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51)
250화.
홀로 길을 나선 서우진은 ‘신룡안’을 발동시켰다.
‘흐음…….’
근방 수 킬로미터 내의 모든 정보가 뇌에 밀려들어 오는 것이 느껴졌다.
기온과 지형, 그리고 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몬스터들까지.
수많은 정보의 파도에 잠시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딱히 걸리는 게 없었다.
‘잘못 느낀 걸까?’
그랬을 수도 있다.
예감이라는 건 부정확성이 짙었으니까.
‘아니, 그럴 리가 없어.’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이 불길함을 그냥 무시하기엔, 그동안 그가 경험했던 것들이 너무 많았다.
초극의 경지에 오른 후, 이런 예감에 대한 적중률은 100%에 가까웠으니까.
“분명 뭐가 있긴 한 거 같은데.”
그게 뭔지를 알 수가 없었다.
잠시 자리에 멈춰 서서 ‘신룡안’이 아닌, 눈으로 직접 주변을 살펴보았다.
역시나 딱히 보이는 건 없었다.
“조금 더 멀리 가봐야 하나?”
불길함의 정체가 서우진이 인지할 수 있는 영역의 바깥에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섣불리 결정할 수가 없었다.
‘자리를 비웠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동료들이 강해지기는 했지만, 아직 사도를 상대할 정도는 아니다.
아니, 이능을 지닌 마수 정도도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서우진에게 이런 불길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존재라면, 멀리 떨어지는 것은 위험했다.
“쯧.”
혀를 찼다.
아무래도 지금 당장은 이 이상 멀리 떨어지는 건 불안했다.
“돌아가야겠군.”
경계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며 몸을 돌렸다.
덕분에 그의 등뒤.
‘신룡안’의 영역이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두 명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다.
* * *
“성왕 전하!”
필로얀 주교가 침중한 표정으로 마르데타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어찌 되고 있나?”
“저 간악한 3국의 병력이 국경에 집결하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로 밝혀졌나이다.”
피식-
필로얀의 말에 마르데타인이 코웃음을 쳤다.
“수가 얼마나 되던가?”
“레닌스탕이 7만, 트리안이 4만, 브로바이슨이 5만. 총 16만에 달하옵니다.”
“16만이라…….”
“거기에 더해 기사의 수는 1만 5천이 넘는다 하니,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옵니다.”
“떨거지들이 많이도 준비했구나.”
레닌스탕을 제외한 다른 두 왕국은 약소국에 가까운 국력을 지녔다.
그런 곳에서 무려 10만에 가까운 병력을 모집했다니, 꽤나 무리를 한 것이 분명했다.
“징집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아직 5만에 불과합니다.”
아이에르가 강대국에 속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병력이 샘솟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1차, 2차 파병을 하며 13만에 달하는 대군을 끌어모았다.
덕분에 그 이상의 징집은 힘이 들었다.
“쯧, 배교도들이 문제로군.”
마르데타인이 혀를 찼다.
“고작 한 놈 때문에 겁을 먹고 도망을 치다니. 그것도 본국이 아닌 북방으로.”
아이에르의 입장에선 뼈아픈 손실이었다.
무려 13만의 병력을 통째로 잃은 것이었으니까.
“전령을 보냈나이다. 지금이라도 돌아오면 죄를 묻지 않겠노라고.”
“그런다고 돌아올까?”
“주신과 성왕 전하의 은혜를 아는 이라면 군을 돌릴 것입니다.”
필로얀은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마르데타인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놈들은 단순히 겁을 먹어서 도망을 친 게 아니다. 내 정체를 눈치챈 것일지도.’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들의 고향이 아닌, 낯선 북방으로 향할 리가 없었다.
‘검은 존재……. 그놈이 계속 훼방을 놓는군.’
순백의 기사 오이언에게 의심을 심어준 것은 ‘검은 존재’일 것이다.
사도들과 몇 번이나 부딪힌 놈이었기에, 자신이 마왕의 추종자들 중 하나라는 것을 알아낸 것일 확률이 높았다.
‘아쉽지만 그 병력은 포기해야겠군.’
계획이 틀어진 것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저 아이에르와 주변 3국을 공멸시키는 정도가 최선이었다.
“레닌스탕의 ‘그’는 참전했나?”
마르데타인이 물었다.
“다행히도 그의 모습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나이다.”
“그건 다행이군.”
레닌스탕이 약소국의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
바로 초극의 경지에 이른 마법사가 있기 때문이었다.
기사의 왕국이라 불리는 레닌스탕의 최강자가 마법사라는 것이 우습기는 했지만, 아무도 그것을 비웃지 못했다.
하늘탑에 속하지 않은 대마도사.
마공에 비견할 수 있는 유일한 마법사.
레닌스탕의 붉은 기사들도 매서웠지만, 그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그래도 방심할 순 없기에 레닌스탕에 사람을 심어두었나이다. 움직임이 있다면 곧장 소식을 보내라 하였으니, 걱정하지 마옵소서.”
마르데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참전하는 건 그로써도 반길 수 없는 일이었다.
최대한 서로 상잔해야 하는 전쟁에, 아이에르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을 게 분명했으니까.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서로의 전력을 최대한 깎아내야만 했다.
“그 건은 미레아에게 맡기도록. 그대는 징집에 더욱 힘쓰라.”
“하오나…….”
필로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미 수많은 병력을 차출한 탓에, 더는 강제적으로 징집하는 것은 무리였다.
만약 이보다 더 강제적으로 징집한다면, 아무리 신앙으로 뭉친 백성들이라 하더라도 참지 않을 것이다.
“주신의 뜻이다. 반항하는 자는 신의 이름으로 처단해라.”
“성왕 전하!”
마르데타인의 말에 필로얀이 경악했다.
“만약 그리했다가는 백성들이 들고일어날 것입니다!”
반항하면 처단한다?
지금도 불만이 쌓이고 있는데, 그 지경이 된다면 결코 참지 않을 것이다.
가뜩이나 병력이 부족해 치안도 불안정한 상황에 반란이라도 일어난다면…….
‘그땐 정말로 큰일이 난다!’
전쟁이야 굳이 무력이 아닌, 외교와 정치로 해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란은 다르다.
정치? 외교?
그딴 건 백성들에게 알 바 아니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생존이었으니까.
“백성들의 주신을 향한 믿음은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성전(聖戰)을 거부한다면, 배교자의 오욕을 뒤집어쓸 테니.”
마르데타인의 음성은 단호했다.
수용이냐 죽음이냐.
주신의 은혜 안에서 평화롭게 살던 아이에르의 백성들은, 그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만 했다.
“그것은 그대 역시 마찬가지다, 필로얀 주교.”
필로얀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어찌하여…….’
이리 변했단 말인가?
그가 아는 성왕은 언제나 자애롭고 신실함으로 무장한 신의 종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바뀌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불경한 생각이었지만, 필로얀은 그렇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제국의 아카데미에서 ‘성녀’가 죽은 뒤부터, 패도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다른 주교들도 염려할 정도였다.
이대로 계속 가다간, 그 끝에서 기다리는 건 아이에르의 파멸밖에 없을 듯했다.
필로얀은 순식간에 10년은 늙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명을 받드옵니다.”
하지만 그는 마르데타인의 명령을 받아들였다.
성왕은 주신의 신실한 종.
주교인 그로선 마르데타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혼자 있고 싶으니 이만 나가보도록.”
축객령에 필로얀이 알현실을 빠져나갔다.
“쯧.”
힘없이 걸음을 옮기는 노구를 보던 마르데타인이 다시 한번 혀를 찼다.
“저놈도 슬슬 기어오르기 시작하는군.”
계획의 성공을 위해 조금 무리하게 움직였더니, 조금씩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는 이들이 생겼다.
“따로 시간을 내서 없애야겠다.”
자신의 명이라면 죽음까지 감내할 정도였던 필로얀의 마음에 불신이 스며들었다.
그런 놈을 굳이 계속해서 쓸 필요가 없었으니, 적당한 때에 쳐내야 할 듯했다.
“어디 보자…….”
마르데타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벽면을 향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지도가 걸려 있었다.
“제대로 징집만 되면 10만은 끌어모을 수 있을 테지.”
앞으로 5만이나 더 징집해야 했지만, 그는 충분히 가능하다 생각했다.
“6만의 차이라?”
이 정도면 한번 제대로 붙어볼 만했다.
방어가 공격보다 훨씬 수월했으니까.
“문제는 기사의 수인데…….”
아이에르에 남아 있는 신성기사의 수는 고작해야 2천 명 남짓에 불과했다.
3국 연합의 기사가 1만 5천에 달한다고 했으니,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적었다.
“다른 녀석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겠군.”
마르데타인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최대한 많은 죽음을 흩뿌리려면, 팽팽한 전선을 유지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선 다른 사도의 도움이 필요했다.
“어쩔 수 없지. 레닌스탕의 그 망할 마법사 놈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도움이 필요하니.”
마뜩치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누가 좋을까.”
열 명밖에 남지 않은 사도들 중 근처에 있는 놈들을 떠올려 봤다.
“베노인은 왠지 꺼림칙하니 제외하고, 아르데토스는 남부로 떠났지. 쯧, 이럴 땐 게랄드가 아쉬워지는군.”
게랄드가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면, 이런 고민 자체를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전투와 살육을 좋아하는 그 미친 다크 엘프라면 자신이 부탁하지 않아도 알아서 나서주었을 테니까.
하지만 게랄드는 죽었다.
“결국은 그놈밖에 없나?”
마르데타인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아이에르 근방에 있는 사도들 중 가장 강력하고, 쓸모가 있는 존재.
“바론.”
그 녀석이라면 차고 넘칠 정도로 충분했다.
하지만 마르데타인은 쉽사리 결정할 수가 없었다.
“놈은 너무 강해. 내 통제를 따르지 않을 수도 있어.”
바론은 사도들 중 가장 강력한 3인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망설여졌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어쩔 수 없이 바론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을 듯했다.
“루페라.”
마르데타인의 부름에,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르셨나요?”
그녀는 아이에르의 추기경, 루페라였다.
제국에서의 일이 실패로 돌아가 한동안 근신하고 있던 그녀는, 독기가 잔뜩 오른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네가 해주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말씀하세요.”
루페라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마르데타인의 명령을 기다렸다.
“서쪽의 광야의 숲으로 가라.”
“가서 무엇을 하면 되나요?”
“바론을 찾아 데리고 오너라.”
마르데타인의 말에 루페라가 흠칫- 놀랐다.
“…설마 그분을 부르실 생각이신가요?”
그녀의 눈동자에 은은한 두려움이 서렸다.
“웬만해선 그러고 싶지 않다만, 대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루페라.”
마르데타인이 루페라의 말을 끊었다.
“명에 따라라, 그 알량한 입을 찢어버리기 전에.”
살기 가득한 음성에 루페라가 고개를 숙였다.
마르데타인은 한다면 하는 인물이었다.
더는 반론을 제기했다간, 정말로 입이 찢겨질 것이다.
“명을 받듭니다.”
어쩔 수 없이 명령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곧장 출발해라. 한시가 급하니.”
루페라를 내려다보는 마르데타인의 눈동자는 차가웠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