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39)
238화.
“경상자는 이쪽으로! 기사들은 중상자들을 옮겨라!”
도시가 분주하다.
데르한 왕국에서 수도를 제외하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대도시인 카도르에, 갑자기 용사들이 들이닥친 까닭이었다.
“아이에르의 사제… 젠장! 치료약이랑 붕대 가져와! 의사들도 불러오고!”
반사적으로 사제들을 찾으려던 이가 말을 바꾸었다.
“물자가 부족합니다!”
“빌어먹을, 커튼을 뜯어서라도 가져와! 다른 도시에도 지원을 요청하고!”
대도시라고는 하나, 부상자를 치료할 약과 물품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평상시에는 아이에르의 사제들이 상주해 있었기 때문에, 굳이 다른 치료 물품들을 비축해 놓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에르가 전쟁을 일으키며 사제들이 모두 본국으로 소환되었으니, 제대로 된 치료를 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부상자의 수가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들 중 생명이 경각에 달린 중상자들은 더욱 적었고.
물론 그렇다 해서 안심할 순 없었기에 도시의 귀족들은 병사들을 재촉했다.
“난리구만.”
구동환이 급박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한 명이라도 잃으면 큰 손실이 될 테니까요.”
용사 한 명의 힘은 병사 수만보다 강하다.
그러니 기를 쓰고 치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 목숨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귀하다는 건 아니지만요.”
그렇게 말을 한 서우진이 시선을 돌려 한쪽을 쳐다보았다.
김다혜가 있는 곳이었다.
그녀는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축- 늘어져 있었다.
‘하아.’
한숨이 나왔다.
기사들을 보호하려고 한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몸도 좀 챙겼으면 더 좋았을 텐데.
김다혜는 겉으로 드러난 부상은 없었지만, 심각한 마력 부족으로 인해 생명력이 소모되는 중이었다.
저것을 치료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었다.
사제들의 신성력을 통해 채워주든지, 레벨 업을 하든지.
그것도 아니면 뛰어난 마력 응집체를 복용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그 모든 방법을 사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마력 응집체를 하나 구해올까?’
제국으로 가서 황제나 마공에게 부탁하면 될 것이다.
그들 역시 용사가 죽는 것은 바라지 않을 테니까.
서우진이 직접 가서 얘기하면, 마력응집체 하나 정도는 쉽게 내줄 게 분명했다.
‘아니면 아이에르의 사제를 데리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제국으로 가는 것보단, 아이에르 군 쪽이 더 빨랐다.
잠시 고민하던 서우진이 김다혜를 지켜보고 있는 의사를 향해 다가갔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바닥난 마력 대신 생명력을 소진하고 있는 김다혜는, 지금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만약 생명력마저 모두 소진된다면, 그녀의 육체는 붕괴될지도 모른다.
서우진은 그 남은 시간을 물어보았다.
“…아무리 길어도 다섯 시간 정도입니다.”
“다섯 시간.”
짧아도 너무 짧은 시간이다.
‘제국까진 가기엔 촉박해.’
‘마왕화’를 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황제나 마공을 만나 상황을 설명한 뒤, 마력 응집체를 구해서 다시 돌아오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테니까.
‘어쩔 수 없나?’
서우진은 제국이 아닌, 아이에르의 사제를 잡아오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쪽이 더 가깝기도 했고, 상황 설명 따윈 필요도 없이 그냥 납치만 해와도 되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서우진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김다혜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준 뒤 몸을 돌렸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어딜 가려고요?”
구동환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는 이번 일을 겪으며 서우진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하게 체감했다.
만약 서우진이 자리를 비운 사이, 또 무슨 일이 발생한다면?
자신들만으로 그것을 막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다혜랑 다른 사람들을 치료할 방법을 좀 찾아오려고요.”
“그런 게 있습니까?”
“생각해 둔 것이 좀 있어서.”
서우진은 작게 웃으며 대답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빨리 오셔야 합니다.”
뒤에서 구동환의 음성이 들려왔다.
“늦어도 두 시간 안에는 올게요. 그때까지 다혜 좀 잘 부탁합니다.”
감히 경고를 무시한 아이에르의 사정을 봐줄 이유가 없었다.
가서 박살내고, 그대로 사제 몇 명을 데리고 온다.
10만이든 100만이든.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어느새 검은 날개를 펼친 채 날아오른 서우진이 순식간에 허공을 가르며 사라졌다.
* * *
“저곳입니다.”
오이언이 도시를 가리켰다.
새로운 총사령관 브리아트는 그 도시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저 작은 도시에 ‘검은 존재’가 나타났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단 몇 분에 불과했지만, 그사이 병사 일천과 기사 수십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손을 몇 번 휘두르자 그만큼 죽었다.
하지만 굳이 설명을 해주진 않았다.
브리아트는 ‘검은 존재’ 자체를 의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말을 해줘도 믿지 않을 공산이 컸다.
“일천이라… 역시 소문은 과장되게 마련인가 보군. 듣기로는 여룡조차 일격에 죽였다던데, 그 정도는 아닌 듯하니.”
그의 음성은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것이 ‘검은 존재’의 전부라면, 충분히 상대하고도 남을 터. 이대로 도시를 지나쳐 제국으로 향하도록 하지.”
그의 휘하에는 13만에 달하는 병력이 있었다.
그 정도라면 ‘검은 존재’를 상대하는 것을 넘어 죽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듯했다.
‘자만이다.’
오이언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다시 그를 만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때는 지옥과 같은 악몽이 펼쳐지겠지.
심호흡을 한 오이언이 브리아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진군을 재고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또 그 얘기인가?”
“‘검은 존재’는 그리 얕볼 상대가 아닙니다. 만약 그가 진심으로 저희를 적대한다면, 병사의 수가 아무리 많다 한들 막아낼 수가 없을 것입니다.”
벌써 몇 번이나 주장했던 말이었다.
그리고 브리아트는 이번에도 오이언의 말을 묵살했다.
“주신의 가호가 함께하니, 마왕의 추종자 따위가 우리의 앞길을 막을 순 없을 걸세. 그러니 오직 믿음으로 적을 향해 나아가야 하네.”
주신의 가호.
그것은 출병하는 이들을 향한 성왕의 축복이었다.
사기를 진작시키고, 신체 능력을 상승케 하는 최고위급의 신성 마법.
물론 상승폭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병사의 숫자가 수만에 달한다.
그러니 전력의 상승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우리라고 주신의 가호가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그 축복을 받은 것은 1차 병력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손도 쓰지 못했다.
아니, 반항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 더 정확했다.
그만큼 ‘검은 존재’는 압도적이었다.
“그 이야기는 그만하게. 더는 듣고 싶지 않으니. 만약 계속한다면 항명죄로 다스릴 걸세.”
브리아트의 경고가 담긴 협박에, 오이언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를 어찌한다?’
도시가 가까워져 올수록, 불안감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지금 당장에라도 ‘검은 존재’가 모습을 드러낼 것 같은 두려움이…….
“무언가가 다가온다!”
“경계 태세!”
“궁수들은 화살을 준비해라!”
무언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니, 경계병들이 그것을 발견하고 외친 경고성이 끝나기도 전에.
검은색의 그것은 이미 그들의 앞에 있었다.
“아, 아-”
‘검은 존재’.
그를 발견한 오이언이 탄식했다.
‘결국은 이렇게 되는구나.’
어떻게든 브리아트를 설득해 진군을 멈춰보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검은 존재’가 등장한 이상, 남은 것은 무자비한 학살뿐이었다.
‘내가 앞으로 나서야 한다.’
대화가 먼저다.
대화로 ‘검은 존재’의 분노를 풀고, 이 사태를 막아야만 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가장 앞에서 그를 붙잡아 시간을 벌기라도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많은 병사를 살리려면!
그렇게 생각한 오이언이 ‘검은 존재’를 향해 다가가려 할 때였다.
“저것이 소문의 그놈인가?”
옆에 있던 브리아트가 호기심 서린 음성을 내뱉었다.
“별것 아니군. 무슨 괴물이라도 되는 줄 알았더니.”
그는 ‘검은 존재’의 주위로 뻗어 나오고 있는 저 가공할 기운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그것은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저 좀 특이하게 생긴 몬스터.
그 정도로만 여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전의를 불태울 리가 없었으니까.
오직 오이언만이 저 기운에 압도되어 전신이 저릿저릿할 뿐이었다.
“제가 먼저 가보겠습니다.”
오이언은 혹시나 브리아트가 허튼 짓을 할까 두려워 서둘러 걸음을 옮기려 했다.
하지만 브리아트의 명령이 한 박자 빨랐다.
“놈을 잡아 내 앞에 무릎 꿇려라!”
“안 돼!”
뒤늦게 오이언이 소리쳤지만, 명령을 들은 신성기사들은 그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쳐라!”
“놈을 잡아!”
“활을 쏴라!”
퓨퓨퓨퓨퓨퓨퓻-!
순식간에 수천 발의 화살이 활을 떠나 서우진을 향해 쇄도했다.
그 뒤를 따라 신성기사와 병사들이 달려들었고.
오이언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도저히 앞으로 벌어질 일을 쳐다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시 후.
진정한 공포가 그들에게 내려앉았다.
* * *
‘저긴가?’
‘마왕화’를 한 서우진은 순식간에 아이에르 군이 이동하고 있는 곳의 근처에 도달했다.
‘많기도 하다.’
에이션트 오크 무리도 많았지만, 아이에르 군은 놈들보다 거의 다섯 배에 달하는 수였다.
그야말로 새까맣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하지만 그들을 내려다보는 서우진의 눈동자는 서늘하기 그지없었다.
13만이 아니라 130만이라도 서우진에게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으니까.
‘시간이 없다.’
서우진은 지체하지 않고 그들을 향해 날아갔다.
그래도 경계는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금세 발각당했다.
덕분에 아이에르 군이 분주해졌다.
‘정예병이야.’
순식간에 경계 태세를 갖추고, 서우진을 향해 전투 의지를 드러냈다.
타악-
그들의 앞에 내려선 서우진이 기감을 펼쳤다.
신성기사나 일반 기사가 아닌, 사제들을 찾기 위함이었다.
‘저쪽이군.’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이 풍기는 신성력은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으니까.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 때 얼른 납치해서 돌아가자. 응징은 다혜나 다른 사람들이 낫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
퓨퓨퓨퓨퓨퓨퓻-!
화살이 날아온다.
그것을 본 서우진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내 얘기를 못 들은 건가?’
바로 저기 있는 도시에서 서우진이 벌인 일을 들었다면, 이렇게 다짜고짜 공격할 수 없었을 텐데?
‘아니면 듣고도 무시했거나.’
후자일 확률이 높아보였다.
“미친놈들.”
서우진은 생각을 바꾸었다.
‘아직 네 시간 이상 남았어.’
시간은 충분하다.
서우진이 혼돈기를 끌어올렸다.
“내가 일단은 그냥 가려고 했는데 말이지.”
싸늘한 음성으로 그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가 자초한 거니까, 후회하지 마라.”
‘지고화’.
지극히 높은[至高] 불꽃[火]이 세상에 강림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