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46)
245화.
단지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을 뿐이다.
그런데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이런 망할.”
게이트를 넘어온 구동환이 가장 처음 내뱉은 말은 바로 욕설이었다.
“하늘에서 똥이 내린다, 똥이 내려. 아주 설사를 하고 앉았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얼마나 큰 폭설인지, 시야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을 정도였다.
“추워! 이거 뭐야, 왜 이렇게 추워!”
이번엔 이지아였다.
그녀는 온 세상 가득한 눈을 보며 처음엔 좋아하다, 이내 전신을 엄습하는 추위에 기겁했다.
“우리가 느낄 정도의 추위라니. 이곳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 걸까요?”
계수지 역시 질린 표정이었다.
“준비해 온 외투를 입으세요.”
서우진의 말에 다들 코트를 꺼내 걸치기 시작했다.
“오, 바로 따뜻해지네.”
“이거 마법 걸려 있는 거 맞죠?”
“신기하다. 이런 거 지구에서 팔면 순식간에 재벌 되겠는데요?”
온도 조절 마법이 부여되어 있는 코트는 황제가 준비해 준 물품이었다.
북방의 날씨가 어떤지 잘 알고 있었기에 미리 챙겨준 것이었다.
서우진 역시 이전에 받아둔 것이 있었기에 그것을 걸쳤다.
‘예전보다 더 추워진 것 같은데?’
매시브 가디언을 떠난 지 고작 1년 정도밖에 흐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사이, 북방의 기온은 이전보다 훨씬 더 내려갔다.
‘확실히 마왕 강림이 멀지 않긴 한가 보네.’
혀를 찬 서우진이 뒤를 돌아봤다.
동료들은 모두 안전하게 게이트를 넘어왔다.
“이곳도 오랜만이군.”
그런데 마르테스도 게이트를 넘어왔다.
“북방에 볼일이 있으십니까?”
이곳은 매시브 가디언 너머의 미개척지였다.
정확한 좌표가 없었기에 이곳으로 게이트를 연 것이다.
서우진이 혹시 그녀가 이곳에 볼일이 있을까 싶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건 아니니라. 그저 겸사겸사 오랜만에 이곳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 별 뜻은 없느니.”
그녀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주변의 풍광을 감상하다 몸을 돌렸다.
“네가 이곳에서 무엇을 하려는지는 이미 알고 있느니라.”
그녀라면 모르는 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허나 조심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무엇을요?”
서우진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설마 이곳에도 자신이 모르는 위험요소가 있단 말인가?
“달이 모두 기울 때쯤. 가면을 쓴 왕이 찾아올 터이니.”
‘왕?’
마르테스의 말에 서우진의 불안감이 증폭되었다.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불가하니라.”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조심하고, 조심하거라.”
마르테스는 다시 한번 경고를 하곤 게이트를 넘어갔다.
화아아아악-!
동시에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던 게이트가 사라졌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심각하게 나눴어?”
강병규가 다가오며 물었다.
대화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서우진의 표정만 봐도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서우진은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아니, 해줄 수가 없었다.
자신도 마르테스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으니까.
‘내가 더 신경쓰면 되겠지.’
이 세상에서 서우진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는 전무(全無)하다고 봐도 무방했다.
시간이 지나 마왕과 놈의 권속들이 강림하지 않는 이상은, 거의 무적에 가까웠다.
물론 마공과 같은 규격 외의 존재도 있긴 했지만, 그녀도 서우진이 ‘마왕화’를 한다면 자신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괜한 기우였으면 좋겠는데.’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냥 무시했겠지만, 그 말을 한 건 다름 아닌 마공이다.
그래서 허투루 들을 수가 없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서우진은 절대 방심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동료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출발하죠. 매시브 가디언은 여기서 가까우니, 금방 갈 수 있을 겁니다.”
서우진을 포함한 열 명의 용사가 설원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 * *
아일린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경계를 서고 있었다.
‘아이에르 군이 북쪽을 향해 진격하고 있다?’
뜬금없이 퍼지기 시작한 소문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소문이라며 무시할 수만은 없는 것이, 실제 시온 왕실에서도 같은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시온은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그래도 12만에 달하는 대군이 자신들을 향해 검을 뽑아 들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아이에르 군과 시온 사이에는 두 개의 왕국이 더 존재했으니까.
아무리 아이에르라고 해도, 제국과 두 개의 제후국, 그리고 시온까지 한꺼번에 칠 여력은 되지 않는다.
그랬다간 당장 본토부터 쑥대밭이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경계는 하되, 우려하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별일 없으면 좋겠는데.’
아일린은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서늘한 냉기에 옷깃을 여몄다.
그때였다.
“전방에 거수자 다수 발견!”
경계를 서고 있던 병사 중 한 명이 다급히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방?’
아일린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 앞으로는 문명이 존재하지 않는 마경이다.
그곳에 있는 건 오직 몬스터뿐.
그러니 이곳으로 다가오는 거수자란 곧, 몬스터를 의미했다.
“전투 준비!”
아일린은 일단 병사들을 향해 전투를 준비하라 이르고는, 전방의 성벽으로 다가갔다.
거칠게 휘몰아치는 눈보라 사이로, 검은 점 몇 개가 보였다.
‘열 마리인가?’
그 수를 센 아일린이 옆으로 손짓했다.
“부르셨습니까?”
“수는 열. 종류는 불명. 근방의 다른 초소에 연락을 취해 다른 거수자가 있는지 확인해라.”
“명을 받듭니다!”
병사는 군례를 올리고는 곧바로 사라졌다.
‘뭘까?’
근래 들어 매시브 가디언으로 다가오는 몬스터의 수가 늘긴 했다.
추위를 피해서 남하한 놈들이든, 마왕 강림이 가까워져 오자 미쳐 날뛰는 놈들이든.
하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그 수가 결코 적지 않다는 것.
최소한 수십에서, 많게는 백여 마리씩 무리를 지어 쳐들어왔다.
지금처럼 고작 열 마리가 접근하는 건 처음이었다.
“낙오된 놈들일까?”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아일린의 혼잣말에 병사 중 한 명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렇게 보기엔 너무도 당당하다.”
보통은 야음을 틈타 습격하게 마련이었다.
저렇게 모습을 드러내 놓고 정면으로 다가온다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으니까.
‘들켜도 상관없다는 뜻일까?’
그렇다면 조금 위험하다.
그만큼 강한 놈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라. 보통 놈들이 아닌 듯하니.”
“예!”
병사들이 자신의 무기를 꽉 쥐었다.
그들 역시 아일린이 걱정하는 바를 깨달은 것이다.
“50미터!”
슬슬 식별이 될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왔다.
휘날리는 눈발에 쉽지는 않았지만, 얼마 전 상급 기사의 경지에 오른 아일린에겐 쉬운 일이었다.
“화살 준비.”
아일린이 손을 들자, 병사들이 활을 들어 겨냥하기 시작했다.
“내가 신호하면 발사하도록.”
활을 든 병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최대한 활시위를 단단히 당겼다.
“모두 발… 중지! 공격 중지!”
사거리에 들어왔다고 생각한 아일린이 발사 명령을 내리려다, 갑자기 중지를 외쳤다.
시위를 놓으려던 병사들이 황급히 화살을 수습했다.
그러곤 대체 무슨 일이냐는 듯 그녀를 쳐다봤다.
하지만 아일린은 그들의 시선을 확인할 겨를도 없이 소리쳤다.
“문을 열어라! 용사들이다!”
* * *
“와아…….”
눈앞에 솟아 있는 매시브 가디언의 위용에 이지아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치 얼음으로 만들어진 절벽의 모습과 비슷했다.
처음엔 돌로 지어졌지만, 눈과 얼음에 뒤덮이며 지금의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덕분에 매시브 가디언은 제국이나 다른 왕국에서는 볼 수 없는 신비한 외형을 갖추게 되었다.
“정말 판타지 같네요.”
“…그렇습니까?”
이전의 자신은 그런 감상을 느낄 새가 없었다.
매시브 가디언에서는 병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 방에만 숨어 있었고, 그 이후로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느라 바빴으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확실히 지구와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이런 곳에서 지냈다는 거죠?”
“그리 오래 머물진 못했습니다. 온 지 얼마 안 돼서 토벌에 참가했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강해지신 건가요?”
계수지의 물음에 서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도움이 되긴 했죠.”
다른 곳으로 갔어도 서우진은 강해졌을 것이다.
무려 ‘측정 불가’ 등급의 ‘마왕’이었으니까.
하지만 시온 특유의 기질과 반 슬레인의 가르침이 큰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었다.
실전 경험이 중요하다는 그들의 가르침이 아니었다면, 서우진도 오직 레벨에만 목을 매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래도 강해지긴 했겠지만, 지금보다는 못했을 터였다.
“기대가 되네요.”
계수지를 비롯한 다른 동료들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서우진이 지닌 강함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뭐, 경험해 보시면 알 겁니다.”
‘굴리면 굴릴수록 강해지지.’
반 슬레인의 가르침에 영향을 받은 서우진은, 어느새 그와 같은 사상을 지니고 있었다.
“우리를 발견했나 보네요.”
그때 매시브 가디언의 성벽 위가 소란스러워지는 것이 보였다.
“어떻게 하죠?”
전의가 느껴지는 것으로 봐선, 자신들을 몬스터로 착각하는 듯했다.
“금방 알아차릴 겁니다.”
이곳의 병사들은 정예 중 정예다.
눈보라가 심하긴 하지만, 인간과 몬스터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거기에 경계를 서는 이들 중엔 지휘관 급의 기사도 있었으니, 다짜고짜 공격하진 않을 것이다.
“천천히 가다 보면 마중을 나올 겁니다.”
그렇게 조금씩 성벽으로 접근하자, 갑자기 스멀스멀 느껴지던 투기가 뚝- 하고 사라졌다.
“그쵸?”
서우진이 웃으며 말하는 것과 동시에, 성벽 위에서 아주 낯익은 외침이 들려왔다.
“공격 중지! 문을 열어라! 용사들이다!”
결코 잊을 수 없는 목소리.
그것을 들은 서우진의 눈이 커졌다.
“아일린?”
그녀가 반 슬레인과 함께 시온으로 갔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여실히 느끼고는 수련을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런데 설마 이곳에서 마주칠 줄은 몰랐다.
차가운 음성 속에 당황과 반가움이 뒤섞여 있는 것을 느낀 서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이게 얼마만이지?’
시간 자체는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지만, 서우진은 그녀의 음성이 너무도 반가웠다.
쿠구구구궁-!
굳게 닫혀 있던 매시브 가디언의 문이 열렸다.
그 모습도 장관이었다.
단단히 얼어붙어 있던 얼음조각들이 부서져 내리며, 마치 보석이 부서지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로 일단의 사람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 중 가장 앞에 있는 것은 당연하게도 푸른색 갑주를 입고 있는 아일린이었다.
“우진 씨!”
마치 날 듯이 눈밭을 가로지르며 다가오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서우진이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야, 아일린.”
그의 입가에는 반가운 미소가 가득 걸려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