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27)
226화.
A등급 ‘격투가’.
B등급 ‘행정 보급관’.
B등급 ‘스카우터’.
A등급 ‘가디언’.
A등급 ‘프론티어 뱅가드’.
B등급 ‘빙결술사’.
그리고 기타 등등.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용사들 중 몇 명의 정보가 생각났다.
하나같이 한가락 하는 놈들뿐이었다.
엘리트 친구들이 곁에 두고 함께 어울리는 녀석들이다 보니, 그 수준도 높았다.
하지만 서우진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놈들이 A급이든 S급이든, SS급이든.
서우진이 보기엔 힘만 조금 센 애새끼들에 불과했으니까.
“…지금 뭐라고 했냐?”
처음 서우진에게 시비를 건 놈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돼?”
등급도 이름도 생각이 안 나는 놈.
느껴지는 기운으로 봐선 B급 정도인 것 같았다.
“좋은 말로 할 때 태진이한테 떨어져.”
놈은 자신의 곁에 있는 동료들의 쪽수를 지나치게 믿고 있는 듯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S급인 김태진이 피떡이 되도록 얻어터진 모습을 보고도 저런 말을 하진 않았을 테니까.
“하아-”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당연하게도 걱정이 담긴 것은 아니었다.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어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것일 뿐.
하지만 놈은 서우진의 모습을 조금 다르게 받아들인 듯했다.
“그래, 너도 후회되지? 물러나서 사과해. 그러면 봐줄 테니까.”
상황 파악이 안 되도, 저리 안 될 수가 있을까?
문제는 다른 놈들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단 두 명.
오직 김태진의 친구인 박진한과 임태은만이 경거망동을 하지 않았다.
그저 불안한 눈빛으로 서우진을 쳐다볼 뿐.
‘그래도 한 번 쳐맞았다고 조금 신중해졌나?’
얼굴이 박살난 친구에 대한 걱정과 서우진을 향한 분노는 여실히 느껴졌다.
그런데도 둘은 움직이지 않았다.
서우진이 얼마나 강한지, 그리고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탓이었다.
그랬기에 성유라가 죽었을 때도 상황을 지켜만 봤던 것이고.
“그러니까 얼른 우리 앞에 무릎 꿇…….”
“더는 못 들어주겠다.”
서우진의 놈의 말을 끊었다.
“그냥 너도 좀 맞자.”
콰드득-!
대체 언제 움직인 것일까?
서우진의 주먹이 놈의 안면에 꽂혔다.
그리고 그것을 인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치 끊어진 필름을 이어붙인 것처럼.
서우진이 움직였다는 것을 눈치챈 순간, 이미 놈의 얼굴에 주먹이 틀어박혀 있었다.
“으, 으아아아악!”
김태진과 마찬가지로, 단 한 번의 주먹질에 얼굴이 뭉개졌다.
새하얀 이가 우수수- 빠지며 허공에 비산했고,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비명과 함께 뒤로 벌러덩 넘어가는 팀원을 보며, 다른 용사들이 경악성을 내뱉었다.
“고성진!”
“이, 이런 미친!”
서우진이 이렇게 행동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것일까?
팀원 한 명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는데도 녀석들은 당황한 표정만 지을 뿐, 움직이지 않았다.
‘진짜 병신들인가?’
자신의 팀원들이었다면, 서우진이 공격하는 것과 동시에 방어 태세를 갖추었을 것이다.
그간 서로 수없이 많은 대련과 실전훈련을 거친 덕분이었다.
하지만 저놈들은 어버버- 하며 멀뚱히 서 있기만 할 뿐.
그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X발, 쳐!”
역시 엘리트 친구들이라고 해야 할까?
그나마 박진한은 좀 나았다.
사고가 굳은 것은 그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빠르게 제정신을 차리고는 공격을 명령한 것이다.
“쯧.”
그리고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차라리 다음 공격에 대비해 방어 태세를 갖추었다면, 서우진도 굳이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먼저 공격한 이상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너희가 자초한 일이다.”
싸늘한 음성을 내뱉곤 움직였다.
우드득-!
가장 먼저 날아간 건, ‘격투가’였다.
그는 서우진의 명치를 향해 슬격(膝格)을 내지르다, 그대로 무릎이 반대로 꺾였다.
그다음은 ‘가디언’의 차례.
탱커군의 직업답게 그는 육중한 중갑을 착용한 채 ‘실드 차지’를 사용했다.
쿵쿵쿵쿵-!
발걸음에서 박민성의 ‘철의 거인’보다 더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가디언’은 서우진의 발길질 한 번에 허공을 날았다.
어느 왕국에서 지원해 주었을 게 분명한 방패는, 단 일격도 막지 못하고 깨져 버렸다.
“끄어어-!”
신음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가 들려왔다.
그 밑으로 계속해서 부나방들이 달려들었다.
‘카 라니엘’을 뽑을 가치도 없는 놈들이었기에, 서우진은 맨몸으로 그것을 막아섰다.
꺾고, 부수고, 깨트리고…….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 21명의 용사가 반병신이 된 상태로 바닥에 몸을 뉘였다.
남은 것은 고작 두 명.
박진한과 임태은뿐이었다.
둘은 질린 표정으로 서우진을 쳐다봤다.
“안 덤비냐?”
솔직한 심정으론 그냥 저대로 가만히 서 있었으면 좋겠다.
상대도 되지 않는 놈들에게 손을 쓰는 것도 귀찮았으니까.
하지만 박진한은 서우진의 바람을 들어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야, 이 X새끼야!”
응축된 근육에 잠들어 있던 힘이 폭발적으로 튀어나왔다.
콰앙-!
땅을 박차고 포탄처럼 서우진을 향해 날아들었다.
옆에 있던 임태은 역시 가만있지는 않았다.
내키지는 않는 표정이었지만, 친구가 달려드는데 보고만 있을 순 없다고 판단한 듯했다.
그르르르르-!
팔뚝만 한 드래곤이 그녀의 어깨에서 날아올라 서우진을 향해 짓쳐들었다.
‘음…….’
확실히 방금 전 덤빈 놈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느껴지는 마력 량도 그렇고, 공격 방식도 그랬다.
상정하지 못한 상황에 놀라 얼떨결에 공격을 한 놈들과는 달리, 둘의 연계는 상당히 뛰어났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서우진이 당할 것이란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천지개벽!”
박진한의 맞잡은 두 손이 하늘 높이 솟았다가, 서우진을 향해 내리꽂혔다.
동시에 드래곤의 날카로운 이빨이 옆구리를 노렸다.
그것을 확인한 서우진은 여상한 표정으로 손을 뻗었다.
너무도 평범한 손짓.
하지만 그 결과까지 평범하지는 않았다.
스윽-
정수리를 향해 떨어져 내리는 박진한의 거대한 팔이, 서우진의 손등을 타고 미끄러진다.
마치 유리 위를 굴러가는 구슬처럼.
너무도 부드럽게 서우진의 손등을 스쳐 지나간 팔은, 그대로 땅을 때렸다.
콰아아아아아앙-!
‘천지개벽’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광경이 펼쳐졌다.
어마어마한 충격과 함께 박진한과 충돌한 대지가 폭발했다.
땅거죽이 뒤집히며 흙더미가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장면은,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것만 같았다.
덕분에 서우진의 시야가 일순간 차단됐다.
그리고 그 틈을 노리지 않고, 임태은의 드래곤이 서우진의 옆구리에 이빨을 꽂아 넣었다.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못했기에, 이런 공격밖에는 할 수 없는 듯했다.
하지만 드래곤의 치악력은 웬만한 금속쯤은 두부를 으깨듯이 절단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까드득-!
서우진의 피부는 웬만한 금속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질겼다.
드래곤의 눈이 커졌다.
자신의 이빨이 단 1밀리미터도 박히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휘라테온.”
서우진이 모습을 감추고 있던 신수, 휘라테온을 불렀다.
화아아악-!
평소 모습을 드러낼 때 불었던 산들바람과는 다른, 광풍(狂風)이었다.
시야를 가리고 있던 흙더미가 바람에 휘말려 순식간에 날아가고, 서우진의 얼굴이 보였다.
“이 녀석하고 좀 놀아주고 있어.”
휘라테온에게 말하자, 푸른 털의 작은 토끼가 고개를 끄덕였다.
삐익-!
마치 재미있겠다는 듯, 신난 기색으로 드래곤을 향해 날아갔다.
후우웅-!
다시 한번 바람이 불자, 옆구리를 물고 있던 드래곤은 휘라테온의 격을 견디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드래곤 역시 초월종이라 불릴 정도로 위대한 종족이었지만, 신수는 그 이상의 격을 지닌 존재였다.
아직 다 크지도 못한 드래곤 한 마리 정도는, 지금의 휘라테온에겐 장난감 수준에 불과했다.
공중으로 날아가 드래곤을 괴롭히기 시작한 녀석을 잠시 바라보다 시선을 돌렸다.
박진한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전신을 바르르 떨며 서우진을 올려다보는 중이었다.
“그러게 왜 덤볐어?”
서우진이 한 행동은 단순히 공격을 빗겨낸 것이 아니었다.
힘의 통제권을 빼앗아 그대로 돌려준 것에 가까웠다.
일종의 카운터.
거기에 더해 혼돈기까지 더했으니, 박진한이 느끼고 있을 충격과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서 있을 수 있는 건, 그의 육체가 인간의 것을 아득하게 초월한 덕분이었고.
“너, 너…….”
음성조차 떨려왔다.
그것이 충격 때문인지, 아니면 공포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하나 확실한 건, 박진한이 더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었다.
서우진은 그의 눈을 가만히 직시하다,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전의를 잃은 눈동자였다.
서우진과 자신의 격차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듯했다.
분노보다도 두려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일 터였다.
서우진은 때리기도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놈을 패봐야 마음만 불편할 뿐이었다.
“그래도 공정해야겠지?”
다른 녀석들은 죄다 박살을 내놓고, 주동자에 가까운 박진한만 가만둘 수도 없었다.
서우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손바닥을 들었다.
그리고 빠아악-!
뺨을 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둔탁한 소음이 터져 나왔다.
목이 부러지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박진한의 고개가 홱- 하고 돌아갔다.
깨진 치아가 입에서 튀어나가고, 눈동자가 풀렸다.
스르륵-
뺨 한 방에 박진한은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럼 이제 남은 건…….”
박진한에게 관심을 끊은 서우진이 임태은을 쳐다봤다.
그녀는 두려움에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서우진은 여자라고 봐줄 생각이 없었다.
실제로 지금 바닥을 기고 있는 용사들 중에는 상당수가 여자였다.
그런데도 망설여졌다.
임태은은 다른 이들과 조금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원해서 동조하는 건 아닌 것 같고.’
마경 헬데인의 유적에서 본 임태은은 소심했다.
그저 친구들의 행동에 어어- 하며 끌려 다니는 아이.
‘예전의 나랑 비슷하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근본은 비슷했다.
“하아-”
서우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너 하나는 봐주마. 이전에 함께했던 정도 있고.”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떨고 있던 소녀를 향해 그렇게 말하곤, 몸을 돌렸다.
“이제 그만하고 이리 와.”
휘라테온을 불렀다.
드래곤을 가지고 한창 재밌게 놀고 있던 녀석이 전광석화처럼 날아오더니, 어깨 위에 안착했다.
삐이익-!
한동안 모습을 숨긴 채 졸졸- 따라다니기만 하다가 이렇게 움직이니, 꽤나 재미가 있었나 보다.
물론 드래곤은 녀석과 반대로 잔뜩 겁을 먹은 모습으로 임태은에게 돌아갔지만 말이다.
서우진은 신이 난 휘라테온을 한 번 어루만져 주고는 걸음을 옮겼다.
찰박-
임태은을 제외한 22명의 용사가 흘린 피로 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서우진은 그것을 그냥 밟으며 김태진에게로 다가갔다.
“너는 못 봐주는 거, 알고 있지?”
잠시 중단했던 일을 다시 시작할 때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