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20)
219화.
“돌아간다.”
황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들을 만나지 않고 돌아가셔도 되겠나이까?”
황제가 데르한까지 온 이유가 무엇이던가?
에이션트 오크의 토벌을 하고 있는 용사들을 만나기 위함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말 한 마디 붙여보지 못하고 되돌아간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황제는 로나인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짐이라고 아쉽지 않을까? 허나 지금은 때가 아니니라.”
병력이 여기까지 도달하려면, 최소한 2주는 걸릴 것이다.
하지만 아직 전쟁의 위협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 보좌를 비워둘 순 없었다.
어서 아그나와 만나 대책을 세워야만 했다.
‘이번에도 저 아이가 해결을 해주면 좋으련만.’
황제의 시선이 용사들을 향했다.
노안이 온 탓에 서우진의 모습을 확인할 순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바람이 그에게 닿기를 소원했다.
‘염치가 없구나.’
서우진은 한 번 황제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것도 완벽하게.
5만의 병력을 단 한 번의 전투로 모두 후퇴시켰으니…….
그런데 또 같은 일을 부탁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되었다.
이번에는 거래가 아니라 부탁이 될 터였으니까.
혼자 무려 10만이 넘는 대병력을 막아내 달라는 터무니없이 커다란 부탁.
“허허, 무엇을 줘야 할꼬.”
어느 정도의 대가를 지불해야 할지 짐작도 되질 않았다.
황제는 헛웃음을 내뱉은 뒤, 몸을 돌렸다.
“가자꾸나.”
황제는 서우진과 용사들을 뒤로한 채 고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 *
‘돌아간 건가?’
서우진은 문득 황제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르반 평원에 처음 도착했을 땐 확실히 여기에 있었다.
로나인과 다른 기사들의 기운도 확연히 느껴졌었고.
하지만 서우진이 다른 일에 신경을 쓰는 사이 돌아간 듯했다.
‘볼일이 있어서 온 거 아니었나?’
서우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황제가 직접 여기까지 왔을 때는, 아무런 이유가 없진 않았을 텐데.
거기다 이렇게 말도 없이 돌아가다니?
혹시 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별일 아니겠지.’
하지만 서우진은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황제와의 거래도 성공적으로 이행했고, 무엇보다 지금은 그딴 것보다 중요한 일을 시작해야만 했으니까.
“출발하자.”
서우진의 말에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용사들 역시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모두가 각자 배정된 지역을 향해서였다.
“속도는 조절하는 게 좋겠어.”
모두가 최대한의 속도를 끌어올린다면, 목적지까진 두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남들보다 천천히 이동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빨리 가서 준비하는 게 낫지 않아?”
강병규가 물었다.
“뭐, 네 말도 틀리진 않은데. 지금은 주변 상황을 좀 보고 움직이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주변 상황?”
박민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 녀석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서우진이 다른 용사들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봐도 계획대로만 움직일 것 같진 않단 말이지.”
서우진 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용사들이었다.
그들의 면면을 본 강병규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하필이면 쟤들이냐?”
김태진, 박진한, 임태은, 그리고 그들과 친한 용사들 몇몇.
서우진이라면 이를 갈고 있는 녀석들이 대부분이었다.
강병규는 단번에 서우진의 말뜻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확실히 저 녀석들이라면 고춧가루를 뿌릴지도 모르겠는데요?”
박민성 역시 강병규의 말에 격하게 동의했다.
‘뭐, 딱히 무섭진 않지만.’
저들이 무슨 헛짓거리를 해도, 서우진에게는 아무런 위해도 끼칠 수 없었다.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괜히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릴 필요도 없었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알고 조금 천천히 가자고.”
서우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팀원들과 함께 이동하기 시작했다.
다른 팀들과 비교해도 확연히 느린 속도였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탐색’ 스킬을 이용해 길잡이를 자처하고 있던 강병규가 문득 뒤를 돌아봤다.
“그런데 우진아. 요즘 다혜랑 훈련을 자주 하는 것 같던데, 둘이 뭐 하는 거냐?”
그 질문에 서우진이 피식- 웃었다.
안 그래도 자신 덕분에 다들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김다혜와 따로 훈련하니, 부러움과 동시에 궁금증이 생긴 모양이었다.
“비밀인데?”
서우진이 짓궂게 웃으며 말하자, 강병규가 표정을 찡그렸다.
“친구끼리 비밀은 무슨. 아, 뭔데?”
“저도 궁금하네요.”
“저, 저도…….”
박민성과 김우람 역시 강병규의 편에 섰다.
특히나 김우람은 서우진을 뚫어지듯 쳐다봤다.
잠깐 배웠던 때를 떠올리는 것 같았다.
“말해줘도 돼?”
서우진이 김다혜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상관없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음요.”
어차피 김다혜는 어떤 훈련을 하고 있는지 이지아, 계수지, 구동환에게 말을 해주었다.
아는 사람이 더 늘어난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었다.
애초에 비밀로 한 적도 없었고.
허락이 떨어지자, 서우진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설명해 주었다.
김다혜가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훈련을 했는지에 대해서.
그러자 김다혜를 보는 팀원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너…….”
강병규는 감탄을 넘어, 감동한 표정이었다.
“대단하네.”
사실 병사들의 심정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강병규와 같은 비전투 직업의 용사들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들의 힘은 병사들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전투 직업의 용사들에 비하자면, 너무도 약했다.
강림 전쟁이 발발한다면?
혹시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죽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을 마음속에 항상 품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 병사들을 생각하는 김다혜의 마음이 더욱 와 닿을 수밖에 없었다.
“그치? 기특하지?”
왠지 서우진이 더욱 기뻐하는 표정으로 김다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게요…….”
김우람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과 김다혜는 같은 C급이었다.
그런데 품은 뜻의 크기가 차원이 달랐다.
남들보다 뒤쳐진 성장을 따라잡기 위해 혼자 급급한 자신과 한 명의 생명도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김다혜.
김우람은 괜히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라.”
그런 속내를 짐작한 것일까?
서우진이 김우람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며 말을 이었다.
“너는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일만 해. 다혜가 대단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부족한 건 아니니까.”
김우람은 아직 1인분을 못하고 있었다.
예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을 이루어내긴 했지만, 그럼에도 아직 부족했다.
지금은 김다혜처럼 다른 이들을 챙길 때가 아니라, 자신의 성장을 먼저 생각 해야만 했다.
강림 전쟁에서 죽지 않고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가고 싶다면.
“애초에 너와 다혜는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달라. 그러니까 본신의 능력을 키우는 것에만 집중해.”
김우람이 성장해 한 마리라도 많은 몬스터와 마수를 죽이는 것이 병사들을 살리는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김우람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도 마찬가지야. 지금은 성장과 능력을 갈고닦는 것에만 집중해. 남을 생각하는 건 그 후에 같이하자고.”
“알았다, 이 새끼야.”
서우진의 말에 강병규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그 말투 때문인지, 조금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다시 살아났다.
“나 없는 동안 레벨 좀 올랐어?”
“조금요.”
“얼마나?”
서우진이 묻자, 김다혜가 잠시 멍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아마도 상태창을 확인하는 듯했다.
“3레벨요.”
“…많이 올랐네?”
서우진이 자리를 비운 시간은 고작해야 5일가량.
50레벨이 넘으면 1레벨을 올리는 데 필요한 경험치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서우진으로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혜가 진짜 엄청 활약했거든.”
“킬 수만 따지자면, 용사들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1등일걸요?”
강병규와 박민성의 말에 서우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광역스킬이나 대량살상스킬을 갖고 있는 용사들도 꽤 있지 않아?”
그중 가장 뛰어난 건 S급의 ‘초열법사’ 김태진이었고.
동료들 중에서도 A급 ‘원소술사’ 진태성이 그쪽 방면으로는 만만찮았다.
그런데 김다혜가 1등이라니?
“진짜 엄청나더라. 난 무슨 전쟁 영화 보는 줄 알았어. 판타지 전쟁이 아니라 현대전으로.”
토마호크가 하늘을 가르고 날아올라 후방을 폭격하고, 구룡다연장포가 쉴 새 없이 불을 뿜어댔다.
각 개체의 힘은 용사들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지는 에이션트 오크 정도로는, 그녀의 공격을 막아낼 방도가 없었다.
“덕분에 아주 학살을 했지. 다혜 스킬에 죽은 에이션트 오크가 적어도 천 마리 정도는 될걸?”
서우진이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천 마리라니…….”
그 정도면 전체 병력의 1/5를 혼자 날려 버렸다는 소리 아닌가?
과장이 좀 섞여 있긴 하겠지만, 그만큼 김다혜의 활약이 대단하다는 뜻이었다.
“역시 몰이사냥이 답인가?”
한 마리의 강한 개체를 사냥하는 것도 좋지만, 레벨 노가다는 뭐니 뭐니 해도 몰이사냥이 최고인 듯했다.
‘이거 성장 방법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하나?’
서우진은 ‘소환석’을 이용해 김다혜의 레벨을 최대한 올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쪽 방식이 더 빠르다면, 굳이 기존의 방법을 고수할 이유가 없었다.
‘문제는 이만한 규모의 몬스터들을 어디서 찾느냐는 건데…….’
서우진의 머릿속에 몇 군데의 장소가 스쳐 지나갔다.
‘일단 보류. 고민은 이번 일 끝내고 제대로 한번 해봐야겠다.’
잘만 엮으면 버스와 몰이사냥, 둘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에 따른 결과는 폭렙이 될 테고.
서우진은 김다혜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같이 성장시킬 계획이었다.
“좋아. 아직 남은 놈들이 많으니까, 이번 기회에 다들 최소한 5레벨 이상은 더 올리자.”
최소한 2만에서 최대 3만 마리.
그놈들을 사냥한다면 5레벨 정도는 충분히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게 말처럼 쉽겠냐? 우리만 사냥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강병규가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조금이라도 레벨을 더 올리기 위해 혈안이 된 용사들이 한 무더기다.
그들과 경쟁해 가면서 그만한 레벨 업을 해낼 수 있을지…….
서우진은 자신 없어 보이는 강병규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있잖아.”
이 팀의 팀원들은 아직 다른 팀에 비해 부족하다.
등급도 낮고, 직업도 불리하다.
레벨이 조금 앞서나가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압도적인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 팀에는 서우진이 있었다.
남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높은 레벨과 수호자 급에 이르는 경지.
그리고 ‘측정불가’ 등급의 ‘마왕’이라는 유니크한 직업까지.
서우진은 자신 있었다.
“나만 믿어. 이번 작전에서 가장 성장하는 팀은 바로 우리가 될 테니까.”
김다혜는 그런 자신만만한 표정의 서우진을 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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