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28)
227화.
마르테스는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향하는 곳은 지하 13층.
그곳은 하늘탑에서도 가장 이질적은 층이었다.
신비롭고, 환상적이며, 마법사들이 지내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다른 층과는 달랐다.
오직 어둠.
벽에 듬성듬성 붙어 있는 마법등이 아니었다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마르테스는 그런 복도를 아무 말도 없이 계속 걸어갔다.
저벅- 저벅-
오직 그녀의 발소리만이 텅 빈 복도를 가득 울렸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마르테스가 멈춰 선 곳은, 주변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황금색의 거대한 철문 앞이었다.
철문의 표면에는 알 수 없는 문자가 가득했고, 심지어는 그녀의 몸보다도 굵은 쇠사슬로 봉인이 되어 있었다.
“해제.”
마르테스의 음성과 함께, 수백 가닥의 쇠사슬이 촤르륵- 하며 물러났다.
그그그긍-!
동시에 문이 열렸다.
평범한 철문은 아닌 듯, 조금씩 틈이 벌어질 때마다 공간이 찢어질 듯 비명을 질러댔다.
쿠웅-
마침내 문이 전부 열리고, 내부의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흰색의 기다란 창이었다.
그 수는 세 개.
그것들은 누군가의 육체를 꿰뚫은 채, 단단히 고정을 시키고 있었다.
미동도 하지 않는 여인.
그녀는 한 치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호흡은 하고 있는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세 자루의 창이 꽂혀 있음에도, 그녀의 육체에는 아무런 출혈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마르테스는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제노니아.”
놀랍게도 창에 구속되어 있는 여인의 정체는 바로 제노니아였다.
그녀는 마르테스의 음성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스르륵- 하며 기다란 머리카락이 흘러내린다.
“드디어 만나러 왔네.”
제노니아는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태연한 목소리로 마르테스를 맞았다.
“몸은 어떠한가?”
마르테스가 무거운 표정으로 물었다.
“‘마테아의 신창’을 직접 찔러 넣은 장본인이 물어보는 것치곤 조금 이상하지 않아?”
제노니아가 비웃었다.
“그간 네가 저지른 일에 대한 대가이니라.”
마르테스의 말에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뭐, 그건 그렇고. 대체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제노니아는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분명 나는 ‘검은 존재’에게 당했는데 말이야.”
싸웠고, 졌다.
그것도 처참하게 패배했다.
카데마인의 선택을 받아 사도가 된 이후, 그 누구도 자신에게 이러한 패배를 안겨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런데 결국 졌고,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니 여기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자신의 육체에 꽂혀 있는 ‘마테아의 신창’을 보고 눈치를 챘다.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한 명.
하늘탑의 주인이자, 유일한 대마법사인 마르테스뿐이었으니까.
그래서 기다렸다.
마르테스가 찾아오기를.
그리고 마침내, 제국과 대륙의 진정한 수호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왕의 대적자.”
제노니아는 마르테스의 다른 이름을 불렀다.
“설마 ‘혼돈의 왕’은 네가 꾸민 일이니? 판데모니엄의 지배자가 강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말하면서도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검은 존재.’
놈은 결코 마르테스 정도가 품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도 질문한 것은, 자신이 하늘탑에서 깨어났기 때문이었다.
“헛소리를 하는 것을 보니, 대화를 나눌 정도로 회복이 된 듯하구나. 그랑데르의 마녀여.”
마르테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러자 제노니아의 눈빛에 살기가 어렸다.
“…난 그 별명 싫어하는데.”
그랑데르.
제노니아가 범한 범죄 중 가장 최악의 학살극이 벌어진 왕국이었다.
“일국의 모든 생명을 말살한 이의 말로는 믿기지 않는구나.”
250년 전, 한 왕국이 멸망했다.
이름은 그랑데르.
학살을 저지른 흉수도, 그 방법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하룻밤 새 왕국의 모든 사람이 죽어버렸으니까.
그렇게 파악된 희생자의 수만 무려 450만 명에 육박할 정도였다.
그러다 당시 황제의 부탁을 받은 마르테스가 그랑데르에 방문을 했다.
그리고 단언했다.
이번 참상은 마왕의 추종자들 중 한 명인, 제노니아가 벌인 것이라고 말이다.
그 이후로 제노니아는 그랑데르의 마녀라 불리며,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싫어한다 해서 진실이 가려지지는 않는 법이니라.”
그 말에 제노니아가 피식- 웃었다.
“뭐, 좋아. 그건 그렇다 치고. 아무튼 대답 좀 해주지?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말이야.”
싱글싱글 웃으며 말하긴 했지만, 그 눈빛은 여전히 사나웠다.
몸에 꽂혀 있는 ‘마테아의 신창’만 아니라면,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처럼 말이다.
마르테스는 그런 제노니아의 눈동자를 가만히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머리가 나쁜 아이구나.”
지금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었다.
손가락 하나도 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이 구속된 그녀가 아니라.
“고른과 아르데토스, 그리고 사자의 위치를 말하거라. 그리하면 평안한 죽음을 내려주리니.”
사자를 제외한 두 이름의 주인은 사도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제노니아와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격을 지닌 존재들.
수많은 마왕의 추종자들 가운데, 최강이라는 수식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들이었다.
제노니아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걸 내가 말해줄 것 같아서 묻는 거야?”
마르테스에게 그들의 위치를 말한다면, 곧바로 척살령이 떨어질 것이다.
물론 녀석들의 경지를 생각해 보면 쉽게 당하진 않겠지만, 제국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수많은 기사들과 크루시엘, 그리고 수호자들까지 나선다면…….
아무리 그들이라고 해도 무사할 수가 없을 것이다.
“시간낭비하지 말지?”
제노니아가 눈웃음을 치며 말하자, 마르테스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곳은 하늘탑이니라. 그리고 나는 그곳의 주인이지.”
자그마한 그녀의 몸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미증유의 거대한 마력.
그것을 확인한 제노니아의 눈동자에 긴장이 서렸다.
‘미친…….’
제노니아는 웬만한 수호자들도 적수로 여기지 않을 만큼 강했다.
그나마 겨룰 만한 놈은 검공 한 명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공은 차원이 달랐다.
왜 그딴 놈들과 같은 무리로 엮여 불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꿀꺽- 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내가 듣고자 한다면, 너는 말을 해야 할 게다.”
끝도 없이 솟구친 마력이, 제노니아의 육신을 꿰뚫고 있는 ‘마테아의 신창’에 깃들었다.
그리고…….
“끄아아아아아아아악!”
제노니아가 비명을 질렀다.
마치 영혼이 깨져 나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는 소리였다.
“대답하고 싶은 마음이 들거든 고개를 끄덕이거라. 그리하면 고통을 멈추어주마.”
무려 450만 명을 학살한 마녀.
그녀를 바라보는 마르테스의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 * *
떼거리로 덤빈 놈들을 모조리 때려눕힌 덕분일까?
분노가 조금은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서우진은 흙바닥에서 꿈틀거리는 김태진을 내려다봤다.
이미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놈.
과장 하나 보태지 않고 서우진이 손가락만 가져다 대도 죽을 정도의 상태였다.
그런 김태진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서우진이 손을 들었다.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던 화가 가라앉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봐줄 생각은 없었다.
감히 강병규의 목숨을 노린 대가는, 목숨으로만 갚을 수가 있었다.
“자, 잠깐만요……!”
뒤에서 임태은의 외침이 들려왔다.
용기를 내긴 했지만 여전히 두려웠는지,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서우진은 멈칫- 하며 고개만 돌려 뒤를 쳐다봤다.
“용서해 주세요. 무, 무릎을 꿇으라면 꿇을게요. 평생 조, 종이 되라면 그렇게 할게요. 그러니까 태진이를 용서해 주세요. 부탁드릴게요.”
임태은의 표정은 진심이었다.
정말로 서우진이 그 말을 받아들인다면, 평생을 종으로 살 각오를 하고 있는 듯했다.
‘하아-’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해도 되었다.
저들은 다른 사람에겐 벽을 세울지언정, 서로에겐 둘도 없는 친구였다.
옆에서만 봐도 그것이 여실히 느껴질 정도로 우정이 깊었다.
그런데 그들 다섯 명 중 한 명은 실종됐고, 한 명은 죽었다.
거기다 한 명이 눈앞에서 또 죽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친구들을 소중히 여기는 성격의 임태은으로선, 결코 보고만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눈물을 글썽이며 머리를 조아리는 그녀의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데…….’
만약 이대로 봐준다면, 언제 또다시 뒤통수를 칠지 모른다.
친구를 죽인 자신에 대한 증오는, 결코 쉽게 없어지지 않을 테니까.
서우진은 잠시 고민하다 김태진의 머리맡에 앉아, 머리카락을 붙잡고 들어올렸다.
“쿨럭-!”
놈의 입에서 피가 섞인 기침이 흘러 나왔다.
“야.”
서우진은 김태진의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할래? 네 친구가 저렇게 애원하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했지만, 서우진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김태진의 눈빛에 아주 약간이라도 살기가 엿보인다면, 그 자리에서 머리를 박살낼 작정이었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김태진의 눈동자에는 더 이상의 증오와 살기는 엿보이지 않았다.
오직 두려움.
서우진을 향한 공포만이 가득했다.
‘쯧.’
속으로 혀를 찼다.
고작 이딴 놈 때문에 친구를 잃을 뻔했다는 사실이 너무도 화가 났다.
하지만 덕분에 서우진은 결심할 수가 있었다.
임태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말이다.
물론 그녀를 정말 종으로 쓰겠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김태진을 믿지도 않았고.
“살려준다.”
서우진의 말에 김태진의 눈이 커졌다.
그래 봐야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부은 탓에 미미한 변화만 보였지만, 놀란 기색만큼은 역력했다.
“네 친구 덕분인 줄 알아라.”
서우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김태진의 이마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그래도 그냥은 놓아줄 순 없고.”
혼돈기를 끌어올렸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거대한 기운에, 김태진은 기절할 뻔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놈의 정신을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하게 일깨웠다.
“낙인.”
50레벨이 되자 다른 스킬들과 합쳐지며 사라진 ‘낙인’.
‘십이천검’이라는 강력한 기술로 거듭났지만, 서우진은 그것을 분해해 ‘낙인’의 효과만을 가져왔다.
스킬을 사용하자 서우진의 혼돈기가 김태진의 이마를 뚫고 들어가, 영혼 깊은 곳에 새겨지기 시작했다.
이름 그대로의 낙인.
“끄으으-!”
더는 느끼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고통이 몰려온 탓에, 김태진은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떨었다.
“이건 내 스킬 중 하나다. 이름은 방금 들었으니 알 테고.”
서우진이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며, 조용히 속삭였다.
“만약 네가 또다시 이번과 같은 일을 벌이면…….”
정확한 설명은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김태진이 알아듣기에는 충분했다.
오히려 자세히 가르쳐 주지 않은 것이 그의 공포심을 자극하기에는 더욱 뛰어난 효과를 발휘했다.
서우진은 머리카락을 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임태은을 향해 말했다.
“이 녀석들 챙겨서 돌아가. 그리고 웬만해선 앞으로 내 눈에 띄지 말고.”
말하는 서우진의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