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21)
220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휘하의 신성기사 한 명이 다가와 물었다.
“음…….”
오이언은 어두운 표정으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결정하셔야 합니다.”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네.”
“저희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신성기사는 오이언에게 그렇게 말을 하곤, 예를 갖춘 뒤 조금 멀어졌다.
“하아.”
오이언은 한숨을 내뱉으며 앞을 쳐다봤다.
그리 멀지 않은 곳.
자신이 작정하고 달리면 1분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지척인 곳에, 엄청난 숫자의 병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아이에르에서 추가로 파병된 8만의 대군.
그들은 오이언에게 선택을 종용하고 있었다.
‘따를 것인가, 저항할 것인가.’
만약 전자를 선택한다면, 다시 한 번 데르한을 가로질러야만 했다.
그리고…
‘분명 ‘검은 존재’를 만나겠지.’
그때는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검은 존재’는 경고했던 것처럼, 더는 봐주지 않고 아이에르의 병사들을 학살할 것이다.
자신의 병력과 합치면 13만.
‘이 숫자로 막을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 한 개인과 13만의 전투가 성립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오이언의 생각은 달랐다.
전투가 벌어질 것은 확실했고, 그 결과는 자신들의 패배가 될 확률이 높았다.
‘아니, 분명 지겠지.’
그리고 역사에 길이 남을 정도의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후자를 택할 수도 없었다.
그랬다간 같은 아이에르의 병력끼리 상잔이 일어날 테니까.
서로가 동료고, 친구고, 가족이다.
자신들끼리 피를 흘리느니, ‘검은 존재’에게 죽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어찌해야 할까.’
오이언이 눈을 질끈 감았다.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형제들끼리 서로 상잔을 할 순 없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차라리 ‘검은 존재’에게 대항하다 죽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나았다.
‘결국은 이리되는구나.’
오이언은 눈을 뜨며 부하를 불렀다.
“성왕 전화의 명을 따르겠노라 전해라.”
“…괜찮으시겠습니까?”
신성기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방금 오이언이 어떠한 고민을 했는지, 그 역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택의 여지가 따로 없다.”
지금은 일단 저들의 뜻을 따르고, 후에 ‘검은 존재’가 인정을 베풀기를 바라는 수밖에.
“알겠습니다.”
신성기사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 뒤, 저들을 향해 다가갔다.
이로써 13만의 대병력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소식은 마치 날개가 돋힌 듯, 순식간에 전 대륙으로 뻗어나갔다.
* * *
한편 서우진은 팀원들과 함께 목적지에 도달해 있었다.
“많긴 하네.”
강병규가 집결해 있는 에이션트 오크 무리를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정확히 몇 마리야?”
서우진의 물음에 강병규가 ‘탐색’ 스킬을 사용했다.
그의 눈앞에 주변의 지형지물과 에이션트 오크들이 표시되기 시작했다.
“음, 763마리. 이야, 너무 많은데?”
고작 다섯 명이 상대하기엔 지나치게 많은 숫자였다.
하지만 강병규는 걱정스러운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기대가 되는 듯한 눈치였다.
‘저 녀석이 있으니까, 뭐.’
서우진을 쳐다본다.
자신들만 싸우라면 버거웠겠지만, 여기엔 서우진이 있다.
“별거 아니네. 그치?”
서우진 역시 웃으며 말했고,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오직 김우람만이 걱정을 완전히 떨쳐 내지 못한 표정이었다.
“다른 쪽 분위기는 어때?”
“네 예상대로야.”
강병규가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일부러 천천히 이동했다.
혹시 모를 훼방이나 개수작을 방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이쪽을 향해서 몹몰이를 하는 중이네.”
강병규의 ‘탐색’ 스킬은 이 근방 전체의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덕분에 다른 팀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바로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확인하는 중이었다.
“몇 팀이나?”
“전부. 이 새끼들, 아주 작정을 했구만.”
이쪽으로 몰려들고 있는 팀은 총 다섯 개, 26명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몰고 있는 에이션트 오크의 숫자는…….
“2,700마리 쯤 되네.”
강병규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곳에 있는 놈들까지 합치면 무려 3,500마리에 육박한다.
그놈들과 고작 다섯 명이서 싸워야 한다는 생각에, 살짝 두려움까지 느껴졌다.
“적당하네.”
하지만 서우진은 오히려 잘됐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7백 마리 정도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다.
이들 모두가 빠르게 성장하려면, 그보다 훨씬 많은 몬스터가 필요했다.
그리고 3,500마리 정도면, 딱 좋은 숫자였다.
“일단은 신경쓰지 말고 저놈들이나 잡자. 뒤는 나에게 맡기고.”
서우진이 티끌만큼의 걱정도 하지 않는 모습으로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저 녀석이라면.’
어떻게든 해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서우진의 말처럼, 아무 걱정하지 말고 성장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한 강병규는 지도를 들고 에이션트 오크들의 위치를 표시하기 시작했다.
“저놈들은 지금 우리 베이스캠프 쪽을 향해 이동 중이야. 우리가 먼저 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겠지. 덕분에 경계도 느슨하고, 대열도 갖춰지지 않았어.”
그의 말대로,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에이션트 오크 무리는 꽤나 듬성듬성 퍼져 있었다.
“놈들이 집단전에 특화되어 있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전쟁에 능한 건 아니야.”
척후도 없고, 사주 경계도 하지 않는다.
만약 진짜 전쟁이었다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작전을 전혀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었다.
“우리는 그 틈을 노리면 돼.”
7백 마리가 넘는 숫자라고는 하지만, 하나로 뭉치지 못한 놈들은 그리 무섭지 않았다.
“다른 팀이 몰고 있는 놈들은 언제쯤 도착할 것 같아?”
서우진이 묻자, 잠시 계산을 해본 강병규가 대답했다.
“빠르면 한 시간, 늦어도 세 시간 안에는 도착할 것 같다.”
그 말에 서우진이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봤다.
어둑어둑해지는 하늘.
“한 시간이라…….”
그 정도면 밤이 찾아오기엔 충분했다.
서우진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날이 지면 시작하자.”
그때가 되면 아마도 꽤나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에이션트 오크든, 다른 팀이든.
서우진은 기대감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 * *
“이쪽이 확실해?”
박진한이 거칠게 땀을 닦아내며 물었다.
수백 마리에 달하는 에이션트 오크들을 죽이지 않고 한쪽으로 몰다 보니 꽤나 지친 듯했다.
“마, 맞아.”
임태은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어깨에 있는 작은 드래곤이 확인한 사실이었다.
“이 새끼들, 왜 이렇게 늦게 온 건데?”
계획대로라면 벌써 에이션트 오크들을 놈들에게 밀어넣어 두고, 당황하는 꼴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었어야 했다.
그런데 서우진 팀은 자신들의 생각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 덕에 시간이 꽤나 지체가 되었다.
“혹시 우리가 수작 부리는 걸 눈치챈 거 아니야?”
박진한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이전에 서우진에게 처절하게 얻어 터졌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그렇겠지.”
김태진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럼 큰일 아니냐?”
박진한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호들갑 떨 것 없어. 애초에 서우진이 눈치챌 거라 예상하고 생각한 계획이니까.”
“하지만 만약 그랬다가…….”
‘또 뒤지게 맞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말은 차마 꺼내지 못했다.
“괜찮을 거다. 우린 그냥 골탕만 조금 먹이려는 것뿐이야. 이런 수작질에 그놈이 당할 리가 없지.”
서우진은 강하다.
자신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에이션트 오크?
이 정도 숫자는 서우진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할 게 분명했다.
‘…다른 팀원들은 조금 다르겠지만.’
서우진의 팀원은 모두 B와 C급의 하위 등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나마도 B급 두 명은 모두 비전투 직업.
서우진이라면 코웃음도 치지 않을 수작질이었지만, 그들이라면?
‘혹시 모르지, 정말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도.’
김태진이 바라는 상황은 바로 그것이었다.
서우진이 애지중지하는 동료들이 위험해지는 것.
‘성유라.’
자신의 친구가 죽었다.
아무리 이유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성유라의 친구로서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미안하다.’
김태진은 속으로 성유라에게 사과했다.
만약 자신이 조금 더 그녀를 신경써 주었다면.
친구의 마음을 다독이고,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었다면.
그랬다면 성유라가 미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김태진은 후회와 죄책감, 그리고 서우진을 향한 복수심으로 눈이 불타올랐다.
‘너도 한번 당해봐. 그럼 내가 어떤 심정인지 알 수 있을 테니.’
김태진이 노리는 건, 서우진의 팀원들.
김태진은 에이션트 오크가 놈들의 후방을 칠 때를 놓치지 않고, 그들 중 한 명에게 스킬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아무리 서우진이라고 해도 결코 막할 수 없는 타이밍에, 막을 수 없는 방법으로.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꼭 느끼게 해주마.’
김태진은 연신 짜증을 내고 있는 박진한과 주변의 눈치를 보는 임태은을 쳐다봤다.
녀석들에게도 미안했다.
저 친구들은 자신의 진짜 계획을 알지 못한다.
그저 조금 전 말했던 것처럼, 골탕을 먹이고 당황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얘기를 해줄 순 없었다.
‘반대를 할 테니까.’
박진한은 몰라도, 마음이 약한 임태은은 분명 반대할 것이다.
그랬기에 혼자서 일을 꾸미는 수밖에 없었다.
‘나중 일을 위해서라도.’
일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그때 박진한과 임태은은 서우진의 분노에서 빗겨 나가야만 했다.
‘나 한 명이면 충분해.’
김태진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거리가 얼마나 남았지?”
“거, 거의 도착했어. 한 10분? 그 정도면 도착할 거야.”
임태은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팀에게도 연락해. 정확히 15분 후에 계획을 실행하자고.”
자신들과 함께하기로 한 팀이 무려 네 개나 된다.
그들이 모두 에이션트 오크들을 몰고 온다면, 족히 수천 마리의 대규모 무리가 만들어질 터.
“아, 알겠어.”
삐익-!
드래곤이 빛살과 같은 속도로 날아올라 사라졌다.
김태진의 말을 다른 팀에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김태진이 마력을 순환시키기 시작했다.
앞으로 15분.
그 이후에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김태진은 기대와 긴장감, 그리고 두려움 속에서 그 시간이 흐르길 기다렸다.
그렇게 1분, 2분이 흐르고.
마침내 길고도 짧았던 15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시작하자.”
김태진이 말하자, 박진한이 괴성을 지르며 앞으로 뛰쳐나갔다.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수십 마리의 에이션트 오크가 핏물로 화하며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그 모습에 혼비백산한 에이션트 오크들은 박진한을 피해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그와 같은 일이 다른 네 군데에서도 동시에 벌어졌다.
에이션트 오크들이 한쪽을 향해 도망간다.
바로 서우진과 그의 팀원들이 있는 방향이었다.
“기다려라.”
김태진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정면을 쳐다보며 이를 갈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