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18)
217화.
“오른쪽!”
계수지의 외침에 거대한 오함마가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아앙-!
구동환의 요술봉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고, 그것에 휘말린 에이션트 오크들은 피떡이 되어 허공에 날아올랐다.
덕분에 오른쪽 공간에 커다란 공백이 생겼다.
그 사이로 근접 딜러들이 침투를 시작했다.
“데들리 불렛!”
이지아의 주먹이 마치 총알이 된 듯 앞으로 쏘아졌다.
퍼억-!
소리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 조그마한 주먹에 가격당한 에이션트 오크는,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낙화진무.”
두 개의 검이 허공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이름처럼 떨어지는 꽃잎과 같은 모습의 화려한 검무였다.
촤아아아악-!
유홍설의 검이 움직일 때마다 에이션트 오크들의 육체가 조각조각 나뉘었다.
“피의 이빨!”
그사이로 김우람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녀석의 창은 커다란 곡선을 그리며, 적들의 목을 찢었다.
마치 커다란 짐승이 물어뜯은 듯한 상처가 나며, 피가 솟구쳐 올랐다.
다른 용사들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박민성은 그동안 제조했던 상태 이상 포션들을 적재적소에 투척했고, 진태성 또한 갈고 닦은 마법들을 난사하며 에이션트 오크의 숫자를 착실히 줄여나갔다.
비전투 직업인 강병규는 쉴 새 없이 주변의 상황을 브리핑하며 동료들에게 정보를 전달해 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가장 큰 활약을 하고 있는 것은, 놀랍게도 김다혜였다.
그녀는 그야말로 학살을 자행하는 중이었다.
K-2와 같은 소총은 애초에 ‘소환’조차 하지 않았다.
오직 대량 학살을 위한 무기만을 사용했다.
토마호크, 크레모아, 네이팜탄 등등.
덕분에 에이션트 오크들의 후방은, 지옥을 방불케 하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소환’요.”
미리 준비해 두었던 무기 하나를 ‘소환’했다.
이번엔 드론이었다.
그것도 하부에 미니건을 탑재하고 있는 공격형 드론.
김다혜는 자신의 마력을 사용해 드론을 상공으로 띄웠다.
그러고는 계속해서 밀려드는 에이션트 오크들을 향해 총구를 겨냥했다.
“두두두두.”
김다혜가 입으로 총소리를 내는 것과 동시에 미니건의 여섯 개의 총열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드르르르르륵-!
분당 4천 발의 마력탄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비명은 없었다.
그저 무지막지한 마력탄의 폭격 앞에, 육체가 박살나며 그 생을 다할 뿐이었다.
그렇게 김다혜는 10분이라는 시간 동안 수만 발의 마력탄을 쏟아내고는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다혜야!”
주변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강병규가 깜짝 놀라 달려왔다.
“괘, 괜찮음요.”
김다혜는 고개를 저으면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강병규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손이 달달 떨리고 있었으니까.
“마력을 너무 많이 썼어.”
서우진과의 훈련으로 레벨이 오르고, 마력도 엄청난 상승을 이룩했다.
하지만 전투가 시작되고 사용한 무기의 수가 너무도 많았다.
그 덕에 마력 탈진 현상이 일어난 것이었다.
“더는 무리하지 말고 가만히 앉아서 쉬고 있어. 지금은 크게 위험하지도 않으니까.”
지금 눈앞에 있는 에이션트 오크의 수는 무려 5천 마리가 넘었다.
며칠간 용사들에게 계속해서 토벌당하자, 주변의 오크들이 모두 규합을 하기 시작한 듯했다.
고작 97명이 상대하기엔 너무나도 많은 숫자였다.
하지만 강병규의 말대로 위험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97명은 평범한 기사나 병사가 아닌, 용사들이었으니까.
“더 할 수 있음요.”
김다혜는 더 싸우겠다며 고집을 부렸지만, 강병규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네가 무리해서 진짜 쓰러지기라도 하면 더 민폐야. 그러니까 아무 말 하지 말고 쉬어.”
“하지만…….”
김다혜는 쉬고 싶지 않았다.
지금 상황이 용사들에게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은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무리하려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레벨을 더 올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훗날 강림 전쟁이 발발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많은 숫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을 테니까.
“병규 말대로 해. 내가 쉬는 것도 중요하다고 누누이 말했지?”
그때, 김다혜의 등 뒤에서 낯익은 음성이 들려왔다.
“…우진아!”
강병규가 소리를 쳤다.
깜짝 놀란 김다혜가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검은색 코트를 입고 있는 서우진이 서 있었다.
“열심히들 하고 있어?”
서우진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래서 어디를 다녀오셨다고요?”
“말했잖아. 루데인 경이 정찰 임무를 부탁해서 거기 다녀왔다고.”
이지아의 질문에 서우진이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니까 무슨 정찰 임무요. 설마 아이에르 군의 움직임을 살피러 간 거예요?”
이지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러자 계수지가 미간을 찌푸렸다.
“용사들을 다른 전쟁에 투입시키는 건 불법이라고 들었는데요.”
설마 이지아의 말이 사실이냐는 듯한 눈빛으로 서우진을 쳐다봤다.
‘지아랑은 다르네.’
이지아가 물을 때와는 전혀 다른 압박감이 느껴졌다.
서우진은 머리를 긁적이며 순순히 대답을 해주기 시작했다.
물론 진실이 아닌, 거짓이었지만.
“아니에요. 그런 걸 시킨다고 제가 해줄 이유가 없잖아요. 그냥 에이션트 오크들의 동태와 위치를 좀 파악해 달라는 것뿐이었어요.”
그러면서 서우진은 품에서 커다란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이건?”
강병규가 종이를 받아 들고는 펼쳤다.
“지도네.”
“정확히 말하자면 에이션트 오크들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는 지도지.”
서우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런 질문을 받을 것이라 예상한 서우진이 미리 준비해 둔 변명거리였다.
“이렇게나 많습니까?”
옆에서 곁눈질로 지도를 살펴본 구동환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제국에선 당초 2만에서 2만 5천 마리 정도라고 생각했었는데, 놈들의 번식력이 생각보다 훨씬 좋은 것 같더라고요. 적어도 3만 마리 이상은 더 남은 듯해요.”
용사들이 토벌한 에이션트 오크의 수는 오늘을 합쳐 1만 마리에 조금 못 미친다.
그래서 이제 절반쯤 끝냈나 했는데, 이만큼이나 더 남아 있었다니…….
“문제는 그놈들이 한곳으로 뭉치고 있다는 거죠.”
서우진이 손가락으로 지도를 가리켰다.
“놈들은 모두 이쪽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어요.”
서우진이 짚은 장소는 용사들이 머물고 있는 곳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여기에 적어도 2만 마리 이상은 집결할 것 같아요.”
2만 마리.
너무 많았다.
오늘 상대한 5천 마리도 사실 조금 버거웠다.
에이션트 오크들은 집단전에 너무도 능숙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용사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해 별다른 피해가 없이 막아내긴 했지만, 2만 마리는 얘기가 다르다.
“놈들은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어요.”
계수지가 말했다.
만약 서우진의 말대로, 그 많은 숫자가 한데 모여 집단전을 벌인다면?
오늘처럼 아무런 피해도 없이 이겨내기는 힘들 것 같았다.
“방법은 두 가지예요.”
서우진은 손가락 하나를 펴며 말을 이었다.
“첫 번째는 막무가내로 정면에서 부딪히지 않고, 단단히 방비를 한 채 방어에 집중하는 것.”
지금의 용사들은 별다른 전술을 사용하지 않고 전투에 임했다.
서우진의 동료들처럼 소수의 인원들이 여러 무리로 나뉘어져, 각자 따로 전투를 하는 방식이었다.
지금까진 그것만으로 충분했지만, 앞으로는 달라져야만 했다.
“모든 용사가 힘을 합쳐서, 제대로 된 전략을 쓰면 어렵지 않게 막아낼 수 있을 거예요.”
서우진의 말에 모두가 동의했다.
만약 자신들이 에이션트 오크들처럼 하나의 집단이 된다면, 놈들의 수가 얼마가 됐든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다.
“가능할까요?”
용사들은 이런 집단전을 치러본 경험이 없었다.
요 며칠간의 전투가 전부였던 것이다.
그런 이들을 갑자기 하나로 뭉치려면, 솔직히 많은 잡음이 일어날 게 뻔했다.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들도 많아요. 예를 들면…….”
계수지가 서우진을 쳐다봤다.
“확실히 그렇죠.”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 했다.
‘적어도 엘리트 친구들과는 연계를 하기 힘들겠지.’
서우진은 그들의 친구인 성유라를 죽였다.
이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팔은 안쪽으로 굽는다고 하지 않던가?
서우진이 성유라를 죽인 이유보다는, 감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그들과 힘을 합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게다가 그 녀석들과 더 친한 용사들도 거부할 게 뻔하고.’
자신뿐만 아니라,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이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런 용사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그렇다면 두 번째 방법을 쓰는 게 좋겠네요.”
서우진은 애초부터 이 방법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무슨 방법이에요?”
이지아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이런 작전을 짜는 상황 자체가 즐거웠는지, 얼굴에는 잔뜩 기대감이 떠올라 있었다.
“각개격파.”
대답은 서우진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서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저 녀석이 맞췄네요.”
대답한 사람은 바로 강병규였다.
“그거 말고는 방법이 없잖아?”
마음에 안 드는 놈들과 힘을 합칠 필요도 없고, 2만이라는 전력을 상대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
“팀을 나눠서 게릴라전을 펼치는 거죠. 소수가 다수를 상대하는 데에는 이게 최고죠.”
역사가 증명한다.
심지어 게릴라들의 수준이 용사쯤 되면, 이건 실패할 수가 없었다.
“그럼 다른 사람들한테도 이 얘기를 가르쳐 줍시다.”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도 2만의 에이션트 오크를 한 번에 상대하고 싶진 않을 테니까.
서우진은 먼저 몸을 돌려 루데인을 향해 걸어갔다.
‘다행이야.’
그러면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방법이 먹히네.’
지도를 꺼내는 순간,
서우진이 자리를 비운 것에 대한 의구심이, 에이션트 오크의 토벌로 옮겨갔다.
그 덕에 다른 이유를 둘러대느라 진땀을 빼지 않아도 되었다.
서우진은 머리를 잘 썼다고 자화자찬하며 걸음을 옮기다, 문득 옆에서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김다혜였다.
그녀는 옆에서 나란히 걸으며 멍한 눈빛으로 서우진을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표정에 전혀 나타나지 않았지만, 왠지 알 것도 같았다.
“조급해하지 마.”
서우진이 말했다.
“너무 느림요.”
그러자 김다혜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고개를 저으며, 김다혜의 어깨를 토닥였다.
“안 느려. 강림 전쟁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 그때까지 차근차근 성장하면 돼.”
오히려 지금처럼 조급해 하다가는 삐끗할 수가 있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만 믿고 따라와.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도와줄 테니까.”
서우진이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방법은 많다.
‘소환석’도 있었고, 마경을 데리고 다니며 버스를 태워줘도 된다.
그러니 너무 마음을 급하게 먹지 않았으면 했다.
“…감사요.”
김다혜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했다.
“감사는 무슨.”
서우진은 괜히 쑥스러워져, 시선을 피하며 뺨을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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