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4)
#23화.
직업이 부여된다.
그 말은, 서우진이 직업을 선택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적성과 그간의 행적을 토대로, 가장 적당하고 어울리는 직업이 부여되는 것이다.
서우진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글자들을 주시했다.
‘제발 마왕만 아니었으면!’
정말로 D급 검병이 되어도 좋다.
아니, 차라리 그쪽이 낫다.
하루하루 언제 용사들에게 목이 잘릴지 걱정하며 사는 것보단, 차라리 D급이라 무시당하는 게 훨씬 좋았다.
그건 이미 익숙해지기도 했으니까.
서우진은 정말 간절하게 빌었다.
[직업 ‘마왕’이 부여됩니다.] [측정불가 등급입니다.] [스킬의 일부가 직업에 동화됩니다.]하지만 세상일은 언제나 그렇듯.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X발.”
* * *
밝은 빛은 반 슬레인에게도 보였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레벨 업을 했군.’
그 말은 곧, 서우진이 아직 무사하다는 뜻과 일맥상통했다.
“다행이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반 슬레인은 이내 서우진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영주님!”
콰과과과-!
병사들이 그를 부르는 소리와 함께, 몬스터들이 쓸려 나갔다.
과장이 아니었다.
다급했던 마음을 분출한 것일까?
반 슬레인은 손에 사정을 두지 않고, 몬스터들을 모조리 도륙내 버렸다.
“피해는?”
서우진이 멀쩡히 서 있는 것을 확인한 그는, 조한에게 물었다.
“사망자는 없습니다. 부상자가 발생하긴 했습니다만, 지금은 모두 괜찮습니다.”
빛 덕분에 모두 회복한 것이다.
“허어-”
정말로 다행이었다.
서우진은 물론이고, 병사들마저 모두 무사했으니…….
“드레이카스가 죽었군.”
반 슬레인은 감탄한 눈빛으로 서우진의 뒤쪽에 있는 거대한 사체를 바라봤다.
깔끔하게 반으로 갈라져 그 속을 드러내고 있었다.
“괜찮은가?”
서우진에게 다가간 반 슬레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왠지 그의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아, 예. 뭐, 괜찮습니다.”
‘음?’
서우진이 슬쩍 뒤로 물러나는 것이 보였다.
은근히 자신을 피해 도망치려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본래부터도 거리를 두기는 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피한 적은 없었기에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이제 10레벨이 되었겠군.”
하지만 반 슬레인은 내색하지 않고 평소처럼 말을 이었다.
“축하하네.”
그는 진심으로 서우진의 성장을 축하해 주었다.
솔직히 이번 토벌에서 5레벨 정도가 되면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다른 용사들처럼 버스를 타는 것도 아니고, D급에 불과하니 성장 속도가 많이 뒤쳐질 거라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서우진은 엄청난 속도로 레벨 업을 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경이로울 정도였다.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벌써 10레벨이 되었다.
그 말은 곧, 상급 기사와 필적하는 실력을 지니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허허…….’
반 슬레인은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만약 서우진이 다른 용사들과 마찬가지로 버스를 탔다면?
왕국의 모든 지원을 한 몸에 받았더라면?
그럼 대체 얼마나 빠르게 성장을 할 수 있었을까?
적어도 벌써 20레벨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물론 그것이 마냥 좋은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반 슬레인은 지금 서우진이 성장한 방식이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어떤 용사보다도 지금의 서우진이 더 강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레벨은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말이다.
“감사합니다.”
서우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반 슬레인을 향해 감사인사를 건넸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듣도록 하지. 일단은 본대로 돌아가세.”
반 슬레인의 말에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고, 병사들은 복귀 준비를 시작했다.
* * *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서우진은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너무도 심각해 보이는 표정에 병사들은 물론이고, 반 슬레인조차도 말을 붙이지 못할 정도였다.
‘당연히 직업으로 마왕을 부여받았다는 건 말을 못할 테고.’
요즘 들어 그를 바라보는 병사들의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어느 전투든 항상 선두에 나서, 미친 듯이 싸우며 병사들을 보호하는데 이미지가 바뀌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짜잔, 마왕이 되었습니다’라고 말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죽겠지.’
병사들이 나설 것도 없이, 반 슬레인이 검 한 번 휘두르면 그대로 목이 뎅겅- 날아갈 게 뻔했다.
아무리 서우진이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반 슬레인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가 얼음 벌레와 싸울 때 보여주었던 위엄은, 그야말로 압도적.
적어도 20레벨. 아니, 30레벨 정도는 되어야 비슷해지지 않을까?
‘그것도 확실하진 않아.’
서우진은 반 슬레인이 어느 정도의 경지에 도달했는지 가늠조차 하지 못하는 수준에 불과했으니까.
그러니 다른 직업을 얻었다고 둘러대야 한다.
‘결국은 검병밖에 없나?’
하지만 이것도 문제는 있었다.
보통 스킬은 직업에 따른다.
검병이라는 직업은, 당연히 검에 관련된 스킬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난 없지.’
굳이 뽑자면 ‘오러’ 정도?
나머지는 검병의 스킬이라기엔 너무도 이질적인 것들이 많았다.
그나마 ‘가속’이나 ‘강격’ 같은 건, 우겨볼 수 있는데…….
‘‘흑염’이나 ‘폭주’는 아니지.’
게다가 ‘마왕’이 되며 새로 얻은 스킬, ‘나락’은 그런 핑계도 먹히지 않는다.
‘대상자의 혼을 집어삼키는 지옥을 소환한다니? 이게 어떻게 검병 스킬이야.’
아직 사용을 해보진 않아서, 정확히 어떤 모습으로 발동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스킬 설명만 봐도,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숨기자.’
서우진은 스킬들을 숨기기로 했다.
솔직히 10레벨이 된 지금은, ‘오러’만 사용해도 드레이카스를 홀로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마왕’이 직업으로 정해지며, 신체능력과 마력이 엄청나게 상승한 덕분이었다.
결국 서우진은 계속해서 검병이라 우기기로 결정했다.
“저기 본대가 보이는군.”
반 슬레인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저 멀리서 병사들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꽤나 급하게 이동을 하는 것 같았다.
“자네가 위험할 것이라 생각해 다들 저렇게 열심히 달려오고 있다네.”
빈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병사들은 다급한 표정으로 대열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 채,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이가 있었다.
‘아일린.’
선두에서 병사들을 이끌고 있는 그녀는, 누구보다도 서두르고 있었다.
‘쩝…….’
서우진이 민망한 듯 얼굴을 긁적였다.
새삼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도, 아일린도, 병사들도.
항상 무시하고 멸시하기 바빴던 이들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저렇게 달려오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어서 가세. 자네가 무사하다는 것을 알려야지.”
반 슬레인은 서우진의 걸음을 재촉했다.
“네, 그러죠.”
고개를 끄덕이는 서우진의 얼굴에는 작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 * *
“검병… 이요?”
아일린이 물었다.
조금 전까지 어마어마한 잔소리를 쏟아내던 그녀는, 서우진의 직업을 듣자 살짝 표정을 굳혔다.
“예상했던 거잖아요.”
직업 적성과 다른 직업을 부여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때문에 대부분의 병사들은 서우진 역시 검병이 직업으로 정해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일린을 포함한 기사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렇군요.”
아일린은 왠지 실망한 기색이었다.
‘그간 보여준 실력이라면 다른 직업을 얻을 줄 알았는데.’
검을 든 병사.
‘오러’를 줄기줄기 뿜어대며 상급 기사 급의 실력을 지니고 있는 병사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때문에 최소한 기사 급의 직업을 얻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결국은 검병이다.
솔직히 조금 실망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물론 그것이 서우진을 향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조금 아쉬웠을 뿐.
“검병이면 어떤가? 드레이카스를 혼자 사냥할 정도의 실력이면 충분하지, 암.”
분위기를 바꾸려는 것인지, 반 슬레인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그, 그렇습니다.”
그제야 아일린이 표정을 고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자리에서 가장 실망했을 사람은, 자신들이 아닌 서우진이다.
그런 사람 앞에서 이런 표정을 짓는 것은 실례였다.
“전 괜찮은데요.”
서우진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자신을 경계하는 것보단, 실망하는 편이 나았다.
예전과는 달리 무시하는 사람도 없었고.
이대로 조용히 묻혀 있다, 강림전쟁이 끝나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는 게 베스트다.
“혹시 새로운 스킬은 뭘 얻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별건 아니에요.”
‘나락’이라는 스킬을 보여줄 순 없었다.
그래서 서우진은 대충 둘러대기로 했다.
“‘쾌검’이라는 스킬인데, 검을 휘두르는 속도가 조금 빨라지는 효과밖에 없더라고요.”
가장 무난한 이름과 효과를 지닌 스킬을 생각해 대답했다.
누군가 보여달라고 하면, 그냥 마력을 무식하게 때려박아 미친 듯이 휘두르면 될 터였다.
그의 마력이라면 평범하게 휘두르는 것도 스킬로 보일만큼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아, 괜찮은 스킬이네요.”
정확히 말하자면 애매했다.
검속이 빨라지는 것은 분명 매력적이었지만, 다른 용사들의 스킬은 듣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나올 만한 게 많았으니까.
하지만 아일린은 내색하지 않았다.
검병이라는 직업으로선 그 정도가 최선이라 판단한 것이다.
“‘가속’이랑 겹치긴 하지만, 두 스킬을 한 번에 사용하면 꽤나 효과가 좋을 것 같네요.”
서우진이 반 슬레인의 눈치를 살짝 보며 말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라면 뭔가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반 슬레인은 여전히 미소만 짓고 있을 뿐, 별다른 내색은 하지 않았다.
“토벌은 오늘로 끝인 건가요?”
서우진이 주제를 바꾸었다.
계속해서 자신의 직업에 관심을 갖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다행히 사람들은 그의 의도를 따라주었다.
“계획된 일정은 모두 끝마쳤다네. 그러니 내일은 매시브 가디언으로 복귀해야겠지.”
한 달.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그동안 서우진은 너무도 많은 것을 경험했다.
그중엔 다신 겪고 싶지 않은 일도 있었고, 보람찼던 일도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간 서우진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변했다는 것이다.
“그럼 저는 앞으로 뭘 해야 되죠?”
매시브 가디언으로 돌아간다면 지금과 같은 성장은 이제 불가능하다.
가끔 쳐들어오는 몬스터들 말고는 사냥할 놈들이 없었으니까.
자신의 안전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강해져야 하는 서우진의 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이었다.
“걱정하지 말게.”
그런 마음을 읽은 것일까?
반 슬레인이 입을 열었다.
“돌아가서도 자네가 강해질 방법은 내 이미 생각해 두었으니.”
기대하라는 듯한 그의 표정에, 서우진은 살짝 겁을 먹었다.
이전에 반 슬레인이 한 말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용사들은 굴리면 굴릴수록 더욱 강해진다는 사실 말일세.’
반 슬레인은, 서우진을 굴릴 생각인 것 같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