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16)
215화.
아이에르 군이 서우진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다.
“이 정도면 됐겠지.”
서우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제 슬슬 돌아가도 될 것 같았다.
“아차, 그전에.”
깜빡했다는 듯 이마를 탁- 치곤, 어디론가 이동했다.
그렇게 서우진이 도착한 곳은 바로 제노니아를 숨겨두었던 폐허가 있는 장소였다.
쿠르르릉-
손을 휘두르자 그녀를 뒤덮고 있던 건물의 잔해들이 옆으로 밀려났다.
그러자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제노니아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 녀석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당연한 말이었지만, 제노니아를 데리고 자르반 평원으로 갈 순 없었다.
그렇다고 죽이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는 처음으로 생포한 사도였으니까.
그녀를 통해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지, 상상도 되질 않았다.
서우진도 몇 가지 정보들을 캐내기는 했지만, 그녀가 지니고 있는 정보들은 그것보다 훨씬 많을 게 분명했다.
그 정보들을 얻기 위해선, 제노니아를 죽이면 안 되었다.
“문제는 어디에서 심문을 하냐는 건데…….”
솔직히 서우진은 정보를 캐내는 것에 큰 재능이 없었다.
평생을 평범하게 살아온 그였으니, 그런 기술에 대해 알고 있을 리가 만무했으니까.
그런 쪽으로 특출한 이들은 비밀정보국인 크루시엘이나…….
고민하던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생각해 보니 자신이 직접 정보를 얻을 필요는 없었다.
“잘하는 놈들에게 하청을 주면 되지.”
물론 정보에 대한 공유가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서우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알려주지 않는다면, 억지로라도 말하게 만들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럼 일단 제국으로 돌아가야겠군.”
이 도시에도 크루시엘의 요원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어디에나 존재했으니까.
하물며 아이에르 군의 이동경로에 있는 도시에 요원들을 배치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만약 찾고자 한다면 금방 찾을 수 있을 터.
하지만 서우진은 그들을 찾는 대신, 직접 제국에 들르기로 결정했다.
“그들로는 이 녀석을 막을 수 없을 테니까.”
제노니아는 상당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제정신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런 부상을 감안해도 그녀는 위험한 존재였다.
만약 잠깐이라도 정신을 차린다면 크루시엘의 요원들은 절대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그 수가 몇이 되었든, 수호자 급의 강자가 아니라면 제노니아의 도주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직접 가야지.”
서우진은 제노니아를 안아 들었다.
아직 마르지 않은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혈종’인지 뭔지 그딴 걸 써서 지혈이 안 되는 건가?”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출혈이 잡히질 않았다.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들이 지니고 있는 회복력을 생각해 보면, 꽤나 느린 속도였다.
“뭐, 괜찮겠지.”
당장 죽을 것 같지는 않았다.
적어도 서우진이 제국에 도착해 크루시엘에 넘겨줄 때까지는 버틸 수 있을 듯했다.
“그다음은 알아서들 하겠지.”
서우진은 제노니아를 어깨에 들쳐 메고 허공에 떠올랐다.
‘마왕화’를 한 지금, 제국의 수도에 도착하는 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터.
서우진은 날개를 펄럭이며 허공을 가로질렀다.
* * *
“…회군을 하고 있다?”
마르데타인은 주교 미테온의 보고에 미간을 찌푸렸다.
“‘검은 존재’에 의한 피해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후퇴를 결정했다고.”
마르데타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슈테오른의 명령이었나?”
“아닙니다. 그는 신성기사들에 의해 경질되고, 총사령관의 자리엔 다른 이가 앉았습니다.”
“오이언이겠군.”
마르데타인은 미테온의 보고에 혀를 찼다.
슈테오른은 그가 직접 임명한 아이에르 군의 총사령관이었다.
유능해서?
전략과 전술의 천재라?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슈테오른은 욕심 많고, 무능하며, 출세에만 관심이 있는 멍청이다.
그랬기에 총사령관의 자리에 앉힌 것이었다.
어차피 5만의 군세로는 제국에 유의미한 타격을 입히지 못할 테니, 아이에르의 피해만이라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그런데 이 멍청이가 그 단순한 일조차 해내지 못하고, 총사령관의 자리를 빼앗겨 버렸다.
“그렇습니다. 오이언 경이 총사령관이 되어, 병력을 이끌고 본국으로 돌아오는 중입니다.”
마르데타인은 오이언이라는 이름에 골치가 아파왔다.
그는 신성왕국 내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강한 기사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오이언이 모든 신성기사에게 가장 신망을 받는 존재라는 것이었다.
성왕인 자신조차 함부로 대하지 못할 정도로 커다란 영향력을 지닌, 아이에르 제일의 기사.
“결국 그놈이 일을 망치는군.”
이 전쟁에 반대하는 이들은 많았다.
대다수의 추기경도 그러했고, 오이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성왕과 세 명의 주교가 직접 한 목소리로 제국의 징벌을 명령했다.
결국 오이언은 그 명령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을 테고.
그런데 결국 오이언이 사단을 내버렸다.
“2차 원정군의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현재 8만 명의 병력을 징집했고, 지방의 신성기사들 역시 속속 도착하는 중입니다.”
슈테오른이 이끌었던 병력보다 훨씬 많은 숫자.
“본래는 10만을 채우려고 했다만…….”
이렇게 된 이상 더는 미룰 수가 없을 듯했다.
“모은 병력을 출정시켜라.”
“…전하.”
미테온이 조심스럽게 제동을 걸었다.
“그리하시면 분명 주변국들의 반발이 커질 것입니다.”
계획대로라면 2차 파병은 제국과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진 뒤에 행할 예정이었다.
세상의 이목이 전쟁에 집중되어 있을 때, 혼란을 틈타 기습적으로 대규모 병력을 투입시킬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계획이 틀어졌다.
만약 이대로 일을 강행한다면,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주변 왕국들이 들고일어날 게 뻔했다.
하지만 마르데타인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감히 주신께서 명하신 성전을 고작 그놈들이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하오나…….”
“상관없으니 곧장 진행시키도록.”
마르데타인의 단호한 말에 미테온은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고개를 조아렸다.
“명대로 하겠나이다.”
대답을 들은 마르데타인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진군하며 오이언이 이끄는 병력을 흡수하라 일러라. 만약 그가 거부하고, 계속해서 철군을 주장한다면…….”
그의 눈빛에 섬뜩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고 있던 미테온은 미처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죽여라.”
“전하!”
미테온이 뒤늦게 고개를 번쩍- 들고는 소리쳤다.
“오이언 경은 아이에르에서 가장 신망을 받고 있는 기사입니다! 만약 그를 처단하시면 신성기사들이 강하게 반발을 할 게 분명합니다!”
미테온은 추가 병력을 파병하라고 했을 때보다도 강한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오이언이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을 뜻했다.
하지만 마르데타인은 고개를 저었다.
“나의 말은 곧, 주신의 뜻. 그것을 거부한다면 이단이라 불려도 마땅하다.”
그 말에 미테온이 대경실색했다.
마르데타인의 말에는 틀린 점이 없었지만, 상대가 오이언이다.
만약 그를 이단으로 규정한다면, 아이에르에는 돌이킬 수 없는 후폭풍이 몰려올지도 모른다.
“가서 전해라. 이것이 내가 주는 마지막 기회이니, 주신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고.”
미테온은 단호한 마르데타인의 말에, 입술을 짓씹으며 답했다.
“명대로. 하겠나이다.”
미테온은 불안과 의구심을 품고 그렇게 알현실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혼자 남은 마르데타인의 입에서 큭- 하는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주변국의 반발이라…….”
미테온이 걱정하던 일은 실제로 벌어질 확률이 높았다.
단순히 아이에르를 비판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병력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제국의 명을 받아, 혹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득을 취하기 위해.
그렇게 되면 아이에르가 아무리 강대국이라 하더라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이 왕국의 힘으론 제국과 다른 왕국의 협공을 막아낼 수 있는 능력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괜찮다.”
아니, 오히려 좋다.
신성왕국이라는 이름의 국가가 사라지는 것이야말로, 마르데타인의 궁극적인 목표였으니까.
마기와는 상극인 신성력.
아이에르의 사제들은 마왕군의 가장 커다란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몬스터와 마수에게는 심대한 타격을 입히고, 인간들에게는 회복을 가져다주는 기운이었으니까.
이전에 벌어진 강림 전쟁에서도, 사제들은 항상 걸림돌이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마왕의 강림이 이루어지기 전.
사자와 사도들은 사제들의 씨를 말려 버리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그 결과물이 바로 마르데타인이었다.
중간 중간 일이 조금 틀어지기도 했지만, 결국엔 원하던 바를 이루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마르데타인은 자신의 사명을 완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끅끅- 거리며 감춰왔던 웃음을 터트렸다.
“즐거운가 보군.”
그때였다.
혼자 있어야 할 알현실에,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예의가 없구나.”
웃음을 멈춘 마르데타인이 눈을 가늘게 뜨며 정면을 노려보았다.
“내가 분명 이런 식으로 나타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스윽-
그림자 안에서 한 사내가 걸어나왔다.
사자였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마르데타인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하늘탑에서의 일이 실패했다는 소식은 들었다.”
마목이 품고 있던 신수의 알을 빼내오는 일.
“그것은 실패했지만, 덕분에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게 되었지.”
‘성녀’가 죽었기에 전쟁을 벌일 최소한의 명분을 갖추었다.
“…그것은 축하할 일이다만, 나는 그 알이 필요하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사자는 정말로 그것이 간절하게 필요했다.
마르데타인이나 다른 사도들에게는 말하지 않은, 자신만의 계획을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마르데타인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그렇게 필요하다면 네가 직접 나서지 그러나? 나는 지금 할 일이 많아서 말이지.”
비웃음을 짓는 그의 모습에, 사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여유로울 때가 아니다.”
한껏 가라앉은 스산한 음성.
“또 무슨 일이 있나 보군. 그건 이제 알아서 처리들 해라. 방금 말했던 것처럼, 나는 조금 바빠…….”
“마르데타인.”
사자는 더없이 심각해진 표정으로 그를 부르고는, 말을 이었다.
“제노니아가 당했다.”
시종일관 미소를 짓고 있던 마르데타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다시 한번 말해봐라. 뭐라고?”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제노니아가 패배했고, 지금은 그 행방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제노니아가 당했다고?”
마르데타인은 제노니아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녀의 능력은 인정한다.
13명의 사도 중에서도 그녀의 대검을 받아낼 수 있는 놈은 끽해야 둘 정도에 불과했으니까.
마르데타인 자신도 그녀를 상대로 10분 이상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그런 제노니아가 누군가에게 패배를 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혹시 제국의 수호자들이 나선 건가? 암공과 검공의 합공이라면 제노니아라도…….”
“아니. 그들은 아니다.”
사자는 고개를 저은 후, 스산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검은 존재’. 그놈 혼자서 한 일이다.”
말하는 사자의 눈빛에는 지독할 정도로 강력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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