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47)
246화.
“오랜만이네.”
반 슬레인이 서우진을 맞이했다.
“그러게요. 저도 여길 다시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서우진의 말에 반 슬레인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북쪽을 향해선 오줌도 누지 않겠다더니?”
“세상 일이 다 마음처럼 되진 않더라고요.”
서우진이 너스레를 떨자, 반 슬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먼 곳까지 여행을 온 건 아닐 테고. 무슨 일인가?”
반 슬레인이 묻자, 서우진이 방안을 둘러보았다.
안에는 자신과 반 슬레인, 그리고 아일린이 전부였다.
‘말해도 괜찮겠군.’
앞으로 할 이야기는 아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그리고 이들은 믿어도 좋을 사람들이었다.
“아이에르 군이 북쪽을 향해 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음.”
반 슬레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렇지 않아도 그 일 때문에 왕실의 신경이 곤두서 있다네.”
여기까지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혹여나 불똥이 튈까 싶어 예의주시하는 중이었다.
북방의 몬스터를 막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치는데, 남쪽에서 일이 터지면 꽤나 난감했기 때문이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음? 무슨 근거로 그리 말하는 겐가?”
반 슬레인이 고개를 갸웃하자, 서우진이 입을 열었다.
“그들은 싸우자는 것이 아니라, 몸을 의탁하기 위해서 북행을 선택한 것이니까요.”
“자세히.”
반 슬레인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아이에르의 성왕이 사도 중 한 명입니다.”
서우진은 그 말을 시작으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설명해 주었다.
물론 아이에르 군의 방향을 바꾼 것은 자신이 아닌 황제라고 속이긴 했지만, 전체적인 틀은 같았다.
“…그 말이 사실인가?”
“제국의 황제와 크루시엘도 90% 정도는 확신하고 있는 듯합니다. 사도가 아니라도 마왕의 추종자인 것만은 확실하고요.”
서우진이 단호하게 말을 하자, 반 슬레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역겨운 놈들은 없는 곳이 없군.”
어쩌면 시온에도 스며들어 있을지 모른다.
아니, 확실히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도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하급의 추종자들이 섞여 있을 터였다.
몇 번이나 솎아냈음에도, 여전히 뿌리를 뽑는 일은 요원했다.
“그래서 같은 일을 반복하는 걸 피하기 위해서 일단 시온에 몸을 의탁하기로 했습니다.”
“자네의 말은 그들을 받아들여달란 뜻인가?”
“그렇습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 슬레인의 입장에서도 그건 결코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12만에 달하는 대군을 왕국에 들인다?
만약 그들이 다른 마음을 먹고 있다면, 왕국의 존속 자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시온은 제국이나 아이에르와 달리, 그 많은 병력을 동원할 여력이 없었다.
밖에서 쳐들어와도 힘겨울 판에, 안에서 일이 벌어진다면…….
“황제가 보증하는 일입니다.”
서우진이 말했지만, 반 슬레인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제국의 속국이 아니네.”
잊고 있었다.
시온의 백성들은 자존심 하나로 먹고산다는 것을 말이다.
황제가 보증한다는 말 따위는 그들에게 하등의 이유가 되지 못했다.
서우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온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즉흥적으로 결정한 일이기는 했지만, 뒤에 생각해 보니 이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없었다.
“그래도…….”
“제가 보증하는 건 어떻습니까? 제 이름을 걸고, 저들이 절대 다른 마음을 먹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반 슬레인이 주저하자, 서우진이 다시 한번 단호하게 말했다.
“자네가?”
서우진의 보증은 황제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무게감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용사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서우진은 매시브 가디언의 병사들과 함께 목숨을 걸고 싸운 전우였다.
거기에 사사롭게는 반 슬레인의 제자이기도 했고.
그런 서우진이 저렇게 확신에 찬 표정으로 보증한다고 하니, 반 슬레인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네.”
“알고 있습니다.”
반 슬레인이 시온의 국방을 책임지는 가장 강력한 전력이라고는 해도, 고작 백작 위에 불과하다.
이런 중대한 사항은 오직 국왕만이 결정지을 수 있었다.
“허나 자네를 믿으니,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해 보겠네.”
“감사합니다.”
확답을 주진 않았지만, 서우진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겼다.
그가 아는 반 슬레인이라면, 왕실과 귀족들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테니까.
“그건 그렇고, 그 이야기를 하려고 온 것은 아닌 듯한데?”
그랬다면 혼자 왔을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은 다른 용사들과 함께 왔다.
그것은 다른 볼 일도 있다는 뜻이었다.
“이곳에서 사냥을 좀 하려고 합니다.”
“아카데미로는 부족했나 보군.”
반 슬레인은 서우진의 뜻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아카데미도 나쁘진 않지만, 조금 더 빨리 성장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러자 반 슬레인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북방으로 향할 생각이신가?”
“그렇습니다.”
북방은 마경이다.
그것도 세상의 모든 마경 중 가장 위험한 곳이기도 했다.
그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것이 가능할 터였다.
“지원이 필요하겠군.”
“식량 정도면 충분합니다.”
반 슬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해 두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서우진이 허리를 숙이자, 반 슬레인이 헛웃음을 지었다.
용사들이 북방을 휘젓고 다니면 다닐수록, 매시브 가디언으로서도 도움이 되었다.
“자네와 용사들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네만, 그래도 조심해야 할 걸세. 북방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위험들이 가득하니.”
“명심하겠습니다.”
북방은 드넓다.
면적만 따지자면 시온의 몇 배에 달할 정도였다.
그중 밝혀진 곳은 고작해야 30% 남짓이었다.
나머지 70%는 개척은커녕, 제대로 된 탐사조차 이루어지질 않았다.
그곳에는 반 슬레인조차 긴장해야 할 정도로 강력한 존재들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크라토스였나?’
지상최강의 마수.
마왕의 권속인 놈은 반 슬레인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괴물이다.
물론 실제로 본 적은 없었지만 말이다.
“아, 그리고. 자네가 맡긴 그 아이 말일세.”
“리나르 말씀이십니까?”
서우진이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이름 하나를 떠올렸다.
녀석을 데리고 수도로 올라온 뒤부터, 쉴 새 없이 일이 터졌기 때문이었다.
‘이것 참, 미안하네.’
반 슬레인 밑에서 수련을 하는 것이 리나르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껏 단 한 번도 찾지 않았다는 건 좀 문제였다.
“녀석은 잘하고 있습니까?”
“뛰어난 재능이 있다네. 이대로 몇 년 만 더 성장한다면, 꽤나 쓸 만해 질 걸세.”
“그 정도나 뛰어납니까?”
서우진은 단순히 리나르의 이능만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반 슬레인의 말을 들어보면, 검에도 꽤 재능이 있는 듯했다.
“초극에 닿을 재능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쉽겠나?”
서우진의 눈이 커졌다.
길을 가다 주운 예쁜 돌멩이가 알고 보니 금덩이였다는 뜻이었다.
“물론 아직은 요원한 일이네만.”
반 슬레인은 서우진의 표정이 재미있는지 싱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 궁금하면 한 번 직접 보는 건 어떤가?”
“…그래야겠네요.”
서우진이 머쓱하게 웃으며 따라 일어섰다.
“지금쯤이면 연무장에 있겠구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리나르는 만나지 못했다.
“이 망할 놈이 또 사라져?”
반 슬레인의 말을 들어보니, 이런 일이 꽤 자주 벌어지는 듯했다.
‘성격이 어디 가지 않는구나.’
지나한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리나르는 사고뭉치였다.
자신의 누나의 가게 물건을 훔쳐서 달아날 정도였으니까.
“뭐, 언젠간 만날 수 있겠죠.”
아쉽긴 했지만, 서우진은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보급을 위해서는 매시브 가디언으로 돌아와야 했으니, 만날 기회야 얼마든지 있었다.
“이것 참, 자네를 볼 낯이 없구먼.”
반 슬레인이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진 것을 본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럼 언제쯤 출발할 생각인가?”
그 물음에 서우진이 자신의 동료들을 확인했다.
신기한 눈으로 매시브 가디언 곳곳을 누비며 구경하고 있었다.
물론 병사들도 그런 용사들을 구경하고 있었고.
“식량이 준비되면 바로 떠나려고 합니다.”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성장을 하기 위해서 온 것이었으니, 지체하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 맞았다.
“그런가? 그럼 곧장 준비하라 이르겠네.”
“감사합니다.”
“잠시 기다리고 있게나.”
반 슬레인이 사라지자, 서우진은 아일린을 쳐다봤다.
그녀는 언제나와 같은 차가운 표정으로 서우진의 곁에 서 있었다.
“잘 지냈어?”
끄덕-
아일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진 씨는 여러 일이 있다고 들었어요.”
“음… 그렇지.”
말 몇 마디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일들의 연속이었다.
“무사하시니 다행이네요.”
그녀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
“쥐뿔도 없는 상태에서도 이 북방에서 살아남았는데, 그 정도야 쉽지.”
서우진이 너스레를 떨자, 미소가 더욱 선명해졌다.
“제 도움이 없었다면 못 사셨을 텐데요?”
“아, 그것도 그렇네.”
서우진 역시 웃음을 터트렸다.
확실히 아직 10레벨도 채 되지 않았던 서우진은, 아일린이 아니었다면 백 번은 넘게 죽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확실히 죽었을 것이다.
그만큼 아일린은 서우진에게 많은 도움이 되어주었다.
“상급 기사가 되었다며?”
“덕분에요.”
아일린은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성장해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말인데.”
아일린이 조심스럽게 서우진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응?”
무슨 일이냐는 듯 쳐다보자, 그녀가 말했다.
“이번엔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그 말에 서우진의 눈이 살짝 커졌다.
하지만 받아들일 순 없었다.
자신들이 향할 곳은 매시브 가디언이 토벌을 하는 곳보다도 깊은 장소였다.
지금의 아일린의 실력으로는 힘들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안 돼.”
“저보다 이 북방에 대해 잘 아시나요?”
“…그건 아니지.”
거절하려던 서우진은 아일린의 말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이곳에서 1년간 생활을 했다고 해도, 자신의 지식이 그녀보다 많진 않았다.
“일신의 강함도 중요하지만, 북방에서는 그보다도 중요한 게 많아요.”
기후와 지형, 그리고 생태계까지.
아일린의 머릿속에 있는 북방에 대한 지식들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그러니 반대는 받아들일 수 없어요. 저도 따라갑니다.”
떼어내도 따라가겠다는 의지가 강렬하게 느껴졌다.
“그럼 그렇게 하자.”
서우진은 어쩔 수 없이 아일린과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위험은 내가 지켜주면 되겠지.’
사도가 둘 이상 한 번에 나타나지 않는 이상, 그녀를 지켜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고마워요.”
아일린이 웃으며 인사하자,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 했다.
“그래도 고생은 각오해야 할 거야. 진짜 강행군을 이어갈 생각이거든.”
“저도 바라는 바예요.”
아일린은 서우진의 곁에서 함께하기 위해 따라가는 것이 아니었다.
아예 그런 마음이 없다면 거짓이겠지만, 그보다는 다른 이유가 더 컸다.
‘나도 강해져야 해.’
용사들처럼 레벨을 올리며 강해질 순 없었지만, 계속해서 목숨을 걸고 싸우다 보면 실력이 늘 것은 자명했다.
아일린은 용사들에 뒤처지지 않는 경지에 이르고 싶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