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22)
221화.
에이션트 오크가 달려든다.
인간의 것을 아득히 뛰어넘는 거대한 덩치.
그리고 그것에서부터 비롯된 무지막지한 힘.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반항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대로 피떡이 되어 날아갈 기세였다.
하지만 그것을 맞이한 건, 결코 평범한 이가 아니었다.
“칠룡아!”
김우람의 외침과 함께 그의 창이 일곱 개로 나뉘며 전방을 휩쓸었다.
콰과과과과과-!
고작 창 한 자루로 벌인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에이션트 오크 수십 마리가 비명 한 마디 내뱉지 못하고 그대로 쓸려 나갔다.
푸화아악-!
놈들이 뿌린 피가 흡사 안개처럼 허공에 퍼져 나갔다.
“왼쪽 막고, 오른쪽 다섯 마리!”
그 뒤에서 강병규가 전장의 상황을 브리핑했다.
그러면서도 쉴 새 없이 단검을 날려, 에이션트 오크들의 빈틈을 노렸다.
푸욱-!
단검에 이마가 꿰뚫린 놈이 뒤로 벌러덩 자빠진다.
“고맙습니다!”
강병규가 도와준 덕분에 움직임에 여유가 생긴 박민성은, 품에서 유리병을 꺼내 앞으로 던졌다.
파삭-!
병이 깨지는 것과 동시에 연녹색의 연기가 피어오른다.
[상태 이상 물약 : 마비]연기를 들이마신 에이션트 오크 십여 마리가,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어졌다.
박민성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다시 한번 스킬을 사용했다.
“속성 변화!”
마력이 뭉텅-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마비된 오크들이 딛고 있던 땅이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늪처럼.
몸이 굳어진 에이션트 오크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땅 밑에 파묻혀 버렸다.
“후우-!”
박민성은 심호흡하며 강병규의 브리핑을 기다렸다.
전방위를 파악하며 오더를 내리는 그의 능력은 마치 축구의 사령탑을 보는 듯했다.
“민성아, 준비해!”
사전에 이야기가 되었던 것일까?
주어가 없었음에도, 박민성은 강병규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마력을 끌어올렸다.
이전이었다면 너무도 많은 마력 소모에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때와는 비교도 될 수 없는 성장을 이뤄냈으니까.
게다가 아카데미와 그를 지원하는 왕국에서 어마어마한 자금을 투자해 주었다.
‘지금은 할 수 있어.’
박민성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강병규의 오더가 떨어지길 기다렸다.
그리고 이내 그토록 바라던 음성이 들려왔다.
“지금!”
박민성의 직업인 ‘연금술사’는 단순히 물약을 제조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철의 거인!”
마력과 그의 품에 있던 ‘재료’들이 사라지며 스킬이 발동된다.
화아아아아악-!
박민성의 발밑에 기하학적인 문양이 새겨진 마법진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마법진은 주변이 환해질 정도의 밝은 빛을 뿜어대더니, 박민성이 지불한 대가에 걸맞은 무언가를 소환하기 시작했다.
쿠우웅-!
스킬의 이름과 같은 거대한 ‘철의 거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에이션트 오크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푸른색의 거체.
전신이 통짜 쇠로 되어 있는 듯, 그 육중한 무게에 땅이 움푹- 하고 팰 정도였다.
‘철의 거인’은 전면으로 몰려드는 에이션트 오크들을 향해 돌진했다.
떠어어엉-!
강병규는 추풍낙엽이라는 사자성어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키가 3미터에 이르는 에이션트 오크들이 ‘철의 거인’과 충돌하자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잠시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병규기 퍼뜩- 정신을 차렸다.
지금 그는 다른 곳에 정신을 팔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재빨리 ‘미니 맵’을 통해 주변의 상황을 파악했다.
그러곤 때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혜야, 지금이야!”
강병규가 외치자 기다렸다는 듯 김다혜가 스케치북을 펼쳐 들었다.
“‘소환’요.”
박민성의 스킬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밝은 빛이 퍼져 나왔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건, 그녀가 선보인 무기들 중 대량학살에 가장 특화되어 있는 것이었다.
‘클러스터탄’.
다른 말로는 집속탄(集束彈)이라고 불리며, 지구에서는 국제법상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 무기이기도 했다.
모폭탄(母爆彈)이 폭발하면, 그 안에 있던 수백 발의 자폭탄(子爆彈)이 쏟아져 나와 목표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야말로 학살이란 이름에 잘 어울리는 무기.
김다혜는 ‘소환’한 집속탄을 에이션트 오크의 후방 상공에서 터트렸다.
콰아아앙-!
폭탄의 크기에 비해 큰 폭발음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수백 발의 자탄이, 에이션트 오크들을 향해 소낙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뼈와 살이 분리됐다.
자탄은 너무도 쉽게 에이션트 오크들을 꿰뚫고, 부수며, 박살을 냈다.
피가 분수처럼 치솟고, 살점이 비산했다.
단 한 번의 공격.
그것만으로도 7백여 마리에 달하던 에이션트 오크의 수가 절반 이상으로 줄어버렸다.
‘왜 금지된 무기였는지 알겠네.’
만약 저런 것이 전쟁 중에 사용된다면?
자탄은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무기가 필요했다.
아직 남은 적은 많았고, 잠시 후에는 그보다 몇 배는 더 많아질 예정이었으니까.
강병규는 그렇게 생각하며 잠시 뒤를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가만히 서서 마치 관찰하듯,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서우진이 있었다.
‘휘유~’
서우진은 속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감탄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반 슬레인에게 교육을 받은 김우람은 아직은 부족했지만 그래도 나름 제 역할을 다 했다.
전방에서 몰려드는 에이션트 오크들을 완벽하게 막아내고 있었으니까.
강병규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전장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팀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효율적인 오더를 내렸다.
저 많은 숫자의 에이션트 오크들을 이렇게 쉽게 막아내고 있는 건, 강병규의 공이 가장 컸다.
‘그리고 박민성.’
솔직히 서우진은 ‘연금술사’라는 직업에 큰 이점을 찾지 못했었다.
물론 그의 물약은 다양한 상황에 사용할 수 있긴 했다.
하지만 다른 용사들도 그와 비슷한 스킬들이 있었다.
오히려 제작한 뒤 던져야 효과를 발휘하는 물약보단, 즉발성 스킬 쪽이 훨씬 더 간편하고 효율적이었다.
그래서 딱히 매력적인 직업은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저런 스킬이 있는 줄은 몰랐지.’
아니, 이전에 듣긴 했다.
하지만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는 것이 더 정확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눈앞으로 본 박민성의 스킬은 대단했다.
돈과 마력, 그리고 여러 가지 재료가 소모된다는 게 단점이긴 했지만, 그 성능이 너무도 뛰어났다.
‘괜히 B급 직업이 아니라는 거지.’
박민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저렇게 좋은 스킬들을 가지고 있다면, 나중에 더 성장했을 땐 얼마나 뛰어난 활약을 할 수 있을지 기대되었다.
‘마지막으로 김다혜.’
서우진은 멍한 표정으로 마력을 회복하고 있는 김다혜를 쳐다봤다.
단 한 번의 공격에 무려 3백 마리가 넘는 에이션트 오크들을 쓸어버렸다.
서우진이 자리를 비운 사이, 그녀의 활약상을 듣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 보니 정말 엄청나네.’
김다혜의 능력은 확실히 집단전에 유리했다.
강한 개체 하나와 싸우는 것보다, 조금 수준이 떨어지는 수백, 수천 마리의 적과 싸우는 쪽이 압도적으로 효과적이었다.
‘역시 이 방법으로 성장을 시키는 게 낫겠다.’
‘소환석’을 이용해 강력한 적을 사냥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서우진의 도움이 있다면, 김다혜도 충분히 쉽고 안전하게 사냥할 수 있을 테니까.
일종의 버스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것보단 지금처럼 몰이사냥을 하는 쪽이 더 빠를 듯했다.
‘다혜의 목표를 생각해 보면, 일단은 빠른 레벨 업이 가장 중요하지.’
어쨌든 마력을 최대한으로 키워야 할 테니까.
서우진은 그렇게 계속해서 전투를 이어가는 팀원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내가 나설 필요가 없겠네.’
자신이 없어도 저들은 충분히 잘하고 있었다.
아직 지쳐 보이지도 않았고, 굳이 도움이 필요한 것 같지도 않았다.
문제는 다른 쪽이었다.
‘이제 슬슬 올 때가 됐는데…….’
서우진은 ‘신룡안’을 발동했다.
혼돈기가 빠져나가며 순식간에 주변의 영역을 잠식하기 시작한다.
10미터, 100미터, 그리고 그 이상으로.
족히 수 킬로미터의 영역이 머릿속에 일목요연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서우진이 그렇게 다른 팀을 감지하는 것과 동시에,
콰아아앙-!
먼 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거리는 대략 3킬로미터 쯤.
“시작됐군.”
서우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폭발이 일어나자, 에이션트 오크들이 미친 듯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마치 불길을 피해 달아나는 산짐승들 같은 모습이었다.
그와 같은 모습이 총 5곳에서 한 번에 일어났다.
이쪽을 향해 몰려드는 에이션트 오크의 수는 대략 2,700마리.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놈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강해진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일반 병사 1만과 맞붙어도 될 정도로 강력한 전력이었다.
‘이 녀석들이 막아낼 수 있을까?’
서우진은 잠시 자신이 빠진 팀이 저 많은 에이션트 오크들과 전투를 벌이는 걸 상상해 보았다.
‘음…….’
결과는 부정적.
젖 먹던 힘까지 모두 짜내면 꽤나 많은 숫자를 줄일 순 있을 것이다.
어쩌면 거의 대부분의 에이션트 오크를 죽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한 2천 마리 정도?
하지만 그 정도가 한계였다.
체력은 바닥이 날 테고, 마력은 그보다 더 빨리 소모될 것이다.
결국은 스킬을 사용하지 못한 채, 오직 육체의 힘으로만 상대를 해야 할 터.
그런데 B급 두 명은 비전투 직업이고, 다른 두 명은 C급에 불과하다.
A급 이상의 용사라면 모를까, 단순 육박전으로는 저 많은 수를 감당할 수가 없을 게 뻔했다.
‘결국 나도 나서야겠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긴 했다.
하지만 자신이 해결하진 않을 것이다.
모든 전투는 서우진을 제외한 팀원들이 주축이 되어 치를 것이다.
그래야 저들도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
‘그 정도면 충분해.’
자신이 있는 한, 팀원들은 절대 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순 있겠지만, 그들이 이런 곳에서 허무하게 죽도록 내버려 둘 생각 따위는 없었다.
‘한계의 한계까지 몰아넣고, 정 안 된다 싶을 때 도와줘도 되겠지.’
서우진은 살짝 감각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쉴 새 없이 단검을 던지며 오더를 내리던 강병규가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마치 때가 됐냐고 묻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온다.”
그 말에 강병규가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하긴 했지만…….
“안 왔으면 좋았을 텐데.”
강병규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2,700마리의 에이션트 오크가 몰려오는 것도 걱정이었지만, 그보다는 다른 용사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에 화가 났다.
“신경쓰지 마, 그런 건 나중에 내가 해결할 테니까. 너희는 이 기회에 레벨 업 할 생각만 해.”
“…그래, 고맙다.”
고개를 끄덕이는 강병규의 모습에 서우진이 씨익- 웃었다.
‘그래, 나머지는 나한테 맡겨라.’
서우진은 이런 일을 벌인 놈들을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었다.
이쪽으로 달려오는 수많은 에이션트 오크의 뒤로 느껴지는 용사들.
그들을 향해 살기 어린 눈빛을 보냈다.
물론 그들은 그것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겠지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