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31)
230화.
계수지는 전력으로 질주하는 중이었다.
중간중간 지도 확인을 위해 멈추는 것을 제외하면, 단 1초도 쉬지 않고 달렸다.
‘한 마리도 안 보이네.’
솔직히 에이션트 오크 무리를 몇 번은 마주칠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계수지가 이동하는 경로에는 최소한 여덟 개가 넘는 에이션트 오크 무리가 표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리는커녕 한 마리도 없었다.
‘역시 죄다 집결하고 있는 모양인데.’
떠나기 전에 봤던 먼지구름을 떠올렸다.
괜스레 조급해졌다.
‘역시 우진 씨가 필요해.’
그 많은 에이션트 오크와 전투를 벌인다면, 희생자가 나오지 않을 리가 없었다.
자신과 같은 A급 이상이라면 괜찮겠지만, C급은 위험했다.
그들은 마력도, 체력도 부족했으니까.
자칫 잘못했다가 놈들에게 포위되기라도 하면, 구할 새도 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서우진이 함께한다면…….
피식-
생각에 빠져 있던 계수지가 웃음을 터트렸다.
“우진 씨가 대단하긴 한가 보네. 계속 이렇게 의지를 하고 싶어지는 걸 보니.”
서우진이 같이 싸워준다면.
서우진이 뒤를 받쳐 준다면.
서우진이 도와준다면.
왠지 그 어떤 전투에서도 위험에 빠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작 한 명의 힘이 더해지는 것뿐 임에도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샘솟는 것이다.
확실히 그 정도로 서우진은 믿음직스러운 동료였다.
“어서 찾자. 그래야 조금이라도 빨리 대응책을 준비할 수 있을……!”
콰아아아앙-!
계수지가 속도를 더 내려 할 때였다.
갑자기 바로 앞에서 엄청난 폭발과 함께 충격파가 몰려왔다.
“크윽!”
아무런 조짐도 없는 폭발에 깜짝 놀란 계수지가 급히 몸을 날렸다.
하지만 조금 늦은 듯했다.
다리 한쪽이 폭발에 휘말려 버리고 만 것이다.
파바바밧-!
다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이를 악다물며 간신히 자세를 잡았다.
“누구냐!”
이런 폭발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일어날 리가 없었다.
계수지는 분명 누군가 의도적으로 자신을 막은 것이라 판단하고는 소리쳤다.
“살아남을 줄은 몰랐는데.”
흠칫-!
갑자기 들려온 남자의 음성에 계수지가 깜짝 놀라며 몸을 돌렸다.
그러자 누군가 자신의 바로 등 뒤에 서있는 것이 보였다.
계수지는 지체하지 않고 그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화아아악-!
창졸지간에 뻗은 공격이라 스킬이 담겨 있지는 않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위력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나름 실력도 있는 것 같고.”
남자는 너무도 쉽게 그녀의 공격을 막아냈다.
고작 한 손으로 말이다.
주먹이 그대로 붙잡혀 버린 계수지는 눈을 부릅뜨고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오금 자르기!”
동시에 무릎을 쓸며 사내의 무릎을 노렸다.
전력을 다한 공격이었기에, 그 안에 담겨 있는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흐음.”
남자 역시 그것을 알아차린 것일까?
이번에는 막아내기보단 피하는 걸 선택했다.
붙잡고 있던 주먹을 놓곤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자, 계수지의 무릎이 허공을 스쳐 지나갔다.
쐐애애애액-!
마치 화살이 바람을 가르는 것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피했어?’
계수지는 자신의 공격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자마자, 땅을 박차며 몸을 피했다.
‘으윽!’
부상을 입은 다리를 디딤발로 썼더니, 머리가 새하얘질 정도의 고통이 찾아왔다.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졌다고 판단한 계수지가 아래를 확인했다.
바지 한쪽이 새까맣게 타버린 채, 피부에 눌어붙어 있었다.
화상을 입은 다리는 두 눈으로 보기도 끔찍할 정도로 흉측한 모습이었다.
만약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절단하는 수밖에 없을 듯했다.
그대로 두면 피부 조직이 괴사하며 패혈증까지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해 보였던 것이다.
계수지는 이를 악물며 눈앞의 남자를 쳐다봤다.
나이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삼십대 중, 후반 정도.
흰색의 기다란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자라난 것을 제외하면, 딱히 특징이랄 게 없는 외형.
하지만 계수지는 겉으로 보이는 것 따위에는 신경쓸 정신이 없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한 기운.
그것에 압도되어 제대로 된 사고조차 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마기다!’
그 기운의 정체는 마기였다.
계수지의 레벨이라면 마기의 영향권 안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쉽사리 행동할 수가 없었다.
‘움직이면 죽어.’
만약 계수지가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인다면, 백발의 사내가 자신의 목을 뜯어낼 것만 같았다.
마력을 아무리 끌어올려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사내는 언뜻 허허로워 보였지만, 티끌만큼의 빈틈도 없었다.
“감도 좋군.”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곤, 계수지를 향해 물었다.
“용사들은 다 너와 같은가?”
* * *
서우진은 휴식을 끝낸 팀원들과 함께 이동하는 중이었다.
하필이면 가장 외곽을 맡았기에 다른 팀들과 조우를 하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정말 놈들이 뭉쳤을까?”
“그럴 확률이 높은 것 같다.”
“에이션트 오크들이 안 보이는 걸 보면 네 말이 맞는 것 같긴 한데.”
강병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분명히 놈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없도록 작전을 짰잖아.”
이 작전의 가장 핵심은 그것이었다.
서로 뭉치지 못하도록 방해하며 조금씩 전력을 갉아먹는다.
그래서 에이션트 오크들이 서로의 상황을 알지 못하도록, 중간중간에 팀을 배치해 소통을 방해했다.
그런데도 놈들이 모였다니…….
“근처 몇몇 무리가 모이는 것 정도면 이해를 하겠는데, 네가 말한 것처럼 만 단위로 뭉쳤다는 건 이해가 안 돼.”
이 작전을 짜기 위해 얼마나 머리를 쥐어짜 냈던가?
특히나 ‘탐색’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강병규가 개고생을 했었다.
그 작전이 헛수고로 돌아갔으니, 실망할 법도 했다.
“나도 그건 모르겠네. 대체 어떻게 된 건지.”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경우의 수가 몇 개 있기는 했다.
에이션트 오크들 중에서 특별한 능력의 개체가 있어, 장거리통신이 가능한 경우.
다른 팀에서 제대로 작전을 수행하지 않아, 구멍이 숭숭- 뚫렸을 경우.
그리고 가장 최악은…….
‘누군가 놈들을 조종하고 있을 경우.’
앞의 두 가지 중 하나라면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만약 정말로 누군가 에이션트 오크들을 조종하고 있다면?
‘그럼 좀 곤란한데.’
그만한 능력이 있는 존재라면, 최소한 사도 급의 강자일 게 분명했다.
놈들은 용사의 수를 줄이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으니, 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사도들 중 한 명이 나설 이유로는 충분했다.
서우진은 계속해서 차오르는 불안감을 억지로 내리눌렀다.
“뭐, 일단 도착해 보면 알겠지. 레벨 잘 올리고 있었는데 좀 아쉽네.”
서우진의 도움 아래 팀원들은 무지막지한 속도로 레벨 업을 하고 있었다.
버스라 부를 정도는 아니었지만, 최소한 목숨 걱정은 하지 않고 공격에만 집중할 수가 있어 사냥 속도가 엄청났던 것이다.
그래서 죽을 뻔했던 기억도 잊고, 신이 나 있었는데 이런 사단이 벌어졌다.
강병규를 비롯한 팀원들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레벨을 올릴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까.”
서우진이 안심하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돌려 한쪽을 쳐다봤다.
“왜? 뭐가 있어?”
서우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강병규가 ‘탐색’을 사용해 주변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의 스킬에는 걸려드는 것이 없었다.
“아무것도 감지가 안 되는데. 왜 그래?”
강병규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마기다.”
“…마기?”
그 말에 팀원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마기라니.
그게 왜 여기서 느껴진단 말인가?
마수 따위가 풍기는 저급한 마기였다면, 서우진이 저리 반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설마 마왕의 추종자들입니까?”
박민성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맞아. 그것도 사도 급인 것 같다.”
왜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을까?
갑자기 풍겨오는 마기의 향은 너무도 짙었다.
거리가 조금 있어 확신을 할 순 없었지만, 제노니아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인 듯했다.
“병규야, 애들 데리고 돌아갈 수 있겠어?”
서우진이 묻자, 강병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걱정하지 마. 길 안내 같은 건 내 전문이니까.”
강병규의 스킬이라면, 크게 위험할 일 없이 복귀할 수 있을 터.
“그럼 너한테 맡긴다.”
“가보려고?”
“아무래도 당장 가봐야 할 것 같아.”
서우진의 감각에 느껴지는 것은 마기뿐만이 아니었다.
아주 익숙한 마력 역시 느껴졌다.
‘계수지.’
왜 그녀가 저기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황이 좋지는 않은 것 같았다.
계수지는 용사들 중에서도 수위를 차지할 정도로 뛰어났지만, 사도는 그 격이 다른 존재들이었다.
그녀 혼자서는 결코 막아낼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럼 부탁한다.”
“어, 어. 그래. 얼른 가봐.”
강병규가 고개를 끄덕이자, 서우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땅을 박찼다.
화아아아아악-!
주변의 풍광이 순식간에 뒤로 밀려났다.
마치 다른 시간을 거니는 것처럼.
한없이 느려진 세상을 빠르게 질주했다.
‘서둘러야 돼.’
계수지는 강하지만, 사도는 그런 그녀를 일수에 죽음으로 내몰 수 있었다.
아직은 별다른 일이 없는 듯했지만, 언제까지 살아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도착해야만 했다.
‘늦는 건 한 번으로 족해.’
조금 전에도 강병규가 죽을 뻔했다.
그런데 또다시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진 않았다.
서우진은 혼돈기를 있는 대로 끌어올리며 땅을 박찼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저 멀리 작은 점 두 개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나는 계수지였다.
부상을 당한 것인지,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서우진이 예상했던 대로 사도였다.
처음 보는 놈이었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흉포한 기운은 마기가 틀림없었다.
‘제노니아와 동급. 혹은 그 이상.’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놈이었다.
‘이길 수 있을까?’
제노니아는 ‘마왕화’ 상태였기에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본신의 실력으로만 싸워야 했다.
제노니아와 비견될 정도로 강력한 사도를 지금의 자신이 상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은 그런 걱정을 할 때가 아니지.’
일단은 계수지부터 구해야만 했다.
둘의 모습이 빠른 속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멈춰!”
‘카 라니엘’을 뽑으며 소리치자, 백발의 사도가 이쪽을 쳐다본다.
“우진 씨!”
계수지의 외침 역시 들려왔다.
서우진은 대답하는 대신, 혼돈기를 ‘카 라니엘’에 가득 담아냈다.
우우웅-!
타는 듯한 회색 오러가 피어올랐다.
“떨어져라!”
아직 거리가 남아 있었음에도, 서우진은 망설이지 않고 ‘카 라니엘’을 종으로 휘둘렀다.
사아아아아악-!
대지에 깊은 상처가 새겨지며, 회색 오러가 놈을 향해 날아갔다.
동시에 사도가 손을 드는 것이 보였다.
콰아아아아아앙-!
폭발이 일어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