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36)
235화.
“흐음.”
서우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느낌이 약해.’
분명 베노인의 가슴을 걷어찼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덜한 충격을 받은 듯했다.
“피한 건가?”
전력을 다한 공격은 아니었다지만, 설마 그것을 피해낼 줄은 몰랐다.
물론 모든 충격을 흘려내지는 못했다.
그랬다면 저렇게 입에서 피를 토하며 날아가지는 않았을 테니까.
서우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베노인의 뒤를 쫓았다.
“크으으……!”
끝도 없이 날아갈 것 같았던 베노인이 멈춰서며 신음을 흘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짜고짜 공격이라니.”
그는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인상을 썼다.
“예의가 부족한 듯하군.”
그 말에 서우진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죽고 죽여야 할 사이에 무슨 얼어죽을 예의란 말인가?
더는 베노인의 헛소리를 듣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서우진은 그냥 놈을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때,
화아아아악-!
베노인에게서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가공할 크기였다.
마수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역시 사도는 사도인가?’
하지만 그뿐.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것처럼, 지금까지 싸워온 사도들보단 조금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다.
“일단 흥분을 좀 가라앉히게. 난 자네와 싸울 의향이 없으니.”
베노인은 정말로 전의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두 팔을 펼쳐 보였다.
완벽한 무방비 상태.
‘뭐지?’
그 모습에 서우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꿍꿍이속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설마 정말로 대화를 원한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저들에게 서우진은 반드시 죽여야 할 적들 중 하나였으니까.
그런데도 저렇게까지 나오는 걸 보면 무슨 이유가 있는 건 확실했다.
‘어떻게 할까?’
베노인을 죽이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보다 쉬웠다.
방금 전에는 예상치 못하게 자신의 공격을 흘려냈지만, 솔직히 죽이고자 마음먹는다면 못 할 것도 없었다.
‘들어볼까?’
자신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대화하려는 이유가 조금 궁금해졌다.
“내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손을 써도 늦지 않네.”
그때, 베노인이 결정을 도와주었다.
“하긴.”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모로 손해를 볼 일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베노인 정도로는 서우진에게 그 어떤 해도 끼칠 수가 없다는 게 더 정확했다.
본래의 서우진도 이기지 못할 놈이, ‘마왕화’를 한 서우진을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좋아, 한번 들어보지.”
잠시 고민하던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증만 해결하고 죽이자.’
사도를 살려줄 수는 없었다.
서우진에게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지만, 다른 용사들에겐 충분히 위험했으니까.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수를 줄여놓는 것이 좋았다.
그전에 정보를 좀 캐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였다.
“잘 생각했네.”
베노인이 미소를 지었다.
입가에 묻은 피 때문인지, 꽤나 섬뜩해 보였다.
“대화에 앞서 일단 한 가지 묻고 시작하세.”
“그게 뭐지?”
“혹 ‘혼돈의 왕’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 * *
점점 지쳐갔다.
하급 용사들은 물론이고, A급 용사들조차 무리를 지어야만 간신히 버틸 수 있을 정도였다.
‘너무 많아.’
백 마리, 이백 마리와 싸울 때완 차원이 달랐다.
놈들은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강해지는 특성이 있었고, 3만에 달하는 수를 막아내기엔 용사들이 너무 적었다.
고작해야 70여 명밖에 없었으니 당연한 말이었다.
게다가 이 자리에 없는 인원들 대부분이 용사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으니…….
용사들이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개전 초반만 해도 웃으며 전투에 임했던 구동환조차 힘겨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대로는 다 당한다.’
이제 슬슬 부상자도 나오고 있었다.
만약 성유라가 미쳐 날뛰다 죽지만 않았다면 그깟 부상자 따위는 순식간에 치료할 수 있었을 텐데.
만약 백시우가 실종되지만 않았더라면 훨씬 쉬운 싸움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만약 부상을 당해 전투에 빠진 놈들만 제대로 합류를 했어도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화력을 보여줄 수 있었을 테고.
모든 것이 아쉬웠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게도.
“대체 어디 있는 겁니까, 우진 씨.”
서우진이었다.
성유라가 죽었어도, 백시우가 실종됐어도, 24명의 용사가 빠졌어도.
서우진만 있다면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가 아는 서우진은 이깟 위기쯤은 웃으며 넘길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남자였으니까.
누군가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며 비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우진과 함께했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서우진의 진짜 힘은, 자신들도 감히 측정을 하지 못할 정도로 강대하다는 것을 말이다.
점점 지쳐 갈수록, 몸에 상처가 늘어갈수록.
구동환의 머릿속에는 서우진의 빈자리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소환!”
문득 옆에서 김다혜의 외침이 들려왔다.
특유의 말투도 잊어버릴 정도로 지쳐 있는 듯한 음성이었다.
화아아아악-!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구동환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과연 그녀가 무엇을 ‘소환’했을지 궁금했던 것이다.
수많은 에이션트 오크를 학살할 수 있는 미사일?
적재적소에 발사해 용사들의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저격 무기?
무엇이 되었든 제발 자신을 포함한 다른 용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랐다.
하지만,
구동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예상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하하-”
히어로 영화에나 나올 법한 외형의 금속 슈트 십여 개.
에이션트 오크들을 상대하기엔 나름 괜찮은 방어력을 지닌 물건이었지만, 솔직히 용사들에게는 그리 쓸모가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구동환은 미소를 지었다.
김다혜가 저것을 소환한 이유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슈화아아악-!
금속 슈트들은 허공을 날아오르며, 필사적으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이들을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어, 어?”
의문성을 터트린 것은 루데인을 포함한 기사들이었다.
3백에 달하던 이들이 모두 전사하고, 고작 열네 명밖에 남지 않은 기사들 말이다.
그들은 갑자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정체불명의 물체를 보곤 기겁하며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물체는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라도 된 것처럼 검을 피하더니, 몸에 달라붙었다.
“흐읍!”
기사들은 그것이 자신을 공격하는 줄 알고 눈을 질끈 감았다.
최상급 기사인 루데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이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예상했던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루데인이 눈을 떴다.
“음……?”
밝아진 시야 너머로 휘하 기사들이 보였다.
그런데 모습이 뭔가 이상했다.
분명 은색의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있어야 할 이들이, 생전 처음 보는 형태의 갑주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루데인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내려 자신의 몸을 확인했다.
그 역시 다른 기사들과 마찬가지였다.
“이건 뭐지?”
전신을 뒤덮고 있는 것으로 봐선 갑주의 일종인 것 같은데, 대체 어디서 이런 물건이 나타난 것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에 대해 깊게 고민을 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에이션트 오크들의 공격이 다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일단 막아라!”
안 그래도 밀리고 있던 형국이다.
고민은 이 위기를 이겨낸 뒤 해도 된다.
‘그때까지 살아 있다면 말이지.’
루데인은 오늘 자신이 죽을 것이라 확신했다.
용사들은 무리를 한다면 최소한의 피해만으로 몸을 피할 수 있겠지만, 자신들은 아니었으니까.
아마도 수많은 에이션트 오크 사이에 파묻혀 생을 마감할 것이 분명했다.
“한 마리라도 더 데리고 가주마!”
오러가 불타오른다.
서걱- 하는 소리와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한 검격에 에이션트 오크들이 썰려 나갔다.
하지만 잔뜩 지쳐 있는 탓에,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완벽히 해낼 수가 없었다.
검을 크게 휘두르느라 생긴 빈틈 사이로, 녹슨 칼 한 자루가 비집고 들어왔다.
‘아!’
이건 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옆구리를 뚫고, 심장을 부술 만한 위력.
루데인은 이번에야 말로 자신이 정말 죽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까앙-!
칼이 튕겨 나간다.
풀 플레이트 메일조차 가볍게 뚫을 만한 공격을, 이 생소한 갑주가 막아낸 것이다.
서걱-!
뒤늦게 급히 휘두른 검으로 놈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루데인은 당황한 눈빛으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곳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기사들이 보였다.
에이션트 오크의 무기는 갑주를 뚫지 못했다.
아니,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막아낼 수 있다!’
루데인의 가슴에 다시 한번 희망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모두 진격하라! 전부 도륙을 내버려!”
마력이 담긴 루데인의 고함과 함께 기사들이 질주를 시작했다.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 이상, 수세에 몰려 있을 필요가 없었다.
기사들은 전투 초반보다 더욱 용맹한 기세로 에이션트 오크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두가 희망에 찬 것은 아니었다.
“하아- 하아-”
김다혜의 입에서 거친 숨이 내뱉어졌다.
방금 전의 ‘소환’으로 남아 있던 마력이 모두 바닥난 탓이었다.
거기에 더해 금속 슈트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마력이 소모되고 있었다.
급히 마력 회복을 위해 집중을 했지만, 공급보다 소모되는 속도가 훨씬 더 빨랐다.
당연히 마력 탈진 상태가 올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땅에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김다혜의 몸을 붙잡은 것은 이지아였다.
피범벅이 되어 있는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친구를 쳐다보았다.
“괘, 괜찮…….”
하지만 김다혜는 대답조차 제대로 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너무 무리했다.”
어느새 다가온 것일까?
구동환 역시 잔뜩 굳은 표정으로 김다혜를 부축했다.
“차라리 그 마력으로 공격을 했다면…….”
수백 마리의 에이션트 오크를 쓸어버릴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김다혜는 고개를 저었다.
“너, 너무 많, 은 기사들이 죽……. 더는 안 됨요.”
김다혜가 이렇게 무리를 한 이유는 오직 하나.
너무도 많이 죽어나간 기사들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그녀는 기사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그녀만의 힘으로는 모두를 살릴 수가 없었다.
결국 아직은 완벽하지 않은 금속 슈트를 무리해서 ‘소환’할 수밖에 없었다.
남은 이들만이라도 지키기 위해서.
이지아는 그런 김다혜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도 미련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자신의 친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저 걱정하는 것밖에는 이지아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일단 이쪽을 지키자.”
구동환은 김다혜를 자신의 등 뒤로 숨겼다.
지금 그녀는 전투불능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 혼자 둘 수는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모아볼게요.”
계속해서 손발을 맞춰왔던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면, 김다혜 한 명 정도는 충분히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이지아가 지친 몸을 이끌고 움직이려 할 때였다.
“안 모아도 돼.”
머리 위에서 아주 낯익은 음성이 들렸다.
“어?”
깜짝 놀란 이지아가 고개를 들었다.
서우진이었다.
“아저씨!”
이지아가 더할 나위 없이 기쁜 표정을 지었고, 구동환 역시 깜짝 놀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혜 좀 챙겨주세요.”
서우진은 구동환에게 탈진한 김다혜를 부탁하고는 땅에 내려섰다.
“늦어서 미안. 이젠 내가 처리할 테니, 조금 쉬고 있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