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25)
224화.
서우진이 몸을 일으켰다.
거친 호흡도 안정이 되었고, 덜덜- 떨리던 육체도 진정됐다.
초극의 경지에 오른 육체의 회복력은 경이로울 정도로 빨랐다.
“아니, 뭐냐니까? 왜 얘기 안 해줘?”
강병규가 서우진을 붙잡고 물었다.
“나중에 말해줄게. 지금은 해결할 일이 좀 있어서.”
서우진은 죽다 살아난 친구의 어깨를 한 번 치곤 몸을 돌렸다.
에이션트 오크들은 더 이상 공격을 해오지 않았다.
방금 서우진이 보여준 모습에, 자신들이 결코 상대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은 놈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이딴 놈들보다 중요한 개X끼가 있었으니까.
서우진이 ‘신룡안’을 개방했다.
방금 전 한 번에 너무 많은 혼돈기를 사용한 덕에 조금 힘들긴 했지만, 다행히도 무리 없이 발동되었다.
저 멀리 김태진이 도망가는 것이 느껴졌다.
일이 실패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바로 튀기 시작한 것 같았다.
‘아니, 그보다 더 빨리.’
속도와 거리를 생각해 보면, 김태진은 그전부터 움직인 게 분명했다.
아마 스킬을 사용하자마자 도망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다고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서우진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이대로 놈을 놓아줄 생각도, 그럴 이유도 없었다.
서우진은 이를 갈며 발을 내디뎠다.
쿠웅-!
바닥이 푹 패며 서우진의 신형이 포탄처럼 쏘아졌다.
“비켜라!”
서우진과 놈의 사이에는 수백 마리의 에이션트 오크가 장벽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놈들은 아무런 방해도 되지 못했다.
서우진이 ‘카 라니엘’을 횡으로 긋자, 서걱- 하는 소리와 함께 길이 열렸다.
상체와 하체가 나뉜 에이션트 오크 수백 마리가 우수수- 하며 자리에 쓰러졌다.
서우진은 시체로 만들어진 길을 달렸다.
아직 완벽히 회복된 게 아닌지, 땅을 딛을 때마다 충격이 온몸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고통을 양분삼아 분노를 불태우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몇 초.
김태진의 뒷모습이 시야에 잡히기 시작했다.
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을 치고 있었다.
다급해 보이는 기색이, 서우진이 뒤를 쫓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것 같았다.
무슨 스킬까지 쓴 듯, 놈의 속도는 빨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우진의 손을 벗어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서우진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더욱 박차를 가했다.
콰아앙-!
에이션트 오크의 시체들이 서우진의 발걸음에 사방으로 튀어올랐다.
절단면에서 피가 흘러 나와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서우진은 그것을 피하지 않았다.
오직 김태진을 잡는 것.
그것에만 집중한 탓이었다.
덕분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로 적셔진 그의 모습은 악귀와도 같았다.
“흐읍!”
지근거리에서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본 김태진이 그 모습을 보곤 숨을 들이마셨다.
떨려오는 동공이 그가 지금 얼마나 큰 공포를 느끼고 있는지 잘 보여주었다.
서우진은 놈과 시선을 마주한 채, 씨익- 하고 미소를 지었다.
피로 물든 치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태진이 다시 정면을 쳐다봤다.
서우진의 모습을 도저히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은 것이다.
젖 먹던 힘까지 짜내는 듯, 놈의 속도가 조금 더 빨라졌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아무리 서우진이 지금 지치고,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고 해도.
김태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경지에 올라 있었다.
도망가는 놈을 따라잡는 것 정도는, 서우진에겐 숨을 쉬듯 쉬운 일이었다.
다시 한번 강하게 발을 구르자, 서우진의 신형이 쭈욱- 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터억-
서우진의 손이 김태진의 머리카락을 붙잡았다.
“잡았다.”
다급해진 김태진이 마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느껴졌다.
“어딜.”
서우진은 그것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지 않았다.
손에 잡혀 있는 머리를, 그대로 바닥에 찍었다.
콰아아아앙-!
육체와 땅이 충돌한 것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소음이 터져 나왔다.
“크아아악!”
비명이 터져 나왔다.
코가 주저앉고, 치아는 죄다 부러져 흘러내렸다.
“어딜 그렇게 급히 가, 이 새끼야.”
서우진이 그런 김태진의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
물론 대답을 기대하고 한 질문은 아니었다.
“자, 잠깐……!”
김태진은 얼굴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와중에도, 손을 들어 서우진의 행동을 멈추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어줄 생각 따윈 없었다.
싸늘하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김태진을 향해 말했다.
“네가 저지른 일에 대가를 치를 때다.”
* * *
2차 파병군의 총사령관 브리아트.
그는 최상급에 이르는 기사임과 동시에 추기경의 직에 앉아 있는 고위급 사제였다.
1차 파병군의 총사령관이었던 슈테오른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존귀한 존재.
“오이언 경.”
그가 오이언을 호명했다.
‘하아…….’
오이언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부르셨습니까?”
“철군을 결정한 이유는 묻지 않겠소.”
그는 지금까지 오이언이 벌인 일을 문제삼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감사합니다.”
오이언은 고개를 숙이면서도, 계속해서 한숨을 쉬었다.
같은 왕국의 병사들끼리 상잔을 시킬 수 없다는 명분을 따르긴 했지만, 아직 ‘검은 존재’라는 거대한 적이 남아 있었다.
사실 이제와 적인지, 아닌지도 확신을 할 순 없었지만…….
확실한 건 이대로 계속 제국을 향해 간다면, ‘검은 존재’가 결코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경은 선봉에 서서 주신과 성왕 전하를 향한 성심을 증명해야 할 것이오.”
결국 잘못했으니, 그 대가를 치르라는 뜻이었다.
“알겠습니다.”
오이언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잘된 것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보단, 안면이 있는 자신이 ‘검은 존재’와 가장 먼저 마주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었다.
어찌 됐든 ‘검은 존재’는 대화가 통하는 상대였으니까.
자신이 나서서 잘만 이야기하면, 큰 피해가 없이 넘어가 주지 않을까?
거기까지 생각한 오이언이 피식- 웃었다.
‘그가 그냥 넘어간다고?’
말도 안 된다.
‘검은 존재’는 분명히 말했다.
기회를 주는 것은 이번뿐.
계속해서 전쟁을 벌일 생각이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자신이 본 그는, 한 번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킬 존재였다.
“그럼 그리 알고 이대로 병력을 이끌어 계속 진군하시오.”
오이언은 알겠노라 대답하곤 막사를 벗어났다.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밖은 어두웠다.
숙영지 곳곳에 횃불이 밝혀져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어둠을 몰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마치 자신의 마음이 그대로 표현되는 듯한 광경이었다.
“괜찮으십니까?”
자신을 끝까지 믿고 따라주었던 휘하 신성기사가 다가오며 물었다.
“그럴 리가.”
오이언이 고개를 저었다.
앞으로 닥쳐올 일을 생각하면, 괜찮을 수가 없었다.
“그가 출몰한 도시까지 남은 거리가 얼마나 되지?”
“앞으로 이틀 정도면 도착할 것입니다.”
이틀.
방책을 강구하기엔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다.
“네 생각은 어떤가?”
오이언이 물었다.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신성기사는 단번에 알아들었다.
“못 막습니다.”
5만이든, 13만이든, 100만이든.
일반 병사들로는 결코 ‘검은 존재’를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 수가 아무리 많다 해도 변하는 건 없다.
압도적인 힘 앞에서, 그저 덧없이 스러져 갈 게 분명했다.
“브리아트 추기경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듯하더군.”
총사령관은 ‘검은 존재’를 직접 목도하지 못했다.
그와 마주친 병사와 신성기사들의 말도 믿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의 후퇴를 정당화하기 위해 지나치게 과장했다고 여기는 듯했다.
분명 슈테오른과는 달리 유능한 인물임에는 틀림없었지만…….
‘그건 일반적인 상황에서나 통용되는 말이지.’
‘검은 존재’와 같은 이레귤러가 끼어든 이상, 브리아트의 능력은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신성기사가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주변국들의 분위기가 심상찮습니다.”
오이언은 그 말에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이 전쟁이 그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마왕 강림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 전쟁을 일으킨 것은 큰 문제였다.
그래도 그들은 제국을 믿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진 않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5만과 13만은 규모 자체가 달랐으니까.
“차라리 자신들도 가세해 이 전쟁을 빨리 끝내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중입니다.”
아이에르를 둘러싸고 있는 세 왕국.
레닌스탕, 트리안, 브로바이슨.
그들은 계속해서 세계에 위협이 되고 있는 아이에르를 더는 가만 놔둘 수 없다는 뜻을 표명해 왔다.
특히나 레닌스탕이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호전적이었고, 이전부터 아이에르와 사이가 그리 좋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본국에서는 어찌하고 있지?”
“그것이…….”
신성기사는 잠시 머뭇거리다, 오이언의 재촉에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국경 방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병력을 징집하고 있습니다.”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전하께서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단 말인가?’
이래서야 전 세계와 전쟁을 벌이겠다는 것과 다름없…….
거기까지 생각한 오이언의 머릿속에 ‘검은 존재’가 한 말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오이언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다.
의문스럽긴 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발생해선 안 된다.
‘설마 전하께서 그들 중 하나란 말인가?’
아이에르의 고위급 인사들 중, 마왕의 추종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검은 존재’의 말.
오이언은 그 말을 믿고 싶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의심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성왕일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아무리 정황이 그러하다 할지라도.
그런 의심을 품는 것 자체가 그의 충심에 어긋나는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일이 이 지경까지 오자, 그 생각을 떨쳐 낼 수가 없었다.
“그것도 성왕 전하께서 직접 내리신 명령인가?”
“그렇습니다. 주신의 뜻이라는 명분하에, 전국에서 병사들을 강제로 징집하고 있습니다.”
지끈- 하는 두통과 함께 의심이 확신으로 기울어졌다.
“아에론.”
오이언이 신성기사의 이름을 불렀다.
“말씀하십시오.”
아에론은 충실한 그의 부하였다.
아이에르의 주인인 성왕보다, 오이언을 더 믿고 따를 정도로 말이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오이언은 그에게 한 가지 명령을 내렸다.
“본국으로 돌아가라.”
“…저 혼자 말입니까?”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그 말은 곧 탈영을 하라는 뜻이었다.
신성기사인 아에론에게는 불명예스러운 일.
하지만 그는 1초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정보를 수집해라. 아이에르 내에 있는 마왕의 추종자들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내.”
“알겠습니다.”
아에론은 명령의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아무런 질문도 없이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오이언이 음성을 낮추었다.
그 누구도 들을 수 없도록.
“그들과 전하께서 관계가 있는지도 알아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아에론의 눈이 커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