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50)
249화.
“다혜야, 축하해!”
가장 먼저 축하를 건넨 건 이지아였다.
그녀는 온몸에 피칠갑을 한 채 환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감사.”
김다혜 역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꾸벅- 숙였다.
“웃으니까 예쁘잖아. 계속 그렇게 웃고 다녀!”
김다혜의 표정은 항상 같았다.
도무지 무엇을 보고 있는지도 가늠이 안 되는 멍한 얼굴.
가끔 다른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너무도 미세한 변화에 알아차리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환하게 웃으니, 사람이 달라 보일 지경이었다.
“이제 몇 레벨이지?”
서우진이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음…….”
잠시 ‘상태창’을 확인한 김다혜가 입을 열었다.
“76레벨요.”
“나쁘지 않네.”
동료들 중 가장 레벨이 높은 사람은 79레벨의 계수지였다.
A급인 그녀보다 겨우 3레벨 부족할 뿐이다.
김다혜의 등급이 C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놀라울 정도로 빠른 성장 속도였다.
‘다른 C급 용사들 평균 레벨이 60대였지?’
확실히 김다혜의 능력은 레벨을 올리기에 최적화 되어 있었다.
물론, 그녀를 지켜줄 든든한 방패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지금 일행 중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건 바로 구동환이었다.
“흐아아아압!”
기합성이 터져 나온다.
“…이젠 스킬도 안 쓰는구만.”
사실 그 정도 되는 강자라면, 아이스 트롤쯤은 순수한 육체능력만으로도 충분했다.
구동환 역시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최대한 마력을 보존한 채 오직 요술봉만으로 아이스 트롤의 뚝배기를 깨고 있었다.
화아아아아악-!
그때, 그의 몸에서도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오, 동환 씨도 레벨 올랐네.”
“으하하하! 나도 이제 79레벨이다!”
구동환이 만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저는 이제 곧 80레벨이 될 거거든요?”
그 모습에 계수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은 경쟁 관계를 지속하고 있었다.
단순히 몬스터를 누가 더 많이 잡느냐부터 시작해, 레벨까지 말이다.
지금은 계수지가 근소한 차이로 계속 이기고 있었다.
덕분에 구동환은 그녀를 따라잡기 위해 꽤나 애를 쓰는 중이었다.
아직까진 요원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슬슬 한 명씩 레벨이 오르네요.”
지난번 에이션트 오크 때부터 다들 성장 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원래 레벨은 사냥 노가다로 올리는 게 최고죠.”
구동환의 말에 서우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 타령하는 사람도 없는 곳이니, 더 좋네요.”
“몬스터들도 많으니까 더 빨리 레벨을 올릴 수 있을 겁니다.”
다들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일단은 남은 놈들을 다 처리한 다음, 이 근처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할까요?”
남은 아이스 트롤은 고작해야 열 마리도 채 되지 않았다.
“그게 좋겠네요. 해도 지고 있으니.”
구동환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그의 말대로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다.
“당분간은 이 근방의 몬스터들을 사냥할 예정이니까, 적당한 곳을 찾아보죠.”
‘신룡안’으로 확인한 결과, 이 주변에는 몬스터들로 넘쳐났다.
드레이카스도 있었으니, 며칠간은 다른 곳을 가지 않아도 여기서 사냥에 집중해도 될 정도였다.
“그럼 조금만 더 수고하죠.”
남아 있던 아이스 트롤들이 순식간에 찢겨 나갔다.
* * *
“와아, 예쁘다…….”
이지아가 하늘을 쳐다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오로라라니. 이걸 지구도 아니고, 이 세계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계수지 역시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푸른색의 거대한 커튼이 어두운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새하얀 설원이랑 대비돼서 더 예쁜 것 같아요.”
“카메라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 광경을 오직 기억으로만 남겨야 한다는 것이 아쉬운 듯했다.
“아, 다혜야! 혹시 그림으로 그려줄 수 있니?”
그러다 문득 계수지가 물었다.
그러자 김다혜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요.”
그러곤 스케치북을 꺼내 들었다.
슥슥-
김다혜의 그림 실력은 엄청났다.
본래부터도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는데, 스킬을 사용하자 거의 실사에 가까울 정도였다.
덕분에 일행은 잔뜩 기대하며 그녀의 손에 집중했다.
“와, 와아! 진짜 똑같아!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잖아, 이거?”
스케치북이 조금씩 채워질수록, 이지아의 입도 덩달아 커졌다.
손으로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 마치 프린트를 하는 것만 같았다.
“완성요.”
그림은 순식간에 완성됐다.
이지아는 그것을 받아 들더니 계속해서 감탄을 했다.
“아저씨, 이거 봐봐요!”
서우진 역시 이지아가 보여주는 그림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잘 그렸네.”
“…그게 끝이에요? 조금 더 성의를 갖춰서 리액션을 하란 말이에요!”
서우진의 반응이 마뜩잖은지 이지아가 성을 냈다.
“인마, 그림 찢어지겠다. 이리 줘봐.”
구동환이 그런 이지아를 말리고는 그림을 가져가 일행에게 보여주었다.
‘평화롭네.’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그때는 진짜 힘들었는데.’
언제 죽을지 몰라 긴장을 놓지 못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일말의 위협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으니,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이 집도 그렇고.’
서우진이 고개를 돌려 한쪽에 세워져 있는 커다란 저택을 봤다.
김다혜가 ‘소환’한 베이스캠프였다.
마경 헬데인에서도 꽤나 유용하게 써먹었던 스킬이 이곳에서도 사용된 것이었다.
‘사냥이 아니라 무슨 캠핑 온 것 같네.’
아름다운 설원과 오로라, 그리고 모닥불까지.
정말로 완벽했다.
가끔 들려오는 몬스터들의 포효 소리만 제외하면 말이다.
“그런데 우진 씨.”
옆에 있던 계수지가 말을 걸어왔다.
“네?”
서우진이 쳐다보자, 그녀는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우진 씨는 몇 레벨이에요?”
“아…….”
서우진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고 보니 동료들에게 자신의 레벨을 한 번도 가르쳐 준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지금은 108레벨이네요.”
서우진의 말에 주변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몇이요?”
“108? 내가 제대로 들은 거 맞아?”
서우진이 자신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그건 모르는 게 더 이상했으니까.
100레벨에 도달했을지도 모른다는 것도 예상했다.
그런데 108이라니?
70레벨 대의 자신들도 1레벨을 올리려면 한 세월 걸릴 정도인데, 서우진은 오죽할까?
그런데도 100레벨을 넘어 110레벨에 근접해 있었다.
“치트키라도 쓰는 겁니까?”
구동환이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운 때문이라고밖에는 해드릴 말이 딱히 없네요.”
서우진은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자신의 직업이 ‘측정 불가’ 등급의 ‘마왕’인 것도.
소환되자마자 온 곳이 매시브 가디언인 것도.
그곳에서 반 슬레인에게 가르침을 받은 것도.
거기에 마공과 대공에게 도움을 받은 것까지.
모두 운이었다.
‘뭐, 그게 정말 운이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서우진이 씁쓸하게 웃었다.
차라리 평범한 직업과 등급을 받았다면, 이렇게 개고생을 하진 않았을지도 몰랐다.
그랬다면 남들처럼 평범하게 버스나 타면서 쉽게 성장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니지.’
그랬다간 이렇게 강해졌을 수 없었을 것이다.
강림 전쟁.
그 빌어먹을 전쟁에서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가려면, 강해져야만 했다.
‘지금보다 더욱더.’
서우진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이지아가 슬그머니 눈치를 보더니 말을 돌렸다.
“그런데 여기에 엄청 강한 몬스터가 있다고 들었어요!”
“응? 그래?”
다행히 사람들의 이목이 이지아에게로 쏠렸다.
“레닌스탕의 기사 아저씨들한테 들은 건데요. 몇 번째 마왕의 권속이라고 했어요. 엄청 강해서 상대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봐야 기사들 수준 아니… 윽!”
구동환이 웃으며 말을 하다 멈추었다.
계수지의 팔꿈치가 그의 옆구리를 찌른 것이다.
“아, 저, 그. 죄송합니다.”
뜬금없는 공격에 미간을 찌푸리던 구동환은 이내 미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꾸벅-
사과는 서우진 옆에 있는 아일린을 향한 것이었다.
기사를 앞에 두고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으니, 명백한 그의 실수였다.
“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아일린은 고개를 저었다.
“여러분에 비해 기사들의 수준이 부족한 건 사실이니까요.”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구동환에게 살짝 웃어 보인 아일린이 시선을 돌려 이지아를 쳐다봤다.
“그 소문은 사실이에요.”
“그쵸? 엄청 강한 놈이 여기에 있는 거죠?”
“크라토스라고 하는 마수죠. 저희는 지상 최강의 짐승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한낱 마수에게 붙기엔 너무 거창한 별명에 이지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얼마나 강한데요? 언니는 본 적 있어요?”
이지아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아니요. 저뿐만 아니라, 크라토스를 직접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놈을 마주한 사람은 모두 죽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강해요? 아저씨보다?”
이지아의 시선이 서우진을 향했다.
마치 ‘아빠가 더 세지?’라고 묻는 딸의 모습 같았다.
“음, 글쎄?”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잘 모르겠다.
자신이 아무리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반 슬레인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런데 그조차도 크라토스를 굳이 토벌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을 보면, 결코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물론 ‘마왕화’를 사용한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본신의 능력만으론 조금 힘들 것 같았다.
서우진이 대답을 회피하자, 이지아가 시무룩해졌다.
“아저씨라면 다 이길 줄 알았는데…….”
“아니, 그건 무리지.”
자신보다 강한 존재는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둘이나 된다.
반 슬레인과 마르테스는 확실히 서우진보다 강했으니까.
게다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숨어 있는 존재들까지 고려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터였다.
하지만 이지아가 실망하는 모습은 딱히 보고 싶지가 않았기에, 말을 조금 덧붙였다.
“그래도 아마 지지는 않을걸?”
“그쵸? 아저씨가 이기죠?”
녀석의 얼굴이 다시 밝아졌다.
‘이건 뭐, 애도 아니고.’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지아는 멍하니 있던 김다혜를 붙잡고 수다를 이어갔고, 다른 이들 역시 서로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내일을 위해 슬슬 자리를 마무리해야 될 때가 되었다.
“이제 그만 일어날까요? 내일은 오늘보다 더 힘들 테니까.”
서우진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자자, 쉽시다! 그래야 내일도 레벨을 올리지!”
구동환이 먼저 일어나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서우진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정리하려다, 문득 뒤를 돌아봤다.
‘…뭐지?’
불길함이 느껴졌다.
그건 이전에 느꼈던 것보다 조금 더 가까워져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은데.’
괜히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건 사절이었다.
“먼저들 들어가 보세요.”
“어디 가시려고요?”
계수지가 묻자, 서우진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는 주변 좀 둘러보다 오겠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