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26)
225화.
“상황이 어찌 흘러가고 있느냐?”
황실로 돌아온 황제가 곧장 아그나를 소환해 물었다.
“아이에르에서 추가로 모집한 8만과 기존의 병력과 합류하여, 총 13만 대군이 제국으로 향하고 있사옵니다.”
“13만이라…….”
황제가 손가락으로 보좌의 손잡이를 두드렸다.
병력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13만이라는 수는 분명 많았지만, 제국은 그보다 몇 배는 더 거대한 병력을 상시 운용 중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상황 자체가 문제였다.
아이에르의 병력 역시 강림 전쟁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이들이었다.
이번 전쟁에서 발생할 양국의 피해는 최소한 수만에 달할 터.
강림 전쟁을 앞두고 이만한 피를 흘릴 순 없었다.
“문제는 아이에르의 주변국들 역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옵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이더냐.”
“레닌스탕과 트리안, 그리고 브로바이슨에서 국경지대를 향해 병력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나이다.”
“흐음.”
이건 그리 나쁜 소식이 아니었다.
아이에르와 단둘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보단, 다른 왕국들이 끼어드는 편이 훨씬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으니까.
물론 아이에르의 입장은 조금 다르겠지만 말이다.
“징치를 하겠다는 뜻이더냐?”
“그러하옵니다. 이런 때에 병력을 일으켜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든 아이에르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사옵니다.”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 왕국은 아이에르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이었다.
그들이 병력을 일으킨다면, 아이에르로서도 전쟁의 의지를 계속 불태울 순 없을 터였다.
하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었다.
전쟁이 일어나면 전력이 깎이는 것은 여전했으니까.
그 수가 조금 줄어든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안심을 할 순 없었다.
‘결국 그 아이에게 다시 한번 부탁하는 수밖에 없는가?’
제국으로 돌아오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했던 생각이었다.
이번 일을 별다른 피해 없이 해결하려면 서우진, 아니, ‘검은 존재’의 힘이 필요했다.
“용사들의 토벌은 어디까지 진행이 되었느냐.”
아그나는 갑자기 황제가 말의 주제를 바꾼 것이 의아해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반문을 할 수 있을까?
황제를 알현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보고서를 떠올리며 대답했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나이다. 자르반 평원의 에이션트 오크들이 예상보다 많긴 했지만, 적절한 작전을 세워 토벌을 계속하고 있사옵니다.”
“적절한 작전?”
황제가 그것이 무어냐는 듯이 쳐다봤다.
아그나는 서우진이 세운 작전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했다.
“덕분에 토벌 자체는 큰 무리 없이 마무리가 될 듯하옵니다.”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에이션트 오크 따위를 토벌하는 일엔 별로 관심도 없었다.
그가 궁금해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그래서 토벌이 언제쯤 끝날 듯싶더냐?”
그 질문에 아그나는 빠르게 계산을 시작했다.
용사들의 힘과 에이션트 오크의 숫자.
수많은 변수와 조건들을 대입해 순식간에 결론에 도출했다.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는 있으나, 아무리 늦어도 아흐레 이내에는 끝이 날 듯하옵니다.”
빠른 속도였다.
무려 2만에서 3만에 달하는 에이션트 오크들을 모두 정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치고는 말이다.
하지만 황제의 입장에서는 너무도 느렸다.
황제는 서우진이 필요했다.
그것도 지금 당장.
“용사들에게 소식을 전하거라.”
“…무엇이옵니까?”
아이에르의 위협이 대륙을 뒤흔드는 와중에 갑자기 토벌에 관심을 주더니, 이제는 소식을 전하란다.
아그나는 황제의 의중을 짐작할 수가 없었다.
“아이에르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그 정도면 될 것이니라.”
“황명을 받드옵니다.”
알현은 그것으로 끝났다.
밖으로 나온 아그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소식을 전하라?”
황제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대책을 세워야 할 때였다.
아이에르 따위가 제국에 위협이 될 리는 만무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피해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대책을 말이다.
아그나는 이미 크루시엘의 지낭들과 함께 몇 가지의 방도를 생각해 놓았다.
그래서 오늘 황제에게 그것들을 실행할 수 있도록 윤허를 얻으려 했는데…….
정작 황제는 이상한 명령만을 내렸다.
“무엇일까?”
그녀가 아는 황제는 지극히 뛰어났다.
제국이라는 초강대국의 보좌에 그 누구보다 어울리는 존재.
그러니 이번 일도 분명 숨겨져 있는 뜻이 있을 터였다.
하지만 당장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소식을 전한다고 해서 지난번처럼 ‘검은 존재’가 갑자기 튀어나올 리도 없…….”
말하던 아그나가 입을 다물었다.
‘검은 존재?’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그놈이 갑자기 왜 아이에르 군의 진군을 막았을까?
아그나는 서우진 =‘검은 존재’라는 공식을 어느 정도 확신하고 있었다.
아직 확증은 없었지만, 심증 상 분명했다.
이번에 ‘검은 존재’가 데르한에 나타난 것만 봐도 그렇다.
서우진이 토벌 도중 이탈한 뒤 그놈이 나타났으니까.
‘서우진이 정말로 ‘검은 존재’라고 치자.’
그럼 왜 아이에르를 막았을까?
단순히 전쟁을 막기 위해서?
이번 전쟁은 용사들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끼어들 여지도 없다.
그런데도 나타났다.
‘마치 누군가 부탁이라도 한 것처럼.’
아그나의 두뇌가 빠르게 회전했다.
수많은 가설과 증거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그리고 결론이 도출되었다.
“폐하께서 직접 하신 것이구나.”
부탁이든, 명령이든, 거래든.
그 형태는 모르겠으나, 서우진에게 그러한 일을 시킬 만한 존재는 황제밖에 없었다.
“그럼 용사들에게 소식을 전하라는 것 역시…….”
다른 이가 아닌, 서우진을 향한 것일 터였다.
“거래일 확률이 높겠군.”
언젠가 황제가 명령했다.
‘검은 존재’에 대한 조사를 멈추라고.
그것을 대가로 거래를 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아그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어찌 그리하셨습니까?”
뒤를 돌아 알현실의 거대한 문을 쳐다보며 속삭였다.
그녀가 보기에 서우진은 믿을 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숨기는 것이 많고, 진정한 목적을 파악할 수도 없었다.
아니, 애초에 용사가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계 용사 소환 마법’이 발동되었을 당시, 그 자리에 있었음에도 말이다.
‘불충한 짓을 저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소식을 전하라는 황제의 명령은 따른다.
하지만 ‘검은 존재’. 즉, 서우진에 대한 조사는 멈추지 못할 듯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낱낱이 파악해야만, 제국과 황제의 안녕을 꾀할 수 있었다.
“신의 불충함을 용서해 주소서.”
아그나는 황제가 있는 방향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 * *
으득-
두개골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아아악!”
머리가 박살나는 듯한 통증에, 김태진이 비명을 질렀다.
“조용.”
서우진의 손날이 목을 때렸다.
“커, 컥컥-!”
목이 잘려 나가는 듯했다.
덕분에 김태진은 서우진의 뜻대로 더는 비명을 지르지 못했다.
성대가 짓뭉개졌으니 비명을 지르고 싶어도 지를 수가 없었다.
김태진의 눈동자가 공포로 가득찼다.
“이런 짓을 벌이고도 그냥 넘어갈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서우진은 차갑게 굳어진 표정으로 그의 눈을 쳐다봤다.
무어라 말을 하려는 것 같았지만, 서우진은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손을 들어 얼굴을 향해 내려칠 뿐이었다.
우둑-!
“꺼어어어-”
바람 빠진 신음만 흘러나왔다.
에이션트 오크와 김태진의 피를 가득 묻히고 있는 서우진은, 꿈속에서도 보기 싫을 정도로 두려운 모습이었다.
“넌 오늘 죽어.”
본래 죽일 생각까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아닌, 강병규를 노린 이상, 살려둘 이유가 없었다.
“너나 성유라나 아주 죽여달라고 기를 쓰고 애원하니, 들어주는 수밖에.”
복수? 좋다.
하지만 김태진은 그것을 서우진에게만 한정했어야만 했다.
“나는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다치는 걸 제일 싫어해.”
북방에서의 트라우마 때문이었다.
서우진의 경솔한 행동 때문에 얼마나 많은 병사가 목숨을 잃었던가?
그런 병신 같은 일을 다신 반복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런데 네가 감히 그걸 건드려?”
빠아악-!
이미 일그러져 제 형태가 사라진 김태진의 얼굴에 서우진의 주먹이 꽂혔다.
주르륵- 하며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이대로 두면 굳이 더 건들지 않아도 과다출혈로 사망할 것 같았다.
“그러니까 대가를 치…….”
“이 새끼야! 그만두지 못해!”
그때, 서우진의 말을 끊고 박진한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주 가지가지들 하네.”
붙잡고 있던 김태진의 머리카락을 놓곤,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아봤다.
저 멀리서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박진한의 거대한 육체가 눈에 들어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엘리트 친구들 중 마지막 한 명인 임태은도 있었고, 다른 팀의 용사들 역시 그들과 함께 다가오고 있었다.
‘25명.’
김태진을 뺀 남은 놈들이 모두 몰려온 듯했다.
“지금 뭐하는 짓이냐!”
순식간에 서우진의 곁으로 다가온 박진한은 피떡이 되어 있는 김태진의 모습을 확인하곤 분노에 차 소리를 질렀다.
“시끄러워.”
서우진은 박진한의 표정을 살폈다.
혹시 이번 일에 저놈도 개입이 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아닌가 보군.’
박진한의 얼굴에는 혼란이 가득해 보였다.
지금 무슨 상황이 일어난 것인지 전혀 모르고 있는 눈치였다.
만약 김태진이 저지른 일에 동조하고 있었다면 혼란이나 두려움이 아닌, 다른 감정을 떠올리고 있었을 테니까.
“이, 이 새끼가!”
서우진의 싸늘한 말투에, 박진한이 몸을 움찔- 했다.
가까이서 구경을 하겠다고 떠난 김태진이 갑자기 엄청난 스킬을 사용하질 않나, 그것을 막아낸 서우진이 친구를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놓질 않나.
박진한은 지금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친구가 죽기 직전까지 쳐맞고 있는데 가만있을 순 없었기에 나섰다.
하지만 서우진의 소름 끼치는 살기를 마주하곤, 마른침을 삼켰다.
“너.”
서우진이 박진한을 가리켰다.
그러곤 말했다.
“다른 놈들 데리고 여기서 꺼져, 같이 뒤지고 싶지 않으면.”
평소였다면 조금 더 조리 있게 설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그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받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 서우진은 그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분노로 인해 감정을 컨트롤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 참, 어이가 없네.”
박진한이 서우진의 기운에 얽매여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누군가 나서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서우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몇 번 본 놈이다.
이름이나 직업, 등급 따위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존재감이 있는 놈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대체 무슨 자신감인지, 그놈은 서우진 앞으로 나서며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네가 가라고 하면, 우리가 가야 하냐?”
‘우리’라는 말에, 서우진은 이름 모를 엑스트라가 왜 이렇게 자신 있어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대가리 수가 좀 많다고 까불지 마라.”
살기 어린 눈빛으로 그놈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다 진짜 죽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