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19)
218화.
“유격전이라…….”
“게릴라전이라고 하지 않았어?”
“같은 거야, 인마.”
서우진의 이야기를 들은 용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정말 2만 마리나 모여들고 있나요?”
용사들 중 한 명이 물었다.
아직 앳되어 보이는 얼굴의 여자였다.
그녀는 살짝 질린 듯한 표정으로 지도와 서우진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보다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직접 본 숫자만 그 정도 되고, 미처 확인하지 못한 놈들까지 합치면…….”
최소 2만에서 최대 3만은 될 듯했다.
서우진의 대답에 용사들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정면에서 싸우면 위험하겠는데.”
“그래서 각개격파를 하자는 거잖아.”
몰려들고 있는 에이션트 오크의 엄청난 수에, 대다수의 용사들은 서우진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이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흩어지는 게 더 위험할 것 같은데.”
박진한이었다.
그는 토벌 중에도 상의를 탈의한 채, 꿈틀거리는 근육을 드러내 놓고 있었다.
“숫자는 우리가 더 적으니까, 오히려 각개격파를 당하는 건 우리일지도 모르지.”
“차라리 한데 모여서 총력전을 펼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은데요. 그 편이 더 안전하고, 빠르게 끝낼 수 있을 듯하고.”
김태진 역시 박진한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런가?”
“확실히 소수로 움직이다 보면 위험할 수도 있어.”
몇몇 귀가 얇은 용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느끼기엔 박진한과 김태진의 말 역시 일리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대규모 전투에 익숙하신 분?”
그때, 서우진이 용사들을 향해 물었다.
“제가 알기로는 이 정도의 집단전은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일 텐데… 그렇지 않습니까?”
용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아시다시피 에이션트 오크는 집단전에 능한 몬스터입니다. 그리고 그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강력해지죠.”
이것 역시 모두가 경험해 본 사실이었다.
“그런데 2만이 넘는 놈들과 전투를 벌여서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까?”
승리는 할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용사들의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했으니까.
하지만 서우진이 물은 것은 승리냐 패배냐가 아니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죽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A급 이상의 고위 등급의 용사들은 그렇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겠지만…….
“솔직히 확신은 못하겠네요.”
“저도 좀…….”
용사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B급과 C급이다.
그들은 고위 등급의 용사들과 달리, 자신감을 표현할 수가 없었다.
실제로 오늘 전투에서 부상을 입은 이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서우진은 박진한과 김태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만약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고?”
마치 ‘네가?’라고 묻는 듯한 표정에,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분을 삭일 순 없었는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런 두 사람을 가만히 지켜보던 서우진이 무표정한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더는 신경을 쓸 이유도, 가치도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혹시 제 계획에 더 반대하시는 분이 계십니까?”
용사들은 고개를 저었다.
박진한과 김태진에게 동조하던 이들도, 서우진의 말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 듯했다.
‘아니면 그냥 대세에 따르기로 했던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쨌든 계획대로 실행한다는 것이 중요한 거였으니까.
“반대가 없으면 팀을 나눠보죠?”
그 말에 용사들은 서로 친한 이들끼리 뭉치기 시작했다.
어느 팀은 십수 명에 달할 정도로 많았고, 또 다른 팀은 고작 2~3명에 불과할 정도로 적었다.
서우진은 루데인과 상의 후, 적당한 숫자로 그들을 재분배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용사들의 성향과 실력을 가장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건, 아카데미의 교관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팀이 모두 구성되었다.
총 20개의 팀으로, 각 팀은 4~5명의 인원이 배정되었다.
단, 서로간의 간격은 최소한으로 하여 위급한 순간에 신속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정도면 됐네.”
서우진은 자신의 팀원들을 쳐다보며 웃음을 지었다.
계수지, 구동환, 이지아, 유홍설, 진태성과 같은 A급 전투 직업은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김다혜, 강병규, 박민성, 김우람이 서우진의 팀이었다.
비전투 직업 두 명과 C급 두 명.
다른 팀에 비하자면 수준이 현저하게 부족했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서우진에게 에이션트 오크 따위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다른 팀에 상위 등급들을 몰아넣어 전력을 높이는 편이 더 나았다.
“잘 부탁합니다.”
서우진이 인사하자, 다들 헛웃음을 지었다.
“우진아, 이거 진짜 괜찮은 거 맞냐?”
강병규가 물었다.
서우진이 강하다는 건 알지만, 이런 팀으로는 제대로 된 전투도 하지 못할 것 같았던 것이다.
“나도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서우진이 자신있게 얘기하자, 강병규는 입맛을 다시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서우진이 괜한 짓을 하진 않았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
“편의상 그냥 말을 놓겠습니다.”
팀원들 중에 서우진이 존대하는 사람은 박민성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모두 반말을 하고 있었으니, 한 사람을 위해 존댓말을 하기엔 너무 불편했다.
서우진이 양해를 구하자, 박민성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언제까지 말을 높이실 건지 궁금했습니다, 하하!”
그는 서우진이 계속해서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여 서운했다며, 형님이라 불러도 되겠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덕분에 팀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전투를 위해 구성된 팀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서우진은 그런 박민성을 향해 고맙다는 듯한 눈빛을 보내고는 지도를 가리켰다.
“우리가 맡은 지역은 여기야.”
현재 위치에서 꽤나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것으로 봐선, 에이션트 오크의 수는 대략 5백에서 7백 마리 사이.
“음…….”
김우람이 신음을 내뱉었다.
딱딱하게 굳어 있는 얼굴이, 왠지 겁을 먹은 듯했다.
“얼굴 펴. 그동안 꽤 노력했으니, 이 정도쯤은 쉽게 상대할 수 있을 거야.”
김우람은 이전과 꽤 다른 인상이었다.
뇌를 절이고 있던 허세와 컨셉질은 빠져나간 지 오래였고, 대신 진중함이 자리잡았다.
녀석이 반 슬레인 밑에서 얼마나 굴렀을지 생각만 해도, 서우진은 오한이 들 것만 같았다.
반 슬레인에게 배운 기간은 짧았어도, 용사라는 특성과 ‘소환석’을 통한 성장을 했기에 김우람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듯했다.
하지만 C급이라는 하위 등급과 남들보다 뒤쳐졌다는 사실 때문일까?
김우람은 자신감이 많이 부족해 보였다.
‘저런 성격도 좀 바꿀 필요가 있어.’
서우진은 이번 작전을 통해, 이들을 성장시킬 생각이었다.
김다혜야 말할 것도 없고, 박민성과 강병규, 그리고 김우람까지.
다른 동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이들의 수준을 조금이나마 채워주고 싶었던 것이다.
최대한 많은 실전경험을 시켜주고, 경험치를 얻어 레벨을 올린다.
그것도 그 어떤 팀과 비교해도 독보적으로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했다.
“우선 작전을 좀 세워보자.”
서우진은 팀원들과 함께 토벌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 * *
“허어, 꽤나 본격적 아닌가?”
자르반 평원에 도착한 황제는,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광경에 감탄한 눈치였다.
5천 마리의 에이션트 오크와 97명의 용사가 벌이는 전투.
황제는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애초에 이번 토벌 자체가, 그저 아이에르의 진군을 막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써 기획된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용사들의 전투가 긴박하고 볼거리가 풍성했다.
“예상보다 더 성장한 듯하구나.”
황제의 말에 곁에서 밀착 호위를 하고 있던 로나인이 다가왔다.
“실전경험의 필요성을 일찍 인지하고, 교육의 방향성을 바꾼 덕이 큰 듯하옵니다.”
만약 처음 계획대로 훈련을 했더라면, 용사들은 기사들이 던져 주는 몬스터만 사냥을 하며 레벨을 올리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제대로 된 실전은 경험해 보지도 못했을 테고.
하지만 여러 일이 벌어진 탓에, 교육과정을 바꾼 것이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었다.
“그러하더냐?”
황제는 로나인의 보고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황제의 눈이 빠르게 전장을 훑었다.
‘없군.’
서우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복귀를 하지 않은 듯했다.
‘만나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거늘.’
황제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혀를 찼다.
그러다 문득.
다른 이들보다 뛰어난 활약을 하는 용사들이 눈에 띄었다.
“호오…….”
황제의 눈에 호기심이 깃들었다.
그들은 개개인의 실력도 뛰어났고, 서로간의 연계도 흠잡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저들은 누구인가? 혹 S급 용사들이더냐?”
황제가 손가락을 들어 가리키자, 로나인의 시선이 그들을 확인했다.
“저들은 S급 용사들이 아니옵니다.”
백시우와 성유라를 제외한 세 명의 S급.
그들은 황제가 가리킨 방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에이션트 오크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그럼 저들은 누구더냐?”
황제가 묻자, 로나인은 다시 한번 그들의 얼굴을 살펴보곤 대답했다.
“모두 용사 서우진의 동료들인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서우진이라는 이름에 황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에게 동료가 있었느냐?”
“아카데미에서는 유명하옵니다. 등급은 A부터 C까지 다양하지만, 모두 출중한 실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전투 직업이든 비전투 직업이든.
등급이 높든 낮든.
모두가 감탄할 정도로 뛰어난 인재들이었다.
아카데미의 교관으로 있는 기사들이 다들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황제는 그 말에 호기심 서린 눈빛으로 그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허어…….”
확실히 다른 용사들에 비해 움직임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마치 오랫동안 손을 맞춰온 것처럼 말이다.
“직접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구나.”
“자리를 마련해 보겠사옵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황제와 로나인의 뜻은 이루어질 수가 없었다.
“폐하.”
황제의 호위기사들 뒤로,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길을 열어라.”
그 소리에 로나인에 휘하 기사들을 향해 명령했다.
척-
기사들이 한쪽으로 이동하자, 무릎을 꿇고 있는 젊은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루시엘인가?”
로나인이 물었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조아렸다.
“그렇습니다. 급히 전해 드릴 보고가 있어 미처 예를 갖추지 못함을 용서해 주시길.”
로나인이 바라보자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까이 와라.”
허락이 떨어지자 크루시엘의 요원이 무릎 꿇은 채 기어서 다가왔다.
“급히 전할 보고가 무엇인가?”
로나인이 물었다.
그러자 요원은 빠르게 대답했다.
“아이에르에서 8만의 대군이 데르한의 국경을 넘어, 다시 제국을 향해 출정했다는 첩보입니다.”
“…무엇이?”
아이에르 군이 철군했다는 소식을 들은 게 바로 얼마 전이다.
그 덕분에 데르한까지 마음 놓고 온 것 아니던가?
그런데 8만 병력이 또 출정했다고?
황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