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45)
244화.
정확히 말하자면, 황제의 아들을 포함한 수많은 인명을 학살했다.
그중에는 전대의 수호자도 있었다.
“창공(槍公)도 놈을 감당하지 못하고 사망했느니라.”
아르데토스의 실력을 떠올린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놈은 웬만한 수호자들보다 강하긴 했지.’
적어도 지금의 대공이나 검공보단 확실히 강했다.
‘황제의 아들이라면 황자일 텐데, 어쩌다 죽은 거지?’
아무리 아르데토스라 해도 제국의 심부에 침입하진 못했을 것이다.
바로 지근에 마공이 있는 하늘탑이 있었고, 황실에도 수많은 강자가 즐비했으니까.
그러니 지금까지 놈들도 황제를 건드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고.
서우진의 의문은 황제가 해소해 주었다.
“마경의 토벌을 진행하던 중에 벌어진 참사였느니라.”
“아…….”
마경의 토벌은 주기적으로 실행하고 있었다.
매시브 가디언에서 그래 왔던 것처럼 말이다.
황자는 당시 토벌에 참가했고, 아르데토스가 나타나 전투를 벌였다.
그 과정에서 전사를 한 것이고.
당연히 대로한 황제가 아르데토스를 잡아 죽이라 명했지만, 그것은 실패했다.
오히려 추적에 나섰던 창공마저 목숨을 잃고, 놈은 황제를 농락하며 유유히 모습을 감추었다.
그 일이 벌어진 것이 이십여 년 전.
그간 단 한 번도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이번에 데르한에서 나타났다.
황제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아쉽구나, 아쉬워.”
자식을 죽인 원수에게 복수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도 아쉬운 듯했다.
“내 너에게 부탁을 하나 해도 되겠느냐?”
한참 동안이나 괴로워하던 황제가 서우진을 향해 무거운 음성을 내뱉었다.
‘대충 뭔지는 알겠는데.’
지금 황제가 할 부탁이란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아르데토스를 잡아오면 되겠습니까?”
“가능하겠느냐?”
황제는 서우진의 힘을 믿었다.
그런데도 한 번 놓친 경험이 있기에, 아르데토스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을 하진 못하는 듯했다.
피식-
‘가능하냐고?’
아르데토스는 강하다.
일전에 상대했던 제노니아와 비견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마기의 소유자였다.
‘그래도 나한테는 안 돼.’
아무리 놈이 날고 긴다 해도, 서우진은 그 위에 있다.
“목을 잘라오겠습니다.”
어차피 사도들을 적극적으로 사냥하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황제의 보상이 덤으로 얹어진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가능하다면 살려오너라. 놈의 목은 짐이 직접 베어내고 싶으니.”
그것도 나쁘지 않다.
조금 더 수고를 해야겠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번 황제와의 거래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 대가는 꽤나 괜찮을 것 같았다.
“어디로 간다고?”
강병규가 눈을 끔뻑이며 물었다.
“시온. 정확히 말하자면 매시브 가디언이라는 곳이지.”
서우진의 대답에 강병규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거기가 어딘데?”
“저는 알아요! 아저씨를 지원하는 왕국이 시온이에요! 그쵸, 아저씨?”
이번엔 이지아가 대답했다.
“맞아. 대륙 북단에 위치한 작은 왕국이지.”
강병규는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지리를 배우면서 본 것 같기도 하네.”
“그런데 매시브 가디언은 어디인가요? 그리고 거길 왜 가야 하는 건지…….”
이번엔 계수지가 물었다.
급하게 동료들을 불러모아 내일 당장 시온으로 떠난다니, 그녀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매시브 가디언은 시온에서도 북방, 그러니까 대륙의 최북단에 위치해 있는 요새입니다.”
서우진은 간략하게 설명했다.
매시브 가디언과 북방이 어떤 곳인지.
“…젠장, 기억났다. 거기 마경을 막고 있는 요새지?”
강병규가 자신의 이마를 탁-! 하고 쳤다.
“맞아. 그리고 우린 거기에서 레벨을 올릴 생각이고.”
서우진의 말에 다들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경에서요?”
“우리만?”
“그게 정말이에요?”
아카데미에서도 성장은 가능하지만, 마경에 비할 바는 아니다.
누구보다 더 높은 향상심을 지니고 있는 서우진의 동료들로선, 반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마경은 몇 번 경험해 본 적도 있었으니, 크게 걱정이 되지도 않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번 토벌만큼 힘들까? 으하하!”
구동환이 호탕하게 웃는 모습을 보며, 서우진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과연 그럴까?’
분명 저들은 강하다.
자신이 매시브 가디언에 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런데도 서우진은 확신했다.
북방은 저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우린 거기에 100레벨을 찍을 겁니다. 그전엔 안 돌아와요.”
“그럼 너무 오래 걸리지 않을까요?”
다른 이들과 다르게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던 계수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짧지는 않겠죠? 워낙 필요한 경험치가 많으니까. 그래도…….”
서우진이 주변을 둘러봤다.
“아카데미보단 빠를 겁니다, 비교도 되지 않게.”
그건 자신이 누구보다 가장 잘 알았다.
* * *
“제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바르시크는 심기가 불편한 표정이었다.
“황명이니라. 하늘탑에 소속되어 있는 이상은 따라야 할 터.”
“하지만…….”
“내가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마르테스의 말에 바르시크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에겐 황제의 명보다 중한 것이 그녀의 뜻이었으니까.
“알겠습니다.”
바르시크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지만, 더는 불평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오늘은 날이 좋구나.”
오랜만에 하늘탑 밖으로 나온 마르테스가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봤다.
“용사들의 고향에서는 천고마비(天高馬肥)라는 말이 있다지?”
“금일 날씨에 딱 어울리는군요.”
가을의 하늘은 더없이 높고,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그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다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서두르자꾸나.”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두 사람은 마치 아빠와 딸 같은 모습으로 거리를 거닐었다.
간만의 외유에 신날 법도 하건만, 마르테스는 전혀 들떠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안색이 어두운 것이, 걱정거리가 있는 듯했다.
‘그곳은 더없이 혹독할 터인데.’
북방의 마경.
매시브 가디언 너머의 그 하얀 지옥은 점점 더 추워지고 있다 들었다.
마왕의 강림이 다가올수록 이상 기후 현상이 심해지는 것이었다.
‘그런 곳에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마르테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도착했습니다, 탑주.”
두 사람의 목적지는 황궁이었다.
“들어가자꾸나.”
마르테스의 앞을 가로막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마공이라는 지위가 황궁에 얼마든지 드나들 수 있는 자격을 증명해 주었으니까.
그렇게 계속 이동하던 그녀를 맞이한 건 바로 서우진이었다.
“오셨습니까?”
“오랜만이구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사이 많은 일이 있어서인지, 꽤나 오랜만에 보는 듯했다.
“내 분명 어제 탑에 들르라 말을 전했거늘.”
“아, 그게…….”
서우진이 뺨을 긁적였다.
로나인에게 그녀가 찾는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가지 않았다.
거창한 이유는 아니었다.
동료들과 함께 매시브 가디언으로 간다는 사실에, 그것을 까마득히 잊어버렸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그녀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었기에, 서우진은 순순히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흐음.”
마르테스는 입을 삐죽이다, 이내 사과를 받아들였다.
“중한 이야기가 있기는 했지만, 이 역시 정해진 운명일 터. 훗날 기회가 된다면 그때 찾아오너라.”
“…그냥 지금 말씀해 주시면 안 됩니까?”
물론 주변에 듣는 귀가 많긴 했지만, 그녀의 마법이라면 소리를 차단하는 것쯤은 쉬울 것이다.
나중에 따로 시간을 낼 필요 없이 지금 이야기를 해주면 될 것 같은데…….
하지만 마르테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다음을 기약하거라.”
서우진은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모르는 이유라도 있나?’
항상 느끼는 것이었지만, 그녀의 속내는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단순히 엉뚱하거나 변덕이 심해서가 아니라, 너무도 고차원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서우진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깊고, 멀리 내다보는 존재였으니까.
“알겠습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마르테스가 옆으로 손짓을 했다.
“이제 시작하겠노라.”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이곳에 온 이유는 게이트를 열기 위함이었다.
용사들을 시온으로 이동시키기 위한 게이트 말이다.
이것은 마르테스가 바르시크에게 말했던 것처럼, 황제가 직접 명한 일이었다.
서우진의 편의를 봐주기 위함이었다.
우우우우웅-
바르시크가 게이트를 열기 위해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혼자서 모든 과정을 수행하는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뛰어난 마법사인지 알 수가 있었다.
“저 여자애가 마공이야?”
“전에 보긴 했는데, 진짜 인형같이 생겼네요.”
서우진의 동료들은 마르테스의 모습을 보고 수군거렸다.
제국을 수호하는 다섯 명 중 하나라고 하기엔, 너무 어려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예의는 갖추는 게 좋을 겁니다.”
서우진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경고했다.
마르테스는 보기와는 달리, 오랜 세월을 살아온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백발이 성성한 황제에게 아이라고 표현할 정도이니.
“얼마나 강할까요? 설마 아저씨보다도 강한가?”
이지아가 은근한 말투로 물었다.
그러자 다들 서우진을 쳐다봤다.
그들 역시 궁금하긴 한 모양이었다.
“…아직은 내가 부족하지.”
‘마왕화’를 한다면 압도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하지만 평상시에는?
암공과 싸워 이기고, 아르데토스도 물리쳤다.
그런데도 그녀보다 더 높은 경지에 다다랐다고 확신할 수가 없었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 자체만으로도 내가 아래라는 뜻이지.’
대체 마르테스는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른 것일까?
그리고 그녀조차 감당할 수 없다는 진짜 마왕은 얼마나 더 강하고?
‘설마 ‘마왕화’를 사용했을 때보다 강한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정말 마왕이 그 정도로 강하다면, 이 세계는 벌써 멸망하고도 남았을 테니까.
그 어떤 용사도 ‘마왕화’를 한 서우진보다 강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게으름을 피울 순 없었기에 계속해서 노력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그때, 마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금부턴 나에게 맡기거라.”
“헉- 허억! 가, 감사합니다.”
바르시크가 땀을 흘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소모된 마력이 너무도 많았던 탓이었다.
대신 그의 자리를 차지한 것은 마르테스였다.
그녀는 평상시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전면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그러자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 같았던 마력이, 순식간에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화아아아아악-!
게이트가 만들어졌다.
제국과 매시브 가디언을 잇는 문이었다.
‘역시…….’
그 모습을 본 서우진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방금 한 수로 정확히 알았다.
‘아직 나는 마공에 닿지 못한다.’
그녀는 서우진보다 한 차원 높은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이제 출발해도 좋으니라.”
뒤를 돌아보며 말하는 마르테스의 모습에,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