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44)
243화.
토벌이 끝났다.
사냥한 에이션트 오크의 수는 무려 4만여 마리.
물론 그중 1만 마리 이상을 서우진 혼자 처리하긴 했지만, 그래도 대단한 업적임에는 틀림없었다.
반대로 피해 역시 컸다.
용사 대부분이 부상을 입었으며, 기사들은 전멸했으니까.
대승이되, 기뻐할 순 없는 승리였다.
그래서일까?
게이트를 넘어 제국의 수도에 도착한 용사들도 기쁜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살아서 돌아왔다는 안도감만 조금씩 내비칠 뿐이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수도에서 용사들을 맞이한 건 바로 로나인이었다.
“바로 아카데미로 돌아가서 휴식을 취하시면 됩니다.”
행사를 비롯한 겉치레는 전무했다.
그저 피로한 용사들을 어서 돌려보내 쉬도록 만들어주었다.
“또 모여서 복귀식 같은 걸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네.”
“여기가 한국이냐?”
“귀족들은 그런 거 좋아하잖아.”
용사들은 로나인의 말을 반기며 아카데미로 돌아갔다.
육체적인 피로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는 너무도 지쳤던 것이다.
“서우진님은 남아주십시오.”
로나인이 서우진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안 그래도 바르시크 마법사에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렇습니까?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군요.”
로나인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이번 토벌에서 엄청난 활약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소문이 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서우진의 활약은 대단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서우진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사실 그가 처음 그렸던 그림은 이런 형태가 아니었으니까.
‘최소한으로 나서려고 했는데.’
당초 예상보다 상황이 어려워진데다, 화까지 나서 앞뒤 재지 않고 나서 버렸다.
그 덕에 동료들은 모두 살아남긴 했지만, 시선이 조금 불편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대단하십니다.”
바르시크와는 다르게, 로나인의 눈동자에서는 질투의 빛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직 감탄과 경외심만 가득했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워진 서우진은 슬며시 눈을 피하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우린 언제 출발합니까?”
용사들은 게이트 주위를 떠나 모두 아카데미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남은 것은 오직 서우진과 로나인, 그리고 마중을 나온 기사들뿐이었다.
“아, 황실에서 마차를 보내주겠다고… 저기 오는군요.”
로나인이 말을 하는 도중, 저 멀리서 빠르게 다가오는 마차의 모습이 보였다.
흰색의 몸통에 금색으로 치장되어 있는 화려하기 짝이 없는 외형이었다.
그것만 봐도 황실에서 서우진을 얼마나 대우하고 있는지 잘 알 수가 있었다.
“오르시지요.”
마차가 도착하자, 로나인은 서우진을 탑승시키곤 말에 올랐다.
“저희가 황실까지 호위하겠습니다.”
로나인과 백은기사단이 직접 마차의 호위로 나섰다.
물론 서우진에겐 딱히 필요가 없는 일이었지만, 호의로 행한 일을 막진 않았다.
그렇게 기사들에게 둘러싸인 마차는 빠르게 이동했다.
미리 교통을 통제한 것인지, 단 한 번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 황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마차는 황제가 머물고 있는 신궁까지 들어간 후에야 멈추었다.
“흠…….”
마차에서 내린 서우진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위기가 심상찮군.’
이유는 짐작이 되었다.
제국의 신경쓸 만한 일이 몇 개 벌어졌으니까.
‘아이에르도 그렇고, 이번에 나타난 사도들 때문이겠지.’
다행히 둘 모두 잘 해결이 되긴 했지만, 제국의 입장에서는 십년감수를 했을 것이다.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시니, 들어가시지요.”
이미 마중을 나와 있던 시종장이, 서우진을 안내했다.
기나긴 복도를 지나 예의 그 화려한 알현실에 도착했다.
“용사 서우진이 당도하였나이다.”
“들라.”
황제의 음성과 함께 문이 열렸다.
안쪽에는 오직 그밖에 없었다.
‘하긴, 비밀로 해야 할 얘기가 오갈 테니.’
귀족이나 다른 시종들도 모두 물린 듯했다.
서우진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알현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문이 닫히고, 알현실 안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
“…이야기는 들었노라.”
“그렇습니까?”
“나서달라 부탁하려 했건만, 알아서 해주었더구나.”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A/S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황제는 당연히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대충 호의라고 받아들였다.
“헌데 병력이 아이에르가 아닌, 북방으로 향하고 있다고 하던데.”
“아, 그건 제가 시킨 겁니다.”
서우진은 오이언과 나누었던 대화를 요약해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황제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 말은 성왕이 마왕의 추종자들 중 하나일 확률이 높다는 뜻이더냐?”
“그냥 추종자도 아니고, 사도일 가능성도 있죠.”
베노인에게 확인을 한 사실이었지만, 굳이 그의 존재를 노출시키지는 않았다.
“허어!”
황제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이에르는 신성왕국이다.
그 누구보다 마왕과 그 족속들에 대한 적대감이 짙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 정점에 서 있는 자가 사도일 수 있단 말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설명이 되지 않으니까요. 이미 그런 의심을 하고 있는 사람도 꽤 될 겁니다.”
서우진의 말에 황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렇지 않아도 크루시엘의 아그나 역시, 서우진과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기 때문이었다.
“진정 놈들이…….”
이건 결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일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성왕을 징치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강림 전쟁이 발발했을 때, 뒤통수를 맞을 확률이 농후했다.
“뭐, 어쨌든 그래서 아이에르 군을 북쪽으로 보냈습니다. 그냥 돌려보내 봐야 같은 일만 반복될 테니까요.”
“최선이었다는 말이로구나.”
황제가 손가락으로 보좌의 팔걸이를 두드렸다.
똑- 똑-
그러다 문득 물었다.
“어디로 향하는 것이더냐?”
“시온. 그중에서도 매시브 가디언으로 보낼 생각입니다.”
황제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곳은……?”
“제국이나 아이에르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죠. 마왕이 강림할 때까지 전력을 잘 보존할 수도 있을 테고.”
물론 추위에 고생이야 좀 하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제국과 시온 사이에 있는 제후국들에게 말씀 좀 해주셔야겠습니다.”
무엇을 말해달라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황제는 알아들었다.
“길을 열라는 것이더냐?”
“그에 더해, 보급도 좀 챙겨주면 더 좋고요.”
12만에 달하는 대군이다.
하루에 소모되는 식량과 물자만 해도 어마어마할 터.
출정하며 챙겨온 것들이 있기야 하겠지만, 그것은 금세 동이 날 게 분명했다.
시온까지 가려면 보급이 필수였다.
만약 먹을 것이 부족해진다면, 그들은 언제든 약탈자로 돌아설 수 있었다.
데르한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오이언이 책임자가 된 이상 그런 일은 쉽게 벌어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굳이 굶길 이유는 없지.’
지금이야 오이언의 통제와 서우진에 대한 공포로 잠잠하지만, 배고픔은 그 모든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고통스러울 것이다.
“네 청을 들어주마.”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청이 아니라 거래지만.’
괜히 심기를 거스를 필요가 없었기에 말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감사합니다.”
서우진은 순순히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후우- 그래도 네 덕분에 한 고비를 넘겼구나.”
만약 아이에르와 전쟁이 벌어졌다면, 두 국가의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주변국들 역시 연쇄적으로 전쟁을 일으킬 테고, 그 영향은 곧 전 세계의 전력을 깎아먹는 악수가 되었을 터.
서우진이 한 일은 그 모든 걸 미연에 방지한 것이었다.
황제가 저리 기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에 대한 대가라고는 뭐하지만, 한 가지 부탁을 드릴 게 있습니다만.”
서우진의 태도는 제국의 황제를 대하는 것이라 보기에 어려웠다.
하지만 황제는 개의치 않았다.
서우진의 진짜 힘이 어느 정도인지 이미 가늠하고 있었으니까.
서우진을 적으로 돌리기보단 이렇게 허물없이 지내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부탁? 그게 무엇이냐?”
웬만한 건 다 들어줄 것 같은 태도였다.
서우진이 아이에르 군을 막아낸 전공만으로도, 황실의 비고를 털 만큼의 가치는 지녔다.
거기에 에이션트 오크들을 처리하며 용사들을 구했고, 사도들마저 격퇴했다.
제국을 통째로 내어달라는 것만 아니라면, 모두 들어줄 요량이었다.
“큰 건 아니고, 이번에 저와 제 동료들이 다른 곳으로 가서 레벨을 좀 올릴까 해서요.”
“음? 용사들을?”
“아카데미에서 성장할 수 있는 속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전 대륙의 지원이 있다고는 해도, 용사의 수가 무려 98명이다.
그마저도 상위 용사들에게 지원이 집중되고 있었다.
서우진이 바라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아카데미 내에서는 불가능했다.
“흐음.”
황제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용사가 빠르게 성장하면 가장 좋은 것은 자신들이었으니까.
“어디로 갈 생각이더냐?”
“아무래도 제게 익숙하고, 사냥감들이 많은 곳이 좋겠죠.”
황제는 서우진이 말하는 곳을 단박에 눈치챘다.
“시온이로구나.”
서우진은 시온의 지원을 받는 용사였다.
거기에 용사들을 만족시킬 만한 몬스터가 있는 곳은 마경밖에 없었고.
그 두 가지를 조합해 보면, 답은 쉽게 나왔다.
“그렇습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온이라…….”
아이에르의 병력도 시온으로 향했고, 용사들 중 일부도 같은 곳으로 간다?
황제는 조금 불안해졌다.
혹시 서우진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살짝 의심이 되었다.
‘다른 의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건가?’
서우진은 속으로 혀를 찼다.
황제의 불안을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었다.
자신이었어도 그랬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카데미에만 처박혀 있을 순 없었다.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이 검에 대고 맹세하면 믿으실 수 있겠습니까?”
서우진이 자신의 허리춤에 달려 있는 ‘카 라니엘’을 툭 치며 말했다.
“허허-”
황제가 웃었다.
‘카 라니엘’은 자신이 하사한 신검이 아니던가?
첫 번째 용사의 검이자, 가장 명예로운 검에 대고 하는 맹세다.
그것을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너와 네 검을 믿노라.”
결국 황제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서우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나저나 사도를 만났다지?”
황제의 눈에 분노가 서렸다.
그것은 사도들을 향한 것이기도 했지만, 미리 알아차리지 못한 크루시엘을 향한 것이기도 했다.
“두 놈이나 있더군요.”
“허어, 그놈들이 둘이나?”
“하나는 아르데토스라는 이름이었고, 다른 하나는 못 들었습니다.”
서우진은 혹시 몰라 베노인의 이름을 숨겼다.
하지만 황제는 그것에 신경쓸 정신이 아니었다.
“아르데토스! 그놈이 데르한에 출몰했단 말이더냐!”
아르데토스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경악하고 있었으니까.
“놈이 어떻게 되었는지 고하라!”
황제가 다급히 물었다.
“아쉽게도 도망을 가서 놓쳤습니다.”
죽이려고 했지만, 죽이지 못했다.
아주 간발의 차이로 그 은발의 사도는 공간을 뛰어넘어 도주해 버렸다.
“허어, 그놈이 감히…….”
황제가 분노를 터트렸다.
그 모습에 서우진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그놈이 뭐기에?’
황제가 저리도 길길이 날뛰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잘 아는 놈입니까?”
서우진이 묻자, 황제가 입술을 짓씹으며 피를 토하듯 대답했다.
“짐의 아들을 죽인 원수이니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