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34)
233화.
투기가 밀려온다.
물경 3만에 이르는 에이션트 오크들이 뿜어대는 기운은 크나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그것을 가장 먼저 맞이한 이는 300명의 기사였다.
“선두는 우리가 맡는다.”
고작 300명.
고작해야 에이션트 오크 집단의 1%밖에 되지 않는 숫자였다.
하지만 300명의 기사를 이끄는 루데인의 표정에는 두려움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기필코 막아내겠다는 의지와 전의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검을 뽑아라.”
녹색의 파도가 몰려오기 시작하자, 루데인이 조용히 명했다.
스르르릉-
휘하 기사들이 굳은 표정으로 검을 뽑아 들었다.
그들 역시 루데인과 마찬가지로 두려워하지 않았다.
‘전마(戰馬)가 없는 것이 아쉽군.’
기사들의 진면목은 말을 타고 적의 진영을 휘저을 때 발휘된다.
이번에는 단순히 용사들의 토벌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 말을 끌고 오지 않았다.
루데인은 그것이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전마가 없다고 해서, 기사들이 싸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할 일은 오직 하나다.”
루데인의 담담한 음성이 에이션트 오크들의 함성을 뚫고 들려왔다.
“하나라도 더 많은 적을 죽이는 것.”
푸른색 오러가 피어오른다.
300명의 기사가 동시에 마력을 끌어올리며, 적의 투기에 대항했다.
루데인은 그러한 자신의 부하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황제 폐하를 위하여!”
“황제 폐하를 위하여!”
쩌렁쩌렁한 외침과 함께 기사들이 질주를 시작했다.
그 길의 끝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에이션트 오크의 벽이 서 있었다.
* * *
“용감하네.”
기사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구동환이 감탄했다.
“와씨, 영화 보는 줄.”
“우리도 가만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얼른 도와줘야지!”
다른 용사들 역시 무모해 보이는 기사들의 돌진을 보곤 전의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누구보다 더 흥분할 것 같았던 이지아의 표정이 조금 심각해 보였다.
“왜 그래? 무서워?”
구동환이 그런 이지아를 향해 물었다.
“아니요, 그게 아니라… 생각을 좀 하고 있었어요.”
“생각? 무슨 생각?”
“방금 전에 소리를 쳤던 게 누구인지요.”
이지아의 대답에 구동환의 표정도 덩달아 심각해졌다.
“확실히…….”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해, 전투 준비를 하느라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게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엄청난 마기였지.’
거리가 멀어서인지, 마기 특유의 영향력이 이곳까지 미치지는 않았다.
그랬다면 기사들이 저렇게 움직일 수도 없었을 테니까.
그럼에도 구동환을 비롯한 A급 용사들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정체모를 존재의 음성과 함께 풍겨오던 마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하다는 것을 말이다.
“어쩌면 아카데미에서 봤던 그 사도라는 흡혈귀보다 강할지도 몰라요.”
이지아는 마기를 느끼고는 레이나를 떠올렸다.
그 당시에 받았던 충격과 함께.
덕분에 이지아는 잔뜩 긴장하고 있는 상태였다.
만약 레이나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의 사도라면?
에이션트 오크만으로도 힘든데, 그만한 강자를 자신들만으로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저씨도 못 막을 정도였으니까.’
그날 서우진은 레이나를 상대로 승리하지 못했다.
‘셀레스티얼 윙’을 사용해 일순간 몰아붙이긴 했지만, 결국 레이나를 쫓아낸 것은 마공과 요른이었다.
물론 서우진은 그때보다 훨씬 더 강해지긴 했지만, 그날의 기억이 강렬하게 남은 탓일까?
이지아의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깃들어 있었다.
“걱정하지 마라. 설마 죽기야 할까?”
구동환이 솥뚜껑 같은 손으로 이지아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말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수지 씨가 네가 좋아하는 그 아저씨를 데려올 텐데. 너 혹시 서우진 씨 못 믿어?”
“아니요? 믿는데요? 완전 믿거든요?”
구동환의 말에 이지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대꾸했다.
“아저씨가 오면 저딴 놈들은 죄다 한 방 감이죠! 그치, 다혜야?”
그러고는 뒤늦게 베이스캠프로 돌아온 자신의 친구, 김다혜를 쳐다보며 물었다.
마치 동의해달라는 표정으로.
“맞음요.”
다행히 김다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지아의 말에 동의했다.
“거봐요. 다혜도 믿는다잖아요.”
콧김을 흥- 하고 뿜어내고는 손을 들어 손가락을 풀기 시작했다.
우드드득-!
살벌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까 아저씨가 올 때까지만 버티면 되는 거잖아요.”
구동환은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그녀의 모습이 조금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래그래, 네 말이 맞다. 서우진 씨가 오면 에이션트 오크든, 사도든 죄다 한 방이지.”
구동환이 안심시키기 위해 말을 하자, 이지아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건틀렛을 고쳐 끼운 이지아가 전의를 다지며 에이션트 오크를 노려봤다.
“그럼 우리도 출발해요! 기사 아저씨들이 다 죽기 전에!”
그렇게 소리를 치고는 김다혜의 손을 붙잡고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우, 우와아아!”
“다 죽여!”
“경험치다! 저건 다 경험치야!”
그 모습을 본 용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이지아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누군가 먼저 앞장서길 바라며 눈치를 보던 이들이, 이지아가 나서자 얼떨결에 같이 뛰기 시작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곤 피식- 웃은 구동환도 발을 뗐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이내 딱딱하게 굳어졌다.
단순한 이지아를 안심시키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아직 큰 문제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시간.
‘올 때가 지났는데…….’
계수지가 서우진을 데리고 오겠다며 출발한 지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의 다른 팀원들은 조금 전에 도착을 했다.
‘수지 씨는 못 봤다고 했지.’
심지어는 서우진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이곳이 아닌 다른 쪽으로 갔다.
‘설마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에이션트 오크의 무리에 사도가 나타난 것도 문제인데, 용사들 중 가장 강력한 전력들이 이탈을 했다.
그러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후우-”
한숨을 내쉰 구동환이 손을 들어 얼굴을 쓸어내렸다.
“지금은 걱정을 할 때가 아니지.”
서우진과 계수지는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저 중간에 사소한 문제가 생겨 조금 늦을 뿐.
구동환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일단은 눈앞의 에이션트 오크들을 막아내는 것에 집중할 때다.
“변신.”
화아아아악-!
노란색 드레스와 오함마 요술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들끓어 오르는 마력을 느끼며 땅을 박찼다.
콰아앙-!
거대한 근육덩어리가 하늘을 날아올랐다.
“마법소녀 등장이시다!”
정확히는 소녀가 아니었지만, 이젠 그런 것에 지적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오오, 마법헬창이다!”
“아니, 물리헬창이 맞지!”
“망치 나가신다!”
허공을 가로지르며 선두로 나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용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변태 그 자체인 외형과는 달리, 구동환은 용사들의 최대 전력 중 하나였으니까.
“으하하하! 나의 마법을 받아라!”
오함마를 내던졌다.
마법과는 전혀 상관없는 행동이었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콰아아아아아앙-!!
가장 선두에 선 기사들을 지나쳐간 오함마가 적의 전열과 충돌했다.
크아아아아-!
단 일격에 백여 마리의 에이션트 오크가 뭉개지며 피곤죽이 되었다.
그것이 전투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용사들이 일제히 스킬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천지가 개벽할 만한 위력의 스킬이 작렬했다.
불과 얼음, 빛과 어둠이 에이션트 오크들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쐐애애애액-!
웬만한 성인의 팔뚝보다 굵은 화살이 쏘아지며 수십 마리를 꿰뚫고 지나갔다.
수십 마리의 정령이 날아올라 온갖 자연재해를 일으켰다.
손톱보다 작은 암기들이 허공을 수놓으며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공격들.
아직 정면으로 충돌하기 전이었음에도, 에이션트 오크들은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갔다.
하지만…….
놈들의 수를 생각해 보면 죽은 것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시체가 된 놈들을 밟고, 두 배, 세 배의 에이션트 오크들이 몰려왔다.
‘쉽지 않겠구나.’
사도는 제대로 나서지도 않은 상태였다.
구동환은 오늘 하루가 왠지 너무도 길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 *
‘야단났네.’
서우진은 계수지를 등에 업은 채 날아가다, 곤란한 표정으로 멈추었다.
“으으음-”
그녀는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부상이 생각보다 심했는지, 이동할 때의 아주 작은 충격조차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물론 그것뿐이었다면 서우진은 더욱 서둘렀을 것이다.
정신을 잃었다면, 고통을 느끼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서우진은 더 빨리 이동하는 대신, 멈추는 것을 선택했다.
‘이대로 계속 가다간 죽는다.’
부상을 입힌 것이 사도이기 때문일까?
계수지는 외상보다 내상이 훨씬 더 심각했다.
사도의 마기에 침식되어, 내부부터 썩어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계수지는 아주 작은 충격에도 취약해진 상태였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빨리 달리면 그만큼 육체에 부담이 되고, 그렇다고 천천히 가자니 과다출혈이 걱정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이거 안 좋은데.”
설상가상으로 최대한 조심을 하며 이동하다 보니, 도착을 하기도 전에 ‘셀레스티얼 윙’의 버프 시간이 끝나 버렸다.
‘으음.’
끔찍한 고통이 몰려온다.
초극의 경지에 도달한데다, 출력도 최소한으로 사용한 덕분에 이전처럼 죽기 직전까지 몰리진 않았지만…….
“이대로 계속 이동하는 건 무리야.”
자신의 고통을 참으며 계수지까지 신경을 쓴다?
지금도 손이 떨려오는데, 그녀에게 아무런 충격도 주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떻게 해야 하지?’
서우진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었다.
저 멀리서 느껴지는 투기는, 이미 전투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기에는 아르데토스가 말했던 다른 사도도 있을 터.
시간이 지체되면 계수지뿐만 아니라, 다른 용사들도 위험하다.
어쩌면 그곳에서 살아남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기 전에 도착을 해야 해.”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이곳에 계수지를 두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렇게 고민하던 서우진이 입술을 짓씹었다.
“어쩔 수 없나?”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긴 했다.
최후의 최후에나 사용할 방법.
“마왕화.”
화아아아아악-!
거대한 혼돈기가 몰아치며, 서우진의 외형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마왕’이라는 직업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압도적인 모습.
후우우-
혼돈기가 섞인 숨이 내뱉어진다.
그것만으로도 주변의 대기가 두려움에 떠는 것이 느껴졌다.
“근처까지만 간다.”
최대한 몸을 숨긴 채, 베이스캠프로 돌아가 계수지만 놓고 나오면 된다.
그 후에 ‘마왕화’를 해제하고 전투에 참여하면 될 터.
“설마 들키진 않겠지.”
용사와 기사들은 모두 전투에 정신이 팔려 있을 터.
그러니 ‘마왕화’를 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서우진은 몸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는 전능감을 만끽하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셀레스티얼 윙’을 사용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였다.
그 와중에도 계수지에게는 아무런 충격도 가해지지 않았다.
빠르고 조용하게.
서우진은 그렇게 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세상일은 마음먹은 대로만 돌아가진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