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2)
#21화.
드레이카스의 크기는 10미터에 달한다.
개체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한 영역을 지배할 정도로 성장한 놈은 대략 그 정도다.
그런 크기의 괴물이 빠른 속도로 달려와 돌진하면, 평범한 인간들은 절대로 막을 수가 없었다.
처음 드레이카스가 출몰했을 때도, 놈과 충돌한 병사들의 몸이 박살 날 정도였으니까.
평범한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선 하급 기사 아일린조차도 간신히 돌진을 막는 게 한계였다.
그 후로는 바로 쓰러져 버렸으니까.
그런데…….
서우진은 완벽하게 막아냈다.
그것도 너무도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르르르르-
드레이카스의 당황스러운 눈동자가 보였다.
서우진은 안도했다.
백인대 하나로는 놈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이 앞으로 나섰다.
조한에게 말했듯이, 여기서 가장 강한 사람은 바로 본인이었으니까.
솔직히 불안했던 건 사실이다.
‘내가 막아낼 수 있을까?’
강해진 건 안다.
9레벨이 되었으니까.
한 번만 더 레벨 업을 한다면 테스테론이나 제라드 같은 상급 기사 수준이 된다고 했으니, 한 달 전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그런데도 불안했던 건, 처음 드레이카스를 만났을 때의 기억이 너무도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느낀 죽음의 공포는 쉽사리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었다.
“너, 생각보다 그렇게 세진 않구나?”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지난 한 달 동안 서우진이 싸워온 몬스터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드레이카스보다 강하다고 할 만한 몬스터는 얼음 벌레가 유일했으니까.
그런데도 서우진은 놈이 약하다고 생각했다.
한 번의 돌진을 막은 것으로, 두려움의 그림자를 걷어낸 것이다.
그 말을 알아들은 것일까?
그오오오오-!
드레이카스는 살기가 가득 담긴 포효를 터트렸다.
“크윽!”
바로 코앞에서 들려오는 굉음에 병사들이 신음을 흘렸다.
“귀 아파!”
서우진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검을 휘둘렀다.
쩌어억-!
단순한 가로 베기에, 드레이카스의 가죽이 갈라졌다.
반 슬레인의 일격과 비교하면 하찮은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절대 가볍지 않은 상처였다.
깜짝 놀란 드레이카스가 뒤로 물러났다.
크기를 생각하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날렵한 움직임이었다.
“어딜 도망……!”
서우진은 곧장 놈을 뒤쫓으려 했다.
하지만 누군가 그의 손을 붙잡았다.
“멈춰!”
조한이었다.
“지금 따라가면 죽어.”
서우진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분명 승기를 잡은 건 자신이었다.
그런데 죽는다고?
“자네가 강한 건 알겠지만, 그래도 혼자서는 안 돼.”
드레이카스는 영악하다.
그저 힘이 세고 크다고 지배자가 된 놈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머리를 쓸 줄 알고, 자신이 불리할 땐 물러날 줄도 안다.
그리고.
“저쪽을 봐.”
조한이 드레이카스의 뒤를 가리켰다.
“음?”
서우진의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저건…….”
“몬스터다.”
놈들은 마치 파도가 치는 것처럼 몰려오고 있었다.
드레이카스의 지배를 받는 놈들인 것 같았다.
그 수는 대충 봐도 기백에 달했다.
‘방금 울부짖은 게 그냥 화가 나서 그런 게 아니었구나.’
아마 자신이 지배하는 몬스터들을 부르는 신호였던 듯했다.
“네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저 많은 숫자는 못 이겨.”
솔직히 말하자면 드레이카스 한 마리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지금이야 방심한 틈을 타서 일격을 먹일 수 있었지만, 놈이 신중해진 이상은 어려웠다.
“물러난다.”
조한은 병사들과 함께 대열을 유지한 채로 천천히 뒤로 움직였다.
자신들의 목적은 저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게 아니다.
불가능한 일에 목숨을 걸기보단, 본대가 올 때까지 버티는 것.
그게 목표였다.
“전령을 보냈으니 지원은 금방 올 거야. 아무리 늦어도 한 시간. 그때까지만 버티면 돼.”
물론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드레이카스는 서우진이 어찌어찌 막는다고 해도, 몰려드는 몬스터의 수가 너무 많았으니까.
“쯧, 그래서 돌아가라고 한 건데.”
조한의 핀잔을 들으며 서우진은 심호흡했다.
‘많구나.’
점점 가까워지는 몬스터들의 모습에 서우진은 살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드레이카스 한 마리라면 모를까, 저 많은 몬스터에게서 병사들까지 모두 지킬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해야 돼.’
더는 자신의 눈앞에서 병사들이 죽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려면 기선을 제압하는 게 중요했다.
몬스터의 움직임을 위축시키고, 병사들의 사기를 올릴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거밖에 없지.’
5레벨부터는 레벨 업을 할 때마다 스킬을 얻는다.
현재 서우진이 보유한 스킬의 수는 총 여섯 개.
정체를 알 수 없는 ‘???’를 제외하면 다섯 개다.
‘흑염’, ‘강격’, ‘가속’, ‘폭주’.
‘그리고 이번에 얻은 ‘오러’.’
서우진은 그중 ‘폭주’와 ‘오러’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마력 량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 오랜 시간 쓸 순 없겠지만…….
‘그래도 본대가 올 때까진 버틸 수 있을 거야. 아니, 버텨야 돼.’
자신이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방어 대형으로.”
드레이카스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서우진과 병사들은 꽤 멀리 물러날 수 있었다.
이대로 본대가 있는 곳까지 후퇴를 할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불가능했다.
몬스터들이 이제 거의 지척까지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병사들은 조한의 명령에 방패를 들었다.
마치 거북이의 등껍질처럼 단단한 벽이 만들어졌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몬스터들을 막아낼 수 없었다.
그걸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병사들이었다.
서우진이 뒤를 돌아보자, 굳은 표정의 조한이 보였다.
다른 병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죽음을 각오한 것이다.
물론 서우진은 그들이 쉽게 죽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지만 말이다.
“충돌 대비!”
조한의 짧은 외침과 함께, 몬스터들이 달려들었다.
‘오러.’
서우진이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흑검에서 푸른색의 마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이펙트가 아니었다.
서우진의 몸속에 있는 마력들이 극도의 압축을 거쳐 생성된, 파괴의 기운이었다.
그 크기는 고작 2미터도 채 되지 않았지만…….
후웅-
검이 좌에서 우로 휘둘러졌다.
그리고 선두에 있던 수십 마리의 몬스터가 그대로 두 쪽으로 갈라졌다.
* * *
“4백인대가 향한 방향은?”
반 슬레인이 물었다.
“북서쪽입니다.”
“떠난 지 두 시간은 족히 되었으니, 지금 바로 움직여야겠군.”
마음 같아서는 혼자 먼저 달려가 서우진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4백인대가 정확히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지 못하는 이상은, 병사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전투 교본에 따르면, 드레이카스와 조우 시 최소한의 전령을 보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전령이 오질 않는 걸 보면 아직은 무사한 것 같았다.
“그럼 다행이네만…….”
북방에서 방심은 금물이다.
드레이카스를 찾기 위한 정찰이었지만, 중간에 어떤 몬스터를 만나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그중에는 9레벨을 달성한 서우진도 상대하지 못할 괴물이 많았다.
예를 들면 얼마 전에 반 슬레인이 직접 쪼개 버린 얼음 벌레 같은 놈들 말이다.
그러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 출발하지. 가용 가능한 병사들을 데리고 예상 위치를 샅샅이 수색…….”
“영주님!”
수색 명령을 내리려던 반 슬레인의 말을 끊고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시선을 돌리자, 피를 흘리며 빠르게 달려오는 병사 한 명이 보였다.
그는 예를 취할 겨를도 없이 반 슬레인의 앞에 주저앉더니 말을 쏟아냈다.
“제4백인대 드레이카스와 조우! 용사 서우진은 현재 병사들과 함께 전투에 돌입! 몬스터 부대의 강습까지 시작되어 위기입니다!”
병사의 보고를 들은 이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드레이카스와 조우한 것도 문제였지만, 놈의 휘하에 있는 몬스터 부대까지 출몰했다면 위험했다.
“위치는!”
테스테론이 다급하게 물었다.
서우진이 아니라 자신이라도 생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다.
그러니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북서쪽 7.8킬로미터. 중간에 스노울 무리가 길을 막고 있어 시간이…….”
“먼저 가겠네.”
반 슬레인이 땅을 박찼다.
위치를 알았으니 병사들의 도움은 이제 필요 없었다.
“영주님!”
테스테론이 경악하며 그를 불렀지만, 반 슬레인의 신형은 순식간에 점이 되어 사라졌다.
“뒤따른다!”
반 슬레인이 아무리 강하다고는 하지만, 홀로 보낼 수는 없었다.
테스테론은 푸른 방패 기사단과 함께 어느새 사라져 버린 반슬레인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 * *
서우진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너무 많아.’
첫 일검은 꽤나 효과가 좋았다.
아무런 방비도 하지 않고 달려들기만 하던 몬스터들을 말 그대로 썰어버렸으니까.
덕분에 병사들의 사기는 올라갔고, 서우진 역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몬스터들은 단 1초도 멈추지 않았다.
드레이카스에게 종속되어, 두려움이라는 감정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물론 상급 기사에 필적하는 서우진에게, 놈들은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숫자가 너무 많다는 게 문제였다.
‘마력 량이…….’
‘측정 불가’ 등급답게 서우진의 성장 폭은 엄청나다.
9레벨에 오른 지금, 마력량으로만 따지자면 상급 기사인 테스테론을 능가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부족했다.
아니, 몬스터 부대만이라면 어떻게든 해보겠지만, 아직 드레이카스가 건재하다.
‘최대한 아껴야 해.’
‘오러’는 몬스터들에게 압도적인 힘을 과시했다.
스치는 것만으로도 육체가 찢겨 나갈 정도였다.
드레이카스마저도 ‘오러’를 경계하여 쉽사리 달려들지 못했다.
하지만 마력에는 한계가 있었기에, 서우진은 일단 스킬 사용을 중지했다.
그리고 그 여파는 곧장 나타났다.
“으윽!”
어디선가 날카로운 뼛조각이 날아와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자신의 뼈를 총알처럼 쏘아대는 몬스터, 플래터였다.
피부가 찢겨 나가며 붉은 액체가 튀었다.
‘아직 괜찮아.’
가벼운 부상은 아니었다.
조금만 더 깊었다면 장기까지 손상을 입을 뻔했으니까.
하지만 아직 버틸 만했다.
그간 토벌을 진행하며 이 정도 부상에는 이골이 났다.
통증이 심하긴 해도 움직이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서우진은 몬스터의 해일 속에서 무아지경으로 검을 휘둘렀다.
잡생각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지금 서우진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
몬스터를 한 마리라도 더 죽여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사투를 이어갔을까?
투박하던 그의 검이 조금씩 다른 그림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쓸데없는 힘의 낭비는 사라지고, 점점 아름다운 호선을 그렸다.
뒤에서 싸우던 병사들이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을 정도로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오러’를 사용했을 때처럼 한 번에 수십 마리를 도륙하진 못했지만, 검을 휘두를 때마다 반드시 한 마리씩은 죽어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조심해!”
조한의 경고성이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던 서우진의 정신을 일깨웠다.
그런 그의 눈앞으로 드레이카스의 살기 어린 이빨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