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40)
239화.
세상이 불타올랐다.
불교에서 말하는 대초열지옥이 이러할까?
검은색의 불꽃은 일말의 자비도 없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신성기사, 병사, 사제.
신분의 고하와 신성력의 유무도 따지지 않았다.
그저 앞길을 막는 모든 것을 불태우고 재로 만들어 버렸다.
“으아아아아아악!”
“사, 살려줘어어어!”
차라리 순식간에 불타오른 이들은 행운이었다.
그러지 못한 병사는 전신이 타들어가는 끔찍한 작열통(灼熱痛)에 비명을 지르며 땅을 구르다 죽었다.
‘지고화’에 닿은 이들 중 살아남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빨리 죽느냐, 서서히 죽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것이 죽어 재가 되었다.
“마, 막아라! 막으라고!”
‘지고화’와 떨어진 곳에 있던 이들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신성기사들이 불길을 막으라며 명령했지만, 그것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결국은 뒤에서 소리만 질러대던 신성기사들마저 한 줌의 잿더미로 화했다.
“저, 저것이 뭔가?”
후방에서 이를 지켜보던 브리아트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그의 두 눈에는 경악이 가득했다.
고작 일 수다.
무슨 준비 동작이 길게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가볍게 손을 한 번 휘저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내, 내 병력이……!”
적어도 5천이 죽었다.
아니, 어쩌면 1만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단 한 번의 공격에 저만한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마왕이 아니고서야!’
거기까지 생각한 브리아트가 입을 열었다.
“놈은 마왕이다! 이미 마왕이 강림한 것이다! 그러니 놈을 죽여라! 반드시 죽여야 한다!”
외침이라기보단 발악에 가까운 모습.
그것을 본 이들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마왕이라니…….”
아직 강림은 시작하지도 않았다.
‘검은 존재’가 진짜 마왕이라면, 이전에 오이언과 병사들을 살려서 보내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니, 그 이전에 여룡을 비롯한 사도들을 죽이지도 않았겠지.
그런 단순한 사실도 잊고 소리를 지르는 총사령관의 모습에, 병사들의 사기가 급격히 추락했다.
“총사령관님.”
그때, 오이언이 눈을 뜨고 그를 불렀다.
“그래, 오이언 경! 순백의 기사라 불리는 그대라면 저 마왕을 이길 수 있지 않겠나? 어서 신성기사들을 이끌고 놈을 죽이게!”
추했다.
홀로 도망을 치다 죽은 전 총사령관과는 조금 다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궁지에 몰리자 똑같은 모습을 보인다.
“‘검은 존재’가 마왕이라면.”
오이언은 그런 브리아트를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저희만으로 상대가 가능하겠습니까?”
마왕은 대륙의 모든 국가가 합심해서 싸워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계의 용사들을 소환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고작 13만의 병력으로 마왕을 막으라니.
그냥 자살하라는 것과 진배없는 말이었다.
브리아트는 오이언의 서늘한 음성에,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을 호위하던 신성기사는 물론이고, 병사들마저 싸늘한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왕이 아니라 해도, 주신과 성왕 전하의 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킨 브리아트가 이번에는 주신과 성왕의 이름을 팔았다.
아이에르의 백성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절대적인 가치.
“막아라! 죽음으로라도 막아라! 그리하면 주신의 품에 안기리라!”
사기는 오르지 않았다.
신앙의 힘으로도 죽음의 공포는 넘어설 수 없었던 것이다.
단 한 수로 1만에 가까운 수를 몰살시키는 존재를 무슨 수로 막는단 말인가?
아무도 나서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는데, 검은 불꽃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그 사이로 ‘검은 존재’.
서우진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검은 재로 가득한 땅이 그의 발에 밟혔다.
저벅- 저벅-
들릴 리가 없었음에도 모두의 귀에 서우진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오이언.”
서우진의 입에서 차가운 음성이 내뱉어졌다.
“앞으로 나서라. 네 변명을 좀 들어야겠다.”
* * *
“거의 완성되었다.”
사자의 얼굴에 보기 드문 감정이 서렸다.
환희.
사도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홀로 진행하고 있던 일이 마침내 고지가 가까워져 온 것이다.
“백시우.”
사자의 말에 눈을 감고 있던 백시우가 눈을 떴다.
번쩌억-!
검은 마기가 담긴 안광이 번뜩였다.
“기분은 어떤가?”
사자의 물음에 백시우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의 몸을 확인했다.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검은색의 짧은 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기다란 백발로 변했고, 피부 역시 창백할 정도로 새하얘졌다.
하지만 가장 크게 변한 것은 그딴 외형이 아니었다.
“괜찮군.”
전신에 힘이 가득하다.
이전과는 비교하는 것 자체가 미안할 정도였다.
“확실히 마력보다는 마기가 더 나은 것 같다.”
마력은 순수하지만, 마기는 파괴적이다.
단순한 힘의 우위만 따지자면, 마기가 마력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 마기를 얻기 위해 들인 노력을 생각하면, 그조차도 부족하다.”
사자는 백시우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했다.
베노인의 능력을 이용해 지배자 급 이상의 몬스터와 마수들을 끊임없이 공급했고, 귀하디귀한 마력응집체들도 복용시켰다.
덕분에 백시우는 100레벨을 넘기며 초극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지금은 사자조차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의 괴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백시우를 마왕으로 내세우려면 아직 한 가지 남은 것이 있었다.
“단순히 마기만 많다고 해서 사도들이 너를 마왕으로 인정하진 않을 터.”
그것은 당연한 말이었다.
백시우에게는 왕의 격이 없었으니까.
지금 그를 전면에 내세운다면, 마왕이 아니라 그저 강력한 사도 정도로 받아들일 것이다.
백시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 정도의 힘이라면 그 서우진조차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부족하다니?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고?”
‘그냥 힘으로 눌러 버리고 지배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며 물었다.
백시우의 속마음을 읽은 사자가 코웃음을 쳤다.
“네가 강하긴 하다만, 사도들 중에는 너를 능가하는 존재들이 있다.”
그것도 셋이나.
제노니아, 아르데토스, 고른이 바로 그들이었다.
물론 그중 제노니아는 서우진에게 당해 실종된 상태였지만, 그들은 지금의 백시우가 상대하지 못할 정도로 강했다.
“왕의 자리에 걸맞은 격. 그들을 굴복시키려면 그만한 힘과 격을 갖추어야만 한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되지?”
백시우가 물었다.
그에게 있어 사도는 안중에도 없었다.
오직 한 명.
서우진만 이기면 족하다.
놈의 팔다리를 꺾고, 가죽을 벗긴 다음, 목을 뜯어낼 생각이었다.
그 과정에서 울부짖으며 살려달라 비는 서우진의 모습을 웃으며 구경할 것이다.
그러려면 더욱 강해져야만 했다.
사도든, 용사든, 마왕이든.
그 누구도 자신의 힘 앞에서 고개도 들지 못하도록.
‘실로 훌륭하게 영락했군.’
한때는 가장 추앙받던 용사가, 저토록 망가진 모습을 보니 사자의 기분이 좋아졌다.
백시우의 영혼이 타락하면 타락할수록, 자신의 계획이 성공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으니까.
“북방으로 가라.”
“…북방?”
백시우는 사자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자세히 설명해라.”
“북방의 매시브 가디언 너머에는 혹한의 마경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여섯 번째 왕의 권속이 잠들어 있지.”
지상 최강의 마수, 크라토스.
놈은 일반적인 권속이나 마수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짐승임에도, 왕의 칭호를 지니고 있는 신화종이었으니까.
격으로만 따지자면 오래전 멸종한 신수보다도 상위의 종족이었다.
여섯 번째 마왕이 괜히 모든 짐승의 왕이라고 칭한 것이 아니었다.
“놈을 죽여 그 힘을 취해라.”
사자가 말했다.
판데모니엄의 지배자들과는 다르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왕의 격을 지닌 짐승이었다.
놈을 죽여 그 힘을 취한다면, 백시우 역시 왕이 될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게 될 터였다.
“쉬운 일이군.”
백시우는 자신있는 표정을 지었다.
100레벨이 넘으며 그는 이전과 차원이 다른 강함을 손에 넣었다.
사자가 선물한 그 ‘마검’을 사용한다면, 상대가 왕이든 황제든.
모두 목을 베어버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장소를 말해라. 지금 당장 가서 놈의 머리를 뽑고 그 피를 마셔주지.”
짙은 살기가 깔려 있는 음성이었다.
“대륙의 북방에는 시온이라는 왕국이 있다. 그곳의 최북단에 매시브 가디언이라는 요새가 있고. 크라토스는 그 너머에 잠들어 있다.”
사자의 말에 백시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방금 시온이라고 했나?”
아주 낯이 익은 왕국의 이름이었다.
“들어본 적이 있나 보군.”
하긴, 시온은 대륙에서도 유명한 국가였다.
그것이 좋은 뜻이든, 나쁜 뜻이든.
왕국의 크기에 비해서 꽤나 명성을 떨치는 곳이었으니, 백시우가 알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알지. 절대 잊을 수 없는 곳이니까.”
바로 서우진을 지원하고 있는 왕국이었다.
‘놈이 그곳에 있는 검귀라는 자에게 가르침을 받았다고 했지.’
얼마나 잘 가르쳐 놨는지 서우진은 분수에 어울리지 않는 강함을 손에 넣었다.
“사자.”
백시우가 음산한 음성으로 사자를 향해 말했다.
“크라토스인지 뭔지를 죽이기 전, 하고 싶은 일이 하나 생겼다.”
피가 뚝뚝- 떨어져 내리는 듯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일정에 차질만 생기지 않는다면 상관없다. 그게 뭐지?”
사자가 묻자 백시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왕국 하나를 지워야겠다.”
“…시온인가?”
“그래, 시온. 그곳을 지도에서 지울 생각이다.”
잠시 생각하던 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 일을 벌인다고 해서 일이 늦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유는?”
“놈의 흔적이 묻은 곳이다. 그런 곳을 지나가는데, 가만히 놔둘 순 없지. 모든 것을 죽일 것이다.”
시온에 사는 것이라면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백시우의 힘이라면 가능했다.
“좋아. 검귀가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나와 함께한다면 괜찮을 거다.”
반 슬레인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백시우와 자신의 합공을 견뎌낼 순 없었다.
나머지야 볼 것도 없고.
“그럼 언제 출발하나?”
백시우가 몸을 들썩이며 물었다.
지금 당장에라도 출발하고 싶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일주일 후. 새로 얻은 마력을 안정화시킨 뒤에 움직이도록 하지.”
바로 며칠 전에 새로운 마력 응집체를 하나 흡수했다.
거대한 마력이 마기로 전환시키는 것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괜히 무리했다가 지금까지 들인 공이 허무하게 날아갈 수 있었으니, 최대한 신중하게 움직여야 했다.
“일주일이라…….”
백시우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군.”
시온이 멸망하고, 인연이 있던 모든 자가 죽으면.
과연 서우진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백시우는 그날이 기대돼서 주체를 할 수가 없었다.
하루 빨리 놈의 절망한 얼굴을 보고 싶었다.
‘기다려라, 서우진.’
백시우가 이를 갈며 살기를 뿜어댔다.
그 모습에 사자는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