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24)
223화.
‘지금이다.’
김태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너 어디 가냐?”
그것을 본 박진한이 물었다.
자신들이 할 일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이 뒤에서 저들이 고생하는 꼴을 지켜보며 낄낄거리는 것뿐.
그런데 갑자기 김태진이 자리를 뜨는 걸 보곤 고개를 갸웃했다.
“좀 가까운 데서 보려고.”
별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괜찮겠냐? 더 가까이 가면 걸릴 거 같은데.”
“괜찮아. 지금은 저놈들 상대하느라 우리한테 신경쓸 정신도 없을 테니까.”
“하긴, 그건 그렇지. 그럼 같이 갈까? 나도 좀 궁금한데.”
박진한이 웃으며 말하자, 김태진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일단 내가 먼저 갈게. 상황 보고 괜찮다 싶으면 부를 테니까, 그때 와.”
“왜? 그냥 같이 가면…….”
“괜히 몰려다니다가 걸릴 수도 있잖아.”
김태진이 박진한의 말을 끊었다.
“어, 어? 그래. 그럼 그렇게 해.”
친구의 너무도 단호한 표정에, 박진한은 그 말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먼저 가 있는다. 좀 이따 보자.”
김태진이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뭐야? 쟤 왜 저래? 무슨 기분 안 좋은 일이라도 있나?”
등뒤에서 박진한이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무시했다.
지금은 저런 것에 일일이 반응할 정신이 없었다.
김태진은 최대한 은밀하게 미리 봐두었던 장소로 향했다.
‘이렇게 움직여도 저 괴물은 이미 눈치챘겠지.’
어쩌면 자신들이 여기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관없어.”
김태진이 걸음을 멈췄다.
자신의 스킬을 사용하기에 최적인 장소.
에이션트 오크 무리에 둘러싸여 놈들의 모습이 자세히는 보이지 않았지만, 김태진은 이미 그들의 마력을 느끼고 있었다.
“저건 ‘창술사’고, 저건 그 그림을 그리는 애고……. 찾았다.”
자신의 목표.
바로 서우진과 가장 친해 보이는 용사, 강병규였다.
김태진은 그의 위치를 똑똑히 기억하고는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
아득해질 정도의 거대한 마력 때문일까?
주변의 사물들이 그에 반응해 허공으로 떠올랐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렇게 많은 양의 마력을 사용해 보는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김태진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한계의 한계까지 마력을 쥐어짜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생각해 두었던 목표치가 채워졌다.
이제 더는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김태진은 가득 들어찬 마력을 해방시키며, 입을 열었다.
“인페르노.”
스킬의 이름과 같은, 걷잡을 수 없이 커다란 불길이 터져 나왔다.
화르르르륵-!
너무도 거대한 초고온의 열기에 대기가 들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덕분에 시전자인 김태진조차도 숨이 막힐 정도였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가라.”
김태진이 손을 내뻗자, 화염이 쏘아졌다.
앞길을 막고 있던 에이션트 오크들이,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다.
미량의 경험치가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두 눈을 부릅뜬 채 정면을 노려볼 뿐이었다.
그때,
김태진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마치 자연재해와 같은 거대한 화염의 파도 앞을 누군가 가로막는 게 보인 것이다.
‘서우진!’
검은 코트를 입고, 소문이 자자한 ‘카 라니엘’을 든 남자.
서우진이 분명했다.
‘아무리 너라도…….’
‘인페르노’는 김태진이 사용할 수 있는 스킬들 중 가장 강력한 위력을 자랑한다.
서우진이 강하다는 사실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인페르노’는 그렇게 쉽게 막아낼 수 없을 것…….
스아아악-!
화염의 파도가 갈라졌다.
오러 한 점 맺히지 않은 검날에 마치 두부가 갈라지듯.
너무도 쉽게 베어졌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허무했다.
자신의 최강의 스킬을, 저리도 아무렇지 않게 깨트려 버리는 서우진의 모습이 공포스러웠다.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야!’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김태진의 진짜 노림수는 ‘인페르노’가 아니었다.
남은 마력을 다급히 끌어올렸다.
‘큰 위력은 필요 없어.’
어차피 노리는 건 서우진이 아닌, 그의 친구인 강병규다.
고작해야 B급의 비전투 직업.
천지가 개벽할 정도의 파괴력이나, 모든 것을 쓸어버릴 정도의 범위를 지닌 스킬은 필요 없었다.
지금 그보다 중요한 건 속도였다.
서우진도 막아내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 말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김태진에게는 그런 스킬이 하나 있었다.
‘플레임 리볼버’.
한 번에 여섯 발의 화염 총탄을 발사하는 스킬이었다.
김태진은 그것을 변형해, 오직 한 발에 모든 것을 집중시켰다.
타앙-!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의 총탄이 발사됐다.
그것은 순식간에 공간을 가르며 강병규를 향해 날아갔다.
“좋아!”
서우진은 아직 반응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플레임 리볼버’의 화염 총탄은 빨랐으니까.
그렇게 김태진이 발사한 총탄이 강병규의 지척에 이르렀을 때였다.
“씨X 새끼가!”
서우진의 욕설이 들려왔다.
‘늦었어.’
김태진이 웃었다.
이제 와서 뒤늦게 움직여 봐야, 절대 따라잡지 못한다.
김태진은 그렇게 확신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이른 생각이었다.
화아아아아악-!
회색의 기운이 세상을 뒤덮기 시작했다.
몸이 굳어졌다.
너무도 거대한 힘에, 마치 세계가 멈춰 버린 것만 같았다.
김태진도, 에이션트 오크도, 자신의 친구들도.
모두가 한 치도 움직이지 못하는 지금.
오직 서우진만이 자유롭게 공간을 가로질렀다.
* * *
‘개X끼! 씨X 새끼!’
서우진이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뭔가 다른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향한 것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덕분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올랐다.
차라리 자신만 노렸다면 이렇게까지 분노하진 않았을 것이다.
어떤 짓을 벌이든 막을 자신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은 아니다.
그들은 김태진의 저 같잖은 스킬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아니, 방향과 그 안에 담긴 마력을 보면 분명 죽을 것이다.
애초에 죽이려고 작정하고 스킬을 사용한 게 틀림없었다.
‘너는 내가 죽인다.’
성유라의 복수?
이해가 된다고?
그딴 건 이제 아무 상관없었다.
감히 자신의 친구를 노렸다는 사실에, 서우진은 자비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나중의 일.
지금은 일단 저 망할 것부터 막아야만 했다.
서우진은 혼돈기를 미친 듯이 순환시키기 시작했다.
한 바퀴, 두 바퀴.
혼돈기가 서우진의 마력 회로를 따라 질주할 때마다, 점점 더 그 크기를 키워갔다.
동시에 서우진의 육체에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초극의 경지에 이른 육체임에도, 너무도 다급하게 앞뒤 가리지 않고 혼돈기를 운용한 탓에 버티질 못한 것이다.
암공과 싸울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근육이 찢어지고, 골격이 뒤틀리며 삐걱거렸다.
그럼에도 서우진은 멈추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탈진을 해 쓰러지는 것이, 강병규가 목숨을 잃는 것보다 백만 배 나았다.
‘더 빨리! X발, 더 빨리!’
김태진의 스킬은 강병규의 코앞까지 다가간 상태였다.
하지만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빠르고 은밀했던 것이다.
이대로라면 눈 깜빡할 새, 강병규의 머리가 꿰뚫려 버리고 말 터였다.
서우진은 그야말로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폭발시켰다.
주변의 풍경이 길게 늘어졌다.
모든 것이 느려지고, 서우진만이 허공을 밟고 앞으로 짓쳐 나갔다.
홀로 다른 시간대에 들어선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서우진은 그야말로 빛과 같은 속도로 강병규를 향해 쏘아지듯 다가갔다.
‘조금만 더!’
1미터, 50센티미터, 그리고 10센티미터.
‘카 라니엘’이 화염 총탄의 바로 근처까지 다가갔다.
‘늦는다…….’
하지만 검날은 닿지 못했다.
‘조금만 더 빨랐으면.’
1초.
아니, 0.1초만 더 빨리 알아차리고 움직였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서우진은 후회와 분노가 가득찬 눈으로 강병규의 이마를 꿰뚫기 직전의 총탄을 노려보았다.
그렇게 강병규의 머리가 터져 나가기 직전,
‘어?’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것은 단순한 철로 이루어진 판이었다.
그리 굵지도 않은 아주 얇은 철판.
서우진이 눈치채지도 못한 사이 나타난 그것은, 총탄과 강병규 사이를 가로막았다.
따아아아앙-!
얇디얇은 철판은 화염 총탄에 너무도 쉽게 뚫렸다.
하지만 충분하다.
총탄이 철판을 뚫느라 잠시 멈칫했다.
찰나보다 짧은 시간.
그것은 서우진의 ‘카 라니엘’이 총탄을 따라잡을 수 있는 소중한 틈을 만들어주었다.
파아아악-!
‘카 라니엘’의 검면이 붉은색의 화염 총탄을 그대로 올려쳤다.
그러자 총탄은 허무할 정도로 쉽게 소멸되어 버렸다.
“허억!”
뒤늦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을 깨달은 강병규가 기겁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뭐, 뭐야? 무슨 일이야?”
갑자기 거대한 화염의 파도가 나타나질 않나, 그것을 서우진이 그것을 갈라 버리질 않나.
그것만 해도 어리둥절한 상황에 방금 전까지 저 멀리 있던 서우진이 자신의 앞에서 검을 휘둘렀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에 대한 대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후욱- 후우욱-!’
너무 무리한 탓에 전신이 떨려왔다.
호흡은 기도를 찢을 듯이 거칠어졌으며, 근육은 비명을 질러댔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끔찍한 고통에 정신이 아득해졌지만, 서우진은 가까스로 그것을 부여잡으며 고개를 돌렸다.
“…너야?”
시선이 닿은 곳에는 김다혜가 서 있었다.
그녀는 스케치북을 든 채 멍하니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건 또 무슨 말인데?”
여전히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 강병규가 물었다.
하지만 김다혜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오직 서우진만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음요.”
절체절명의 순간.
강병규를 살려준 얇은 철판.
그건 김다혜가 ‘소환’한 것이었다.
헛웃음이 나왔다.
자신을 제외하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을 대체 어떻게 안 것일까?
그 급박한 상황에 저런 것을 ‘소환’할 생각은 어떻게 한 거고?
아무리 많이 성장을 했다고는 하지만, 고작 C급에 불과한 김다혜가 해내기에는 힘든 일이었다.
아니,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데도 김다혜는 해냈다.
서우진은 그녀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서우진이 어떻게 물어보든, 그녀가 할 대답이 왠지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냥요.’
분명 그렇게 대답할 것이다.
서우진은 모든 질문을 속에 담은 채, 입을 열었다.
“고맙다.”
그저 친구를 살릴 수 있게 도와준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걸로 족했다.
만약 그녀가 그 순간에 철판을 ‘소환’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화염 총탄이 찰나의 시간 동안 느려지지 않았다면.
결코 강병규를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친구가 살아남은 건, 전적으로 김다혜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서우진은 진심을 담아 김다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김다혜가 대답했다.
“별거 아님요.”
참 한결같은 아이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