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49)
248화.
백시우는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사자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기에 잠식되어 충동적인 감정에 쉽게 휩싸이긴 했지만, 본래의 백시우는 이성적이고 매우 뛰어난 인재였다.
단순히 직업이 SSS급의 ‘검신’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지구에서부터 그는 뛰어난 두뇌와 인품의 소유자였다.
그랬기에 엘리트 친구들 사이에서도 리더가 될 수 있었던 것이고.
백시우는 사자가 왜 자신을 말리는 것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변화한 성정은 쉽사리 감정을 다스릴 수가 없게 만들었다.
“만약 매시브 가디언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을 선택한다면, 네 목표는 영원히 이룰 수가 없다.”
그때, 사자의 음산한 음성이 제동을 걸었다.
“네가 바라는 건 서우진의 죽음인가? 아니면 의미 없는 분풀이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분풀이는 후에 하도록 하지.”
크라토스를 사냥하고 왕에 걸맞은 격을 갖춘 후.
그때 모든 것을 정리하면 된다.
서우진과 연이 닿은 모든 것을 말이다.
사자 덕분에 백시우는 가까스로 이성을 제어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검귀가 그렇게 강한가?”
백시우가 물었다.
시온의 반 슬레인이 초극의 경지에 오른 강자라는 사실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자와 합공해도, 반드시 한 명은 죽을 정도로 강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세상에는 상식을 뛰어넘는 괴물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하늘탑의 마공이지.”
제국의 수호자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
나이가 몇인지, 정확한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
그 어떤 것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초월적 존재였다.
그리고 반 슬레인 역시 그런 마공에 비견할 만한 강자였다.
“젊음을 되찾을 정도의 경지에 오른 존재는 전 대륙을 통틀어도 다섯밖에 되지 않는다.”
마공, 반 슬레인, 제노니아, 아르데토스.
“남은 한 명은?”
“…나중에 설명해 주지.”
백시우의 질문에 사자가 대답을 회피했다.
그 이유가 궁금했지만 굳이 따져 묻지는 않았다.
지금은 정체모를 존재에 대한 궁금증보다, 반 슬레인이 더 궁금했으니까.
“그럼 검귀가 세상에서 가장 강한 놈들 중 하나라는 말이군.”
“그렇다. 지금의 너와 내가 합공한다 해도 결코 쉽게 당해낼 수 없는 놈이지.”
“내가 격을 갖추면. 그때는 가능하다는 말이고?”
왕의 격.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사자는 자신했다.
“그때가 되면 너를 내려다볼 수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사자의 말에 백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분노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지금은 사자의 말대로, 서우진을 능가하는 힘과 격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했다.
“좋아. 그럼 서두르는 게 좋겠네.”
백시우가 다시 몸을 돌렸다.
그 모습에 사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군.’
만약 계속해서 고집을 부렸다면 사자로써도 골치깨나 아팠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엔 무력까지 동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런 극단적인 일이 벌어지지 않아 다행이었다.
“얼마나 가면 되지?”
백시우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설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그렇게 오래 걸린다고?”
백시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들의 속도라면 웬만한 왕국도 하루면 가로지를 수 있었다.
그런데 일주일이라니?
“북방은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다. 기후나 지형에 대한 정보가 거의 전무하지. 게다가 이곳의 몬스터들은 사도에게도 적대적이다.”
“흥, 그런 저급한 놈들 따위…….”
“마경을 무시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다.”
사자가 백시우의 말을 끊었다.
“마경이 마경이라 불리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특히나 이 북방은 더욱 그러하다.”
몬스터나 마수보다, 북방이라는 지역의 특성이 까다로웠다.
아무리 사자라 하더라도, 조금만 방심하면 길을 잃거나 귀찮은 일에 휘말릴 수도 있었다.
“그러니 사담은 그만하고 내 뒤를 따르도록 해라.”
사자가 백시우를 스쳐 지나가며 앞장섰다.
“쯧.”
그런 사자의 뒷모습에 혀를 찬 백시우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둘의 모습이 눈보라 사이로 사라졌다.
* * *
“화이트 에메랄드 러블리 스매시!”
콰과과과과광-!
오함마에 깨진 얼음 조각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 사이로 갈기갈기 터져 나간 몬스터의 잔해가 살짝 보였다.
“저 스킬 이름이 의미가 있을까?”
“마지막 ‘스매시’만 외쳐도 될 것 같은데 말이죠.”
도대체 에메랄드니 러블리니 하는 단어가 왜 붙어 있는지 모르겠다.
구동환이 사용하는 스킬이 일으키는 광경을 보면 차라리 ‘매서커’나 ‘디스트로이’ 같은 게 붙어 있어야 어울릴 것 같은데.
“뭐, 스킬 이름이야 우리 마음대로 정할 수 없는 거니까.”
계수지와 이지아가 몬스터들을 학살하고 있는 구동환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두 사람은 멈추지 않았다.
이지아의 주먹이 아이스 트롤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뚫었고, 계수지는 아예 머리를 꺾어 뜯어냈다.
우득- 퍼어어억-!
구동환과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잔인함이 펼쳐졌다.
“어휴, 무섭구만.”
강병규는 그런 두 여자를 보며 몸을 떨었다.
퓨웃-!
아이스 트롤의 머리에 박혀 있는 단검을 뽑자, 얼어붙은 피가 흘러나왔다.
“괜히 마경이 아니네.”
처음엔 지루했다.
아무리 걸어도 몬스터의 그림자조차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새하얀 설원을 보며 감탄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그것도 계속 보다보니 눈만 부셨다.
그러다 꼭 사흘째가 되던 날부터 몬스터를 조우하기 시작했다.
한 마리, 두 마리, 열 마리.
몬스터들은 점차 그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일주일이 되는 오늘.
드디어 백 마리가 넘는 아이스 트롤 무리가 나타났다.
일반적인 트롤에 비해 족히 다섯 배 이상은 강한 개체들.
그런 놈들이 떼거지로 나타나니, 용사들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대지에서 사냥하는 것이 마냥 쉽지 않다는 걸 깨닫는데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젠장, 균형 잡기가 너무 힘들어!”
구동환이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복이 쌓인 눈 때문에 발은 푹푹 빠졌고, 얼음 대지는 너무 미끄러웠다.
덕분에 다른 곳이었다면 순식간에 쓸어버릴 수 있는 놈들이었음도, 상당히 애를 먹고 있었다.
“조심해요! 놈들의 손톱에는 극독이 묻어 있어, 스치기만 해도 위험해질 수 있어요!”
아일린은 그런 용사들을 향해 계속해서 경고를 했다.
“아이스 트롤은 일반 트롤에 비해 재생력이 떨어지는 대신, 방어력이 뛰어나요! 털이 많은 몸보다는 머리를 공격하는 게 더욱 효율적이에요!”
아일린은 아이스 트롤의 머리를 날리며 다시 한번 소리쳤다.
‘흐음.’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고 있던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스 트롤은 강하다.
일반 병사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몬스터였으니까.
하지만 용사에게는 크게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아직 북방에 적응하지 못했기에 조금 시간이 걸릴 뿐, 전투 자체는 압도적이었다.
‘그래도 아직은 부족해.’
서우진은 조금 조급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얼마 전부터 자꾸만 불안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뭘까? 왜 불안한 거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런 기분이 들 리가 없었다.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게 뭔지 알 수가 없다는 게 분제지.’
아이에르 군은 황제와 반 슬레인이 나섰으니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
‘검은 존재’를 마주한 오이언과 지휘관들이 다른 마음을 품을 가능성도 적었고.
‘그럼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건데.’
머리를 굴려보았다.
지금 서우진에게 있어 위협이 될 만한 것들을 그리 많지 않았다.
‘역시 사도인가?’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대체 무슨 짓을 꾸미고 있기에 이런 기분이 드는 거지?’
서우진은 사도들이 뭔가를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게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신룡안.’
서우진은 일단 경계를 늦추지 않기로 했다.
‘신룡안’을 사용해 주변의 상황을 모조리 인지범위 안에 두었다.
‘음, 꽤 많네.’
주변 10킬로미터 이내에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의 몬스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아일린이 말한 것처럼, 이전보다 더욱 위험해진 듯했다.
‘얼씨구? 저놈도 있네.’
유독 강력한 마기가 느껴졌다.
그것은 서우진에게도 매우 익숙한 기운이었다.
지배자 급의 몬스터, 드레이카스.
‘이쪽은 저놈들의 영역과 떨어진 곳인데.’
아무래도 드레이카스 역시 조금 더 남하한 것 같았다.
‘괜찮은데?’
고작 10킬로미터를 훑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서우진의 감각에는 수많은 몬스터가 감지되었다.
거기에 지배자 급의 몬스터까지 있었다.
물론 용사들의 수준을 생각하면 크게 어려운 적은 아니었지만, 그 수가 장난이 아니다.
계속 북쪽으로 이동하며 놈들을 사냥한다면, 엄청난 성장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슬슬 적응도 해가는 것 같으니까. 앞으로는 속도도 점점 더 빨라질 테고.’
처음 용사들이 아이스 트롤과 조우했을 때와 비교해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났다.
‘이 정도면 10개월 안에 100레벨을 찍을 수 있겠어.’
상당한 속도였다.
서우진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동료들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위험에 빠질 일이 줄어들 테니까.
‘이왕이면 다 같이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게 좋지.’
다른 용사들은 서우진이 알 바 아니었지만, 저들은 다르다.
어떻게 해서든 살아서 함께 귀환하고 싶었다.
그것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강해져야만 했다.
‘강림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잠시 마왕의 존재를 떠올렸던 서우진이 이내 고개를 휘젓고는, 다시 한번 주변을 확인했다.
‘딱히 걸리는 건 없네.’
혹시나 사도들이 근처에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했는데, 보이지 않았다.
물론 ‘신룡안’의 감지 능력을 뛰어넘는 놈이 있을 수도 있고, 영역 밖에 있는 놈도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위협이 되지 않을 듯했다.
‘그래도 계속 신경을 써야지.’
괜히 방심했다가 지난번과 같은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언제까지 지켜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강해질 때까진 뒤를 봐주고 싶었다.
콰아아아아앙-!
온통 새하얗던 대지가 붉게 물드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다혜인가?”
아이스 트롤은 물론이고 얼어붙은 대지까지 활활- 타오르는 걸 보면, 김다혜가 ‘네이팜탄’을 터트린 것 같았다.
단 한 방이었음에도, 아이스 트롤은 거의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다.
“역시 다혜는 저렙몹 몰이사냥에 어울리네.”
하나의 강력한 개체보다는 다수의 약한 개체들을 학살하는 것에 특화되어 있었다.
그 덕분일까?
김다혜는 C급에 불과했음에도, A급에 뒤처지지 않는 레벨 업 속도를 보여주었다.
화아아아악-!
그때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설원보다 밝은 빛 사이로, 미소 짓는 김다혜의 얼굴이 보였다.
북방에서 처음으로 레벨 업을 한 건, 바로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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