만, 그 음성에는 다급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집무를 보고 있던 황제는 한숨을 내쉬며 펜을 놓았다.
“들어오너라.”
허락이 떨어지자, 문이 열리며 아그나가 종종걸음으로 들어왔다.
“그래, 이번엔 또 무슨 일이더냐?”
아그나가 저리도 급하게 자신을 찾을 정도의 일은, 현재 아이에르에 관한 것밖에 없을 터였다.
하지만 황제는 그녀와 달리 여유로운 표정으로 보고를 기다렸다.
“데르한에 파견되어 있던 요원들에게 보고가 들어왔나이다.”
“말해보거라.”
서우진과 용사들이 데르한으로 떠난 지 고작해야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다.
아무리 서우진이라 할지라도 아직 별다른 성과는 내지 못했을 터.
황제는 내심 다른 일이 생겼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예측은 틀렸다.
“아이에르 군, 5만의 병력이 되돌아가고 있다 하옵니다.”
“…다시 한번 말해보거라.”
“아이에르 군이 전원 후퇴하고 있사옵니다!”
“허어.”
황제의 눈이 살짝 커졌다.
아이에르 군이 데르한의 한 도시에 주둔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게 바로 어젯밤이다.
그런데 고작 반나절밖에 되지 않아 후퇴를 하고 있다고?
“어떻게 된 일이더냐?”
황제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리고 아그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기색으로 빠르게 보고를 이어갔다.
“데르한에 ‘검은 존재’의 출현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아이에르 군의 피해가 발생했고, 그 후 철수를 결정했다고 하옵니다.”
“‘검은 존재’.”
황제가 헛웃음을 지었다.
“서우진이 자르반 평원에서 사라진 것과 ‘검은 존재’의 출현 시기가 겹칩니다. 이 역시 의심을 하기엔 충분한 바. 아무래도 ‘검은 존재’는…….”
“되었느니라.”
아그나가 상기된 표정으로 보고를 하고 있는데, 황제가 손을 들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
“‘검은 존재’에 관한 조사는 더 이상 불허하노라.”
황제의 말에 아그나가 몸을 살짝 떨었다.
그녀가 판단하기에, 그놈은 앞으로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위험한 존재였다.
게다가 서우진과의 연관성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
더 확실히 조사를 한 다음, 이것을 이용한다면 제국의 입장에선 엄청난 이득을 취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조사를 중단하라니?
아그나는 자신도 모르게 황제를 향해 왜냐고 물어볼 뻔했다.
그녀의 커다란 충성심이 그것을 가까스로 막아내지 않았다면, 당장 목이 잘려도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궁금하더냐?”
황제는 그런 아그나의 심정을 읽어내기라도 한 듯,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러하옵니다.”
아그나가 고개를 조아리며 그렇다 대답하자, 황제는 하얗게 센 수염을 쓰다듬었다.
“약조하였기에 자세한 것은 말해줄 수가 없구나. 허나 ‘검은 존재’가 더는 제국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란 사실만은 확실하니라.”
아그나의 머리는 비상하다.
천재라는 수식어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황제는 빙- 둘러말했지만, 그녀는 그 말속에 감춰진 뜻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거래가 있었다.’
그리고 황제가 한 거래의 상대는 아마도…….
‘서우진.’
이제야 갑자기 서우진이 토벌현장에서 사라진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폐하께 사실을 밝혔구나!’
왜 그랬을까?
자신이 위험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얼핏 들으면 그럴싸했지만, 아그나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서우진은 암공을 상대로 승리했다.
그것도 요원들의 말에 의하면, 압도적인 싸움이라고 했다.
사람을 죽이는 것에 한해선, 다섯 수호자 중 최강이라는 암공 스트레인.
그를 정면에서 상대해 그리도 손쉽게 이겨 버렸으니, 자신이 있을 만도 했다.
수호자들 중에서는 마공을 제외하곤 서우진을 감당할 수 있는 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저리 나왔을 테고.
모든 정황을 파악한 아그나가 고개를 들었다.
“황명을 받드옵니다.”
더는 ‘검은 존재’에 대해 조사하지 않는다.
아직 불안요소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황제가 직접 거래를 한 일이었다.
자신이 나서서 그것을 어길 순 없었다.
“너라면 나의 뜻이 무엇인지 모두 알아들었을 터.”
“…서우진에 대한 감시도 철회하겠사옵니다.”
황제는 그제야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제 아이에르의 상황을 알아 보거라. 신성한 척하는 망나니가 이대로 지켜만 보고 있을 리가 없을 터이니.”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아그나는 고개를 조아린 후,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허어-”
홀로 남은 황제가 다시 한번 헛웃음을 지었다.
“설마 이리도 빠르게 일을 처리할 줄이야…….”
가능이야 하겠지만, 솔직히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5만이라는 병력은 개인이 감당하기엔 너무도 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서우진이라 할지라도, 최소한 한 달 정도는 걸리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주일도 안 걸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반나절 만에 성공을 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대체 무슨 수를 쓴 것이더냐?”
황제는 궁금해졌다.
아직 그곳의 정확한 정보가 들어오지 않았기에, 아그나는 결과만 보고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대로 된 보고가 다시 들어오겠지만…….
“기다리기가 힘들군.”
황제는 잠시 고민하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노쇠한 몸이었지만, 아직 정정한 기운이 그의 육체를 지탱했다.
“여봐라.”
황제의 부름에 집무실 문이 열리며, 시종장이 들어왔다.
“부르셨나이까.”
“외유를 해야겠으니, 채비를 갖추도록 하거라.”
“어디로 향하실는지요.”
시종장이 고개를 조아리며 물었다.
그러자 황제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데르한으로 갈 것이니라.”
그 말에 시종장이 멈칫- 했다.
황실도 아니고, 수도도 아니고, 심지어는 제국 내부도 아니다.
“…데르한 말씀이시옵니까?”
시종장이 다시 한번 확인하듯 묻자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에서 열심히 성장하고 있을 용사들을 치하하기 위함이니라. 하니 최대한 성대하게 준비를 하도록 하여라.”
“하오나 폐하.”
시종장은 망설이는 표정으로 황제의 결정에 조심스레 반대했다.
“현재 데르한에는 아이에르의 무뢰배들이 있나이다. 혹여 그들을 만난다면 낭패가 아니겠사옵니까?”
그 말에 황제가 크게 웃었다.
그러곤 말했다.
“모든 이에게 전하라. 아이에르와의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