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29)
228화.
“우진아!”
강병규가 소리치며 빠르게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다친 데는 없나 보네.’
강병규는 멀쩡해 보였다.
아직 놀란 가슴을 완전히 진정시키지는 못한 듯했지만, 그래도 별다른 문제가 있는 것 같진 않았다.
‘다행이네.’
새삼 안도했다.
만약 김다혜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생각하기도 싫었다.
“괜찮냐?”
서우진이 웃으며 물었다.
“그건 내가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서우진의 몰골을 본 강병규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서우진의 모습은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백 마리의 에이션트 오크를 박살내며 질주한 탓에 전신이 피로 절어 있었고, 주먹에는 김태진의 살점까지 묻어 있었다.
방금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악마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수준의 모습.
“내 피는 아니야.”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실제로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고작 김태진이나 100레벨도 도달하지 못한 용사들로는, 서우진에게 손가락 하나도 댈 수 없었으니까.
“그럼 다행인데…….”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건지.
“그런데, 누구야?”
서우진이 분노하며 사라진 뒤, 다른 팀원들에게 자신이 공격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듯했다.
“설마 다른 팀원들은 아니지?”
에이션트 오크들을 몰아온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 사실 그것도 화가 나긴 했지만…….
그래도 그건 진짜로 목숨을 노린 게 아니었다.
고생을 좀 하긴 하겠지만, 죽기 전에 충분히 몸을 빼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화염 총탄은 아니다.
그건 정말로 죽이려고 작정한 공격이었다.
강병규는 그런 짓을 저지른 게 다른 용사들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미안하다. 나 때문에 네가 위험에 빠졌어.”
서우진이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긍정이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강병규는 허탈하게 웃었다.
사이가 좀 안 좋을 순 있었다.
서로 욕하고 다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강림 전쟁에서는 누구보다 믿고 의지해야 할 동료들.
그런데 정말로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고?
“누구야?”
설마 다섯 개 팀의 용사들이 전부 자신의 목숨을 노리진 않았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너무 슬플 것 같았다.
“김태진. 그놈 혼자 저지른 일이야. 다른 녀석들은 모르고 있더라고.”
“그 새끼가…….”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했었다.
처음 날아왔던 화염의 파도도 그랬고, 머리를 뚫을 뻔했던 화염 총탄도 그렇고.
‘초열법사’라는 직업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스킬이었으니까.
하지만 예상이 사실로 드러나자, 강병규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 새끼 어딨어? X발, 죽여 버리겠어!”
“진정해.”
서우진은 흥분한 강병규를 만류했다.
강병규의 실력으로는 김태진을 상대할 수도 없을뿐더러, 애초에…….
“내가 반쯤 죽여놨으니까.”
수치로 따지자면 반이 아니라 80%는 될 것 같았지만.
“다시는 이런 짓을 못 저지를 거야.”
아니, 서우진과 그 동료들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못할 것이다.
경고했으니까.
다신 눈에 띄지 말라고.
오늘의 폭력을 기억하는 한, 김태진을 비롯한 다른 놈들은 결코 딴생각을 품지 못할 게 분명했다.
“하아…….”
강병규가 한숨을 내쉬었다.
표정에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드러났다.
“내가 어떻게 해야 되냐?”
이런 짓을 당하고도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답답한 듯했다.
복수조차 서우진이 대신해 주다니…….
“강해지면 돼.”
서우진이 말했다.
언젠가 그도 들은 적이 있는 이야기였다.
병사들에게 무시를 당하지 않고, 인정을 받으려면 강해지라고.
그럼 다 해결된다고.
서우진은 그날 테스테론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똑같이 해주었다.
물론 B급의 비전투 직업인 강병규가 서우진의 경지에 이르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김태진 정도는 어떻게 할 수 있을 것도 같으니까.’
아무리 비전투 직업이라 할지라도 100레벨이 넘어 초극의 경지에 이른다면.
S급의 김태진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힘들긴 해도 아예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내가 도와줄 테니까.”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말이다.
강병규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강해지자. 그 망할 새끼보다 훨씬 더.”
두 사람은 팀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금 전 벌어진 전투를 보고 겁을 먹은 에이션트 오크들이 모두 도망을 친 덕분에 주변은 조용했다.
서우진은 피가 흐르는 평원을 가만히 걸으며, 친구의 어깨를 두드렸다.
* * *
“문라이트 고져스 메디테이션!”
구동환의 거대한 핏빛 요술봉에서 은색의 월광(月光)이 터져 나왔다.
그어어-!
하지만 그 빛에 노출된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럴 수밖에!
진짜 공격은 달빛 뒤에 숨겨진 오함마의 흉악하기 그지없는 스윙이었으니까.
콰드드드득-!
요술봉의 이동 경로에 서 있던 에이션트 오크들이 박살 나며 허공을 날아갔다.
‘쟤들은 자기가 어떤 스킬에 맞아 죽는 건지 알까?’
계수지는 광소와 함께 에이션트 오크의 뚝배기를 깨고 있는 구동환을 쳐다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만약 자신이 놈들의 입장이라면, 엄청난 자괴감이 들 것만 같았다.
‘뭐,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쓸 때가 아니지.’
계수지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놈 하나의 목울대를 향해 팔꿈치를 찍어 올렸다.
우득-!
한 방.
굳이 스킬을 쓸 필요도 없었다.
에이션트 오크의 연약한 육체로는 그녀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으니까.
“71마리요!”
계수지가 소리쳤다.
그러자 바로 반응이 왔다.
“이런! 난 57마린데!”
구동환의 음성에는 다급함이 잔뜩 서려 있었다.
둘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체적으로 경쟁하는 중이었다.
같은 A급 전투 직업에 나이도 비슷해, 은연중에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도 제가 이기겠네요?”
계수지는 구동환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전광석화(電光石火).
마치 번갯불이 튀는 듯한 속도로 에이션트 오크들을 학살했다.
뒤늦게 구동환이 따라잡으려 애를 써봤지만, 한 번 차이가 나기 시작하자 도무지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둘이 다 하네.”
쌍검을 휘두르며 사냥하던 유홍설이 기가 질린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우리도 힘내요! 계속 지고만 있을 순 없잖아요! 할 수 있다! 아자! 아자!”
뒤에서 이지아가 에이션트 오크의 머리통을 터트리며 파이팅 포즈를 취했다.
‘쟤도 확실히 정상은 아니야.’
아니, 애초에 서우진의 주위에 몰려든 용사들 중 정상적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유홍설은 자신과 강병규를 빼면, 다들 한 군데씩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90마리.”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진태성이었다.
그는 가장 안전한 후방에서 쉴 새 없이 마법을 날려대며 에이션트 오크들을 쓸어버리는 중이었다.
경쟁하고 있는 계수지와 구동환보다 훨씬 많은 숫자.
아무래도 진태성은 저 경쟁에 끼고 싶은 듯했다.
“얼마 안 남았어요!”
이지아가 소리쳤다.
그녀의 말처럼 남은 에이션트 오크의 수는 고작해야 20마리 남짓에 불과했다.
“흐아아아아압!”
구동환이 가장 먼저 달려들었고, 그 뒤를 계수지와 이지아가 따랐다.
콰과과과광-!
전투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이쯤 되면 에이션트 오크들이 불쌍해질 지경이었다.
화아아악-!
그 순간,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오, 레벨 업이다!”
구동환이었다.
마지막 남은 한 마리의 에이션트 오크를 처치하자, 레벨이 오른 것이다.
“축하해요!”
“와, 아저씨! 그럼 몇 레벨이에요? 나랑 차이 많이 나요? 아, 스킬도 더 생겼을 텐데. 가르쳐 주세요!”
축하와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자 구동환이 씨익- 웃으며 계수지를 쳐다봤다.
“난 마침내 80레벨을 찍었지.”
누가 봐도 자랑하는 듯한 표정과 음성이었다.
아직 79레벨인 계수지보다 높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함인 것 같았다.
“이야, 대단하시네요. 축하드려요.”
물론 계수지는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았지만 말이다.
뭔가 더 큰 반응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구동환이 실망한 표정을 짓는데, 유홍설이 앞으로 나섰다.
“여기도 이제 끝났네요.”
그 말과 함께 주위를 둘러봤다.
4백 마리에 달하던 에이션트 오크 무리가 모두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여기가 몇 번째였죠?”
“세 번째요! 그러니까 총 9백 마리 정도 사냥한 것 같아요!”
모두 계산하고 있었는지, 이지아가 신나서 대답했다.
“벌써 그렇게 많이 잡았어?”
풀 죽어 있던 구동환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른 팀들도 우리랑 비슷한 페이스로 진행하고 있다고 하면…….”
“거의 다 끝난 거 아닌가요?”
게릴라전을 펼치기 위해 편성한 팀이 총 20개다.
단순 계산만 해보더라도 1만 8천마리 정도는 사냥했다는 결과가 나온다.
“물론 우리만큼 빠른 사냥이 가능한 팀은 많지 않을 테니, 한 1만 5천 마리 정도는 잡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그 정도만 해도 엄청난 성과였다.
예상되는 에이션트 오크의 수는 2만에서 3만 마리.
최소한 절반은 처리했다는 뜻이었으니까.
“우진 씨의 계획대로 하는 게 정답이었네요.”
계수지가 웃으며 말했다.
만약 그 많은 수와 전면전을 펼쳤다면?
승리할 순 있었겠지만, 지금처럼 쉽진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용사들 중에서 희생자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러게요. 이대로만 진행된다면, 며칠 안으로 토벌을 끝낼 수 있을 듯한데.”
“얼른 끝내고 돌아가요! 아카데미로 돌아가서 샤워하고 싶어 죽겠어요. 며칠 동안 제대로 씻지도 못해서 너무 찝찝해요.”
이지아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온몸이 땀과 피로 절어 있었기에, 샤워가 너무도 간절했다.
“다혜가 있었으면 편했을 텐데.”
이지아는 친구의 능력을 떠올리며 울상을 지었다.
마경 헬데인에서 했던 것처럼, 집이라도 한 채 ‘소환’해 주면 훨씬 더 쾌적한 사냥이 가능했을 텐데.
“그럼 오늘 한 군데만 더 돌고 좀 쉽시다.”
괜히 분위기가 침울해지는 것 같자, 구동환이 자신의 노란색 드레스 안에서 지도를 꺼내 들며 말했다.
“이익…….”
그걸 본 이지아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저 지도를 어디에 보관하고 있었는지는,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구동환은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곳들 중 가장 가까운 장소를 짚었다.
“여기는 어때요?”
서쪽으로 2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이었다.
“다른 팀이 사냥하진 않았을까요?”
“우리 속도를 보면 그러진 않을 것 같네요.”
서쪽에 있는 팀은 구동환의 팀보다 훨씬 수준이 뒤떨어지는 이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아직 이곳까지 진출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컸다.
“좋아요. 그럼 여기로 하죠.”
계수지가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팀원들도 동의했다.
“오케이! 그럼 여기로 이동하는 걸로 합시다. 얼른얼른 처리하고 쉽시다!”
힘차게 얘기한 구동환이 팀원들과 함께 걸음을 옮기려 할 때였다.
“응?”
저 멀리서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게 뭐예요?”
이지아 역시 그것을 발견했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먼지구름?”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먼지구름이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젠장.”
구동환의 표정이 굳어졌다.
평원에서 저런 광경이 펼쳐지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에이션트 오크다.”
그것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