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54)
253화.
“다들 준비.”
서우진의 말에 모두가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얼음벌레 서식지에서 사냥을 시작한 지 벌써 열흘째.
그동안 그들의 손에 목숨을 잃은 얼음벌레의 수가 100마리를 훌쩍 넘어갔다.
덕분에 사냥 방법이 손에 익다 못해 완숙함에 다다라 있었다.
“평소처럼 다혜부터 시작하자.”
서우진의 시선이 김다혜를 향했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스케치북을 펼쳤다.
“소환요.”
빛과 함께 허공에서 5.8미터가량의 길이를 지닌 미사일 한 발이 생성됐다.
그리고 그것은 빠르게 땅을 향해 내리꽂혔다.
쐐애애애애애액- 쿠웅-!
미사일, 벙커버스터는 그대로 대지를 뚫고 안쪽을 향해 파고들었다.
잠시 후.
콰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땅거죽이 치솟아올랐다.
그어어어어-!
땅속에서 얼음벌레의 포효가 들려왔다.
“공격 개시!”
강병규의 외침과 함께 아홉 명의 용사가 공격을 시작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강력한 스킬들이, 땅을 뚫고 나오던 얼음벌레에게 작렬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얼음벌레는 고작 대가리도 채 내밀지 못하고 그대로 숨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
“후우, 끝이다!”
“이 지긋지긋한 놈들.”
구동환과 강병규가 얼음 땅에 털썩- 주저앉았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요.”
일주일이면 사냥이 끝날 줄 알았는데, 사흘이나 더 걸렸다.
김다혜의 벙커버스터 덕분에 사냥 속도가 더욱 빨라졌음에도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는 하나였다.
“이렇게 많을 줄이야.”
강병규가 ‘탐색’으로 확인한 132마리가 끝이 아니었다.
이지아가 말했던 것처럼, ‘탐색’ 영역의 밖에 더 많은 놈이 존재하고 있었다.
덕분에 예상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얻은 건 많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죠.”
구동환과 강병규가 흐흐- 하고 웃었다.
서우진이 말했던 것처럼, 일행 전부가 90레벨 대에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가장 성장 속도가 느렸던 김우람도 마찬가지였다.
녀석은 오늘 아침 아슬아슬하게 레벨 업을 하며 90레벨이 되었다.
이로써 전원이 90에서 92레벨 사이를 달성했다.
“병규 아저씨! 놈들이 더 남아 있는 건 아니죠?”
이지아가 물었다.
“없어, 없어. 적어도 내 ‘탐색’에 걸리는 놈은 한 마리도 없어.”
강병규의 대답에 일행이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얼음벌레라면 이제 지긋지긋할 정도였던 것이다.
“차라리 아이스 트롤 천 마리랑 한 번에 싸우는 게 낫겠어.”
이전이었다면 조금 간당간당했겠지만, 이제는 충분히 가능했다.
“오늘은 좀 쉴까? 우진아! 하루만 좀 쉬자, 하루만.”
강병규가 서우진을 향해 소리쳤다.
“아주 배가 불렀네. 아직 갈 길이 먼데 벌써 쉬자고?”
서우진이 웃으며 대꾸하자, 강병규가 뒤로 벌렁 누워버렸다.
“아, 배 째! 몰라. 난 이제 때려 죽여도 못 움직이니까 알아서 해!”
그런 강병규의 투정에 서우진이 피식-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지. 그럼 오늘 하루는 좀 쉬자. 그동안 고생했으니까.”
안 그래도 서우진 역시 오늘은 무리하게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식량도 다 떨어져 가니까. 슬슬 매시브 가디언에 한번 들러야겠군.’
오늘은 여기서 좀 쉬고, 내일은 매시브 가디언으로 돌아가 며칠간 휴가를 줄 생각이었다.
그래 봐야 즐길 거리라곤 전무한 곳이었지만,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하는 것 정도는 가능할 터였다.
‘성장을 위해선 적당한 휴식도 꼭 필요하니까.’
서우진의 허락이 떨어지자, 일행은 김다혜가 ‘소환’해 준 집에 들어가 쉬기 시작했다.
서우진 역시 거실의 소파에 앉았다.
“우진 씨는 사냥을 하지 않으셔도 되나요?”
그때, 아일린이 옆에 앉으며 물었다.
“응? 나?”
“지금까지 단 한 마리의 몬스터도 잡지 않으시는 것 같던데.”
아일린의 말은 옳았다.
서우진은 그저 지켜만 볼 뿐, 단 한 번도 나서지 않았으니까.
“나는 괜찮아. 어차피 여기 몬스터들을 잡아봐야 딱히 레벨을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그 티끌도 모아서 동료들에게 나눠줘야 할 때였다.
굳이 자신까지 나서서 경험치를 빼앗을 필요는 없었다.
“우진 씨가 강한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강림 전쟁에 대비하려면…….”
마왕을 상대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걱정하지 마. 나도 나름대로 계획이 있으니까.”
서우진이라고 해서 마냥 아무 생각 없이 놀고 있는 건 아니었다.
앞으로 어떻게 성장을 해야 할지, 계속해서 고민을 하는 중이었다.
‘웬만한 몬스터나 마수 따위로는 답이 나오질 않아.’
서우진이 성장을 하려면, 그의 격에 걸맞은 사냥감을 사냥해야만 했다.
‘그리고 난 그런 존재들을 몇 알고 있지.’
사도.
초극의 경지에 이른 그들을 사냥한다면, 서우진도 엄청난 경험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다행이고요.”
아일린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우진이 허튼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은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서우진이 저렇게 확신에 가득찬 표정으로 말을 할 정도면, 정말로 계획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것보다, 물어볼 게 하나 있는데.”
“말씀하세요.”
이번엔 서우진이 아일린에게 물었다.
“이 주변에는 왜 몬스터가 한 마리도 없는지 알고 있어?”
강병규의 ‘탐색’만 몬스터를 감지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서우진의 ‘신룡안’도 단 한 마리의 몬스터도 찾지 못했다.
“단순히 얼음벌레의 서식지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진 않은데.”
“…단 한 마리도 없나요?”
“전혀. 오죽하면 낙오되어 떠도는 놈조차 하나도 없어.”
마지막 얼음벌레가 죽자, 이 얼어붙은 대지 위에 살아 움직이는 건 오직 자신들밖에 없었다.
본래도 척박하고 생명의 흔적이 드문 북방이긴 해도, 이건 좀 심했다.
“혹시 야생동물도?”
“응, 없어.”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일린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잠시만요.”
그녀는 다급히 자신의 짐 속에서 지도를 한 장 꺼내 들었다.
“그러니까 여기가…….”
자신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 움직이던 아일린의 손가락이 멈칫했다.
“왜? 무슨 일 있어?”
서우진이 묻자, 아일린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휴우, 아직은 괜찮아요.”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반대로 서우진은 조금 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야?”
“이곳을 봐주세요.”
아일린이 지도를 가리켰다.
지금 자신들이 있는 장소와 그리 떨어지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데?”
아일린의 손가락이 짚고 있는 지점은,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는 공백이었다.
“여기는 아직 탐사와 토벌이 이루어지지 않은 곳이에요.”
“왜지? 얼음벌레 서식지의 건너편이라 그런가?”
100마리가 넘는 얼음벌레를 뚫고 탐사하기엔 너무도 위험하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일린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이유만 있었다면 우회해서라도 탐사를 했겠죠. 북방의 탐사는 시온으로써도 중요한 일이니까요.”
단순히 영역을 넓히기 위함이 아니었다.
탐사하며 북방에 서식하고 있는 몬스터의 종류를 파악하고, 놈들의 서식지를 표시하는 것이 중요했다.
단순히 얼음벌레가 위험하기 때문이라면, 아일린의 말처럼 우회해서 탐사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하지 않은 것은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 너머는 크라토스의 영역이에요.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럴 것이라 추정되는 장소죠.”
“마왕의 권속이라는?”
아일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지상 최강의 마수.”
“…그래서 공백이었군.”
만약 이곳이 정말 크라토스의 영역이라면, 굳이 위험을 감수해 가며 탐사를 할 필요가 없었다.
“다행히 영역을 침범하지는 않았어요. 이대로 물러나서 다른 쪽으로 향하는 게 좋겠어요.”
아일린은 자책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북방의 지리와 정보는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큰소리를 쳤으면서, 이렇게 중요한 걸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많은 얼음벌레를 사냥하며 계속 이동하느라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이것은 명백한 그녀의 실수였다.
“괜찮아.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돼. 별일 없었잖아.”
물론 서우진은 아일린을 탓할 생각 따윈 하지 않았다.
크라토스라는 놈의 영역에는 아직 발을 딛지 않았고, 설령 그렇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될 건 아니었다.
‘여차하면 내가 나서면 되니까.’
반 슬레인도 꺼리는 마수긴 하지만, 서우진은 달랐다.
진짜 힘을 발휘한다면, 지상 최강의 마수든 뭐든 얼마든지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여룡도 발길질 한 방에 머리를 터트린 게 나야.’
크라토스가 얼마나 강하든, 종말의 서막이라 불리던 여룡보다 강할 것 같진 않았다.
‘그러고 보니 여룡도 마왕의 권속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정확히 말하자면 네 번째 마왕의 권속이었다.
그것을 생각해 보면 둘은 거의 대등한 존재일 것이다.
‘그럼 걱정할 필요는 없지.’
오히려 기뻤다.
그 정도쯤 되는 존재라면, 지금의 서우진에게도 충분히 많은 경험치를 줄 게 분명했으니까.
‘나중에 시간을 내서 사냥을 하러 와야겠다.’
지금은 동료들과 함께 있어 무리겠지만, 조만간 시간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죄송해요.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괜찮다니까.”
아일린의 사과에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다 좋았지만, 자신에게 너무 엄격한 것이 문제였다.
이 세계의 기사들이 대부분 그런 성격을 지니고 있긴 했지만, 유독 아일린은 그런 경향이 더욱 강했다.
“아무튼 크라토스인지 크레파스인지 하는 놈 때문에 주변에 몬스터들이 없다는 거지?”
“네, 맞아요. 그나마 얼음벌레쯤 되니 주변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을 거예요.”
그 이하 격의 몬스터들은 다가올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어차피 우린 내일 매시브 가디언으로 복귀할 예정이니까, 놈의 영역에 발을 디디는 일은 없을 거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서우진이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일단 아일린도 좀 쉬어. 그동안 함께 돌아다니느라 힘들었을 테니.”
“우진 씨도요.”
아일린은 지도를 품에 챙기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우진의 말대로 그녀 역시 그동안 너무 무리했던 것이다.
레벨 업을 하면 완전 회복이 가능한 용사들과 달리, 그녀는 그것도 불가능했기에 더욱 지쳤다.
물론 그 덕에 엄청난 실력의 향상을 이뤄내긴 했지만 말이다.
아일린이 잔뜩 지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돌아가자 서우진 혼자 거실에 남았다.
“흐음.”
방금 전 아일린과 나눈 대화를 떠올려봤다.
‘크라토스라…….’
과연 ‘마왕화’를 하지 않고도 사냥을 할 수 있을까?
‘아직은 무리이려나.’
정확한 건 직접 마주해 봐야 알 것 같았다.
정 안 되면 ‘마왕화’를 사용하면 될 테니, 위험하진 않을 듯했다.
‘정말로 조만간 찾아가 봐야겠군.’
서우진은 살짝 기대감에 찬 표정을 지으며 소파에 몸을 묻었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크라토스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오