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32)
231화.
‘효과가 없다.’
서우진은 폭발이 일어남과 동시에, 사도가 아무런 피해도 없이 공격을 막아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쯧.”
하지만 그것에 실망할 시간이 없었다.
그보다는 어서 계수지를 안전하게 보호해야만 했으니까.
서우진은 사도를 향해 추가 공격을 하는 대신, 계수지 쪽으로 이동했다.
“우진 씨…….”
그녀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다리 한쪽은 너덜거리고 있었고, 전신에 크고 작은 상처가 가득했다.
덕분에 전신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괜찮으세요?”
이렇게 물어보는 것 자체가 미안할 정도로 엉망진창이었지만, 계수지는 억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괜찮아요.”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고통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 것이 눈에 확연히 보일 정도였다.
“……잠깐 뒤로 물러나서 쉬고 계세요.”
서우진은 계수지를 뒤로한 채, 몸을 돌려 사도를 쳐다봤다.
‘역시.’
백발의 사도는 아무런 충격도 받지 않은 모습이었다.
머리카락 한 올도 상하지 않은 채, 가만히 서서 서우진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내 생각보다 용사들의 수준이 높은 건가? 아니면 너희가 특별한 건가?”
그가 권태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너는 누구지?”
서우진은 대답 대신 질문을 했다.
“아르데토스.”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제노니아가 이전에 말했던, 자신보다 강한 사도가 바로 저놈이라는 것을 말이다.
“에이션트 오크들을 움직인 건 너인가?”
저만 한 사도가 이곳에 나타났고, 에이션트 오크의 움직임이 크게 변했다.
서우진으로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다.”
그런데 아르데토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라고?”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기에, 서우진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다른 녀석이겠지. 이런 짓을 좋아하는 놈이 하나 있거든.”
자르반 평원에 출몰한 사도는 한 명이 아니었다.
‘최소한 둘. 어쩌면 셋 이상일지도 모르겠군.’
상황이 좋지 않았다.
눈앞의 아르데토스 한 명도 만만찮은데, 한 명이 더 있다니.
‘막을 수 있을까?’
자신은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르데토스가 강해 보이긴 했지만, 자신 역시 그에 못지않았으니까.
하지만 다른 용사들은 아니었다.
만약 다른 사도가 에이션트 오크들과 함께 그들을 공격한다면?
초극의 경지에 올라 있을 게 분명한 사도를 막을 수 있는 용사는 아무도 없었다.
‘수십 명이 죽을 수도 있어.’
아직 용사들의 힘으로는 사도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앞으로 1년 정도만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모를까, 지금 레벨로는 어림도 없었다.
‘무리를 해서라도 빨리 끝내야겠는데.’
서우진이 슬쩍 뒤를 확인했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계수지가 이곳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마왕화는 좀 미뤄두자.’
계수지에게 걸릴 수도 있었다.
물론 그녀는 자신을 믿어주겠지만, 그래도 조심할 필요는 있었다.
정말 최후의 최후에서나 사용해야 했다.
“네 이름은 뭐지?”
그때, 아르데토스가 물었다.
“서우진이다.”
“…아, 그게 너인가?”
그는 서우진의 이름을 이미 들어본 듯했다.
하긴 사도들과 엮인 일이 한두 개가 아니었으니 모르는 것이 더 이상했다.
짝짝-
“과연 듣던 대로 뛰어나구나.”
아르데토스는 순수하게 감탄한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하지만 눈동자와 표정은 아무런 변화도 없이 여전히 권태로움이 가득했다.
“그러는 너도 마찬가지야. 제노니아가 자신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던데. 그게 너지?”
서우진의 입에 제노니아의 이름이 담기자, 그제야 아르데토스의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아주 미미했지만, 눈썹이 꿈틀거린 것이다.
“네가 녀석을 어떻게 알고 있지? 둘이 만난 적이 있나?”
그렇게 묻던 아르데토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지. 그럼 네놈이 아직 살아 있을 리가 없을 테니.”
그는 서우진이 제노니아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글쎄, 과연 그럴까?”
서우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 모습을 본 아르데토스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수작을 부리려는 속셈이면 집어치워라. 네가 경지에 이른 것은 알겠다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니.”
에르데토스는 방심을 하고 있었다.
서우진이 아무리 초극의 경지에 이르렀다 해도, 아직은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었다.
‘좋군.’
서우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르데토스가 방심하면 할수록 싸움은 더욱 쉬워질 것이다.
때문에 서우진은 굳이 오해를 풀어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헛수고하지 말고 제노니아의 이름을 어디에서 들었는지 대답이나 해라.”
“직접 알아보시든지.”
서우진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하자, 아르데토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도 나쁘진 않지.”
고오오오오오-!
마기가 폭사된다.
끈적끈적하고, 불길하기 짝이 없는 칠흑의 마기.
‘역시…….’
서우진은 다시 한번 확신했다.
아르데토스는 결코 제노니아의 밑이 아니었다.
오히려 마기의 양만 보자면, 그녀를 훨씬 뛰어넘고 있었다.
“어디 계속 지껄여 보도록.”
따악-!
아르데토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와 동시에-
콰아아아앙-!
눈앞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서우진은 계수지가 아니다.
그녀가 피하지 못했던 폭발을, 서우진은 너무도 쉽게 피해냈다.
순식간에 이동해 폭발의 영향권 밖으로 벗어난 서우진이 ‘카 라니엘’에 혼돈기를 주입했다.
스아악-!
회색 오러가 대기를 가르며 놈에게로 날아갔다.
“이건 통하지 않는다.”
아르데토스는 귀찮은 표정으로 손을 휘저었다.
콰아아앙-!
이전과 같은 폭발이 다시 한번 일어났다.
“흡!”
마치 화산이 터지듯, 공중으로 치솟은 흙먼지 사이로 새하얀 손이 튀어나왔다.
‘피하긴 늦었다!’
너무도 빠른 속도에 서우진은 회피를 포기하고, ‘카 라니엘’을 들어 막았다.
떠어엉-!
어마어마한 충격이 몰려온다.
만약 ‘카 라니엘’이 아닌 다른 검이었다면, 그대로 조각나 서우진의 육체를 꿰뚫어 버렸을 정도의 충격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 정도 공격에 당황하기엔, 그간 쌓아온 경험이 너무도 많았다.
“십이천검!”
몸을 뒤로 날리며 충격을 최대한 분산시킨 뒤, 스킬을 사용했다.
열두 개의 빛나는 점이 뿜어져 나왔다.
“음?”
생소한 광경에 아르데토스가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사이, 허공을 수놓은 밝은 빛이 그대로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림도 없다.”
왠지 심상찮아 보이는 모습에, 아르데토스가 회피를 시작했다.
하지만 ‘십이천검’의 빛이 훨씬 빨랐다.
파바바바밧-!
마치 어디로 움직일지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빛나는 점들이 놈의 육체에 박혀들었다.
그리고,
위이이이이잉-!
별자리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크윽!”
모든 것을 분쇄해 버릴 기세로 회전하는 별자리에, 아르데토스가 침음성을 내뱉었다.
“이건……!”
권태롭던 아르데토스의 눈동자에 경악이 서렸다.
‘마력이 아니다!’
마력도, 마기도 아닌 새로운 기운.
난생처음 느껴보는 이질적인 회색빛의 기운이 그의 육체를 갉아먹었다.
“예폭(藝爆)!”
도저히 맨몸으로 견뎌낼 수 있는 기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아르데토스가 뒤늦게 자신의 기술을 발동했다.
쿠아아아아아아앙-!!!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멀찍이 떨어져 있던 계수지마저 그 영향을 받아 몸이 날아갈 정도로 엄청난 위력의 폭발이었다.
‘으윽!’
아르데토스와 가까운 곳에 있던 서우진은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으으으윽!’
마치 지옥불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루데인이 주었던 마법방어진이 새겨져 있는 코트는 순식간에 증발을 해버렸고, 드래곤의 이빨도 막아냈던 피부조차도 열기를 견디지 못해 물집이 돋아났다.
하지만 초고열의 화염보다 심각한 것은, 전신을 짓누르는 압력이었다.
마치 세상 전체가 온몸을 찍어 누르는 것 같은 압력이 느껴졌다.
놀랍게도 아르데토스의 힘은 생각했던 것보다도 뛰어났다.
‘이건 못 버텨.’
서우진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자신의 힘으로는 아르데토스를 쉽게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마왕화를 써야 하나?’
이대로라면 패배할 것 같았기에,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아직 계수지의 시선이 신경 쓰이긴 하지만, 놈의 공격을 버티려면 다른 방법이 없…….
‘있다!’
굳이 ‘마왕화’를 하지 않고도, 아르데토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이.
그것도 두 개나 말이다!
서우진은 그것을 떠올리자마자, 주저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셀레스티얼 윙.”
등 뒤로 날개가 돋는다.
혼돈기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이전의 흑색과는 달리 회색빛의 날개였다.
힘이 샘솟았다.
최소한의 출력으로 발동을 했기에 전능감이 들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엄청난 능력의 상승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서우진은 멈추지 않고,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루덴 가르도.”
그동안 써먹을 일이 없어서 까마득히 잊고 있던 이름.
화아아아악-!
손등에 새겨진 문신에서 빛이 터져 나오며, 순식간에 서우진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황제가 서우진에게 목줄을 채우기 위해 하사했던, 일명 마신의 갑주.
착용자의 정신을 파괴해 이지를 상실한 괴물로 만드는 그 저주받은 갑주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서우진을 눌러 죽이려던 압박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루덴 가르도’가 상시 발동 중인 ‘아이기스’가 아르데토스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아…….”
서우진이 움츠렸던 몸을 폈다.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전신을 태울 듯한 열기도, 온몸을 찍어 누르던 압박감도.
그저 조금 따뜻한 난로를 쬐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투구로 인해 얼굴이 전부 가려진 서우진이 시선을 돌려 아르데토스를 쳐다봤다.
그의 표정에는 미미하게 경악이 서려 있었다.
서우진이 공격을 막아낸 것보다, ‘루덴 가르도’의 정체를 알아차렸기 때문인 듯했다.
“그분의 가호가 깃든 물건이구나.”
모든 마기가 혼돈기로 화한 서우진과는 달리, ‘루덴 가르도’에는 마기가 남아 있었다.
그것을 느낀 아르데토스는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그토록 오랫동안 손에 넣기 위해 노력했건만…….”
놈의 눈동자에 권태가 물러가고, 탐욕이 서렸다.
“나에게 바쳐라. 그럼 너와 네 뒤에 있는 여자의 목숨은 살려주마. 아니, 이 평원의 모든 용사도 모두 살려주겠다. 그러니 그 갑주를 나에게 다오.”
‘루덴 가르도’를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표정에 모두 드러나 있었다.
“그것은 너에게 해만 될 뿐이다. 자격이 되지 않는 존재의 정신을 파괴하니, 차라리 나에게 넘기는 것이 낫다.”
치명적인 단점까지 친절하게 설명을 해줄 정도였다.
“자격이라…….”
자신에게 자격 운운하는 걸 보니,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서우진은 아르데토스를 쳐다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개소리하지 말고 그냥 덤벼. 가만히 서서 뒤지고 싶지 않으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