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17)
216화.
“…황제가 없네?”
제노니아를 데리고 신궁에 몰래 잠입한 서우진이 머리를 긁적였다.
데리한의 변방 도시에서 제국의 수도까지.
고작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신속’도 사용하지 않았건만, 서우진의 이동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던 것이다.
스스로도 감탄할 만큼의 놀라운 속도를 통해, 그야말로 순식간에 수도에 도착을 했는데…….
“어디 간 거지?”
기운을 퍼트려 신궁 내부를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황제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기운을 더 넓게 퍼트려 봐도 마찬가지였다.
아예 수도 자체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서우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이건 어떻게 하지?”
서우진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제노니아를 쳐다봤다.
아무에게나 덜컥 던져 주지는 못할 테니, 적당한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그냥 바로 크루시엘에 넘길까?”
크루시엘이라면 이런 강자를 구속할 수 있는 비장의 비법 같은 게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 기사나 병사들에게 맡기는 것보단 훨씬 안전할 터.
하지만 서우진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확실하지도 않은 짐작만 가지고 도박을 할 순 없었다.
만약 크루시엘에 맡겼다가, 제노니아가 탈출이라도 한다면?
기껏 그녀를 여기까지 데리고 온 자신의 노력이 모두 헛수고가 되어버리는 격이었으니까.
‘그럼 이 녀석을 막을 수 있을 만한 사람이…….’
다섯 명이 생각났다.
제국의 다섯 수호자.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권공은 제외하고, 다른 넷은 안면이 있었다.
“그들에게 맡기면 되겠군.”
그런데 문제가 좀 있었다.
“…지금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네.”
검공과 암공은 물론이고, 대공조차도 현재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봐선 수도가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한 것 같은데…….
“결국 한 명밖에 안 남잖아?”
서우진이 난감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마공 마르테스.
그녀를 만나기 위해선 하늘탑으로 가야만 했다.
“이 모습은 좀 찝찝한데.”
‘마왕화’를 한 자신의 외형이, 얼마나 이질적인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이 상태로 하늘탑에 찾아간다면?
뭔가 해명하기도 전에 하늘탑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게 두려운 건 아니었지만, 괜히 성가신 일에 휘말릴까 걱정이 되었다.
“그냥 ‘마왕화’를 풀고 가야 하나?”
아무래도 그게 더 나을 것 같았다.
왠지 마공은 좀 껄끄러웠기 때문이었다.
다른 수호자들과는 다르게 그녀와는 싸워서 이길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괜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마왕화’를 풀기로 결정한 서우진은, 일단 제노니아를 데리고 신궁 밖으로 나왔다.
그러곤 하늘탑 근처로 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화아아악-!
“어우야…….”
‘마왕화’가 풀리자, 어마어마한 상실감이 찾아왔다.
특히나 이번에는 이성을 유지한 채,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마왕화’ 상태에 있었는지라 더욱 크게 느껴졌다.
서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휘청이다, 이내 자세를 바로잡았다.
“끄응.”
괜히 어깨에 들쳐 메고 있는 제노니아마저도 무겁게 느껴졌다.
서우진은 초극의 경지에 올랐다.
건물도 들어올릴 수 있는 근력이 있었음에도,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자 상대적으로 무겁게 느껴진 것이다.
서우진은 한숨을 내쉬며 하늘탑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벌컥-!
‘내 이럴 줄 알았지.’
서우진이 접근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열렸다.
그리고 예상했던 것처럼 소년이 얼굴을 빼꼼- 하고 내밀었다.
“어? 아저씨다.”
소년은 서우진을 발견하곤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축 늘어져 있는 제노니아를 봤는지, 흠칫- 하고 놀랐다.
“아저씨, 설마?”
소년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하늘탑은 시체처리 같은 걸 해주는 데가 아닌데요? 그건 뒷골목에 있는 아저씨들한테 말하셔야…….”
“그런 거 아니거든?”
서우진이 헛웃음을 지었다.
“시체 아니에요?”
“아직 살아 있어, 피는 좀 많이 났지만.”
어깨를 살짝 흔들자 제노니아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봤지?”
“그러네요. 어쩐지 탑주께서 수건을 하나 들고 마중을 나가라고 하시더니.”
소년이 주머니 안에서 새하얀 수건을 건네주었다.
“탑에 들어오기 전에 일단 피부터 조금 닦아주세요. 오늘 아침에 청소 다 해놨거든요.”
“마법 같은 걸론 안 되냐?”
“…세상을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하시면 안 돼요.”
고작 이런 일에 마법을 사용할 순 없다는 단호한 말에 서우진은 투덜거리면서 제노니아의 피를 닦아냈다.
그래도 수건에는 마법이 걸려 있었는지, 꽤 많은 양의 피를 흡수했음에도 여전히 깨끗했다.
서우진은 신기한 눈으로 수건을 쳐다보다 다시 돌려주었다.
“이제 들어가도 되지?”
“하늘탑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소년의 너스레에 서우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집무실에 계세요.”
“꼭대기?”
서우진은 마르테스의 집무실에 한 번 방문을 해본 적이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높이의 하늘탑에서도, 가장 탑층에 위치한 곳.
“맞아요. 기다리고 계실 테니 어서 가죠.”
소년은 언제나처럼 이동마법진으로 서우진을 안내했다.
화아아아악-!
“어서 오너라.”
이전에 봤던 신비로운 장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한가운데서 마르테스는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다, 서우진이 도착하자 미소를 지으며 맞아주었다.
“오랜만… 은 아니네요.”
반사적으로 인사하려던 서우진은, 얼마 전에 그녀를 만났다는 사실을 기억하곤 어색하게 웃었다.
“뒤에 그 아이가 신수로구나.”
마르테스의 말에 서우진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휘라테온은 현재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마왕화’를 한 상태에서도 그 녀석이 눈에 보이지 않았는데, 마르테서는 단번에 눈치를 챈 것이다.
“휘라테온.”
서우진이 부르자, 살랑바람이 불어왔다.
그리고 푸른 털의 토끼를 닮은 휘라테온이 모습을 드러냈다.
삐익-!
녀석은 곧장 서우진의 어깨 위에 내려앉아 머리를 부비적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마르테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의 신수가 맞다.”
그녀는 한없이 다정한 눈빛으로 휘라테온을 쳐다보았다.
“한번 만져 보실래요?”
서우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마르테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저 세상에 무탈하게 탄생한 것을 본 것만으로도 족하니라. 게다가 지금은 더욱 중한 일이 있지 아니하더냐.”
그녀의 말에 서우진이 아차! 하며 고개를 돌렸다.
휘라테온이 앉아 있는 어깨의 반대쪽에, 미약한 숨결을 내뱉고 있는 제노니아가 보였다.
“이미 알고 계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서우진은 제노니아를 땅에 내려놓았다.
전신에 가득했던 피를 어느 정도 닦아낸 덕분인지, 그녀는 그저 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여자는 사도입니다.”
서우진이 말했다.
그리고 마르테스는 역시나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름이 제노니아인가? 그렇다더군요.”
그녀가 누구인지까지는 알지 못했던 듯했다.
“…제노니아?”
마르테스의 두 눈이 부릅떠진 것으로 봐선 말이다.
“그랑데르의 마녀가 확실하더냐?”
그게 뭔데?
서우진은 마르테스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눈을 끔뻑였다.
“어, 그거까진 잘 모르겠는데요. 그냥 본인이 제노니아라고 소개를 했고, 사도들 중에서도 자기보다 강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얘기 정도만 들어서.”
서우진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하자, 마르테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마녀가 맞구나.”
마르테스는 더욱 놀란 눈빛을 지었다.
제노니아는 마왕의 추종자들 중에서도 그 짝을 힘들 정도로 강대한 존재였다.
그런 이를 서우진이 산 채로 잡아온 사실에 마르테스는 놀람과 불안감을 동시에 느꼈다.
“어찌 사로잡았느냐? 지금 네 실력으로는 불가능했을진대.”
마르테스는 서우진의 경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가 서우진보다 더욱 높은 수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파악한 서우진의 본래 실력으로는 아직 제노니아를 사로잡는 것이 불가능했다.
차라리 죽이는 쪽이 더 쉬웠을 터.
“음, 어쩌다 보니까요?”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러자 마르테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존재로 화한 것이더냐?”
심장이 살짝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알고 있었구나.’
하긴, 생각해 보면 크루시엘과 황제가 파악한 일을 하늘탑의 주인이 모르고 있는 것도 이상했다.
실제로 마르테스는 여러 번 서우진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의 말을 하기도 했고.
“네, 뭐. 그렇죠.”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가 약속을 한 이상, 더는 기를 쓰고 감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네가 가진 그 힘은 위험하니라.”
마르테스는 서우진에게 충고하기 위해 운을 떼었다.
하지만 이내, 무슨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 저었다.
“네가 알아서 잘하리라 믿는 수밖에 없구나.”
서우진은 그런 마르테스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꼈다.
황제나 크루시엘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으니까.
“걱정하시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사자가 말해준 예언처럼, 세상을 멸망시킨다느니, 혼돈의 왕이 된다느니.
그딴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는다.
서우진은 그저 마왕을 잡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만 바라고 있었다.
“…알겠느니라.”
마르테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어딘지 모르게 힘이 빠진 듯한 표정이었다.
이유를 알 수 없어 왜 그러냐고 물으려는데, 마르테스가 한 발 빨랐다.
“제노니아를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는, 하늘탑이 맡아주길 바라서이겠지?”
“아, 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곳은 좀 불안해서요.”
마르테스와 하늘탑의 마법사들이라면, 상처 입은 사도 정도는 얼마든지 구금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다행히 마르테스는 서우진의 뜻을 받아들였다.
“지금 황제는 데르한으로 떠났느니라. 그 아이가 돌아올 때까진, 하늘탑에서 맡아주도록 하마.”
“감사합니다.”
서우진은 대답하면서도 속으로 놀랐다.
황제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었다.
아무리 못해도 80세 이상은 될 게 분명했다.
그런데 마르테스는 그런 황제를 아이라고 불렀다.
‘대체 나이가 얼마나 되는 거야?’
마르테스가 어린 소녀의 외형을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꽤 오래 살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설마하니 황제를 아이로 취급할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럼 이제 다시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갈 생각이더냐?”
“그래야겠죠.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으니, 슬슬 돌아갈 때가 된 것 같네요.”
“토벌이 끝나면 자주 들르거라. 너와의 대화는 나에게도 큰 의미가 되니.”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우진은 그리하겠노라고 대답하고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이동마법진으로 가서 서는데, 마르테스가 순수한 조언을 한마디 덧붙였다.
“휘라테온을 귀히 여기거라. 마지막 선택의 때. 그 아이가 너에게 커다란 도움을 줄 터이니.”
‘마지막 선택의 때?’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마르테스가 헛소리를 할 리는 없었으니, 서우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서우진은 하늘탑을 벗어났다.
아주 잠깐 머문 것 같은데, 밖은 이미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갈까?”
하늘을 잠시 쳐다본 서우진이 걸음을 옮겼다.
목표는 데르한.
동료들이 있는 곳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