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43)
242화.
김다혜를 비롯한 부상자들 모두 목숨을 건졌다.
그중에는 서우진이 직접 손을 썼던 김태진도 있었다.
물론 레벨 업을 해 완전 회복을 하지 않는 이상, 당분간은 죽만 먹으며 연명해야 했지만 말이다.
“고마워요.”
계수지 역시 다행스럽게도 회복할 수가 있었다.
사제의 신성력이 그녀의 몸을 갉아먹던 마기를 모두 정화해 버린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결국 그녀는 거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나을 수 있었다.
“…감사요.”
정신을 차린 김다혜도 서우진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뭐, 그런 걸 가지고 감사는.”
서우진은 고개를 저으며 사양했다.
해야 할 일을 한 것뿐, 감사 인사를 받을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보단 두 사람 다 자기 몸 좀 잘 챙겨요. 앞으론 다치지 말고.”
또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랐다.
‘세 사람을 잃을 뻔했어.’
강병규, 계수지, 김다혜.
정말 운이 좋았다.
상황이 잘 들어맞지 않았다면, 그들을 구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다행히 모두 구할 순 있었지만, 이런 운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 어떻게 장담할까?
“죄송해요. 괜히 나섰다가 짐만 되었네요.”
“…죄송요.”
둘은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아니아니, 그렇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고요.”
서우진은 피식- 웃으며 두 사람을 말렸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서우진님.”
기척의 주인은 바로 루데인이었다.
그는 한눈에 보기에도 수척해진 모습으로 서우진에게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서우진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 예. 김다혜님 덕분에 부상은 입지 않았으니까요.”
루데인의 부상은, 전투 초기에 입은 작은 생채기가 전부였다.
그 이후에는 금속 슈트가 보호해 준 덕에 전혀 다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육체의 고통보단 정신적인 고통이 훨씬 컸기 때문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300명에 달하던 기사들 중 살아남은 것이 고작 그를 포함해 열네 명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무려 286명의 전사자가 나왔다.
아무리 죽음을 각오한 전투였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아프지 않을 리가 없었다.
“산 사람은 살아야죠.”
루데인의 속내를 짐작한 서우진이 그를 위로했다.
“감사합니다.”
루데인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십니까?”
“아, 복귀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럼 이제 출발해야겠군요.”
데르한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용사들은 제국으로 돌아갈 채비를 빠르게 마칠 수 있었다.
“그런데, 굳이 마차로 이동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루데인의 말에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데르한에는 기찻길이 없을 텐데요?”
기차는 오직 제국 내에서만 운행을 하고 있었다.
데르한이 바로 옆에 붙어 있긴 했지만, 제국의 영토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은 기차를 탈 수가 없었다.
“하늘탑의 마법사들이 문을 열어준다고 알려왔습니다.”
“하늘탑이요?”
서우진의 눈이 살짝 커졌다.
게이트라고 불리는 마법은 서우진도 몇 번 경험을 해본 적이 있긴 했다.
‘그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마력이 소모되어 쉽게 운용할 수 없다고 들었는데.’
대규모 인원이 이동할 때나, 정말 분초를 다투는 다급한 일이 아니라면 쓰이지 않았다.
그래서 데르한에 올 때도 기차와 마차를 이용하지 않았던가?
“황제 폐하께서 한시라도 빨리 용사들을 복귀시키라는 황명을 내리셨다고 합니다.”
루데인의 말에 서우진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 양반 급했구만.’
지금쯤 황제는 아이에르 군이 진로를 바꿔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하늘탑을 동원해서까지 용사, 아니, 자신을 수도로 불러오려는 것이었고.
“좋네요, 이동 시간도 줄일 수 있고.”
서우진이 웃으며 대답하자, 루데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10분 이내에 게이트가 열린다고 하니 이제 슬슬 이동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하죠.”
서우진은 뒤쪽에서 멀뚱히 서 있는 김다혜와 계수지를 데리고 걸음을 옮겼다.
밖에는 이미 소식을 들은 용사들이 게이트가 열리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토벌에 대해서 서로 얘기하고 있는지, 꽤나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서우진이다.”
서우진의 모습을 발견한 이들이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놀라움, 두려움, 경외, 질투.
‘이것 참.’
설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용사들에게 저런 눈빛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서우진이 에이션트 오크들을 몰살시키는 광경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라고밖엔 표현할 수 없었으니까.
저들의 입장에선 서우진이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순식간에 조용해진 용사들 사이로 서우진이 천천히 걸어나갔다.
그러다 문득,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김태진.’
서우진의 손에 의해 얼굴이 반쯤 박살이 난 그는, 흉측하기 이를 데 없는 외모로 변해 있었다.
꾸벅-
김태진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것이 보였다.
‘금제가 잘 듣네.’
서우진이 자신의 스킬을 해제하지 않는 이상, 그는 무조건적인 충성을 바쳐야만 했다.
그러지 않으면 머리가 터져 죽을 테니 말이다.
서우진은 그런 김태진을 무겁게 가라앉은 눈으로 쳐다보다,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쪽입니다.”
루데인이 공터 한복판에서 멈춰 섰다.
“여기에 게이트가 열리는 겁니까?”
도시 중앙에 마련되어 있는 커다란 광장이었다.
“그렇습니다. 이 도시 내에서는 게이트가 열릴 만한 장소는 이곳이 유일합니다.”
확실히 이 도시는 크기가 너무도 작아 게이트가 열릴 만한 장소가 별로 없긴 했다.
“그럼 여기서 좀 기다리죠. 10분 내로 열린다고 했으니 금방…….”
우우우우우웅-!
서우진이 말을 하다 멈추었다.
갑자기 마력이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마침 열리네요.”
“뒤로 물러나십시오!”
루데인이 용사들을 향해 외쳤다.
혹시나 가까운 곳에 있다 좌표가 어그러져서 휘말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화아아아아아악-!
요동치던 마력이 조금씩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고, 이내 커다란 게이트가 만들어졌다.
‘게이트.’
사람 다섯 명 정도는 한 번에 통과할 수 있을 크기의 문에는, 푸른색의 마력이 마치 물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게이트 너머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검은 정장에 깔끔하게 뒤로 넘긴 머리카락.
싸늘하다 못해 차갑기까지 한 무표정.
서우진이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바르시크.’
마도사의 위계에 올라 있으며, 마르테스의 총애를 받는 마법사.
그는 완전히 게이트를 넘어와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러다 서우진과 시선이 마주쳤다.
흠칫-
바르시크의 눈에 경악이 서렸다.
‘아, 100레벨이 넘고서는 처음 보는 건가?’
서우진은 그가 놀란 이유를 눈치챘다.
자신이 마공 마르테스와 동격인 초극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일 터.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의 무표정하던 얼굴에 불신이 새겨졌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루데인이 앞으로 나서 인사를 건네자, 이내 본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물론 그 내면은 여전히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폐하와 탑주의 명으로 용사들을 데리러 왔다.”
바르시크는 특유의 딱딱한 음성이었다.
“게이트의 유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으니, 지금 곧장 이동하도록.”
여전히 시선을 서우진에게서 떼지 않은 채 말했다.
그것을 본 루데인이 조심스럽게 둘의 눈치를 살피다 뒤로 물러섰다.
“바로 돌아가겠습니다. 앞쪽부터 순서대로 게이트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루데인과 기사들의 안내에, 용사들이 천천히 게이트를 통과하기 시작했다.
서우진 역시 움직이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바르시크가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주어나 목적어 따위는 없었다.
그래도 서우진은 알아들었다.
“그냥 열심히 하다 보니.”
“그게 대답이 된다고 생각하나?”
바르시크가 알고 있는 서우진과 지금의 서우진은 천양지차였다.
아예 다른 존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고작 몇 달.
그사이에 초극의 경지에 오르다니…….
용사들이 소환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빨라도 너무 빨랐다.
마법사와 기사들이 수십 년의 고된 수련을 쌓아도, 그 경지에 이르는 이가 한 줌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고작 2년.”
바르시크의 눈이 질투로 활활- 불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용사가 성장을 해야 이 세계가 구함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서우진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존재가 되기도 했고.
조용히 속으로 감정을 수습한 바르시크가 입을 열었다.
“후우- 너는 아카데미로 가지 않는다.”
“황실로 가면 됩니까?”
서우진은 황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다. 폐하께서 너를 찾으시니, 수도에 도착하면 곧장 황실로 가도록 해라.”
“그렇게 하죠.”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황제와 할 얘기가 많았다.
아이에르 군이 제후국들을 가로 질러 시온에 갈 수 있도록 해야 했으니까.
‘거기에 동료들도 데리고 가야 되고.’
굳이 알현 시간을 따로 뺄 필요 없이, 바로 진행하는 편이 나았다.
“그리고 탑주께서도 찾으신다.”
“마공이요?”
서우진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녀가 자신을 찾을 만한 일이 떠오르질 않았던 것이다.
“‘몇 가지 정보를 알아냈다’라고 말하면 알아들을 거라 하시더군.”
그 말에 서우진이 아! 하는 표정을 지었다.
‘제노니아 얘기구나.’
아무래도 마르테스가 그녀에게서 쓸 만한 정보를 캐낸 것 같았다.
“황제를 만나고 난 뒤에 바로 하늘탑으로 가겠습니다.”
바르시크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마치 황제를 친구 부르듯 하는 것이 거슬렸던 것이다.
그렇지만 딱히 제지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하도록.”
바르시크가 몸을 홱- 하고 돌리며 게이트로 다가갔다.
그의 뒷모습을 잠깐 지켜보던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사이 꽤 많은 용사가 게이트를 통과했는지, 수가 줄어 있었다.
“아저씨! 여기요, 여기! 이쪽으로 오세요!”
하지만 동료들은 아직 떠나지 않고 한쪽에 서 있었다.
아무래도 서우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다들 무사해서 다행이네.’
다치고, 목숨이 경각에 달했던 이들은 있었다.
그래도 모두 살아남았다.
게다가 레벨도 몇 개씩은 올린 상태.
이 정도면 이번 토벌에서 얻은 것이 적지는 않았다.
‘물론 아직은 부족하지만.’
그것은 북방으로 가면 해결이 될 터.
“아저씨! 다혜 좀 혼내주세요! 또 그런 무모한 짓 안 하게! 따끔하게 혼이 나야 돼!”
“아님요. 안 혼나도 됨요.”
이지아가 화를 냈고, 김다혜는 멍하니 고개를 저었다.
“혼나야 돼. 내가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 줄 알아?”
“그건 지아 말이 맞지.”
떠들썩한 동료들의 모습을 본 서우진이 피식- 웃으며 다가가 입을 열었다.
“우리도 이만 돌아가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