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42)
241화.
아직 성장이 끝나지 탓일까?
리나르는 소년의 육체에 걸맞은 크기의 작은 검을 손에 들고 있었다.
아담하지만 예리한 검.
반 슬레인에게 검을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자세가 꽤나 잘 잡혀 있었다.
“오늘은 왜 늦었느냐?”
반 슬레인은 짐짓 엄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리나르는 스승의 그런 모습이 무섭지도 않은지 헤실거리며 대답했다.
“오늘따라 일찍 눈이 떠져서 성벽 밖을 좀 돌아다니다 왔어요.”
그 말에 반 슬레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내 분명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을 터인데?”
리나르가 작정하고 숨으면 그조차 발견하기 힘들었다.
그러니 매시브 가디언의 문을 지키는 평범한 병사들은 오죽할까?
덕분에 리나르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요새를 드나들었고, 반 슬레인은 혹여나 녀석이 큰일이라도 날까 싶어 외출을 금했다.
그런데도 리나르는 수시로 그 명령을 어겼다.
“어차피 아무도 절 발견 못하는데요, 뭐.”
병사들은 물론이고 몬스터들조차도 리나르를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격이 높은 몬스터나 마수라면 본능적으로 감지할 수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매시브 가디언 주위에는 그런 놈들이 없었다.
그래서 안심하고 밖을 돌아다니는 것이다.
“자만하지 말거라. 네 능력이 뛰어나긴 하다만, 매시브 가디언 너머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마경이니.”
“네네, 알겠습니다.”
건성으로 대답하는 리나르의 모습에 반 슬레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망할 녀석, 허허.’
굳이 혼을 내지는 않았다.
리나르의 성격이 누르려 하면 할수록 튕겨져 나온다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으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럴 땐 그냥 허허- 웃고 넘기는 편이 나았다.
‘그래도 오늘 훈련은 조금 더 굴려야겠군.’
리나르는 자신이 방금 무덤을 팠다는 사실도 모르고 웃으며 아일린에게 다가왔다.
“누나!”
“음…….”
움찔- 한다.
그동안 자신에게 이토록 살갑게 다가온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차갑게 대한 탓에, 기사나 병사들이 접근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리나르는 너무도 쉽게 거리를 좁혀왔다.
아일린은 그것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렇다고 밀어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오늘도 날씨가 좀 별로야.”
사막도시 지나한 출신이라 그런 것일까?
리나르는 추위에 약한 편이었다.
처음 매시브 가디언으로 왔을 땐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며 신기해하더니, 이제는 울상이다.
“점점 더 추워지네.”
북방의 추위는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내려가고 있었다.
처음 리나르가 매시브 가디언에 왔을 때보다, 거의 2도 이상 떨어진 듯했다.
“마왕 강림의 징조다.”
강림 전쟁이 가까이 다가오면, 세상에는 징조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상 기후는 그것들 중 하나였다.
이토록 가파르게 기온이 내려가는 것을 보면, 정말로 마왕의 강림이 머잖은 듯했다.
“마왕…….”
입술을 삐죽 내민 리나르가 코웃음을 쳤다.
“놈이 아무리 강해도, 우리한텐 용사가 있잖아. 걱정할 필요 하나도 없을 걸?”
녀석은 여전히 용사를 동경하고 있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용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잘하면 내가 마왕을 처치할 수도 있지. 내 능력이라면 몰래 뒤로 다가가서 슥삭-! 어때? 그리고 난 영웅이 되는 거야.”
음흉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들어 목을 긋는 시늉을 한다.
“불가능해.”
아일린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리나르의 능력이 이질적이고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마왕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러니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걸려서 죽겠지.
“왜? 나는 충분히 가능…….”
“흰소리는 그만 하고 검을 들거라. 훈련을 시작할 터이니.”
반 슬레인이 리나르의 입을 막았다.
괜한 헛된 희망에 무모한 짓을 저지를 까 걱정이 되었다.
“칫-”
리나르가 혀를 찼다.
하지만 바로 훈련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오늘 몰래 돌아다니다 흥미로운 소식 하나를 들은 탓이었다.
“제국이 난리 났다는 얘기 들으셨어요?”
“하아-”
반 슬레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에 너보다 정보가 느린 이가 있을 것 같으냐?”
그는 매시브 가디언의 총사령관이자 영주이고, 아일린은 지휘자 급 기사다.
병사들 사이에서 돌아다닐 정도의 정보라면, 반 슬레인은 이미 옛적에 알고 있는 게 당연했다.
“어, 그래요? 데르한에 ‘검은 존재’가 나타났다는 것도요?”
“물론이다. 대체 언제 적 이야기를 하는 게냐.”
반 슬레인은 녀석이 훈련을 하기 싫어 요령을 피우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상하다. 바로 얼마 전에 또 출몰했다고 했는데.”
“…또?”
아일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또라니?
그 말은 ‘검은 존재’가 두 번 이상 모습을 드러냈다는 뜻 아닌가?
분명 자신이 들은 건 한 번이었는데.
그것은 반 슬레인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리나르를 쳐다보았다.
“자세히 얘기를 해보아라.”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영주님!”
리나르가 자신이 들은 말을 설명해 주려던 때였다.
거대한 육체의 기사, 테스테론이 반 슬레인을 다급히 부르며 달려왔다.
“데르한에서 ‘검은 존재’가 나타나, 제2차 아이에르 군의 진격을 막아냈다고 합니다!”
“거봐요!”
테스테론의 말에 리나르가 신난 표정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반 슬레인과 아일린은 녀석의 말에 신경쓸 정신이 없었다.
뒤이어진 테스테론의 말이 너무도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진로를 꺾은 아이에르 군이 본국으로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 * *
“이제 괜찮을 겁니다.”
사제는 진땀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그의 앞에는 김다혜가 가만히 누워 잠에 빠져 있었다.
표정이 편안한 것을 봐선, 사제의 말대로 위기는 넘긴 듯했다.
“언제쯤 깨어나지?”
서우진이 물었다.
“회복은 되었지만, 마력이 보충될 때까지의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이르면 오늘밤, 늦어도 내일 아침쯤엔 깨어날 것 같습니다.”
사제의 말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다.”
“아, 아닙니다.”
사제는 사색이 되어 손을 내저었다.
자신이 할 일이 모두 끝났으니, 이제 입을 막지나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걱정되나 본데.”
“흡!”
사제는 서우진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바로 ‘검은 존재’의 진정한 정체가 바로 용사들 중 하나라는 것.
황제와 크루시엘의 소수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것을, 사제는 알고 있었다.
처음 서우진이 ‘마왕화’를 해제했을 때, 사제는 경악했다.
하지만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일수에 1만에 달하는 병사들을 재로 만들어 버린 존재다.
괜히 심기를 거슬렀다간, 시체조차 온전히 남기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서우진은 그를 죽일 생각 따위는 눈곱만치도 하지 않았다.
병사들을 학살한 것은 필요에 의한 것이었을 뿐, 살인을 즐기는 사이코는 아니었으니까.
그저 비밀만 잘 지킨다면 된다.
“전에 약속한 것을 잊지는 않았겠지?”
“무, 물론입니다! 무덤까지 갖고 가겠습니다! 아니, 무덤에 가서도 절대 지키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살려달라는 말까지는 하지 않았다.
서우진이 이미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거면 돼.”
혼돈기까지 끌어올리면서 한 협박이다.
사제가 그때의 공포를 극복하면서까지 비밀을 발설할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 가서 좀 쉬고, 다른 부상자들도 좀 봐줘. 돌려보내 주는 건 그 후에 해주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인사를 했다.
아마 그의 평생에 이렇게 진심으로 감사한 적은 주신을 제외하면 처음일 것이다.
서우진은 사제를 천막 밖으로 내보내고는 김다혜를 쳐다봤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김다혜가 죽을 뻔했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왔어도.’
이 녀석이 그토록 무리를 해가면서 기사들을 지키기 않았어도 됐을 텐데.
바로 얼마 전에 강병규가 죽을 뻔한 경험을 해서일까?
서우진은 김다혜의 얼굴을 보며 점점 분노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사도라…….’
거칠게 들끓어오른 분노가 놈들을 향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지금까진 눈앞에 나타나는 놈들만 상대했다.
사도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고, 굳이 찾아 나설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좀 바뀌어야 할 것 같았다.
‘놈들을 찾는다.’
그래서 죽인다.
또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미리 찾아서 제거해야 마음이 좀 놓일 것 같았다.
“그렇게 하는 편이 나중에 강림 전쟁이 벌어졌을 때도 도움이 될 테고.”
마왕이 강림하기 전, 최대한 놈들의 전력을 깎아놓는다.
사도들이 사용한 방법을 서우진이라고 똑같이 쓰지 말라는 법은 없다.
‘베노인에게 물어보면 돼.’
서우진은 베노인과 모종의 거래를 했다.
그러니 다른 사도들의 위치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서우진은 먼저 나서서 사도들을 사냥하기로 결정했다.
“으음-”
한창 사도를 향한 살기를 끌어올리고 있을 때였다.
김다혜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이 흘러나왔다.
서우진은 재빨리 살기를 지우고는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호흡은 안정적이야.’
사제가 최선을 다해서 치료를 한 덕에, 김다혜의 상세는 좋아 보였다.
“네 몸도 좀 챙겨.”
김다혜가 무슨 생각을 하고 그런 일을 벌였는지는 잘 알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병규도 그렇고, 이 녀석도 그렇고.”
동료들이 계속해서 위험에 빠지고 있었다.
지금도 엄청난 성장 속도를 보여주었지만…….
‘부족해.’
지금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강하게.
적어도 자신이 없는 곳에서도 비명횡사를 하지 않을 정도의 힘은 갖추어야만 했다.
“100레벨.”
초극의 경지에 오른다면 그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들 70레벨 대니까…….”
뒤늦게 시작한 김우람을 제외하면 모두가 70레벨 초반에서 후반에 머물러 있었다.
100까지는 이십여 레벨만 올리면 된다.
물론, 그게 힘들긴 하겠지만, 서우진은 그들의 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결정했다.
‘그 후에 사도들을 친다.’
아무리 늦어도 6개월.
그 안에는 모두 초극의 경지에 올릴 생각이었다.
‘그게 가능하려면 어디가 좋을까?’
아카데미 내에선 무리다.
기사들이 몬스터와 마수들을 보급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참 부족했다.
그렇다고 ‘소환석’을 무한정 사용할 수도 없었다.
남은 건 직접 찾아가서 사냥하는 게 최선이었다.
“마경.”
그리고 최고의 사냥터는 바로 마경이고.
서우진은 대륙에 퍼져 있는 마경들을 떠올렸다.
이미 쑥대밭이 되어버린 헬데인은 제외하고, 총 6군데의 마경이 남아 있었다.
하나같이 몬스터와 마수들로 넘쳐나는 지옥과 같은 곳들.
“역시 거기가 제일 낫겠는데.”
서우진은 그중 하나를 골랐다.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마경.
“북방.”
어차피 아이에르 군을 시온에 주둔시키려면 한 번 들르긴 해야 했으니, 그때 데리고 가면 될 듯했다.
“그곳에서 100레벨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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