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53)
252화.
얼음벌레는 지상이 아닌, 지하를 종횡하는 마수다.
때문에 땅 위에서는 놈들의 모습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놈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는 오직 하나.
사냥을 할 때뿐이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그오오오오오오오-!!
드레이카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거체가 대지를 뚫고 치솟아 올랐다.
“크네.”
“크네요.”
“징그러움요.”
일행은 그런 얼음벌레를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지금껏 많은 몬스터를 봐왔는데, 저렇게 크고 극혐으로 생긴 애는 처음이다.”
칠성장어를 수만 배 뻥튀기 시키면 저러할까?
여자들은 물론이고, 구동환마저 인상을 찌푸릴 정도의 외형이었다.
“오래 묵은 놈이에요. 적어도 30년 이상은 된 것 같은데.”
아일린이 놈의 크기를 가늠하며 말했다.
“언니, 저놈보다 큰 놈도 있어요?”
이지아가 묻자,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에 영주님이 토벌한 얼음벌레도 저놈의 두 배 이상 거대했어요.”
아일린의 말에 이지아가 혀를 내둘렀다.
“쟤도 엄청난데, 저 두 배 이상이라니…….”
대체 얼마나 큰 것인지 상상도 잘 되지 않았다.
“어이, 거기! 보지만 말고 좀 도와줘!”
그때, 강병규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그는 얼음벌레의 전신에서 돋아나 있는 촉수를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 맞다. 병규 씨가 미끼였지.”
얼음벌레의 위용에 깜짝 놀라 잠깐 잊고 있었다.
지하에 파묻혀 있는 얼음벌레를 꾀어내기 위한 미끼를 풀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태평하게 있을 땝니까!”
자신의 몸보다 더 굵은 촉수를 가까스로 피해낸 강병규가 다시 한번 소리쳤다.
“나 이러다 진짜 죽는다고!”
얼음벌레는 강했다.
적어도 B급의 비전투 직업인 강병규가 상대하기엔 힘들 정도였다.
“저 양반 우는 소리 더 듣기 싫으면 이제 슬슬 나서야겠네요.”
서우진이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다 같이 기여도를 올려야 하니까, 아까 말한 것처럼 다혜부터 순서대로 공격을 시작하죠.”
A급 용사들이 나서면, 아무리 얼음벌레라 해도 오래 버티진 못할 것이다.
그러니 김다혜, 박민성, 유홍설, 김우람이 먼저 공격을 하기로 했다.
그래야 공평하게 경험치를 나눠 가질 수 있었다.
“소환.”
“철의 거인!”
“낙뢰십이검.”
“자이언트 스피어!”
네 명의 공격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얼음벌레에게 타격을 입힌 것은 바로 김다혜의 신무기, FGM-148A.
통칭 재블린이었다.
마력이 더해진 미사일이 순식간에 음속을 뛰어넘는 속도로 날아가, 얼음벌레의 거대한 몸통을 뚫고 들어갔다.
콰아아아아앙-!
고작해야 1미터 남짓한 크기의 미사일이 보여주는 위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어어어어어어-!
놈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공격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박민성이 만들어낸 ‘철의 거인’이 돌진하며 얼음벌레의 밑 부분에 태클을 걸었다.
쿠우웅-!
크기로만 따지자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았지만, 힘은 아니었다.
하늘을 받치고 서 있는 기둥 같던 얼음벌레의 거체가 휘청거렸다.
안 그래도 몸 안에서 일어난 폭발 때문에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데, 균형까지 잃으니 속수무책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틈을 노려 유홍설과 김우람이 쇄도했다.
파바바바바바밧-!
유홍설이 양손에 두 자루의 검을 들고 잔상도 남지 않을 속도로 도륙을 내기 시작했다.
피가 튀기고, 잘려진 살점이 허공을 비산했다.
그 모습을 본 서우진이 헛웃음을 흘렸다.
얼음벌레의 피를 온몸에 뒤집어쓴 상태로 검을 휘두르는 유홍설의 모습은, 꽤나 무서웠던 것이다.
‘…살벌하네.’
괜히 서늘해진 기분에 서우진은 시선을 돌려 김우람을 쳐다봤다.
‘오?’
눈동자가 커졌다.
김우람의 손에 들린 창이, 얼음벌레의 절반에 달하는 크기로 거대해진 탓이었다.
“하아아압!”
김우람은 기합을 토해내며 창을 뻗었다.
뻐어어어엉-!
마력이 듬뿍 담긴 창은, 속이 시원할 정도로 깔끔하게 얼음벌레를 관통했다.
그아아아아아아아-!
고통과 분노가 뒤섞인 비명이 얼어붙은 대지를 뒤흔들었다.
“이 정도면 되겠네요. 모두 함께 쳐요.”
상처 입은 맹수는 사납다.
그것은 마수인 얼음벌레 역시 마찬가지.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A급 용사 네 명은 결코 방심하지 않는 표정으로 몸을 날렸다.
쿠우우우우우웅-!
얼음벌레가 쓰러진다.
이미 엄청난 타격을 받은 놈이, A급 용사들의 합공을 견뎌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얼음벌레는 진태성의 화염마법에 전신이 노릇하게 구워진 채, 계수지와 이지아의 공격에 넝마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한 건 구동환의 요술봉이었고.
화아아아악-!
김우람과 강병규의 몸에서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아자! 레벨 업!”
“드디어!”
두 사람은 주먹을 움켜쥐며 환호성을 질렀다.
“축하해.”
“축하해요!”
“쳇, 나도 하나쯤 오를 법했는데.”
다들 그런 둘에게 다가가 축하를 건넸다.
오직 구동환만이 계수지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생각에 투덜거렸다.
“경험치는 어때요?”
서우진이 그런 구동환을 향해 물었다.
“이게 게임처럼 수치가 나타나 있질 않아서 정확히 알 순 없는데, 그래도 느낌상 엄청 많이 주는 것 같긴 하네요.”
서우진을 제외한 일행 전체가 달려들어 사냥을 했다.
그럼에도 두 명이나 레벨 업을 했고, 몸 안에 차오르는 충만감이 꽤나 컸다.
이 정도면 걸어 다니는 경험치 덩어리나 마찬가지였다.
아니, 얼음벌레 같은 경우엔 기어 다닌단 표현이 더 정확하겠지만 말이다.
“이런 놈이 백여 마리가 있다고 했었나요?”
계수지가 강병규에게 물었다.
“정확히는 132마리네요. 근방 10킬로미터 이내에는요.”
그의 대답에 일행의 표정이 더없이 밝아졌다.
“폭렙하겠네, 폭렙하겠어.”
“10킬로미터 이내니까, 더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잖아요. 얘네들만 잡아도 거의 100레벨은 찍겠는데요?”
박민성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말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건 좀 무리일걸?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필요 경험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말이야.”
“아…….”
살짝 실망한 기색이 엿보였다.
그것을 본 서우진이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90레벨은 가능할지도 몰라. 물론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적어도 얼음벌레 서식지에서만 일주일 이상은 사냥에만 집중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 후에는 매시브 가디언으로 가서 보급을 좀 해야겠군.’
준비한 식량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아직은 여유가 있었지만, 일주일 후엔 좀 간당간당할 듯했다.
“확실히 아카데미에서 갖다 주는 것만 먹을 때보다, 훨씬 빠르네.”
“그러게요. 에이션트 오크 토벌 때보다도 빠른 것 같아요.”
“그놈들은 수만 많았지, 그리 강하진 않았으니까.”
그에 반해 북방은 몬스터들의 수준이 높았다.
물론 용사들의 상대가 될 순 없었지만, 경험치를 많이 주는 것만은 확실했다.
“몰이사냥도 너무 저렙 몹은 효율이 그리 좋지 않잖아요.”
김우람이 어깨를 으쓱- 하며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게임과 비교하기는 좀 그랬지만, 녀석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던 것이다.
“지금 우리 수준에는 이 정도가 딱 알맞은 것 같다.”
구동환이 만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난 며칠간의 사냥으로 80레벨을 찍으며, 계수지와 동레벨이 되었기 때문에 기분이 좋은 듯했다.
“그럼 잠깐 쉬었다가 하나 더 잡으러 갈까요?”
“그럽시다.”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냥 자체는 쉽게 끝났지만, 전투라는 것은 상당히 피곤한 일이었다.
잠깐의 방심으로 목숨이 달아날 수 있었으니, 당연한 얘기였다.
덕분에 체력보단 정신적으로 조금 지쳐 있었다.
서우진은 그런 일행과 함께 휴식을 하기로 결정했다.
“다혜야, 부탁 좀 할게.”
“소환요.”
미안한 표정과 함께 건넨 부탁에, 김다혜가 기다렸다는 듯 집을 ‘소환’했다.
“들어가서 좀 쉬어요. 젖은 몸도 좀 말리고.”
코트 덕분에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몸에 붙은 눈이 녹으며 옷이 계속 축축했다.
일행은 누가 먼저라고 할 새도 없이, 모두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말은 안 하고 있었지만, 다들 찝찝했던 것이다.
그 모습에 서우진이 피식- 웃으며 들어가려다, 걸음을 멈추었다.
정작 집을 만들어낸 김다혜가 문앞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본 것이다.
“왜 그러고 있어? 들어가지 않고.”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생각 중요.”
“생각?”
주어가 없는 말에 서우진이 머리를 긁적였다.
새삼 느끼는 것이었지만, 김다혜와의 대화는 조금 어려웠다.
물론 그것이 불편하거나 싫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그녀가 답답해할까 걱정이 될 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데?”
서우진은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그러자 김다혜가 고개를 돌려 서우진을 쳐다봤다.
“얼음벌레요.”
“음…….”
전혀 모르겠다.
서우진이 난감한 표정을 짓자, 김다혜가 눈을 끔뻑이며 말을 이었다.
“더 나은 사냥 방법요.”
“아!”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된다.
지금 그녀는 얼음벌레를 조금 더 수월하게 사냥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떠오른 건 있고?”
조금 대화가 통하겠다 싶어 또 물었다.
그러자 김다혜가 고개를 끄덕이곤, 스케치북을 펼쳐 그림 하나를 그리기 시작했다.
슥슥-
마치 프린터기로 뽑아내는 듯한 속도로 순식간에 그림을 완성한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이거야?”
서우진은 그것을 받아 들곤 확인했다.
“…이건?”
서우진의 눈이 커진다.
기다란 미사일 형태의 그림이었다.
정확한 정체는 잘 모르겠지만, 짐작이 되는 것이 있었다.
‘얼음벌레, 미사일, 수월한 사냥 방법.’
세 가지 키워드를 하나로 합치면, 답이 하나 튀어나왔다.
“이거 혹시 벙커버스터야?”
서우진이 물었다.
그리고 김다혜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음요.”
땅을 뚫고 들어가 지하에 있는 얼음벌레에게 선공을 가할 수 있는 무기.
김다혜가 그린 그림의 정체를 알아낸 서우진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너는 진짜 대단하다.”
벙커버스터 자체가 뛰어난 무기는 아니었다.
전투 직업의 A급 용사들이라면, 그와 비슷하거나 뛰어난 위력의 스킬들이 있었으니까.
그런데도 서우진이 김다혜에게 감탄한 것은, 그녀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었다.
얼음벌레는 방금처럼 잡으면 된다.
한 명이 유인하고, 나머지가 모습을 드러낸 놈에게 화력을 집중하면 쉽게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김다혜는 더욱 쉬운 방법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던 것이다.
서우진이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김다혜가 눈을 끔뻑이며 쳐다보았다.
“무리는 하지 마라. 조금 쉬기도 하고, 게으름을 피워도 돼.”
너무 앞만 보고 달리다간 탈이 나기 십상이다.
서우진은 이 존경스러운 여자아이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충고를 해주었다.
그러자 김다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음요.”
잘 전달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