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37)
236화.
루데인은 쉬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마력이 바닥나 더는 오러조차 피워낼 수 없지만 상관없었다.
자신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정체불명의 갑주 덕분에, 적들의 공격을 신경쓰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루데인과 기사들이 집중해야 할 건 오직 하나.
놈들의 목을 베어내는 것뿐이었다.
“한 놈이라도 더 죽여라!”
“게이런의 복수다!”
“이 X새끼들!”
기사들은 전사한 동료들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에이션트를 도살했다.
하지만 남아 있는 기사의 수가 너무도 적었다.
고작 14명.
에이션트 오크에 비하자면 그야말로 한줌도 되지 않는 숫자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기사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입에서는 피를 토할 듯한 거친 호흡이 흘러나오고, 바닥난 체력 덕분에 손과 발이 덜덜- 떨려왔음에도.
기사들은 그들이 외친 것처럼, 한 놈이라도 더 많은 놈들을 죽이기 위해 움직였다.
“하아- 하아-!”
겁도 없이 달려들던 에이션트 오크 한 마리의 머리를 검으로 꿰뚫어버린 루데인이 숨을 몰아쉬었다.
너무도 흉흉한 기세 때문일까?
그놈을 마지막으로 더는 접근하는 놈이 아무도 없었다.
“교관님.”
루데인의 뒤로 기사들이 모여들었다.
그들 역시 김다혜의 금속 슈트 덕분에 상처 하나 입지 않은 모습이었다.
물론 지쳐서 제대로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게 다인가?”
루데인은 남아 있는 기사의 수를 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 정도만 해도 분에 넘치죠. 이 갑주가 아니었다면 벌써 다 죽어 나자빠졌을 테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만큼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으니까.
“이제 어찌하시겠습니까?”
기사들 중 한 명이 물었다.
후퇴냐, 진격이냐.
만약 이대로 물러난다면 목숨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에이션트 오크들도 공격을 멈추었고, 갑주 덕분에 생명에 위협을 받을 일이 없었으니까.
루데인이 피식- 웃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한 마리라도 더 많은 놈을 데리고 간다.
큰 의미가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열네 명의 기사만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적었으니까.
그래도 해야만 했다.
아주 조금이라도, 용사들에게 도움이 되어야만 했으니까.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기사들 역시 루데인을 따라 웃었다.
어차피 죽음을 각오한 지는 오래였다.
이대로 살아서 돌아가 봐야, 평생을 죄책감과 후회만 가득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이곳에서 최후까지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하는 편이 나았다.
그것이 자신들의 명예를 지키고, 동료의 복수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조금 쉬었나?”
루데인이 물었고.
“팔팔합니다.”
“일 검에 열 놈도 베어낼 수 있을 정도입니다.”
기사들이 대답했다.
“좋다. 그럼 이제 죽으러 가자.”
루데인의 가볍지만 무거운 음성이 들려오고 기사들이 움직였다.
아니, 움직이려 했지만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붙잡았기 때문이었다.
“죽긴 왜 죽습니까?”
깜짝 놀란 루데인이 뒤를 돌아보았다.
“…서우진님!”
대체 언제 다가온 것일까?
그들의 바로 뒤에 서우진이 뚱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죽긴 왜 죽습니까?”
“아니, 그게…….”
서우진의 말에 루데인이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어린 녀석이 자기 몸 상하는 것도 불사해가면서 기껏 지켜줬더니. 죽는단 말 하지 마세요.”
루데인과 기사들이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는 서우진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력을 바닥까지 긁어모아 저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 김다혜를 생각하니 조금 화가 나기도 했다.
‘살려줬으면 살 생각부터 해야지.’
서우진은 기사들을 가만히 쳐다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이젠 죽으러 간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괜히 실망할 녀석이 한 명 있으니까.”
루데인은 서우진이 말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들을 지켜준 이 갑주를 소환한 이라는 것쯤은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그게 누구입니까?”
루데인이 물었다.
생명의 은인이자 조금이나마 동료들의 복수를 할 수 있게 해준 사람이었다.
자신들은 그 이름을 들을 자격이 있었다.
“뒤로 가시면 볼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상태가 별로이니까 가서 그 녀석이나 좀 지켜주세요.”
대화를 길게 나누기에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아직 에이션트 오크는 1만 마리 이상 남아 있었고, 더 싸울 수 있는 용사들도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대화는 나중에.
일단 이 상황을 해결한 뒤에 해도 늦지 않았다.
“서우진님은 어찌할 생각이십니까?”
루데인은 설마 서우진이 혼자 싸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리 강하더라도, 저 많은 숫자를 혼자서 감당할 순 없을 것이라 여긴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은 루데인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강했다.
에이션트 오크 1만 마리?
서우진이라면 1만이 아니라 3만이라 해도 모두 감당해 낼 자신이 있었다.
“그건 지켜보시면 알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기사들을 스쳐 지나가 앞으로 걸어나갔다.
루데인은 그런 서우진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몸을 돌렸다.
“복귀한다.”
“하지만 교관님!”
기사들이 반발했다.
이곳에 남아 서우진의 뒤를 받쳐 줘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루데인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방해만 될 뿐이다. 돌아가서 서우진님이 부탁한 분을 보호하는 게 우선이다.”
생명의 은인이라는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기사들은 모두 알아들었다.
“…명을 받듭니다.”
목숨을 바쳐 적과 싸우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은혜를 갚는 것이었다.
기사들이 베이스캠프 쪽으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루데인은 그들과 함께 움직이다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대체 서우진이 어떻게 할 생각인지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하늘을 가득 메운 열두 자루의 거대한 검을.
고오오오-
마력과는 다른 이질적인 기운이 세상에 내려앉았다.
직접적인 영향권의 밖에 있었음에도, 루데인은 숨이 막히는 듯한 압력을 느꼈다.
“크윽!”
“이, 이건 대체?”
기사들 역시 그것을 느꼈는지, 신음을 터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압도적인 광경.
마치 신의 무기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 같은 절대적인 위용이었다.
단 한 자루만 나타나도 웬만한 도시 하나쯤은 그대로 박살낼 것 같은 거대한 검이 무려 열두 자루.
루데인은 저것이 땅에 떨어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상상하고는 전율했다.
‘걱정할 필요가 없었군.’
대체 누가 누굴 걱정한단 말인가?
서우진은 이미 자신의 상상력을 아득히 벗어난 초월적인 존재였다.
지금 걱정해야 할 건 자신들이었다.
저 무지막지한 공격에 휘말리면 뼛조각도 찾기 힘들 게 분명했으니까.
“모두 달려라!”
루데인이 소리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기사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숨이 턱 끝까지 차고, 제대로 움직이는 것도 힘들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달렸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열두 자루의 거검(巨劍)이 빠르게 하강하기 시작했다.
–!!!
소리는 없었다.
아니, 너무도 컸기 때문에 오히려 인지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었다.
열두 자루의 검은 마치 태양과도 같은 빛을 흩뿌리며 땅에 꽂혔다.
별자리가 만들어졌다.
지금껏 서우진이 ‘십이천검’을 사용하며 보여주었던 것과는 스케일이 달랐다.
태양과 반딧불의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며 주변의 모든 것을 분쇄했다.
그것은 자연재해였다.
에이션트 오크든, 대지든, 대기든.
빛에 휘말린 것들은 전부 분자 단위로 갈려 나갔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쪼개지고, 쪼개지고, 또 쪼개졌다.
그러다 결국은 존재의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고작해야 10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
녹색 피부의 에이션트 오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오직 한 명.
서우진만이 고고한 모습으로 서서, 자신이 만들어낸 풍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 * *
“미쳤네.”
구동환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으며 눈앞의 광경을 쳐다봤다.
“무슨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 같네요.”
이지아는 입을 다물지도 못했다.
그만큼 서우진이 보여준 모습은 경이로웠다.
“대체 아저씨는 얼마나 강한 걸까요? 볼 때마다 더 강해지는 것 같은데.”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었다.
서우진이 밝힌 직업은 D급의 ‘검병’이었다.
하지만 더는 그를 무시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서우진이 등급을 초월한 힘이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정도껏이다.
1만 마리가 넘는 에이션트 오크를 한 번의 공격으로 몰살시킨다?
초극의 경지에 이른 제국의 다섯 수호자나 가능할 일이다.
아니, 그들조차도 일격에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서우진은 해냈다.
그 모든 광경을 본 이들이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글쎄다. 나는 그것보다 다른 게 더 걱정되기 시작하는데.”
구동환의 말에 이지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걱정이요? 무슨 걱정?”
설마 서우진이 자신들을 적대할리도 없을 텐데.
“마왕.”
“…그러네요.”
서우진은 강하다.
지금의 자신들로는 감히 제대로 측정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그런 강한 서우진보다도, 마왕은 더 강하다고 했다.
심지어는 그의 휘하에 있는 권속들조차 세상의 존재를 위협할 정도라고 들었다.
“놈들을 정말 우리가 막아낼 수 있을까?”
구동환의 걱정은 틀리지 않았다.
지금의 용사들 수준이라면, 강림 전쟁에서 승리할 확률은 한없이 0에 수렴했다.
하지만 용사는 성장을 한다.
그것도 상상을 초월하는 가공할 속도로 성장이 가능하다.
지금은 서우진의 수준에 닿기까지는 까마득하긴 해도, 앞으로 시간이 더 흐른다면 따라잡을 것이다.
물론 그사이 서우진은 더 강해져 있겠지만, 그들 역시 초극의 경지에는 닿을 수 있었다.
그것을 생각하면 강림 전쟁이 마냥 암울하지만도 않았다.
“노력해야겠네요.”
“그래, 그렇지. 노력해야지.”
지금도 그들은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었다.
다른 용사들과 비교해도 월등히 뛰어난 성장 속도가 그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적어도 서우진 옆에서 도움을 주기 위해선,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져야만 했다.
“다른 사람들이랑 한 번 얘기해 봐야겠다.”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더 강해져야 할지.
서우진이 도움을 주고 있긴 하지만, 더 빠른 성장을 위한 방법을 따로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제국이라면 방법을 찾을 수 있겠죠?”
“그러길 바라야지.”
구동환과 이지아는 성장에 대한 욕구를 불태웠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었다.
서우진의 힘을 바로 앞에서 똑똑히 목도한 용사들은 두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그들은 이번 토벌을 겪으며 자신들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덕분에 용사들의 마음에 한 가지 목적이 새겨졌다.
동경과 질투.
이유는 가지각색이었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하나였다.
‘강해진다.
적어도 서우진만큼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