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3)
#22화.
‘가속!’
서우진은 본능적으로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지금보다 배는 빠른 속도로 검이 휘둘러졌다.
쩌엉-!
흑검이 드레이카스의 이빨을 막아냈다.
하지만 워낙 창졸지간에 일어난 일이었는지라, 자세가 불안정했다.
“큭!”
두 발이 허공에 떴다.
드레이카스의 힘을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잡아!”
다행히 뒤쪽에 있던 병사들이 서우진을 안전하게 붙잡았다.
‘젠장.’
놈이 이렇게 갑자기 싸움에 끼어들 줄 몰랐다.
전투 도중에도 계속해서 경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든 신경이 검에 집중되며 잠깐 잊었다.
드레이카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든 것이고.
‘덩치에 안 어울리게…….’
저 거대한 덩치에 기습이라니.
영악하다는 조한의 말이 사실로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괘, 괜찮나?”
서우진의 등을 받쳐 준 병사들 중 한 명이 물었다.
“괜찮습니다.”
놀라긴 했다.
실제로 충격을 좀 받은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부상을 입은 건 아니었다.
‘가속’을 사용해 늦지 않게 이빨을 방어해 낼 수 있었으니까.
서우진은 드레이카스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몸은 괜찮고. 역시 마력이 문제인데.’
창졸지간에 스킬을 발동하느라 마력이 뭉텅이로 빠져나갔다.
당초 예상보다 부족해진 마력에 서우진은 입술을 짓씹었다.
‘이대론 놈을 막을 수 없어.’
병사들은 잘 싸워주고 있었다.
조한의 지휘 아래, 방어에 치중하며 한 마리씩 차근차근 몬스터의 숫자를 줄여 나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는 있었다.
‘아직도 너무 많아.’
드레이카스가 다시 개입하기 전, 최대한 많은 수를 줄여 놓을 생각이었는데…….
이젠 그것도 불가능할 것 같았다.
서우진은 자신을 받아준 병사들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건네고는, 다시 앞으로 나섰다.
몇 마리의 몬스터가 달려들었지만, 모조리 흑검에 의해 찢겨져 근처에도 다가오지 못했다.
그르르르-
드레이카스가 서우진을 바라보며 낮게 울었다.
그 안에는 살기와 위협이 가득 담겨 있었다.
예전이었다면 공포를 이겨내지 못하고 주저앉았겠지만…….
“냄새 나니까, 입 다물어.”
그는 예전의 서우진이 아니었다.
* * *
반 슬레인은 문자 그대로 날아가듯 달렸다.
어찌나 움직임이 가벼운지, 소복하게 내려앉은 눈을 밟았음에도 발자국 하나 남지 않았다.
하지만 움직임과는 반대로, 반 슬레인의 마음은 무겁기 짝이 없었다.
아우우우-!
그때, 눈앞에 스노울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령으로 온 병사가 마주쳤다던 그놈들인 것 같았다.
수는 대략 100마리 정도.
웬만한 기사들도 놈들을 상대하려면 수고를 꽤나 해야겠지만…….
“비키거라.”
반 슬레인에게는 단 한 번의 검이면 되었다.
쩌어억-!
정면에 있던 스노울들이 그대로 반 토막 나며 피를 뿜었다.
새하얗던 대지 위로 순식간에 붉은 강이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반 슬레인의 옷에는 단 한 방울의 핏방울도 묻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벗어난 지 오래였던 것이다.
‘부디 늦지 않았기를…….’
반 슬레인은 조급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달려나갔다.
정확히 서우진이 있는 곳을 향해서.
* * *
‘어떻게 할까?’
몬스터의 숫자를 줄이는 건 이제 끝이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병사들만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을 정도로 몬스터의 수를 줄일 수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드레이카스가 다시 나선 이상, 그건 불가능했다.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였다.
‘드레이카스를 죽인다.’
병사들이 몬스터들에게 짓밟히기 전에, 놈을 죽이고 병사들을 돕는다.
이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다.
“차라리 잘된 걸지도 몰라.”
아직 마력이 좀 남았다.
방금 ‘가속’을 사용하며 꽤 많은 양을 쓰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괜찮았다.
힘이 남아 있을 때 드레이카스와 상대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아니, 나았다.
“야, 덤벼.”
서우진이 검을 까딱였다.
명백한 도발,
드레이카스의 입장에서는 벌레 같은 놈이 자신을 도발하는 것에 어이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놈은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저 조그만 벌레가 자신의 공격을 두 번이나 막아내지 않았던가.
심지어 방금은 빈틈을 정확히 노려 가한 기습이었다.
그런데도 그것을 쉽게 막아냈고.
드레이카스는 본능적으로 서우진이 만만찮은 상대임을 깨달았다.
슬금슬금-
서우진의 눈에 놈이 조금씩 뒷걸음질 치는 것이 보였다.
다시 뒤로 빠져 기회를 엿볼 생각인 것 같았다.
“어딜!”
당연한 얘기지만, 서우진은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가속.
다시 한번 마력이 빠져나가며, 서우진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순식간에 드레이카스의 눈앞에 나타난 그는, 그대로 검을 내려쳤다.
서걱-!
그사이 ‘오러’까지 사용했는지, 푸른색의 파괴적인 기운이 드레이카스의 한쪽 눈동자를 터트려 버렸다.
그아아아아아-!
고통에 찬 비명이 울려 퍼졌다.
서우진이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은 몰랐던 터라, 대응이 늦어 한쪽 눈을 잃고 말았으니…….
하지만 서우진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드레이카스의 눈을 앗아갔음에도, 전혀 만족하지 못한 것이다.
‘쯧.’
사실 서우진이 노린 것은 눈동자가 아닌, 미간이었다.
미간은 대부분의 몬스터가 갖고 있는 약점.
드레이카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놈은 그것을 눈치채고는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 대가로 눈알 하나를 잃기는 했지만, 미간이 뚫리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였다.
분노한 드레이카스의 앞발이 서우진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무게로 짓눌러 버리겠다는 뜻이었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가속’을 쓴다면 쉽게 공격 범위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지만, 뒤에는 병사들이 있었다.
‘내가 피하면 다 죽어.’
서우진은 그것을 바라지 않았다.
놈의 공격을 막아낼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으니…….
“‘강격’.”
서우진의 검이 아래에서 위로.
아름다운 호선을 그리며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콰앙-!
떨어져 내리던 드레이카스의 앞발이 폭발했다.
마력을 응축해 충돌과 동시에 터트리는 ‘강격’의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졸지에 한쪽 발까지 잃어버린 드레이카스는 다시 한번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피가 비가 되어 서우진의 머리를 적셨다.
‘으음…….’
좋지 않다.
공격을 막아내고, 놈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주긴 했지만.
서우진 역시 자신의 마력이 텅텅 비어가는 것을 느꼈다.
‘한 번? 아니, 두 번 정도인가?’
남은 마력으로는 스킬 한두 번 사용 하면 끝이었다.
그 이후로는 오로지 육체와 검으로만 싸워야 했다.
‘처음 계획은 물 건너갔구만.’
‘폭주’와 ‘오러’의 조합이라면 드레이카스를 충분히 막아냈을 것이다.
어쩌면 이겼을지도 모른다.
그 두 스킬은 그만큼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몬스터 부대가 끼어들면서 사용할 기회를 놓쳐 버렸다.
그게 너무도 아쉬웠다.
“그래도 아직 늦은 건 아니야.”
마지막 한 번.
모든 마력을 바닥까지 긁어서 사용한다면, 놈에게 어떻게든 한 번은 더 엿을 먹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우진은 빠르게 뒤로 물러나는 드레이카스를 뒤쫓으며 검에 ‘오러’를 둘렀다.
그리고 동시에 ‘폭주’를 사용했다.
화아아아악-!
넘실거리던 파괴의 기운이 폭발하듯 요동쳤다.
지금까지보다 몇 배나 커지며, 주변을 압도했다.
물론 크기만 커진 것이 아니다.
‘폭주’는 문자 그대로 마력을 폭주시켜, 사용자의 능력을 극대화한다.
당연히 그로 인한 후유증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지.”
검을 휘둘렀다.
드레이카스의 거대한 목을 단번에 벨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해진 ‘오러’가 공간을 가로질렀다.
하나 남은 놈의 눈동자에 다급함이 서렸다.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걸 느낀 것이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몸을 피하려 했지만, 서우진의 검이 더욱 빨랐다.
쯔어억-!
남아 있던 앞발 하나가 잘려 나갔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드레이카스가 몬스터들에게 서우진을 죽이라 명령했다.
하지만 놈들은 서우진의 검 근처에만 가도 녹아내렸다.
그런 하급 몬스터들로는 ‘오러’의 파괴적인 기운을 견뎌낼 수 없던 것이다.
덕분에 서우진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다시 한번 검을 휘두를 수 있었다.
드높은 하늘에서 새하얀 대지로.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참격이 드레이카스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크오오오오오-!
드레이카스가 포효를 지르며 발악을 해보았지만, 이미 늦었다.
한쪽 눈을 잃고, 두 앞발이 사라진 놈으로선 도저히 피할 방도가 없었다.
거대한 검이 드레이카스의 머리부터 가랑이까지 이어지는 붉은 실선을 만들어냈다.
더 이상의 소음은 없었다.
끝없이 몰려들던 몬스터도.
기합을 내지르던 병사들도.
서우진과 두 쪽으로 갈라지는 드레이카스를 바라보며,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리고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 * *
예의 검은 공간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벌써 몇 번이나 겪은 일이었기에, 서우진은 당황하지 않고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레벨 업을 했나?”
다행이었다.
레벨 업을 했다는 건, 드레이카스가 죽었다는 뜻이었으니까.
이제 몸과 마력도 완벽한 상태로 되돌아올 테니, 남은 몬스터들 정도는 쉽게 물리칠 수 있을 터였다.
“하하…….”
서우진이 어둠 속에서 웃었다.
그 무섭던 드레이카스를 홀로 사냥했다.
그동안 자신이 많이 강해졌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실감이 난 적은 처음이었다.
“그 괴물을 이기다니.”
이제는 테스테론이나 제라드의 밑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물론 반 슬레인에게는 아직 한참 모자라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제 10레벨이 됐구나.”
용사들에게 10레벨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바로 직업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듣기로는 다른 곳으로 간 용사 대부분은 이미 직업이 정해졌다고 했다.
버스를 타지 않은 서우진이 유독 느린 것이었다.
“다들 적성이랑 같은 직업이라고 했지?”
100명이나 되면 하나둘쯤은 다른 직업이 정해졌을 만도 한데…….
서우진은 살짝 불안해졌다.
정말로 마왕이 직업으로 정해진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해졌다.
“그래도 아직은 모르는 거니까.”
그렇게 애써 자신을 위로하며 주변을 둘러보던 서우진의 앞에, 글자들이 떠올랐다.
[레벨 10 달성.] [직업이 부여됩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