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38)
237화.
전투는 끝났다.
중상 15명, 경상 52명, 사망 0명.
전투에 참가한 용사들 중 전사한 이는 아무도 없었지만, 극히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은 부상을 입었다.
그중에서도 15명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목숨을 잃었을 만큼 상세가 심각했다.
중간에 레벨이 오르며 몇 번이나 회복하지 않았다면, 분명 죽었을 것이다.
반면 에이션트 오크는 단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했다.
서우진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 놈들은 말 그대로 모조리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전과로만 따지자면 압승.
하지만 용사들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못했다.
서우진의 강함을 직접 목도한 뒤 말문이 막힌 것도 있었지만, 다른 이유가 더 컸다.
“기사들의 피해가 너무 크네요.”
계수지가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전투가 끝난 뒤, 박민성의 ‘상태 회복 물약’을 통해 몸을 조금 회복할 수 있었다.
물론 박민성의 레벨이 부족해 완전히 낫진 못했지만, 거동 정도는 가능했다.
“300명 중 남은 게 고작…….”
“열네 명이지.”
최상급 기사인 루데인을 포함해, 그 정도밖에 살아남지 못했다는 사실에 용사들의 가슴이 무거워졌다.
그들이 왜 가장 앞장서서 전투에 임했는지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냥 뒤에 있어도 됐을 텐데.”
누군가는 그렇게 말을 했다.
굳이 기사들의 도움은 필요 없었다고.
자신들만으로도 서우진이 도착할 때까지 버틸 수 있었을 거라고.
하지만 그 말에 동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에이션트 오크의 숫자를 보면, 개미의 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이었다.
만약 기사들이 도움을 주지 않았더라면, 피해는 지금보다 훨씬 더 커졌을 것이다.
어쩌면 용사들 중에서도 전사자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런 가운데 목숨을 바쳐가며 도움을 준 기사들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부상을 당한 사람들도 문제죠. 저대로 가만히 두면 큰일 치를 것 같은데.”
구동환 역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전장을 휩쓸고 다니며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전투에 임했기에 꽤나 큰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목숨이 위험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온몸이 상처로 뒤덮여 흉측해 보일 정도로 말이다.
“일단은 데르한에 도움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이 상황에 제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무리였다.
차라리 데르한 왕국에 도움을 받고, 몸을 회복하는 쪽이 더 나았다.
계수지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서우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그 나름대로 아직 제국으로 돌아가선 안 되는 이유가 있었다.
‘아이에르가 다시 오고 있다고 했지?’
베노인에게 들은 말이었다.
아이에르가 추가 파병을 결정했고, 그들이 철군하던 병력까지 흡수해 다시 제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서우진의 눈빛에 섬뜩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내 경고를 무시했다?’
그날 보았던 기사의 의지는 아닐 것이다.
‘마왕화’를 한 서우진을 눈앞에서 대면하고, 다른 마음을 먹을 리가 없었으니까.
게다가 아이에르의 수뇌부에 대한 의심까지 심어주지 않았던가?
그러니 이번 일은 그 기사가 아닌, 다른 이의 뜻일 확률이 높았다.
‘그게 누구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고.’
중요한 건 자신의 경고를 무시하고, 놈들이 다시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할까?’
황제와의 거래는 끝났다.
한번 막아줬으니, 굳이 자신이 다시 나설 필요는 없었다.
‘아니, 아니지.’
놈들을 막아야 할 이유가 있긴 했다.
첫째는 자신의 경고를 무시한 놈들에 대한 응징이고, 둘째는 전쟁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강림 전쟁에서 함께 싸워야 할 사람들을 쓸데없는 곳에서 잃을 순 없지.’
서우진은 베노인과의 대화 중 일부를 떠올렸다.
‘성왕이라는 놈이 사도 중 한 명이라…….’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사실로 확정되었다.
주신과 성왕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는 신성기사와 병사들을 막아내려면, 일단은 그놈부터 처리해야 할 것 같았다.
13만에 달하는 병력을 모두 도살할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아저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그때, 곁에 있던 이지아가 서우진을 불렀다.
“아, 별거 아니야.”
서우진이 슬쩍 웃으며 대답했다.
“아저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아무래도 데르한의 수도로 가는 게 낫겠죠? 제국으로 가는 것보다는?”
서우진이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계속해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나 보다.
“나도 그게 좋을 것 같네. 장시간 이동하기 힘든 사람들이 꽤 있으니까.”
그중에는 계수지와 김다혜도 있었다.
특히나 김다혜의 상태가 조금 좋지 않았다.
기사들을 살리기 위해 한계 이상의 마력을 쥐어짠 덕분에, 심각한 마력탈진현상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전투가 끝나자마자 기절하더니,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열도 펄펄 끓는데다, 정신이 혼미한지 헛소리까지 할 정도였다.
그런 김다혜를 데리고 제국까지 가는 것은 무리였다.
“좋아요! 그럼 우리 데르한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해요!”
이지아가 마치 선언을 하듯 땅땅- 하며 소리쳤다.
그 모습에 다들 미소를 지었다.
* * *
‘소문이 사실이었다.’
오이언의 명령을 받은 아에론은 골목길의 어두운 그림자에 몸을 숨긴 채 주변을 살펴보는 중이었다.
언제나 활기가 넘치고 평화롭던 총교단의 모습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얼굴은 어두웠고, 도시 전체에 암울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것은 계속되는 징집 때문이었다.
“벌써 몇 번째지?”
“이번에는 대체 왜 징집하는 건데?”
“레닌스탕와 트리안, 그리고 브로바이슨에서 우리에게 선전포고를 했다더군.”
그 말에 대화를 나누던 사내들의 표정에 경악이 서렸다.
“아, 아니! 대체 왜?”
“왜긴 왜야. 이 시국에 제국이랑 전쟁하겠다고 병력을 보냈으니 그런 거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나는 도저히 성왕 전하를 이해하지 못하겠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제국과 전쟁을 벌이시는 건지.”
객관적인 전력을 비교해 봐도, 제국과 아이에르는 큰 차이가 났다.
정면으로 싸운다면, 아이에르는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쓸려 버릴 게 분명했다.
라이벌 국가라고는 하나, 그것도 옛 이야기.
지금의 제국은 그 어느 때보다 강성한 힘을 자랑하고 있었다.
마왕의 강림에 대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해 힘을 키웠으니, 당연한 말이었다.
사람들은 그런 제국과 전쟁하려는 성왕을 이해하지 못했다.
“제국도 제국인데, 당장 급한 건 주변국들이야.”
거대한 크기를 지닌 제국은, 그 덩치에 어울리게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주변의 세 국가는 다르다.
국력도 비슷하고, 국경을 맞대고 있었기에 언제든 쳐들어 올 가능성이 충분했다.
게다가 이미 두 차례나 병력을 모아 보낸 탓에, 아이에르엔 여유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 그들과 정말로 전쟁이라도 벌어진다면, 그 결과는 정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흥! 그깟 놈들. 주신의 은총이 함께하는 한 감히 쳐들어올 생각도 하지 못할걸?”
물론 성왕을 지지하는 이들도 많았다.
신앙으로 똘똘 뭉친 그들은, 성왕이 죽으라 명하면 기꺼이 목숨을 바칠 정도로 광신하는 자들이었다.
‘좋지 않아.’
그 모든 것을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아에론은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마 성왕 전하께서 정말로……?’
오이언의 말이 떠올랐다.
성왕이 마왕의 추종자들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
솔직히 그때는 믿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도 의심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이에르가 이토록 급변하진 않을 테니까.
‘확인을 해봐야겠다.’
정황만으로는 확신할 수 없다.
아에른은 직접 성왕의 모습을 확인해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계속해서 몸을 숨긴 채,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고 총교단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그가 고위급 신성기사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순찰 루트와 경계병들의 위치를 모두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다행히 출정을 나오기 전과 동일했기에, 그 누구에게도 발각되지 않은 채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이 시간이면…….’
아에른은 시간을 가늠해 보곤, 지금 쯤 성왕이 어디에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기도실인가?’
성왕은 하루에 세 번.
총교단의 깊숙한 곳에 마련되어 있는 기도실에서 주신께 기도를 올린다.
마침 지금이 바로 그때였다.
아에른은 망설이지 않고 기도실로 향했다.
‘이상하군.’
신성기사들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병사들이 경계하고 있는 바깥과는 달리, 심부는 오직 신성기사들만 상주하며 지킨다.
그런데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무리 전쟁하기 위해 많은 수가 차출되었다 해도, 지키는 이가 없다는 건 이상했다.
‘뭔가 있다.’
아에른은 본능적으로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오이언의 말대로 성왕이 정말 의심스럽다면, 그것을 두 눈으로 확인해봐야 한다.
아에른은 발소리를 죽이며 기도실 근처로 다가갔다.
‘안에 있다.’
인기척이 느껴진다.
그런데…….
‘한 명이 아니야.’
이 기도실은 성왕만이 출입이 가능한 장소.
하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기도문이 아닌, 대화였다.
아에른은 조심스럽게 기도실의 문에 귀를 가져다 댔다.
“계획에 차질은 없나?”
“‘검은 존재’의 등장과 제노니아의 실종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순조롭다.”
“이번 일은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된다.”
“걱정도 많군.”
분명 두 사람이다.
‘누구지?’
대답하는 사람은 성왕의 음성이었다.
하지만 질문하는 이의 목소리는 처음 듣는 것이었다.
“아이에르는 멸망할 것이다. 거짓된 신의 종자들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고, 세계의 힘은 크게 약화되겠지.”
성왕의 말에 아에른의 눈이 부릅떠졌다.
‘사실이었다!’
이 한마디로 오이언의 말이 참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성왕의 입에서 거짓된 신이라는 말이 나온 순간부터, 그가 마왕의 추종자임이 밝혀진 것이었다.
‘돌아가서 밝혀야 한다!’
성왕, 아니, 놈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전쟁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만 했다.
하지만 뒤이어진 음성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용사들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듣자하니 아르데타인과 베노인도 실패했다던데.”
“서우진이라는 놈이 또다시 방해했다.”
“…정말 그 정도로 강한 건가? 아르데타인과 제노니아가 당할 정도로?”
“성장 속도가 너무 빠르다. 용사의 탈을 쓴 ‘혼돈의 왕’이기에 가능한 것이겠지.”
‘혼돈의 왕’이라는 단어에 아에른이 경악했다.
아주 오래전.
그에 대한 전설을 들어본 적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결국 놈은 우리와 같은 편에 설 수밖에 없을 테니.”
거기까지 들은 아에른이 몸을 돌려 기도실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알려야 해!’
아에른은 그대로 총교단을 빠져나가, 오이언이 있는 데르한으로 향해 달렸다.
기도실 내에 있던 두 사람이 그의 기척을 느끼고 미소를 짓고 있다는 사실은 까마득히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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