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48)
247화.
“날씨가 미쳤네.”
“북극보다 추운 거 아니에요?”
“이 코트가 아니었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어.”
매시브 가디언을 넘어 북방에 발을 디딘 용사들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보다 훨씬 추워졌네.”
“마왕의 강림이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그때까지 기온이 계속 떨어질 거예요.”
서우진의 말에 아일린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북방의 추위는 그녀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새하얀 입김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견딜 만해?”
“덕분에요.”
아일린 자신의 몸을 덮고 있는 코트를 가리키며 미소를 지었다.
황제가 직접 신경을 써서 하사했던 서우진의 코트였다.
“그런데 우진 씨야말로 괜찮나요?”
아일린이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자신에게 코트를 건네준 덕분에, 서우진은 평범한 외투 한 장만 달랑 걸치고 있었다.
“이 정도는 문제없으니까 걱정 안 해줘도 돼.”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조금 춥긴 했지만, 초극의 경지에 오른 그에게 이 정도 추위는 아무런 장애가 될 수 없었다.
“…고마워요.”
아일린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하자, 서우진이 피식- 웃었다.
“지금까지 네가 나를 도와준 거에 비하면 코트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야.”
오랜만에 북방으로 돌아온 덕분일까?
서우진은 아일린의 도움을 새삼 떠올렸다.
‘이 근처에서 스노울 무리한테 죽을 뻔했었는데.’
이 세계로 와서 처음으로 만난 몬스터가 스노울이었다.
지금이야 새끼손가락으로도 눌러 죽일 수 있는 놈이었지만, 당시에는 목숨을 건 전투를 벌여야만 했다.
실제로 몇 번이나 죽을 뻔했지만, 아일린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것도 추억이라면 추억인가?’
고작 2년.
그사이에 천지가 개벽할 정도로 변해 버린 자신의 모습에, 왠지 기분이 묘해졌다.
“그 앞은 크레바스예요.”
서우진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데, 아일린의 음성이 일행의 발을 붙잡았다.
“크레바스?”
“그게 뭐예요?”
일행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땅을 이루고 있는 거대한 얼음 사이로 갈라진 틈을 말하는 거예요.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죠.”
“아, 예전에 영화에서 본 적 있어요! 엄청 위험한 곳이던데?”
기억을 떠올린 이지아가 신기한 눈동자로 전면을 쳐다보며 말했다.
“여러분이라면 크게 위험하진 않을 거예요. 그래도 우회해서 가도록 하죠.”
용사들의 실력이라면 크레바스에 맨몸으로 빠진다고 해서 탈출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괜히 그런 것에 시간을 쓸 필요도 없었다.
아일린은 자신이 알고 있는 길을 떠올리며 일행의 방향을 정했다.
“잘 데려온 것 같은데?”
“우진 씨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유가 있었네요.”
구동환과 계수지가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솔직히 일행에 아일린을 포함시킨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상급에 달하는 기사이긴 했지만, 자신들의 기준으로 봤을 땐 일반인이나 별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아해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서우진의 뜻을 깨달았다.
‘북방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지금이야 고작 크레바스 하나를 말했을 뿐이다.
하지만 아일린이 알고 있는 북방의 지식이 고작 그것뿐일까?
자신들은 물론이고 서우진도 모르는 사실을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있는 이상, 불필요한 시간낭비는 상당히 줄어들 게 분명했다.
‘그만큼 우리는 더욱 성장할 수 있을 테고.’
구동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일린이라는 기사의 필요성을 충분히 깨달은 것이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할까?”
“서쪽으로 2킬로미터 정도는 가야 균열이 끝날 거예요.”
“좋아, 그럼 서쪽으로 이동하자.”
서우진은 일행을 이끌고 아일린의 말대로 서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서우진이 문득 물었다.
“그런데, 몬스터가 안 보이네.”
이전에는 스노울을 비롯한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낸 장소였다.
심지어는 드레이카스가 출몰하기도 했었고.
그런데 지금은 단 한 마리의 몬스터도 보이질 않았다.
“날씨 때문이에요.”
아일린이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상기후 때문에 버티지 못한 놈들이 매시브 가디언으로 내려왔거든요.”
추워도 너무 추워졌기에, 견디지 못한 몬스터들이 조금이라도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했다.
덕분에 매시브 가디언은 꽤나 성가신 전투를 치러야 했고.
“이 근방에 있는 몬스터들은 씨가 말랐을 거예요.”
그녀의 말에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북방의 몬스터가 많이 줄어든 거 아니야?”
“아니요. 오히려 더 많아졌을 거예요.”
서우진이 사냥할 놈들이 없을까 걱정하는데, 아일린은 고개를 저었다.
“씨가 말랐다며?”
“저급한 놈들만요. 더 위쪽으로 올라간다면, 이 추위도 견딜 수 있는 개체들이 널려 있어요. 거기에다…….”
아일린이 얼굴을 살짝 굳히며 말을 이었다.
“마왕 강림 때문인지, 격이 높은 몬스터들의 개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어요.”
정확히 무슨 원리로 그렇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에 대한 기록이 전무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찰병들의 보고에 의하면, 몬스터들의 수가 최소한 작년의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했다.
“…그건 좀 큰일인데?”
사냥감이 많다는 건 반길 일이었다.
몬스터가 많다는 건, 레벨을 올리기 수월하다는 뜻과 동일했으니까.
하지만 그 많은 몬스터를 자신들만으로 모두 사냥할 순 없었다.
“그래도 아이에르 군이 매시브 가디언에 주둔하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예요.”
“아!”
아일린의 말에 서우진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들이 있었구나.’
12만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대군.
그들이 매시브 가디언에 도착하면, 웬만한 몬스터는 덤비지도 못할 것이다.
‘내가 저지른 일인데도 생각을 못했네.’
예상한 건 아니었지만, 오히려 잘되었다.
“그럼 우린 사냥에만 신경쓰면 되겠네.”
후방은 든든하다.
그럼 자신들은 레벨 업을 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가 있었다.
‘잘됐네.’
서우진은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일행이 100레벨에 도달하는 시간이, 예상보다 조금 더 줄어들 것 같았다.
* * *
“이곳이 북방인가?”
백시우가 물었다.
새하얀 머리카락이 눈으로 뒤덮인 설경과 잘 어울렸다.
“혹한의 마경이지.”
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주변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군. 우린 사냥을 하러 온 것이 아니었나?”
“크라토스의 영역까지 한 번에 이동을 하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불가능하다.”
사자가 혀를 차며 대답했다.
“왜지?”
“그곳은 일종의 마역(魔域)이니까.”
마왕의 권능이 서린 대지.
그곳은 그 어떤 이능과 마법도 침범을 할 수가 없었다.
적어도 하늘탑의 마공 정도는 되어야 간섭이 가능할 정도였다.
“생각보다 실력이 별로인 모양이군.”
백시우가 코웃음을 치며 사자를 노려봤다.
“까불지 마라, 백시우. 네놈을 왕으로 만들어준다고 해서, 내가 너의 아래인 것은 아니다.”
사자의 표정이 북방의 삭풍처럼 서늘해졌다.
‘기고만장해지고 있다.’
마기를 받아들이고, 그에 적응한 백시우의 심성은 점차 변해갔다.
처음엔 그저 광포했을 뿐이었지만, 힘이 강해질수록 오만과 자만이 몸에 배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럴 만한 힘이긴 한데…….’
현재 백시우는 초극의 경지에 든 상태다.
거기에 사자가 모종의 방법을 사용해, 더욱 강력한 힘을 갖게 되었다.
그만한 힘을 손에 넣었으니, 저리 행동하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에게조차 힘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목줄이 필요하다.’
본래의 계획대로라면, 마목이 품고 있던 신수를 이용해 통제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신수는 대공과 서우진에게 빼앗긴 상태.
그러니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늦으면 오히려 내가 당할지도 모르니.’
아직은 자신이 근소하게나마 더 강하다.
때문에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했지만, 그것도 이제 곧 한계에 부딪쳤다.
백시우가 크라토스를 사냥하고 그 힘을 흡수한다면, 자신을 아득하게 넘어서는 격을 지니게 될 테니까.
지금도 컨트롤이 힘든데, 그때가 되면 완전히 통제를 벗어나게 될 것이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신수에 맞먹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사자의 머릿속에 한 존재가 스쳐 지나갔다.
‘그것을 이용하면 될 텐데.’
하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
일단은 백시우와 함께 크라토스를 사냥한 뒤, 따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때까진 최대한 비위를 맞춰줘야겠군.’
사자가 속으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자, 백시우가 픽-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물론 네 도움을 잊을 생각은 없다. 왕이 되고, 세계를 지배한 이후에도.”
말하는 백시우의 눈빛이 마치 검과 같이 날카로웠다.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이동하도록 하지.”
사자는 자신도 모르게 그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좋아, 안내해라. 그 크라토스인지 도리토스인지 하는 놈에게로.”
백시우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사자를 재촉했다.
지상최강의 마수를 사냥하러 가는 것임에도, 걱정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이 질 것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이쪽이다.”
사자는 잠시 방향을 가늠하고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기에 이렇게 아무것도 없지?”
그렇게 한참을 걷던 백시우가 문득 물었다.
“매시브 가디언이라는 곳에서 북쪽으로 4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다.”
“매시브 가디언?”
사자의 말에 백시우의 얼굴에 살기가 서렸다.
“그놈이 머물던 곳이군.”
서우진을 떠올린 백시우의 살기는 점점 더 그 크기를 키워 나갔다.
그러다 결국.
“사냥하기 전에, 그놈들부터 세상에서 지워야겠다.”
백시우가 몸을 돌렸다.
서우진이 한때 몸을 담았던 매시브 가디언과 그곳에 속한 모든 인간을 말살할 작정이었다.
그래야만 이 분노가 가라앉을 것 같았다.
“그만.”
사자가 그런 백시우를 멈춰 세웠다.
그러곤 길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지금 매시브 가디언으로 갔다간 모든 일이 틀어지고 말 것이다.”
“흥! 그런 미개한 놈들 따위는 몇 분이면 모두 죽여 버릴……!”
“검귀가 있다.”
사자가 백시우의 말을 끊었다.
“……검귀?”
“그래, 반 슬레인. 초극의 경지에 이른 초강자가 현재 매시브 가디언에 있다.”
그 말에 백시우가 잠깐 고민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분노로 달궈진 이성은 쉽게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검귀라는 놈도 죽이면 그만이다.”
“헛소리.”
살기를 풍겨대는 백시우를 향해 사자가 냉정하게 말했다.
“죽이면 그만이라고? 그 검귀를? 웃기지 마라, 백시우. 그놈은 정말 괴물이다.”
반 슬레인은 초극의 경지에 올라 젊음을 되찾은 괴물 중 괴물이었다.
물론 백시우의 말대로 둘이 함께 싸운다면 이길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둘 중 한 명은 반드시 죽는다.
설사 천운이 따라 살아남는다 해도, 크라토스 사냥은 물 건너가는 것이나 마찬가지.
사자의 입장에선 그런 모험을 할 이유가 없었다.
“매시브 가디언과 검귀를 처리하는 건, 네가 제대로 된 격을 지니게 된 이후로 미뤄야 한다.”
그때가 되면, 검귀도 감히 맞서지 못할 터.
“그러니 지금은 크라토스에 집중해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